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84
483화
마계가 들썩일 정도의 폭음.
헬베스트 산 주변의 암장숲 일대는 섬광 속에 파묻혀 버렸고, 빛이 걷힌 후에 남은 건 위가 날아가 버린 헬베스트 산과 흘러내리는 시뻘건 용암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마계와 딱 어울리는 장관.
하지만 하늘 높이 떠오른 채, 그 광경을 내려다보는 자들의 심정은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날아가 버린 헬베스트 산 위엔 영겁의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마왕성이 있었으니까.
[마, 맙소사…….] [이게 무슨……!]대공들과 장군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들이 어찌해 보기엔 폭발의 위력이 너무 강했다.
전원 탈출하기 급급했는데, 오죽하면 장군 하나는 걸레짝이 된 마왕을 거꾸로 짊어지고도 알아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로두카. 혹시 네 환각은 아니겠지?]파이라는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이들도 파이라의 물음에 간절히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은 게 그들의 속내.
하지만 시커먼 연기 사이에서 또다시 번쩍이는 섬광을 발견하곤 부질없는 바람임을 깨달았다.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아직 전투 중이었으니 말이다.
푸악-
시커먼 연기를 뚫고 날아오른 거대한 드래곤.
그리곤 이 참사를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브레스를 다시 힘껏 내리꽂았다.
드래곤의 머리 위에 올라탄 엘프 역시 화살인지 폭탄인지 모를 것을 쏘아 대며 바닥에 처박힌 칼리토를 두들겨 댔고…….
[크아아아악!!!]어마어마한 파괴력에 몸이 짓눌리면서도 괴성과 함께 결국 날아오른 칼리토는 바로 재호를 향해 온갖 저주와 권능을 난사해 댔다.
머리 위엔 여전히 황금 눈이 떠올라 있었기에 그 저주들은 모두 재호에게 고스란히 먹혀들었다.
[공격력이…….] [민첩…….] [체력…….] […….] [$&#^@$%…….]눈을 어지럽히는 엄청난 저주 퍼레이드.
파이라가 ‘이것이 대악마다!’ 절망편이라면 칼리토는 희망편 그 자체!
물론 재호 입장에선 그 반대였지만.
콰아앙-!
결국 재호는 전투가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정확하게 얻어맞았다.
엄청난 선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재호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제야 제대로 된 공격이 들어왔다는 건 칼리토가 드디어 진지하게 임한다는 뜻이었으니까.
‘이거… 빡센데……?’
저주 면역 덕분에 그나마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었거늘, 그런 장점도 더는 없었다.
쾅- 쾅-
네 개의 팔로 몰아치는 칼리토의 공세에 점점 대응하기가 힘들어져 갔다.
저주가 이어진다면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
로두카의 권능 로 잠시 피신이야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티나가 머리 위에 올라탄 상황이라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그래도 그렇게 나쁘다고만 할 순 없을지도.’
최대한 행복회로를 돌린 재호는 현재 칼리토의 공세는 그만큼 궁지에 몰렸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강하게 할 수 있었으면 처음부터 했겠지. 인제 와서 이러는 건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특히 머리 위에 띄워 놓은 금색 눈알을 그냥 쓸 수 있을 리 없었다.
자신이 모르는 어떠한 패널티가 있다거나…….
재호의 의심은 정확했다.
실제로 칼리토는 굉장히 무리하고 있었다.
본디 그는 이렇게 흥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재호가 생각보다 더 강하고 골치 아픈 상대이긴 했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장기전으로 점점 유리해지는 건 어디까지나 자신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왕성을 날려 버린 엄청난 공격을 맞는 순간, 그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공격이 또다시 있을 가능성은 작지만…….’
우려는 되었다.
알시아라는 인간이 또 뭘 숨기고 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또한 여전히 멀쩡한 상태로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 다른 악마들도 신경이 쓰이는 상황.
아무리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공격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전투가 길어지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조금 전, 파지크가 자신을 방해한 것과 비슷한 변수가 생겨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탐욕의 신 투플러스의 힘을 무리해서 계속 빌리고 있었다.
