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91
490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마계에서의 일은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듯싶었다.
잃은 것도 있었지만 얻은 것도 그만큼 많은 상황.
하지만 유일하게 잃기만 한 이가 있었다.
파이라… 는 아니고, 바로 시쿠드.
머-엉.
넋이 나간 채, 널브러져 있는 시쿠드 앞에 재호가 나타났다.
“자냐?”
재호는 시쿠드를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눈을 똑똑히 뜨고 있는데 자냐고 묻는 건 무슨 심보입니까?”
불만이 뚝뚝 흘러나오는 말투.
“말투가 좀 그렇다?”
“지금 상황을 보십시오. 제가 성질이 안 나겠는지.”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시쿠드의 문제였다.
악마가 악마 대공이 되기 위한 시험에서 인간에게 져 버렸으니…….
아마 그 사실이 퍼져 나간다면 악마들의 수치라고 손가락질을 받을지도 몰랐다.
“넌 대체 무슨 시험이었기에 스트로앤 주교에게 진 거야?”
완식에게 듣기론 일종의 심리 테스트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다.
평소 플레이 패턴을 분석한 것인지, 정말 고민되는 선택지들을 놓고 고르도록 한 것.
스트로앤 주교에겐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었던 재호는 플레이어와 NPC 사이에 방식 차이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NPC와 달리 플레이어는 하나의 캐릭터도 딱 정의할 수가 없기 때문인 듯싶었다.
어쨌든 완식의 경우엔 근육과 돈이었는데, 돈을 선택하면서 탈락하고 말았다.
“아니, 내가 아무리 근육 키우는 데 환장했다고 해도 돈보다는 아니야!”
그렇게 항의해 본들, 시스템은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궁금하긴 했는데, 사실 완식만큼 편히 물어볼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 보니 참았다.
아무래도 그 사람의 은밀한 부분을 건드리는 테스트로 보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시쿠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게…….”
시쿠드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재호 앞에서 이야기하려니 창피해진 모양.
하지만 악마의 사생활까지 배려해 줄 생각은 없었다.
일이 이 정도로 꼬이게 한 원인은 확실히 알아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으니까.
“어… 듣고 제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알았어. 이미 끝난 일인데 뭘 어쩌겠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사실 전… 알시아 님을 고문하는…….”
“?”
재호는 당황했다.
자신을 고문하는 게 시험으로 나온 사실에 놀랐다기보단…….
“그런 것도 탐욕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애초에 탐욕을 시험하기에 적합한 주제인가 의문이 든 것이다.
“결국 날 고문하지 못해서 실패한 거야?”
스트로앤 주교는 누구보다 열심히 쇠질을 한 덕에 자신의 탐욕을 증명했지만, 시쿠드는 하지 못했으니…….
“아! 그게 아니라 더 큰 힘과 알시아 님 고문 중, 저는 고문을 선택해서 실패한 것 같습니다.”
“응?”
예상 못 한 이야기에 재호는 잠시 당황했다.
“너도 선택지였다고?”
스트로앤 주교는 바로 쇠질만 했다고 들었었던 재호.
하지만 이내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냥 다른 건 눈에도 안 들어오고 기구들만 본 걸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시쿠드가 왜 이야기하기를 망설였는지 이해했다.
왜 자신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했는지…….
“책임이라고 했지 죽음까지 꺼내진 않았는데 말입니다?”
시쿠드는 움찔하며 말했다.
“응? 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탐욕의 대공이 되는 것보다 재호를 고문할 기회를 택했는데?
“…….”
“농담이야.”
바로 재호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이미 말했듯, 일이 벌어져 버린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시쿠드를 굳이 죽이지 않더라도 써먹을 곳은 있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너는 스트로앤 주교를 도우면 돼.”
“예? 그… 그 냄새 나는 괴물… 이 아니라……. 대공님 말입니까?”
좋은 것 같으면서 마냥 좋다고 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리스피롤에 처박혀 서서히 말라죽어 가던 운명에서 대공의 최측근이 될 기회를 얻었으니 분명 대단한 일이었지만… 그 대공이 악마가 아니었으니까.
“스트로앤 주교는 계속 마계에 머무는 게 아니라서. 자리를 비우는 동안엔 아마 네가 이곳을 대신 관리하게 될 거야.”
“헉?! 그, 그게 정말입니까?”
