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78
477화
파이라의 성에 모여 있던 대공과 장군들은 몸을 일으켰다.
마왕의 신변에 뭔가 일이 터진 것을 곧장 느낀 그들.
장군들의 표정은 특히 심각했는데, 얼마 전에 마왕에게 일어난 초유의 사태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군.’
파이라는 이런 분위기에 내심 안도했다.
디아키가 가짜 아나볼릭 교단을 향해 의혹을 제기하는 순간, 지금 발생한 사건 덕분에 이젠 아무도 그걸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대공들에겐 죄송하지만 서둘러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군들의 말에 파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게 아니라 우리도 가도록 하지. 만약 지금 마왕 쪽의 이상 현상이… 정말 칼리토 때문이라면 우리 또한 힘을 보태는 게 좋을 테니.”
파이라는 은근슬쩍 칼리토를 언급하며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도록 만들었다.
“파이라 대공! 텔레포트를 허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장군들은 파이라를 향해 정중하게 물었다.
본래 대공의 성 내에서는 공간 이동류 마법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건 기본 예의이자 허락 없는 텔레포트는 성의 주인을 무시하는 행위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반드시 터미널을 이용해야 했지만 지금 같은 긴급 상황에서 그런 여유를 부릴 수는 없는 노릇.
“쯧! 이번만 용납해 주지.”
파이라의 허락과 동시에 자리에 있던 전원의 모습이 사라졌다.
“…….”
“…….”
덩그러니 남은 완식과 진아.
“이걸로 된 건가?”
진아의 혼잣말에 완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휴……. 다행히 죽진 않았네.”
죽을지도 모른다고 각오는 했지만, 내심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길 간절히 바랐던 그들.
특히 디아키가 자신들에게 의심을 보이는 순간엔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여튼 황재호, 그 자식. 운 더럽게 좋다니까.”
“운도 계속되면 실력이랬어.”
완식의 투정에 그리 대꾸한 진아는 자신들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오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우리도 슬슬 준비해야겠네.”
두 사람의 임무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저쪽에서 사건이 시작된 이상, 이쪽 역시 단 한순간도 늦춰선 안 될 속도전이었으니까.
“움직이자!”
두 사람은 오콤을 따라 다시 바쁘게 성을 벗어났다.
* * *
텔레포트로 곧장 도착한 마왕성.
하지만 내부에선 아무런 전투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바브롬은 어딨지?”
마왕에게 이상이 생긴 걸 보면 바브롬에게도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거늘, 안쪽이 너무 깨끗한 게 이상했다.
칼리토든 누구든, 마왕을 노리고 왔다면 절대 바브롬이 가만있지 않았을 텐데…….
쿠우웅-
그때 성채가 바깥의 충격에 거세게 요동쳤다.
“바깥?”
외부에서 느껴지는 힘의 충돌을 느낀 그들.
“이건… 바브롬이군.”
장군들은 힘의 잔향으로부터 정체를 바로 파악했다.
“그렇다면 상대는 누구지?”
“칼리토의 힘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낯선 힘이군.”
“아나볼릭도 아니다.”
정체불명의 상대.
하지만 딱 한 명… 파이라만큼은 알 수 있었다.
지금 바깥에서 요란하게 한바탕하는 게 누구인지.
“내, 내가 가 보겠다!!”
파이라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파이라 너 혼자서 되겠나? 보아하니 바브롬과 대등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 같은데?”
파지크의 비아냥에 파이라는 발끈했다.
“무시하는 것도 정도껏 해라. 아무리 힘을 잃었다고 해도 나는 엄연히 교만의 대공.”
쿠구구구-
파이라는 일부러 무리하면서까지 힘을 끌어올렸다.
“어차피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마왕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생각해라.”
“흥, 입은 살았군.”
하지만 파이라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대공들은 받아들였다.
“마왕의 상태를 먼저 확인한다!”
그렇게 모두가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나는 교만이와 다녀오마.”
로두카는 은근슬쩍 파이라 쪽에 붙으며 말했다.
“풋- 그래. 아직 교만이는 보호자가 필요할 테니까-”
“뭐라고?!”
멀어지면서 툭 던진 솔아이의 조롱에 파이라는 이를 갈았다.
“로두카! 이 빌어먹을 자식!!”
괜히 끼어들어 자존심을 구기게 만든 그녀에게 파이라는 짜증을 터뜨렸다.