이것이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리한 전투를 하도록 만드는 더 큰 감정적 동기는 따로 있었다.
칼리토가 탐욕의 대공으로서 기저에 두고 있는 근원적인 욕망은 로두카로 대표되는 아름다움.
그런데 그런 로두카 앞에서 개망신을 당하며 자신의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
그 처참한 속마음을 과연 누가 알까?
파스스-
온몸에 두른 아름다운 보석들이 하나씩 부서져 내렸다.
거친 전투가 이어지다 보니 거추장스러운 장신구들은 계속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본래 를 이용해 영구 보존이 가능한 상태였지만, 무리하다 보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탐욕이 아닌 분노였다.
파직-
그때 칼리토의 머리 위에 떠오른 황금 눈알에 생겨난 균열.
재호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버텨야 한다!’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버티기만 하면 기회가 올 거라며 각오를 다지는 재호였지만, 당장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은 상황.
현재 남은 체력은 약 30%로 드래곤 상태에서 이 정도로 체력이 떨어졌다는 건 칼리토의 강함이 그만큼이나 비현실적이라는 뜻이었다.
즉, 시간은 재호의 편이 아니었다.
정작 칼리토도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재호는 자신과 사도 계약이 된 두 악마에게 소리쳤다.
버프를 주든 뭘 하든, 작은 도움이라도 줘 보라는 뜻에서 외쳤지만, 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시선을 돌려 위를 살펴보니 대공들끼리 모여 뭐라 의논을 하는 중으로 보였기에 일단은 가드를 올리고 버티기에 들어간 재호.
25%… 24%… 22%…….
점점 떨어지는 체력 수치.
콰르르르-
이따금 브레스를 뿜어 견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상 육탄전은 미칠 듯이 중첩된 저주 탓에 불가능한 상황.
콰아앙-!
브레스를 실드로 막아 내며 힘으로 밀고 접근한 칼리토.
그리곤 재호의 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알시아!!]그리고 그때서야 파이라의 대답이 머릿속으로 돌아왔다.
-피해라!!
알 수 없는 주문과 함께…….
‘뭘?!’
콰아아아-
‘??’
눈을 힐끔 돌렸던 재호는 자신을 정확히 노리고 날아드는 온갖 종류의 마법들을 보곤 경악했다.
저 빌어먹을 녀석들이 이 지경까지 와선 자신을 버리기로 결정한 건가 싶었으나, 파이라가 피하라고 소리쳤다는 걸 상기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붙잡고 선 칼리토.
추측대로라면 대공들의 의도는 이 공격을 재호가 피하고 칼리토가 대신 맞는 것.
문제는 현재 재호는 온갖 저주를 맞은 탓에 반사신경이 팍 죽어 버렸단 점이었다.
‘그리고 공격이 너무 날카롭잖아!!’
애초에 정상적인 상태라고 해도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절묘한 공격!
‘하필이면 붙잡힌 상황일 때 저러는 거야!!’
그 공격을 칼리토 또한 읽은 상태였고,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재호의 몸을 그쪽으로 돌린 참이었다.
뻔히 보이는 수작쯤, 간단히 파훼해 버리겠다는 의도가 느껴졌다.
하지만 재호 역시 그 짧은 순간에 순발력을 발휘했다.
[티나!!]재호는 외침과 함께 자신의 몸을 줄였다.
번쩍-
인간 상태로 돌아오며 줄어든 몸.
그리고 티나 또한 발 빠르게 도약해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음?!]완전히 비어 버린 칼리토 전방.
그곳으로 대공들의 공격이 정확히 명중했다.
콰아아앙-!!
[크헉?!!]마법이 악마들의 주력 무기가 아니라곤 하지만, 대공들이 쓴 것인 만큼 위력은 확실했다.
[쿨럭-] [끄윽…….]공격은 적중하는 순간, 동시에 신음을 흘리는 다른 대공들.
아무리 함량 낮은 마왕이라고 하더라도 엄연히 자격은 갖춘 칼리토였기에 그를 공격한 후폭풍은 찾아온 것.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성과였다.
‘설마 이게 되나?’ 싶었던 시도가 제대로 성공했으니…….
