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88
487화
정신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상태가 나쁜 마왕은 급히 안식처로 옮겨졌다.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는 일단 최소한의 회복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
다행히 마왕성의 상부만 날아가고 지하 깊은 곳의 안식처는 살아남아 있었다.
그 후, 재호와 다른 대공들은 칼리토의 성으로 향했다.
“뭐… 우리 쪽에서 탐욕의 대공은 후보를 보내 놨으니까. 대충 정리는 됐어.”
재호는 두루뭉술하게 둘러댔다.
“생각보다 꼼꼼하게 준비했군. 아마 칼리토가 급속도로 무너진 것엔 분명 그런 사정도 있었을 거다. 투플러스가 다른 계약자에게 관심이 가는 걸 느꼈을 테니.”
그 말을 듣는 재호는 속이 체한 듯이 더부룩했다.
대체 투플러스란 놈은 무슨 생각으로 스트로앤 주교를 받아들였단 말인가!
하지만 자세한 사정은 이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현장에서 싸움을 벌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
“새로운 탐욕의 대공이라……. 오랜 시간 동안, 우린 서로 질리도록 봐 오긴 했지. 오랜만에 새로운 얼굴이 나타났다고 하니 조금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너무 새로워서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
“그건 그렇고 정말 이걸로 된 거야? 아무 문제 없는 거야?”
재호는 파지크에게 다시금 물었다.
덮어 두기로 암묵적 합의가 되었다곤 해도 이렇게 그냥 넘어가는 게 쉽게 이해되진 않았던 것이다.
“당연히 확인할 것이다. 하지만 탐욕의 대공 쪽이 더 우선시 되는 일일 뿐. 새로운 마계의 질서를 위해…….”
그 순간, 파지크의 말끝이 점점 흐려졌다.
그리곤 걸음도 우뚝 멈추었고, 함께 걷던 다른 대공들도 충격으로 입을 쩍 벌렸다.
“이, 이 기운은……!!”
누구보다 경악한 건 이 특유의 강건한 기운에 된통 당한 적 있는 디아키!
쿠웅-
잠시 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마중을 나온 강철 팬티의 (전)사제.
“오셨군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 분위기.
목소리 또한 강건한 스트로앤 주교가 그들을 맞이했다.
그 누구라도 스트로앤 주교를 본다면 절대 마계의 대공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에게선 여전히 충만한 신성력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두 눈에는 특유의 정의감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직접 마주한 대공들의 충격은 어지간할까?
분명 눈앞에 있는 존재는 새로운 탐욕의 대공이란 걸 느낄 수 있음에도, 지켜보는 두 눈이 계속 의심되는 상황.
“스트로앤 주교님.”
충격으로 몸이 얼어붙은 악마들은 둔 채, 재호가 먼저 그에게 다가갔다.
“다른 사람들은……?”
일단 재호는 주변에 보이지 않는 동료들부터 확인했다.
혹시라도… 스트로앤 주교가 예전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면 동료들에게도 어떤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잘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혀 예상 못 한 사태가 벌어진 탓에 제가 먼저 나와 설명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담담한 그의 목소리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정말로 탐욕의 대공이 된 겁니까?”
“허허, 어쩌다 보니 일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란 걸 스트로앤 주교가 인정했다.
“많이 놀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스트로앤 주교는 멋쩍어하며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설명했다.
* * *
스트로앤 주교와 일행이 도착한 장소에서 곧 나타난 황금 눈.
그리고 머지않아 탐욕의 신 투플러스의 시험이 갑자기 시작되었다.
그런데 시험의 진행 자체가 그들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다.
원래라면 시쿠드를 시험 참가자로 내세우는 것이 목표.
하지만 시험은 해당 장소에 들어선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져 버렸다.
즉, 그 공간 자체가 투플러스의 시험장이었고, 일행 모두는 경쟁자가 되었던 것이다.
기준은 하나였다.
누가 가장 탐욕으로 가득 차 있는가?
그리고 그 경쟁에서 어처구니없게도 스트로앤 주교가 1등을 해 버렸다.
“마, 말도 안 된다!!”
