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9
48화
덜컥―
쿠르르르르―
창고 내부가 요란하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가장 안쪽의 벽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아래로 꺼지면서 드러난 것은 또 다른 통로.
[을 발견하였습니다!]“광산?!”
광산이라는 말에 재호는 솔깃했다.
어쩌면 이 안에는 정말로 돈 되는 것이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당장 그곳에 들어가는 건 무리였다.
‘던전이라고 하면 시간이 좀 애매해. 곧 접속 제한 시간이기도 하니 차라리 다음에 가는 게 낫겠어.’
애매하게 중간에 끊을 바엔 차라리 준비해서 엘프들과 사만다까지 데리고 가는 게 나을 듯했다.
치이이―
캡슐을 빠져나온 재호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뒤, 짐을 챙겼다.
주말이라고 쉬지 않고 플레이한 탓에 여간 몸이 뻐근한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재호를 지원한답시고 헬스장 출근도 중단시킨 우람 덕에 시간이 남아도는 상황이었으니.
그나마 운동은 계속 꾸준히 하고 있기에 체력적으론 문제가 생기지는 않고 있었다.
“음? 운동 가니?”
거실에 있던 은혜가 재호에게 물었다.
“네. 가서 몸이나 가볍게 풀고 오려고요.”
“그래, 건강도 잘 챙겨가면서 하렴. 아! 그나저나 너 결정은 내렸니?”
“……네?”
웬 결정?
“에휴……. 그럴 줄 알았다.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은혜는 잠시 음소거 해 놓았던 TV의 소리를 높였다.
―……를 보았을 때, 알시아는 자신의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 신비주의 컨셉을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게임단들 중, 어느 곳도 그와의 계약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는 게 증거지요.
―아예 프로리그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른바 엘리시아 콜센터 직원들이 꽃 관련 문의가 아니면 완전히 귓속말 자체를 차단해 버린다고 하더군요.
―관심이 없는 거면 굳이 그 정도로 과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지요. 아마 곧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가 오리라 봅니다.
―글쎄요……. 최근 오톨크 지역에서 있었던 대형 축제 현장에서 알시아를 봤다는 제보도 있는데요. 본인의 퀘스트가 바빠 그럴지도 모른다고…….
―하하, 김 의원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귓속말을 거절할 정도는 아닙니다. 확신합니다! 이건 백퍼센트 몸값 부풀리기입니다! 그리고 알시아는 왕입니다. 왕이 그런 먼 곳까지 혼자 원정을 나간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
방송을 본 재호는 말문이 막혔다.
대체 게임 하는 동안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건지…….
“쯧쯧……. 너 표정을 보아하니 전혀 모르고 있었구나?”
“어…… 보고 체계에 약간의 혼선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넌 어떻게 할 생각이니?”
“그……글쎄요?”
뭘 알아야지.
뉴월드에 프로게임단이 생긴다는 것도 우람을 통해서 처음 들었었고, 애초에 이 게임에서 프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우선은 저녁에 접속하면 직원들한테 확인 좀 해 봐야겠네요.”
게임단 쪽에서 자신에게 온 연락이 정말 있었는지부터 확인해 봐야 했다.
하지만 헬스장으로 나간 재호는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 * *
“뭐?”
헬스장을 나온 완식에게 들은 충격적인 소식.
“네가…… 납치당했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함완식의 납치?!
“웃기는 소리하네.”
재호에게 가려져 그렇지, 완식도 따로 놓고 보면 만만치 않은 비주얼이었다.
어지간한 사람은 말도 못 붙일…….
“……게임 속에서 그런 게 잘도 먹히겠다.”
완식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어쨌든……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불곰 길드 놈들이야.”
완식이 짜증난다는 듯 말했다.
도저히 대응이 불가능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엘프의 심부름을 위해 숲으로 가던 중, 테일러에게 기습을 당해 그대로 납치되어 버렸다.
과연 랭커 암살자다운 실력이었다.
완식이 조금도 저항하지 못한 채로 잡혀 버렸으니.
다만…….
“그 멍청한 새끼가 나랑 너랑 헷갈려서 잘못 납치했더라. 전에 너한테 털리는 것도 그렇고, 어디 좀 모자란 놈 같더라.”
“약간…… 그런 거 같긴 하더라. 암살 실패하니 정정당당히 싸우잔 개소리나 하고.”
테일러가 안다면 눈이 뒤집혀 달려들 소리였다.
“아무튼 난 지금 불곰국 지하 감옥에 있다. 참나, 살다 살다 감옥을 가 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네.”
“안 보내준대?”
“보내주겠냐? 불곰 놈들이? 나보고 너한테 연락하라더라.”
“너랑 내가 친구인 건 어떻게 알고?”
