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94
493화
캐슬사의 광고는 생각보다 더 큰 이슈를 몰고 왔다.
옥한돌 회장이야 경쟁사이다 보니 누구보다 빠르게 보고를 받았던 것일 뿐, 꼭 그에게 듣지 않았어도 재호는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평원.
그곳에서 난동을 부리는 거대 고릴라… 는 사실 꽃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그리곤 온몸을 꽃으로 뒤덮은 채 만족하는 고릴라의 모습과 대비되는 폐허가 된 꽃밭 풍경.
[캐슬은 다릅니다.]그런 멘트와 함께 캐슬사의 로고가 광고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아예 대놓고 재호와 일성을 저격한 광고였다.
대회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자신들의 신형 캡슐 출시도 홍보였다.
뉴월드에서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인 재호를 이용한 노이즈 마케팅.
-ㅋㅋ솔직히 선 넘었지. 황재호는 엄연히 일반인인데 기업에서 전 세계에 조롱 광고를 내보냈다? 담당자 당장 짤라야 함ㅇㅇ
└유머에 정색하는 수준. 그리고 황재호를 일반인으로 두는 것도 좀 무리지.
└너희끼리 웃고 떠드는 거야 누가 뭐라고 하냐? 근데 캐슬이라는 거대 기업에서 한 게 문제지.
-근데 솔까 일성 캡슐 좀 별로긴 하잖아?
└언제 적 소리를 하고 있음? 엘리시아 캡슐 출시 이후로 원탑 찍었구먼.
└애초에 그럴 거면 일성 캡슐만 까든가. 왜 가만있는 황재호를 건드림?
└그러니까. 알시아가 저건 고소해도 인정한다.
-내가 볼 때 이건 단순 노이즈가 아니라 심리전임. 캐슬사가 스폰서로 있는 뉴월드 프로팀이 CUSA잖아. 아마 정상적인 방법으론 황재호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거임.
└너 멍청이냐? 캐슬이 뭐하러 그런 짓을 함? 걔네는 게임단이 아니라 그냥 메인 스폰서일 뿐인데.
└메인 스폰서니까 그러지. 일성 플라워즈 vs CUSA. 일성 전자 vs 캐슬. 완전 라이벌이잖아. 서로 자존심이 걸려 있다 이거지.
└그렇다기엔 일성은 가만있었고 캐슬이 때린 거잖아. 그리고 애초에 CUSA를 일성 플라워즈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나?
-저런 거 다 합의된 거임. 아마 곧 열리는 뉴월드컵 홍보 차원에서 황재호랑 월드와이드, 이쪽이랑 이야기된 거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함. 그러니까 그냥 웃겨 넘어가~ 웃자고 한 거에 진지 빨지 말고~대부분 캐슬사의 난데없는 도발을 비웃었지만, 문제는 딱 거기까지란 점이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선 그저 유쾌한 이슈 정도로 생각하고 마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거친 유머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대중의 반응과 달리, 일성 플라워즈 쪽에서는 이 광고를 굉장히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일성 전자나 일성 플라워즈 팀 자체를 깎아내리는 일은 별로 상관없었다.
경쟁 회사들이 서로를 향한 디스 광고를 제작하는 것이야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식으로 특정 인물을 겨냥한 광고를 내보낸 건 눈살 찌푸려지는 짓이었으니…….
실제로 반반 갈리는 커뮤니티 반응과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광고가 지나치다는 이야기가 우세했고 말이다.
그래서 입장을 정리한 뒤, 일성 플라워즈에서는 캐슬사에 정식으로 항의를 했다.
그 결과…….
[해당 광고에서 사용된 고릴라는 황재호 씨를 표현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불쾌함을 느꼈다면 사과드립니다.]이런 뉘앙스의 답변이 돌아와 일성 플라워즈 쪽만 상황이 웃기게 되었다.
마치 제 발 저려 스스로 [황재호=고릴라]를 인정해 버린 것 같은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까.
“이 개놈들!!”
훈련을 위해 연습실로 모인 완식은 소식을 전해 받곤 분개했다.
“아니, 누가 봐도 황재호인데 이걸 발뺌해?!”
“…….”
“대놓고 황재호 이 자식이랑 똑같이 생겼잖아!!”
“…….”
재호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완식을 노려봤다.
“근데 캐슬사가 이 정도로 쪼잔한 곳인 줄은 몰랐네요.”
사만다도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이거 솔직히 인종차별이라고 봐도 되지 않아?”
다키스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지만, 문제는 캐슬 쪽이 해당 항의를 비웃는 듯한 태도로 나와 버렸다는 것.
“재호 저 녀석이 고릴라가 아니라는데 뭐라고 해.”
“…너 아까부터 말이 조금 이상하다?”
결국 재호는 완식을 제지했다.