그때, 넋이 나간 채 듣고 있던 파이라가 기겁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마신인 투플러스가 아나볼릭의 종과 계약을 한다고?!”
재호도 그게 의문이었다.
아무리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중, 스트로앤 주교가 가장 탐욕적이었다고 하더라도 탐욕의 대공이 되기엔 조건 자체가 비합리적이었다.
투플러스가 미치지 않은 이상 말이다.
“아니, 하나 가능성은 있어.”
그때, 줄곧 침묵에 빠져 있던 로두카가 말했다.
마계의 시작과 함께해 온 그녀는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그들은 마계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거든.”
일곱 마신은 마계만의 신이 아니었다.
“투플러스는 그저 자신과 계약을 할 만한 최적의 대상을 찾은 것이겠지.”
“그게 저 마계의 원수라고?!”
솔아이는 거품을 물며 소리쳤다.
“짜증을 부릴 대상이 잘못됐군. 그건 아나볼릭보다 형편없는 잠재력을 보인 악마에게 따지는 게 좋지 않을까?”
로두카가 말하는 이는 시쿠드…….
재호는 미리 시쿠드의 명복을 빌었다.
“결론은 저자가 투플러스가 만족할 만큼 뛰어난 탐욕을 보여 주었다는 뜻이야. 오히려 나는 대체 저자가 지닌 탐욕의 근원이 무엇이기에 투플러스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궁금한데?”
로두카의 말처럼 재호도 그게 궁금했다.
“뭐, 별건 아닙니다.”
스트로앤 주교는 재호를 바라보며 답했다.
“오히려 저는 시쿠드가 그 정도 각오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스트로앤 주교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시험에 든 스트로앤 주교와 다른 이들은 정체불명의 공간에 각자 홀로 던져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각자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탐욕을 자극한 투플러스.
그리고 스트로앤 주교는 다름 아닌…….
“아주 다양한 운동 기구들을 보여 주더군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아무리 마신이라지만 신은 신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
“분명 제 상상에 불과할 것인데, 온몸에 자극이 생생히 오더군요. 덕분에 제대로 기분을 좀 냈더니 갑자기 이렇게 되었습니다.”
“…….”
“교단으로 돌아가면 그곳에서 본 기구들을 한번 구현해 볼까 싶습니다. 아마 다들 좋아할 겁니다. 허허-”
“…….”
재호는 왠지 알 것 같았다.
이 광기의 헬스맨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뭔 미친 소리냐?”
“지금… 고작 운동 따위로 탐욕의 대공이 됐다고?”
“대공이 고작 그따위 힘자랑만으로 되는 자리었어?!!”
대공들은 경악하며 분노를 터뜨렸으나,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나볼릭 교단이 대륙에서 어떤 짓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 테니까.
이들의 근육 사랑은 ‘진짜’였다.
“뭐… 방법이 전혀 없진 않다.”
두통이 오는지, 이마를 부여잡은 파지크가 말했다.
“어차피 상호 합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승계하는 건 가능하니 새로운 대공 후보가 나올 때까지만 저놈에게 맡겨 두면 된다.”
서로 문제가 될 만한 건 눈감아 주기로 한 상황.
상대가 아무리 아나볼릭 교단의 사람이라고 해도 당장 죽이려고 덤벼들 순 없었다.
특히 차기 대공 후보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니 더더욱 말이다.
“아,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재호는 안심했다.
아무리 그래도 스트로앤 주교를 악마 대공으로 계속 둘 순 없었으니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스트로앤 주교가 그 제안을 반대했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제가 이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는 게 나을 겁니다.”
“예?”
이 끔찍한 장소에 남겠다고?
“마계를 지탱하는 한 축인 탐욕의 대공 자리를 악마가 아닌 제가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대륙은 더 안전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
스트로앤 주교의 희생정신은 일반인의 범주를 넘어선다는 걸 알곤 있었지만, 설마 스스로 대악마가 되기를 자처할 정도라곤 예상을 못 했다.
그리고 그 발언은 당연히 다른 악마들에게 극렬한 반대를 불러일으키는 게 당연했고…….
[난 인정할 수 없다!!!]콰아앙-!!