“애초에 엘리시아에 있는 인간 중에 자유롭게 활동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불곰도 머리가 있으면 대강이나마 알고 있겠지.”
더군다나 최근 후카의 방송에서도 ‘사천왕’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
“근데 XX! 넌 또 귓말 차단해놨더라?”
“아, 아직 안 풀었나?”
“이 새끼, 대체 언제부터 해 놓아서 그 소리를 하는 거야?!”
“메이나 사만다한테 대신 알리지 그랬어? 그럼 나한테 전해 주겠지.”
“감옥에 가면 귓속말이 막힌다고!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대체 게임을 어떻게 하냐?!!”
완식은 분통을 터뜨렸으나 재호는 귓등으로 듣고 넘겼다.
“후……. 됐다. 어차피 당장 구해달라고 할 건 아니었어. 알고나 있으라고.”
“응? 거기서 탈출할 방법이 있는 거야?”
“당연하지. 멋대로 이렇게 납치 감금해 놓는 게 시스템적으로 가능할리 없잖아. 그랬다간 게임 망한다고.”
완식의 말대로, 플레이어들은 감옥에 갇혀 있어도 최장 한 달이었다.
특히 아무런 죄목이 없으면 하루 뒤, 풀려나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뭐, 불곰국에서 다시 돌아가는 게 좀 성가시긴 하겠지만……. 걔들이 나 죽여도 럭시 숲 부활로 되어 있고.”
전혀 문제될 건 없었다.
하지만 완식은 너무 낙관적이었다.
불곰 길드가 세계 최대 규모의 세력을 일궈낸 것은 그저 운이나 머릿수만이 아니긴 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치사한 짓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까.
* * *
운동을 마친 후, 다시 접속한 재호는 곧장 콜센터 직원들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알시아님을 찾는 귓속말이요?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는데요…….
“…….”
하긴, 재호가 귓속말 코드를 공개했을 때도 쓸데없는 연락이 대부분이었으니.
―그리고 조금 전에 작업 의뢰는 몇 건이 있었어요.
―아, 기한이 언제죠?
―딱히 정해진 기한은 없다곤 하는데 최대한 빨리 해 줬으면 좋겠다고 그러던데요.
아무래도 광산만 확인하곤 곧장 돌아가 봐야 할 듯싶었다.
엘프 다섯 명과 사만다로 구성된 파티가 광산 입구에 모였다.
“그럼 저희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재호를 위험에 빠트릴 순 없단 이유로 먼저 엘프들이 광산에 발을 들였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안전을 확인한 엘프의 외침에 재호와 사만다 역시 안으로 들어섰다.
아래로 길게 뚫린 통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간 끝에 도착한 드넓은 공동.
횃불이 아니면 볼 수 없을 정도의 장소였다.
여기저기 버려진 삽과 곡괭이 같은 연장들도 보였는데, 오랜 세월 동안 사용되지 않은 듯 모두 자루가 삭은 상태였다.
재호 광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혹시 눈에 띄는 비밀 장치가 또 있나 살폈다.
―이곳은 정령력이 아주 미약하다. 오랜 시간 외부와 단절되어 있었단 뜻이지.
징징이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뭘 캐던 거지?”
재호에게 광물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었다.
그저 다 똑같은 돌멩이로만 보일뿐.
“앗! 알시아님!!”
그 순간, 엘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를 보십시오!”
“위?”
고개를 들어 올리자 눈에 들어온 광경!
“헉?!”
천장에서 정체불명의 빛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횃불로 밝힌 것 치곤 주변이 유난히 밝다 싶었더니, 그 이유가 바로 저것들이었다.
“저게 뭐지?!”
“‘발광종유화’입니다!”
“발…… 뭐, 뭐라고?”
“꽃입니다, 꽃!”
“?!”
그 말에 재호는 곧장 관찰 스킬을 사용했다.
[발광종유화] [관찰 진행률 : 50%] [깊은 동굴 속, 극히 희박한 확률로 피어나는 신비의 꽃입니다.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며, 많은 전문가들조차 재배하지 못한 꽃입니다.(더 보기)] [(중략)] [*효능] [1. 어둠 속에서 모든 전투 능력치가 20% 증가합니다.] [2. (미확인)]기본 효능 부분을 읽은 재호는 경악했다.
모든 전투 능력치가 20%나 증가한다고?
[이 ‘발광종유화는 정말 정말 희귀한 꽃이다.’라고 말합니다.]“놀랍습니다. 저희도 발광종유화는 본 건 아주 오래전인데.”
엘프들도 굉장히 놀란 모양인지, 들어 올린 고개를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 ‘그런데 발광종유화는 자생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합니다.]“음? 그게 무슨 말이야?”
[이 ‘발광종유화가 이 정도로 번식했다는 건 누군가 직접 관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말합니다.]쿠웅―
꼰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순간 공동 전체가 세차게 뒤흔들렸다.