하지만 추가 설명을 들은 시쿠드는 경악했다.
단순히 종노릇을 하는 게 아닌, 이 거대한 영토를 다스리기 위한 권한 대행이 된다는 뜻!
비록 대공이 되는 것엔 실패했지만 그 비슷한 권력은 얻게 되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또한 스트로앤 주교가 계속 마계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라면 더더욱…….
“여,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잔뜩 들뜬 시쿠드의 목소리에 재호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시쿠드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 같았으나, 재호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크크… 크흐흐…….”
“…….”
악마 같은 음흉한 웃음을 흘리는 시쿠드를 뒤로하고 재호는 자리를 떠났다.
다음으로 찾아간 건 역시 이 사태의 중심에 선 스트로앤 주교.
재호가 찾아갔을 때, 그는 무릎을 꿇은 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아닌 척해도… 역시 씁쓸한 모양이네.’
스트로앤 주교는 아나볼릭 신이 직접 몸을 빌려 강림할 정도로 신실한 인물.
아무리 대의를 품고 지금의 희생을 자처했다곤 하지만, 내심 슬프긴 할…….
“후우- 흡!”
…는 스쿼트를 하고 있었다.
“아! 폐하! 오셨습니까? 기척이라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스트로앤 주교는 밝은 얼굴로 재호를 맞이했다.
“아… 방금 왔습니다. 그리고 시쿠드에겐 따로 이야기해 두었습니다.”
스트로앤 주교에게 시쿠드가 앞으로 그를 도울 것임을 알려 주었다.
“허허,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폐하께서 그 악마에게 이야기하는 게 더 효과가 좋을 것 같아 부탁드렸는데……. 괜한 수고로움을 안겨 드리진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재호는 스트로앤 주교에게 한번 알아봐 주길 바랐던 것에 관해 물었다.
바로 페르마 사막에 걸린 저주!
원래 계획이라면 다음 탐욕의 대공에게서 파이라가 저주를 이전받는 게 목표였다.
물론 시쿠드가 아닌 스트로앤 주교가 된 이상, 그 계획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냥 스트로앤 주교가 계속 지니고 있어도 되었으니까.
하지만 재호는 칼리토와 싸우면서 의문이 하나 생겼었다.
‘왜 협박을 안 하지?’
사실 칼리토와의 전투에서 재호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페르마 사막의 저주를 거두어들이겠다는 협박.
충분히 궁지에 몰린다면 그것을 가지고 자신을 흔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런 행동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히 자존심을 세운 것인지, 아니면 제정신이 아닌 상태까지 몰리다 보니 미처 떠올리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그럴 수 없었던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기에 저주에 관해 확인을 부탁한 것이었다.
“제가 인계받은 탐욕의 대공의 업보는 모두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페르마 사막의 저주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던가요?”
“이미 알고 계신 그대로였습니다. 상당히 복잡한 저주를 중첩해 놓아 그 사막을 유지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혹여나 저주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그 장소가 신기루처럼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
재호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미 저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페르마 사막은 단단한 퇴적층을 형성했습니다. 아무리 강대한 악마라 하더라도 역사가 녹아든 대자연을 멋대로 조작할 순 없는 법이지요. 게다가 마계와 대륙의 연결 고리가 과거보다 약해진 지금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다시 말해 페르마 사막은 안전하다는 뜻.
“아마 칼리토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자신을 망설임 없이 노리는 폐하의 모습에서 어쩌면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난 것이라 착각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재호 입장에선 정말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이참에 그런 불길한 기운은 거두어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주를 제거하자고요?”
재호는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바로 저주를 해제해 버릴 경우, 어떤 일이 생길지 몰랐으니 말이다.
“허허, 그러실 줄 알고 제 나름대로 구상한 계획이 있습니다.”
척하면 척인 스트로앤 주교.
“임모탈리언들에게 마계 출입을 허가해 주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을 이용하는 겁니다.”
스트로앤 주교는 계속 설명을 이었다.
“저주를 거두어들인다는 것은 곧 탐욕의 대공의 힘을 회수하는 것. 하지만 전 이 어두운 힘을 사사로이 쓰지 않고, 임모탈리언들이 마계로 출입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페르마 사막에 씌워진 힘을 바로 그것에다 쓰는 것!
단번에 저주를 제거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었다.