결국 인내심의 한계가 무너진 솔아이가 자신의 힘을 폭발시키며 본체화를 했다.
[당장 마계에 위험이 닥치더라도 이 자리에서 저 불쾌한 것을 지워 버리겠다!!]하지만 그가 하나 착각한 게 있었다.
애초에 스트로앤 주교의 무력은 대악마에 거의 근접한 수준.
힘이 빠진 디아키나 파이라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으며, 멀쩡한 대악마를 상대로는 조금 모자란 정도였다.
하지만 악마 대공이 된 지금이라면?
콰아앙-!!
스트로앤 주교의 몸이 벌크업 되더니 평소보다 더 거대해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범주 내였고, 악마들처럼 골격 자체가 변하지는 않았다.
그 탓에 솔아이보다 한참 작은 덩치였고, 파리 쫓듯 휘두르면 곧 죽을 것 같았지만…….
“후웁!”
스트로앤 주교는 솔아이가 뭔가를 하기도 전에 먼저 주먹을 내질렀다.
바로 앞의 허공에다 대고 휘두르는 동작일 뿐이었지만, 곧이어 상상 이상의 일이 벌어졌다.
꾸우웅-!!
스트로앤 주교의 뒤쪽에서 나타난 반투명한 황금 거인.
그것의 주먹이 솔아이의 가슴을 정확히 때린 것이다.
[커헉?!!]솔아이는 이상할 정도로 쉽게 얻어맞곤 비명을 질렀다.
그 일격 본 대공들은 스트로앤 주교가 단순히 주먹을 내지르기만 한 게 아니란 걸 금방 깨달았다.
“권능……!”
“칼리토와는 다른데?!”
솔아이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어 놓은 강력한 권능이 작용했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
“예?”
스트로앤 주교의 중얼거림에 재호가 물었다.
“탐욕의 신 투플러스가 꽤 재밌는 힘들을 주더군요. 아마 제 탐욕의 근원에서 비롯된 권능인 것 같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대상의 힘 수치에 비례하여 중력이 강화됩니다.]“…….”
어떤 원리의 권능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
하지만 솔아이를 향한 스트로앤 주교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마치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권능을 퍼부으며 주먹을 휘두르는 스트로앤 주교.
막 탐욕의 대공이 되었기에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싸움을 건 솔아이는 무작정 당하기만 했다.
[크아아악! 이 벌레 놈이!!]대공으로 살아오면서 느끼기 쉽지 않은 집요한 반복 육체노동의 고통.
그 생소한 고통에 발버둥을 쳤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트로앤 주교의 물리 공격이 어설픈 것도 아니었다.
주먹 한 방 한 방에 엄청난 물리력이 담겨 있었으니…….
솔아이 또한 저주를 비롯한 권능으로 대응을 시도했지만, 문제는 스트로앤 주교가 아나볼릭 최고의 병기… 아니, 신실한 사제라는 점이었다.
스아아아아-
엄청난 광채가 스트로앤 주교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그리곤 그의 등 뒤로 생겨났던 황금 거인에게서 영롱한 빛이 덧씌워지며 낯익은 모습으로 변모했다.
“아나볼릭 화신!!”
과거 마계로 넘어왔을 당시, 파이라를 막아 세웠던 그 신성한 힘이 주변의 마기를 태우기 시작했다.
[크으윽!! 너희들은 구경만 하고 있을 거냐?! 저 역겨운 놈을 그대로 둘 거냐!!]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고통에 솔아이가 발악했다.
대놓고 도움 요청을 받은 다른 대공들은 난처해졌다.
재호와 암묵적 합의는 했지만, 그 기준을 제대로 정해 놓지 않은 여파가 여기서 터진 것이다.
게다가 꼭 그게 아니더라도…….
‘인간이 어떻게 저 정도의 신성력을…….’
엄청난 신성력을 뿜어내는 스트로앤 주교에게 쉽사리 접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싸움에서 질 것 같아서 때문이 아니었다.
악마인 그들 관점에서 스트로앤 주교는 한마디로…….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완전히 상극인 농도 높은 신성력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