“뭐, 뭐야?!”
무너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센 진동은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쿵― 쿵― 쿵―
규칙적으로 들리는 진동은 마치…….
‘발소리?’
추측은 사실이었다.
―감히 내 광산에 발을 들인 놈들이 누구냐!!!
쩌렁쩌렁한 외침이 공동 깊은 곳에서부터 들려왔다.
[강력한 공포 효과가 당신의 정신을 옭아맵니다.]“헉?!”
눈앞이 캄캄해진 사만다.
하지만 재호는 패시브 덕분에 멀쩡히 서 있을 수 있었다.
쿠우웅―
공동과 이어진 커다란 통로에서 나타난 거대한 생명체.
“거, 거인?!”
산골 자연인의 광산이라며?!!
발광종유화의 빛 덕분에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거인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피부에는 돌인지 각질인지 모를 것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그가 긁적일 때마다 우수수 떨어졌다.
―당장 여기서 꺼져라!!
그와 동시에 거대한 손바닥이 재호와 사만다를 향해 내리꽂혔다.
깔렸다간 꼼짝없이 육포가 될 상황!
“감히!!!!”
하지만 재호의 곁에는 든든한 호위들이 있었다.
쩌저어어엉―!!!!
―크아아악?!!!
엘프들이 쏘아낸 화살들이 거인의 손바닥에 닿는 순간 폭발을 일으켰다.
“자, 잠깐만!! 여기서 폭발을 일으켜도 괜찮은 거야?!!”
―뭐, 뭐냐? 귀쟁이놈들이냐?! 크오오!!!
그제야 거인도 엘프들을 알아본 것인지, 미쳐서 날뛰기 시작했다.
“야야!!! 이러다 동굴 무너진다고!!”
재호는 기겁하며 떨어지는 돌들……이 아닌 각질들을 피했다.
샤샤샤샥―
게다가 왠지 다리가 많이 달린 녀석의 발소리까지 사방에서 들려왔다.
“저희가 빛을 밝히겠습니다!!”
마법으로 주변을 밝혀주는 것인가 싶었으나…….
“샐라임!”
그들은 불의 정령을 소환해 버렸다.
주변이 환해지긴 했으나…….
콰과과광!!!!
전투가 한층 더 격렬해진 것은 덤이었다.
[이 ‘아직도 엘프들을 모르냐?’고 말합니다.]꼰대의 잔소리에 반박할 여유는 없었다.
어쨌든 불의 정령들 덕분에 주변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키이이익―!!!
길이가 거의 1미터는 될 법한 지네들이 그들 주변을 포위하듯 둘러싼 상황!
‘너, 너무 혐오스럽잖아!!’
재호는 재빨리 모종삽을 꺼내 대응했다.
‘첫 실전……!’
한편, 전직 후 처음으로 찾아온 실전에 사만다는 들떴다.
계속 불에 굽히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 기회였으니!
최하급 정령의 힘이 사만다의 단검에 깃들자 기다란 화염날이 솟아났다.
화르르르―!!!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형성되는 화염 꼬리가 삽시간에 지네들을 불태웠다.
‘대, 대단한데?’
재호는 화려한 사만다의 공격에 감탄했다.
게다가 레벨도 높아 이런 벌레 정도는 압도적으로 썰어 버렸으니, 언뜻 보기엔 엘프보다도 강해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현재 엘프들은 핵심인 거인을 두들겨 패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크아아아악!!!!!
쿠우웅―
결국 고통에 한쪽 무릎이 꺾인 거인!
그 타이밍에 맞춰 주변의 벌레들 역시 대부분 정리가 되었다.
“가자!!”
재호는 사만다에게 소리쳤다.
거인이 죽기 전에 조금이라도 때려 놓아야 보상을 많이 받을 테니까!
하지만 사만다와 달리, 재호의 작은 모종삽으론 아무리 찔러 봐야 거인의 피부를 뚫고 직접 타격을 주기가 어려웠다.
그 탓에 데미지 역시 반감되었고.
‘확실히 충격을 줄 만한 위치를 찾아야 해……!’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거인의 맨발!
‘저기라면……?!’
판단과 동시에 빠르게 행동에 나선 재호!
그리고 모종삽을 정확하게 거인의 발가락, 정확히는 발톱 아래를 찔러댔다.
푹푹푹―
―크허어어억!
기절할 듯이 비명을 질러대는 거인!
―이, 이 잔악무도한……!!!
“시끄러워!!! 먼저 터뜨려 죽이려 한 게 누군데?!”
거인은 발차기를 시도했으나, 재호는 아예 발가락에 매달려 찔러댔다.
[이 ‘먼저 침입한 건 우리…….’]하지만 재호에겐 꼰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