“후후후- 네가 확실히 힘을 잃긴 한 모양이구나.”
“뭐……?”
“지금 일어나고 있는 힘의 충돌은 결코 평범한 게 아니다. 만약 네 예상과 조금이라도 다른 상황이라면 넌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니 내가 함께 가 주려는 거다.”
“…….”
단순히 놀리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닌 진심.
즉, 로두카는 마계의 안위를 위해 나선 것이었다.
칼리토를 찍어 내리려는 마당에 혹시나 파이라까지 잘못되기라도 하면 마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테니까.
“빌어먹을! 일단 가 보자!”
파앗-
순식간에 자리를 벗어난 둘은 성 바깥, 전투 현장으로 향했다.
“…어?”
“호오?”
그리곤 당황스러운 광경과 마주했다.
콰르르르-
시커먼 숨결을 토해 내는 거대한 블랙 드래곤과 그 위에 올라타 대포 같은 화살을 쏘아 대는 엘프.
그런 그들에게 연신 두들겨 맞는 건 본체 상태인 바브롬이었다.
[크아아아-!!!]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는 바브롬은 재호의 브레스에 대항해 토사물을 뱉어 냈지만, 이미 의미 없는 저항이란 걸 몇 번이나 확인한 상태였다.
대악마도 아닌 그의 힘으로는 작정하고 뱉어 내는 드래곤의 브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드래곤 라이더 티나까지 있었으니…….
하지만 파이라의 눈에는 그 웅장한 전투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저… 저거……!!”
파이라는 뒷목을 턱 붙잡곤 비틀거렸다.
지금 자신의 보물 창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감한 것이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 내 보물! 내 보물이라고!!!”
바브롬만큼이나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파이라였지만, 적극적으로 뜯어말릴 순 없었다.
파이라의 말대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그곳을 무작정 뛰어들었다간 크게 다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교만아. 지금 그렇게 울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여전히 흥미로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지만, 목소리는 냉정한 로두카가 입을 열었다.
“시간을 계속 끌면 안 된다. 정령화장을 도와 바브롬을 끝장내자꾸나.”
“뭣?”
파이라는 흥분하고 있던 잊은 채 잘못 들었단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바브롬을… 우리 손으로 죽이자고?”
“그럼 지금 상황에서 방법이 있니? 전후 사정은 모르지만 바브롬은 바보가 아니다. 아마 뭔가 알아낸 게 있으니 저러는 것이겠지.”
시릴 정도로 냉정한 판단.
하지만 파이라는 여전히 꺼림칙했다.
상대는 다른 이도 아닌 마왕성의 장군이었으니…….
마왕성과 마계를 수호하는 상징과도 같은 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건 썩 내키는 일이 아니었…….
[로두카 대공!!]그때 한참 전투 중이던 바브롬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조심하십시오! 파이라 대공은 칼리토 대공과 한패입니다!!]“…젠장!”
저런 소리를 하고 있으면 파이라도 방법이 없었다.
살려면 영원한 입막음을 시킬 수밖에…….
* * *
재호가 드래곤으로 변신한 뒤로는 시종일관 전투력에서 밀리는 바브롬.
드래곤으로 변신한 재호는 너무나 강했다.
변신 전에도 자신을 괴롭혔거늘, 몇 배나 강해진 지금이야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뭐… 뭔가 이상하다!’
알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느낌…….
사실 그건 재호가 드래곤으로 변신하기 전부터 미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바브롬은 그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 [악마들이 당신에게 두려움을 느낍니다.] [] [악마들은 당신을 보기만 해도 요실금에 걸릴 것입니다.] [] [악마를 상대 시, 상대의 공격력이 10% 감소합니다.]원인은 바로 재호가 가진 악마 관련 칭호들!
강한 악마일수록 해당 칭호에 영향은 덜 받게 될 테지만, 문제는 드래곤으로 변신한 뒤에 있었다.
[] [당신에게 귀속된 모든 능력치 및 스킬, 칭호 등의 효율이 10배 증가합니다.]바로 변신 시, 단순히 능력치만 증가하는 게 아니라 ‘칭호’까지 효율이 증가했던 것!
그뿐만이 아니었다.
[] [악마들이 당신에게 존경심을 가집니다.] [] [천사들이 당신에게 적개심을 가집니다.] [악마들이 당신에게 호감을 가집니다.]전투와 관련 없는 악마 관련 스킬까지 효과가 증폭되며 그는 제정신을 붙잡고 있기도 쉽지 않았다.