어쨌든 일성 플라워즈가 이대로 당하고만 있느냐?
그냥 손 놓고만 있을 거냐는 표정들이 재호를 향했다.
“당장은 뭐…….”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었다.
옥한돌 회장이 캐슬사를 겨냥한 보복 광고를 추진한다고 듣긴 했지만, 그 수위에는 한계가 있을 터.
하지만 그건 일성 전자의 입장이지, 일성 플라워즈의 반격은 아니었다.
“조바심 낼 필요 없어.”
재호는 팀원들에게 말했다.
“어차피 대회를 시작하면 만나게 될 상대이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확실히 복수할 수 있을 테니까.”
재호의 입에서 나온 ‘복수’라는 단어가 나오자 팀원들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재호가 직접 저렇게 말했다는 건 향후 CUSA와의 경기가 아주 끔찍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재호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냥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일 뿐인데, 마치 누구 하나 죽일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MK를 그렇게 처참히 박살 냈던 놈이 할 말이야?”
“그것도 그냥 최선을 다한 경기였을 뿐이야.”
하지만 그건 재호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MK는 이후, 몰락 길을 걸었으니 말이다.
“하하! 뭐, CUSA도 그렇게 만들어 또 다른 전설을 이어 나가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레드의 속없는 말에 다른 이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지금 누구보다 진심으로 그럴 생각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이번 일은 감독님도 단단히 준비하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레드의 말마따나 캐슬사의 치졸한 짓에 누구보다 열을 받은 사람이 바로 두표.
오죽하면 다른 팀의 전력 분석은 팽개친 채, CUSA만 집요하게 파헤치는 중이었다.
어차피 나머지 팀들은 적당히 이길 수 있다고 안일한 판단을 내린 채로…….
“개최지가 한국인 게 다행이네요.”
우현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랬으면 대회 준비도 더 성가셨을 테고, 현지에서 어떤 일을 겪을지 몰랐으니 말이다.
앞서 말했듯, 첫 뉴월드컵 개최지는 한국.
해외의 여러 나라에서는 자국에서 대회를 열 수 있도록 힘을 썼지만, 역사적인 첫 글로벌 대회인 만큼 개발사 국적에 따라 한국이 되었다.
이미 1차 시범 리그를 한국에서 글로벌 단위로 진행해 놓고서 또 가져가는 건 너무하지 않냐는 불만이 들려오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뉴월드컵을 주관하는 기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 점이 그렇지 않아도 유력한 우승 후보팀인 일성 플라워즈를 더욱 강팀으로 만들어 주었다.
아무리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외의 강팀들은 해외 원정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터.
반면 일성 플라워즈의 외국인 선수들이 시즌이 끝나고도 계속 한국에 머물렀다.
그러다 보니 이미 한국에 완벽히 적응한 상태.
두표가 자신만만할 만했다.
“그리고 솔직히 캐슬이 저런 치사한 광고 내거는 거, 며칠만 지나도 아무 의미 없어질 거라고 본다.”
그때 갑자기 완식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왜?”
“왜는 무슨.”
재호의 물음에 완식은 씩 웃었다.
“곧 우리들의 마계 원정기가 공개될 거잖아?”
그건 이런 시시껄렁한 이슈 정도는 단번에 뒤엎어 버릴 정도라고 완식은 확신했다.
유치한 조롱으로 재호의 이미지를 망가트리기엔 마계에서 재호가 저질러 놓은 짓이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했으니까.
그리고 나흘 뒤, 일성 플라워즈의 브이튜브 제작팀에서 마침내 마계 원정 영상을 공개했다.
녹화된 마계 분량을 생각하면 결코 말도 안 되는 편집 속도.
직원들이 야근까지 불사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강행군은 누가 강요해서 이뤄진 게 아니었다.
그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자처한 일.
완식이 기대한 것처럼, 그들 또한 이것을 통해 재호를 향한 조롱을 멈춰 세우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일성 플라워즈의 모든 직원은 재호가 외모나 분위기와 달리, 마음만은 은근히(?) 따스한 사람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일성 플라워즈의 얼굴이자 자랑인 재호가 외모 때문에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자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영상 첫 공개부터 그들의 목적은 달성했다.
그리고 마지막 영상이 공개되자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와……. 알시아 마계 가서 뭐 하나 했더니 제대로 미친 짓 했네?
└오졌다. 진짜 대악마를 조졌다고?
-ㅋㅋㅋㅋㅋ알시아 가짜 대악마 처치했다고 난리 치던 놈들 할 말 없죠?
└그러게ㅋㅋ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네.
└인정은 무슨. 막판에 다른 대악마들이 다굴 놓는 거 못 봄? 저게 어떻게 알시아가 잡은 거임?
