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85
484화
소강상태에 접어든 전투 상황.
재호는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에라도 재호를 찢고 싶어 하던 칼리토가 허공에 가만히 서 있는 덕분에 죽진 않을 수 있었다.
‘저 녀석 갑자기 왜 저러지?’
갑작스러운 이상 행동은 도리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저주가 먹힌 건가?’
아무런 알림도 뜨지 않아 알 수가 없는 상황.
[아, 아니……!] [칼리토?!]한편 지켜보던 대공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고 있었다.
재호가 파이라의 권능을 이용해 칼리토에게 뭔가 한 방 먹인 건 분명했다.
다만 갑자기 이후 보이는 행동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는 그냥 보잘것없는 권능 아니었나? 칼리토가 고작 그런 거에 저렇게 휘둘린다고?]“뭐?!”
솔아이의 말에 파이라가 발끈했다.
[아니, 그건 애초에 인간들을 상대로나 써먹을 만한 거잖아. 그마저도 괴롭히는 용도 말고는 딱히 쓸 일이 없다고 네놈도 버려둔 권능 아니냐?]재호에게 잔뜩 생색내면서 준 것과는 다소 다른 설명.
실제로 재호를 상대로 입을 놀렸던 것에 반해 정작 본인은 잘 안 쓰는 권능이었다.
악마들을 상대로는 쓸 일이 전혀 없으며, 사실상 대륙에 진출했던 당시에나 쓸 만한 권능.
하지만 그땐 조용히 대륙 내 영향력을 키우던 시기라 함부로 권능을 쓸 수 없었다.
마기를 줄줄 흘리고 다녔으면 진작 교단 눈에 띄어 무슨 일이 나도 났을 테니까.
‘젠장! 그랬는데 알시아 저 자식 때문에……! 아, 아니지.’
문득 떠오른 아픈 과거에 칼리토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던 파이라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굴러도 이승 개똥밭이 좋다고, 자신을 포함한 모든 대공을 죽이려는 칼리토를 응원할 순 없는 노릇.
어쨌든 지금 칼리토의 반응은 확실히 이상했다.
대악마나 되는 존재가 같은 허접한 권능에 당했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후후…….”
그때, 옆에 있던 로두카의 의미심장한 웃음소리.
“뭔가 알고 있는 거냐?”
“그야 당연하지 않겠니? 내가 저 아이를 낳았는데.”
로두카는 온몸이 갈라지는 칼리토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설마 저렇게까지 절벽으로 몰릴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 슬슬 너희들 모두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준비?”
쿠구구-
다른 대공들을 따라 본체화한 로두카.
[아마 곧 우리도 전투에 참여하게 될 테니까.]* * *
밑져야 본전이라며 던진 재호의 스킬은 칼리토에게 치명타로 적중했다.
온몸을 장신구로 도배한 것뿐 아니라 전신을 코팅해 놓았다면, 뭔가를 필사적으로 감추려고 발악해 놓았다는 뜻일 터.
오직 그 추측 하나만으로 시도한 공격이었는데, 제대로 먹힌 것이다.
물론 아직 재호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진 못한 상태였다.
칼리토는 그저 몸을 덜덜 떨며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으니까.
퍼석-
후두두-
그사이에도 계속해서 부서지는 칼리토의 피부.
어느새 원래 가지고 있던 새하얀 피부보다는 아래에 감추어져 있던 새빨간 피부의 면적이 더 넓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칼리토는 얼굴을 계속 가리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무너지려는 피부를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
[안 돼… 안 돼…….]정신이 나간 듯, 중얼거리는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는 더는 전투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제대로 한 방 먹였구나.]그때 재호의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로두카의 목소리.
‘로두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재호는 머릿속 목소리를 향해 물었다.
[네가 칼리토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지.]‘역린을 건드려? 외모 콤플렉스라도 있어?’ 의심되는 건 그것 하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악마의 멘탈이 겨우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애초에 녀석이 탐욕의 대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알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거야.]의미심장한 설명이었지만 로두카는 더 자세히 말하는 건 생략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조금 전, 네가 당한 일격을 기억하겠지?]‘…알지.’ 지금까지 게임을 하면서 그런 압도적인 느낌은 처음이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이미 머리는 덜렁거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세한 건 다음에 이야기해 주마. 그리고 곧 우리도 전투에 참전할 계획이야.]‘아, 그래? 이젠 가능한 거야?’ 재호는 반색했지만 이어진 말에 기쁜 마음은 다시 사그라들었다.