“그거 괜찮겠는데요?”
재호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대륙으로 돌아가면 곧장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지요.”
“아! 그리고 하나 더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재호는 스트로앤 주교에게 또 다른 부탁을 요청했고, 이야기를 들은 스트로앤 주교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됐습니다. 말씀하신 저주를 거두어들였습니다.”
잠시 집중하던 스트로앤 주교는 ‘무언가’를 한 뒤 재호에게 알려 주었다.
“감사합니다!”
재호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그리고 대륙으로 돌아가 스트로앤 주교가 해 준 ‘무언가’를 확인할 생각에 벌써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것으로 이제 마계에서의 일은 마무리가 되었다.
우여곡절이 많았고,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긴 했어도, 결과적으로 그리 나쁘진 않다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미래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더 좋아질지도 모를 일.
“그럼 돌아가죠!”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진 마계 원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 * *
엘리시아 화원에 대한 환상.
이제 사람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단순히 재호만 생각하고 엘리시아 화원으로 가기엔 그곳은 상당히 척박한 장소라는 걸.
물론 엘리시아 화원 자체는 이제 어지간한 대도시만큼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었고, 많은 사람이 왕래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 성장을 해야 할 플레이어들 처지에선 별로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특히 뉴비들에겐 말할 필요도 없는 척박한 환경 그 자체.
그나마 전럭협에 가입한다면 기본적인 작업(?) 지원과 엘프 상대법 정도는 받을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성장 지원은 받기 힘들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주변에 괜찮은 사냥터가 없다는 것.
아니, 애초에 모든 성장 레벨대가 마찬가지였다.
럭시 숲과 페르마 사막은 사냥터로서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장소였으니 말이다.
그런 진실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엘리시아 화원은 평범, 무난함으로 대표되는 정석적인 플레이를 원하는 이들은 꺼리는 곳이 되었다.
대신 색다른 경험이 하고 싶은 이들, 혹은 게임 자체를 즐기는 이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도시.
또는 대형 퀘스트를 기대하고 존버하는 이들의 도시.
아니면 악어가족 팬들이 모이는…….
아무튼 정체성을 명확하게 세우기 힘든 이곳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한 파티가 있었다.
“저기요……. 여기 마계 가는 길이 어디예요?”
아주 순수한 호구 파티가 말이다.
“네?”
전럭협 본부에서 업무를 보던 소속 플레이어는 그들의 물음에 당황하며 물었다.
“마계 가는 걸 왜 여기서 찾아요?”
“네? 하지만 전럭협에 가입하면 마계 갈 수 있다고 하던데요?”
그러면서 내보이는 건 다름 아닌…….
[??전세계 럭시숲 협회??길드원 모집! 길드 가입 시 월화수 벌목 키트 증정 ★무료 엘프 상담 3개월 ★엘프 호감도 <>까지 단기 속성 성장★【전럭협】★마계 출입 상담 ★전럭협 길드 카페, 또는 엘프 상담소로 문의(귓속말 코드 : elf666)]“…….”
그 찌라시를 본 전럭협은 당황했다.
길드원들 멋대로 모객 행위를 하다 보니 이런 오해(?)가 생겨난 모양인데…….
“저희 벽 만나곤 진짜 레벨업 너무 힘들어서……. 진짜 가입하면 마계로 보내 주는 거예요?”
“그게…….”
이 순진한 플레이어들을 보고 있으니 괜히 미안해지… 기는 개뿔.
‘간만의 월척이다!’
뉴비나 영 정신 나간(?) 이들 말고는 전럭협 길드에 관심을 잘 안 보이는 게 현실.
‘장비 때깔이나 밸런스 좋은 파티 구성. 제법 고레벨인 것 같은데?’
이런 이들을 길드로 끌어들일 기회는 거의 없었다.
“하하! 잘 왔습니다! 물론이죠! 마계요?! 당장은 안 되겠지만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일단 가입시킨 뒤, 훗날 터질 문제는 잘 수습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입을 놀리는 전럭협.
그때였다.
-긴급 공지! 조금 전, 알시아 님 마계에서 복귀! 네잎클로버 연합에 특급 소식 전파!
길드 채팅으로 중요한 정보가 도착했다.
-마계 출입소 개설 예정!
“?”
전럭협 플레이어는 난데없는 소식에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