물론 이건 전적으로 재호를 믿어야만 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조금 전, 대공들이 가한 공격은 분명 완벽하게 재호를 노린 공격이었으니까.
‘저 괴물이라면 분명 피할 수 있을 거다!’라는 파이라의 강력한 주장이 있었기에 시도한 미친 작전.
다시 드래곤 상태로 돌아온 재호는 충격파에 휩쓸려 허공을 날던 티나를 안전하게 받았다.
그리곤 뒤편에서 몸을 휘청이는 칼리토를 살폈다.
역시 여러 대공의 합격 공격이라 그 위력은 엄청났던 모양.
또한 그 일격이 도화선이 되어 칼리토의 누적된 피해가 이젠 똑똑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쩌저적-
개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도자기처럼 반짝이던 칼리토의 얼굴과 전신의 피부에 금이 생겨난 것이었다.
[아아… 안 돼……!]칼리토는 크게 당황하더니 두 손을 이용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가면이었나? 아니… 전신이 다 가짜 피부였어?’
재호는 당황하며 그 기이한 현상을 지켜봤다.
‘멋 부리기 좋아하는 녀석이… 아무래도 본모습을 감추어 두고 있었던 모양인데?’
저 행동은 아무리 봐도 그걸 보여 주고 싶지 않아 감추려는 듯했으니…….
또한 투플러스의 눈에 생겨난 균열도 아까보다 더 커져 있었다.
명백히 문제가 생긴 것!
재호는 잠시 이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대응하는 게 가장 좋을지 고민했다.
네 개의 팔 중, 두 개가 묶였으니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아직 저주는 유효하다는 게 문제.
그렇다면 칼리토의 운신 폭을 더욱 제한시키는 게 좋을 터였다.
‘아! 그게 있구나!’
대체 이걸 어디다 써먹나 싶었던 용도 불명의 스킬 하나.
[] [교만의 대공 파이라의 권능 중 하나입니다. 오직 파이라의 사도만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대상 : 목표 대상 눈앞에 투명한 거울을 생성해 시야를 방해합니다. 20초 동안 유지됩니다.] [NPC 대상: 목표 대상의 기억 속, 가장 끔찍한 교만의 흑역사를 끄집어 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실제 효과는 랜덤하며, 대상의 정신력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대악마를 상대로 다른 대악마의 권능이 먹힐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드래곤으로 변신하며 강화된 스킬이 강화된 상태라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저주들이 드래곤 변신으로 얻은 버프들을 없애는 건 아니니까!’
게다가 스킬의 성공 여부는 대상의 정신력에 따라 갈라진다고 되어 있었다.
딱 보기에도 멘탈이 흔들흔들하는 것으로 보이는 칼리토라면……!
파치직-
스킬을 시전하는 순간, 칼리토 주변에서 마치 정전기가 일어나듯, 푸른빛이 빠르게 번쩍였다.
그것 말고는 별다른 효과가 보이지 않아 잠시 당황한 재호.
‘뭐지? 실패인가?’
그런 의문이 들려는 찰나, 칼리토에게서 반응이 나타났다.
[뭐… 뭐냐……. 이… 이게 어째서……?]덜덜 떨리는 목소리의 칼리토.
그는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는데, 눈동자에서 대악마답지 않은 공포가 서려 있었다.
뭔가 봐선 안 될 걸 본 듯한 표정이었으니…….
하지만 이윽고 벌어진 사태에 재호는 순간 정신을 놓치고 말았다.
쾅!!!
뭔가 번쩍하더니 뒤로 날아가는 재호.
“아, 알시아 님?!!”
티나는 용케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었지만, 어지간히 놀란 것인지 목소리가 떨렸다.
순간적으로 티나 또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칼리토의 움직임이 빨랐기 때문이었다.
[어… 어어? 뭐야?! 내 머리 붙어 있어?]한발 늦게 정신을 차린 재호.
[헉? 체력의 상태가?!]방금 일격에 체력은 8%까지 떨어져 버렸다.
그러나 다행히 칼리토는 추가 공격을 해 오지 않았다.
아까 그 자리에서 네 팔로 얼굴과 몸을 감싼 채,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