[다만 네가 꼭 해 줘야 할 게 있어. 이걸 해내지 못하면 사실상, 곧 폭주할 칼리토를 잡는 건 불가능할지도 몰라.]‘뭐?! 폭주?’ 만약 좀 전에 봤던 상태로 전투를 지속한다면 재호는 절대 못 버텼다.
[그래서 우리가 개입할 수 있도록 네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다. 너 혼자서는 절대 이길 수 없을 테니. 녀석을 계속 자극해 지금보다 더 무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지금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생각보다 강한 재호의 전투력 때문.
그 과정에서 칼리토는 탐욕의 신 투플러스의 힘을 무리하게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결국 누적된 대가가 터져 버린 것이다.
[그러니 칼리토가 더 무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주면 된다. 그러면 저 아이는 스스로 붕괴하기 시작할 거야.]쉽게 말해 더 두들겨 패라는 건데…….
흠칫-
그 순간, 재호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몸을 날렸고, 소리도 없이 다가온 칼리토가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쿠과과광-!!!
공중에 제법 높게 떠 있음에도 지상까지 뒤집어 버리는 엄청난 충격파.
‘헉?!’
재호는 이걸 피해 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미 측정 불가한 일격을 먼저 맞아 본 덕에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한 것.
하지만 이런 요행을 두 번이나 기대할 순 없었다.
[음?]그런데 이번에도 추가 공격은 돌아오지 않았다.
콰앙!!
재호를 노린 것 같던 칼리토는 바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행동을 본 재호는 단순히 추락한 게 아니란 걸 알았다.
치이이이-
지상으로 흘러나온 용암을 세수하듯 자신의 얼굴로 마구 퍼 올리는 칼리토.
그 기괴한 행동에 재호는 다시금 소름이 끼쳤다.
마치 공표 영화 속, 광기에 찬 사이코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으니…….
퍽! 퍽!
거의 얼굴을 두드려 패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거친 동작들.
‘…아! 지금이 기회다!’
충격과 공포에 빠져 있던 재호는 정신을 차렸다.
분명 현재 칼리토는 반쯤 간 상태.
후우우웁-
크게 숨을 들이마신 재호는 지상을 향해 힘껏 브레스를 뿜었다.
시전 준비 동작이 조금 있어서 공방 상황에선 쓰긴 어렵지만, 저렇게 가만있어 준다면 고마울 지경.
콰아아아아-!!
시커먼 광선이 지상으로 다시 내리꽂혔다.
쿠구구-
대지가 요란하게 진동하며 폭풍을 일으켰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후폭풍에 휩쓸려 초토화되었다.
[콰아아… 쿠헥… 켁……!]하지만 브레스가 유지된 건 고작 3초.
재호는 갑자기 숨이 턱 막혀 기침해 댔다.
[연속된 브레스 사용으로 인해 과부하 상태가 되었습니다.] [재사용까지 남은 시간 : 1시간] [뭐… 뭐라고?]예상도 못 한 패널티.
따지고 보면 이 정도로 브레스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으니 몰랐던 게 당연했다.
게다가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사아아-
먼지가 걷히며 드러난 풍경은 생각과 전혀 달랐다.
주변이 폐허가 된 것에 반해 칼리토 주변은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고 멀쩡했던 것이다.
어느새 칼리토 주변으로 넓게 생겨난 황금 보호막 덕분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공격할 방법이 없을 거야. 칼리토의 은 그 어떤 보호 마법보다도 강력한 보호 권능이니까.]로두카가 그 보호막의 정체를 알려 주었다.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재호는 자신의 두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러고 아주 잠깐 고민한 재호는 결정을 내렸다.
[티나! 넌 여기서 떠나야겠다.]“네? 하지만!”
티나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재호는 빠르게 날아 파이라를 향해 다가갔다.
“왜… 왜?!”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든 재호 탓에 주춤하며 물러선 파이라.
[파이라! 티나를 네 성으로 보내 줘!]“뭐?”