‘제길! 이 싸움을 계속 끌어선 안 된다!’
마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확실했다.
그래도 방금 다른 장군들이 돌아온 것 같으나, 문제는 파이라가 배신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터.
‘그 사실을 알려야… 음?’
그 순간, 바브롬은 전투 현장에 나타난 두 존재를 감지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을 보는 순간, 그의 얼굴은 그늘이 졌다.
‘파이라 대공!!’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배신자!
‘옆엔 로두카 대공!’
얼른 경고해 주어야 했다.
[로두카 대공! 조심하십시오! 파이라 대공은 칼리토 대공과 한패입니다!!]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재 파이라 대공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라는 것.
[저는 괜찮으니 마왕성 내부에 소식을 전해 주십시오!!]로두카가 소식을 전달할 때까지만 버티면 되었다.
[크크… 이 지루한 전투도 끝이로구나.]바브롬은 다시 재호를 돌아보며 이죽거렸다.
[지루했다고? 표정은 안 그래 보이던데?]하지만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대충 알고 있는 재호는 똑같이 비아냥으로 받아쳤다.
사아아아-
그때, 형체가 또렷하지 않은 안개 거인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더니 바브롬을 휘감았다.
[로, 로두카 대공?!]그건 바로 본체화한 로두카!
[대공! 이게 무슨 짓입니까?!]당황한 바브롬이 로두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자신의 편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로두카가 도리어 자신을 옭아매는 상황.
[후후- 걱정 말아라. 이 모든 건 마계와 마왕을 위한 일이니.]전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꾸한 로두카는 바브롬의 의식을 자신의 마력으로 잠식하기 시작했다.
환각으로 시야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고, 바브롬의 전투 능력은 그만큼 떨어졌다.
쿵- 쿵- 쿵-
이어 역시 본체화한 파이라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곤 깨달았다.
[서, 설마……?]로두카 역시 배신자라…….
[그만! 그만해라!!]쾅!
한데 파이라는 바브롬이 아닌 재호를 붙잡고 늘어졌다.
[??]당연히 배신자라고 생각했던 파이라는 왜 자신이 아닌 저 드래곤을 붙잡는단 말인가?
[이 개자식! 내 보물은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더냐!!] [???]바브롬의 머리는 다시 공회전을 시작했다.
이 혼란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뭐, 뭐야? 미쳤어? 지금 뭐하는 거야?!]한편 이 상황에서 그런 항의를 들을 줄 몰랐던 재호는 당황하며 파이라를 힘껏 뿌리쳤다.
[아이고!]쿠웅-!
맥없이 튕겨 나간 파이라는 볼품없이 바닥을 굴렀다.
그건 곧 현재 파이라의 상태가 드래곤으로 변한 재호보다도 못하다는 뜻.
울컥-
재호는 불현듯 파이라에게 동정심이 들었다.
[이 칼리토 같은 자식아!]그 소리를 듣기 전까지만.
[지금 그럴 때냐? 날 도와서 이 싸움을 빨리 끝내는 게 네 보물도 아끼는 길이야!] [제기랄!!]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일이 아니니 할 수 있는 느긋한 소리.
[빨리 일어나! 1초마다 네 보물은 증발 중이라고!] [으… 으아아아-!]몸을 일으킨 파이라는 바브롬을 향해 뛰어들었다.
[대, 대공……!!]그 순간, 바브롬은 마왕성의 장군답지 않은 공포를 느꼈다.
파이라의 눈빛은 결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니…….
[크아아아! 누구 없는 거냐! 아무나 내 목소리를……!!]자신의 미래를 직감한 바브롬은 처절한 비명을 토해 냈다.
부디 이 소리를 마왕성 내에 있는 누군가라도 듣길 바라며…….
하지만 곧 바브롬의 눈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주변에 보이는 풍경이 갑자기 바뀌어 버렸고, 마치 꿈속에 빠진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
발버둥 치려고 해도 마치 깊은 물속에서 묶인 듯, 몸이 무겁고 둔해졌다.
‘로두카!’
혼란스러운 상황에 잠시 정신을 빼앗긴 사이, 그녀의 환각에 완전히 빠져 버린 것이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절대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터.
‘원통하다!!’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바브롬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한 채, 안개 속으로 모습이 서서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