└양심 ㅇㄷ? 그 전엔 대악마들이 애초에 개입이 불가능했단 거 못 봄? 그게 가능해지도록 혼자 만든 게 황재호인데?
└그러니까. 나였으면 아마 어버버하다 뒤졌을 듯.
-애초에 드래곤 변신이라는 사기 스킬이 있으니 가능한 거잖아. 그게 아니었으면 알시아도 우리랑 별반 다를 거 없음.
└이놈은 또 뭐가 문제냐? 그 드래곤 스킬도 애초에 황재호가 개고생해서 얻은 거인데?
-그런데 마계 갔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 영상들을 올린 거냐? 이거 아무래도 CUSA 도발에 대응해서 올린 거 같은데.
└ㅇㅇ백퍼지. 걔들 말 싸가지 없이 하는 거 봤잖아. 누가 봐도 황재호 저격한 건데 ‘고릴라는 황재호가 아닙니다.’ㅋㅋㅋ 지랄.
-CUSA 애들 이번 영상 보면서 무슨 생각 하고 있으려나?
└솔직히 걔들이 뭔 잘못이겠냐? 저딴 저질 광고로 어그로 끌어 보려고 한 캐슬놈들 욕 엄청 하고 있겠지.
-크 클라스 차이 장난 아니네. 누구는 돈 쏟아부어서 유치한 광고 만드는데, 누구는 실력 증명으로 찌발라 버렸네.
└아마 황재호도 단단히 벼르고 있을 듯. CUSA 찢어 버리려고.
└캐슬은 완전 잘못 알았음. 황재호는 고릴라가 아니라 킹콩인데.
대화 전부터 타오르는 두 팀의 경쟁… 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미 승부는 확정된 듯한 분위기였다.
대부분 사람들은 일성 플라워즈가 과연 CUSA를 어떤 식으로 박살 낼 것인지만 궁금해했으니까.
물론 CUSA 또한 어마어마한 강팀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일성 플라워즈의 임팩트보다는 약했으니 말이다.
한편, 전혀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던 이슈에 CUSA팀 쪽에서도 끙끙 앓고 있었다.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는 걸 캐슬사가 멋대로 저질러 버린 상황.
“뭐… 좋게 생각하면 저쪽 역시 약간의 부담은 느끼겠지!”
“맞아. 어쩌면 이걸로 흥분한 일성이 빈틈을 보일지 어떻게 알겠어?”
하지만 그건 헛된 희망이란 걸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부담은커녕, 같은 시각 재호는 다시 발바닥에 불이 붙은 것처럼 바쁘게 뉴월드를 달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 * *
메이를 통해 맡겨 두었던 테라핀 가공.
그런데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재호는 준비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 왔군!”
드워프들의 공방으로 찾아가자 드렐리어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드렐리어! 벌써 다 됐다고?”
“아니, 완벽하게 마쳤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거의 다 되었다고 할 순 있지. 자네가 직접 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니 말이야.”
그렇다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진행 속도였다.
다루어 본 적 없는 광물을 가지고서 전례 없는 특이한 아이템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란 걸 생각하면 말이었다.
“자, 이걸 보게나!”
드렐리어는 뒤쪽 작업대 위에 놓여 있던 수박만 한 쇠공을 내밀었다.
“이게 뭐야?”
“이건 [압축 액화 테라핀 폭탄]이라고 하지.”
상당히 복잡한 이름.
“편하게 테라핀 폭탄이라고 하게.”
“폭탄이라면 시쿠드가 만든 물건인가?”
“고블린들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이건 자네가 우리에게 요구했던 물건이지. 자! 그걸 가져와!”
드르르륵-
드렐리어가 신호를 주자 드워프들이 나무판자를 덧대어 만든 벽을 끌고 나타났다.
툭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조악한 모습.
“후후, 하지만 자! 한번 보게나!”
드렐리어는 짧은 팔을 이용해 힘껏 테라핀 폭탄을 던졌다.
퍼어엉-!!
나무판자에 부딪히는 순간, 테라핀 폭탄이 팍 터졌다.
하지만 폭발은 그리 크지 않았고, 대신 내부에 있던 반짝이는 보랏빛 액체가 촥 흩어지며 나무판을 뒤덮었다.
치이이이-
마치 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나무판에 들러붙는 액체들.
그리곤 금방 굳어버렸다.
“이제 저곳에다 자네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을 한번 해 보게!”
드렐리어의 말에 재호는 앞으로 다가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적당히 충전하고서 힘껏 내질렀고…….
꾸우웅-!!
“?!!”
재호는 나무판자를 때렸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묵직한 반발력에 깜짝 놀랐다.
“설마… 방금 그 폭탄으로 이 전체에 테라핀 코팅이 되어 버린 거야?!”
단번에 이해한 재호를 향해 드렐리어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