“알시아 님!”
당황하는 파이라와 거세게 반발하는 티나.
하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벌어질 전투 수준은 티나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을 거란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지금 자신이 하려는 일 또한 티나가 있으면 오히려 방해였고.
물론 티나의 거센 반발 또한 예상했었다.
그래서 준비한 협박이 있었다.
[다음엔 어디 갈 때 안 데리고 갈 수도 있어.]“?!!”
재호 입에서 직접 그런 이야기가 나온 적은 없었기에 충격을 받은 티나.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후… 어쩔 수 없죠.”
재호가 티나를 데리고 다니는 가장 큰 이유이자 장점.
아주 단순해서 다루기가 쉽다는 것!
티나는 재호의 호위 기사 행세를 다시는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싶으니 순순히 물러섰다.
“대신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하지만 티나도 소득 없이 물러나고 싶진 않다는 듯 재호에게 말했다.
[일단 들어 보고.]무턱대고 수락하면 훗날 어떤 골치 아픈 일을 떠맡게 될지 몰랐다.
“어차피 쟤 성에 가 봐야 부술 것도 없고 심심하잖아요.”
“부수긴 왜 부셔!!”
태연하게 무서운 소리를 하는 티나 탓에 파이라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저도 칼리토 녀석의 성으로 보내 주세요!”
[아, 거기?]그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했다.
다른 동료들도 그곳에 있었고 어쩌면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도 몰랐으니, 티나의 합류는 딱 좋은…….
“지난번에 제 발을 쳐다보던 그 자식들 표정이 이상했어요. 가서 혼쭐을 내줘야 할 거 같아요.”
[…….]대승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인 줄 알았더니, 전혀 상관없는 개인적인 이유 탓이었다.
[그, 그래. 그렇게 해. 파이라, 부탁 좀 할게.]“…그래. 일단은 알았다.”
영 찝찝해하면서도 파이라는 텔레포트로 티나를 현장에서 떠나보냈다.
‘좋아, 그럼…….’
재호는 아직도 지상에서 용암을 바르는 칼리토에게 고개를 돌렸다.
재호는 바로 스킬을 사용해 모습을 감추었다.
주변이 탁 트인 야외이다 보니 경계 내의 풍경은 더 구별이 어려웠다.
가시거리 또한 높은 편이 아니다 보니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까지 들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재호는 거침이 없었다.
‘칼리토의 위치는 확인했으니…….’
재호는 칼리토가 있던 곳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허공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기이한 물결.
아마도 칼리토의 보호막이리라.
스윽-
다행히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진입한 재호.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얼굴을 마구 두드리는 칼리토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였다.
‘됐어. 이제…….’
드래곤 상태에서 재호는 두 다리를 지면에 단단히 고정한 뒤, 스킬을 준비했다.
브레스를 쓸 수 없는 상황.
해서 재호는 대충 비슷한(?) 스킬을 써 보기로 했다.
그건 바로…….
[] [마나 : 1,200] [재사용 대기 시간 : 30초] [강력한 인력으로 일으킨 모래 폭풍으로 적을 제압한 뒤, 일순간 폭발시켜 큰 피해를 입힙니다.] [매 초당, 공격력 10% 증가하며 공격력 250%~450%의 피해를 입힙니다.] [*주먹 공격 시에만 사용 가능.]드래곤의 주먹도 어쨌든 주먹!
분명 이 상태에서 사용하는 은 기대 이상의 위력을 보이리라.
사아아아-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강력한 흡인력.
하지만 이 특수한 장소에선 현실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오직 미약한 바람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스킬이 최대치로 충전이 완료되자 스킬을 해제했다.
[를 해제합니다.]재호가 현실로 빠져나와 그대로 을 칼리토에게 먹이려는 순간.
[헙?!!]공포에 몸이 굳어 버리고 말았다.
스킬이나 저주에 당해서?
아니… 그저 순수한 공포로 인해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어느새 재호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칼리토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던 것이다.
새하얗던 피부는 몽땅 사라진 채, 붉은 피부와 덕지덕지 바른 용암이 지글지글 끓는 모습으로…….
[으아아악!!]정말로 겁에 질린 재호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그리곤 충전되어 있던 이 칼리토의 전신을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