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0
49화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게 발가락을 찔러대자 거인은 결국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엘프들이 때려대는 것보다 훨씬 약하다곤 하나, 느껴지는 통증만큼은 압도적!
[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거인들이 당신에게 두려움을 느낍니다.]악마에 이어 새로이 얻은 고문 칭호!
‘너무 쉽게 주는 거 아냐?’
재호는 불만을 가졌으나 지금 하는 짓을 본다면 충분히 얻고도 남았다.
“좋습니다, 알시아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우리도 언제까지 놀 수 있을 순 없지!!”
그들 눈엔 뭘 해도 눈부신 재호의 활약!
덕분에 엘프들도 더 기운을 내며 활시위를 당겼다.
―그, 그만!! 내가 졌다!!!
급기야 항복 선언을 뱉어낸 거인.
“음?”
생각지도 항복에 재호는 당황했다.
“속지 마십시오, 알시아님!! 거인들은 사악하며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자들입니다!!”
엘프들의 외침을 들은 재호는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거…… 악마들 평가랑 비슷한 느낌인데.’
하지만 엘프들의 감정적인 주장과 달리, 재호의 안대는 거인의 항복이 진실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돌발 퀘스트*] [중간계에 남은 유일한 순수 거인인 ‘산골 자연인’은 생존을 위해 지하로 숨어 들어왔습니다.오랜 세월, 암흑 속에서 발광종유화 불빛을 하늘 삼아 지내온 그는 사회성이 극도로 결여되어 있으며, 오랜만에 만난 지성체에 공포심을 보입니다.
그와 대화하십시오.] [보상 : 거인족 ‘산골 자연인’의 호감.]
“이름이…… 자연인이라고?”
이건 또 무슨 사람 놀리는 작명 센스인가?
―‘산골 자연인’이다!
“……거짓말 아냐?”
―거짓말이라니! 아버지가 만들어 준 뛰어난 이름이다!
“생각이 없는…… 아 아냐.”
아무리 그래도 패드립은 할 수 없는…….
“보나마나 아무 생각 없이 저런 이름을 지어준 것일 겁니다.”
하지만 엘프들은 가차 없이 끼어들었다.
“어차피 거인들 수준이야 뻔하니 말입니다.”
“야…… 그건 좀…….”
재호가 경악했으나 엘프들은 태연했다.
“원래 그렇습니다. ‘커다란 나무’라거나 ‘바위주먹’ 같은 것들 말입니다.”
―맞다. 아버지는 나보다 두 배는 더 멋진 이름이었지. ‘붉은 방망이’였다!
“…….”
감당하기 힘든 작명 센스였다.
그나마 산골 자연인이라는 이름이 낫다고 느껴질 정도.
어쨌든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투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있었다.
“흠흠, 그럼 일단…… 다른 거인들은?”
―모두 떠났다. 세상은 거인들이 살기엔 너무 작았으니까.
“그럼 넌 왜 여기 있는데?”
재호의 물음에 자연인은 커다란 손가락을 들어 위를 가리켰다.
―빛나는 꽃들.
“발광종유화?”
―이름은 모른다. 하지만 저것들은 아주 예민하고 까다로운 것들이라 두고 떠날 수 없었다.
“뭐? 네가 키우고 있던 거라고?”
저 커다란 손으로?
‘키가 커서 천장까진 쉽게 닿긴 할 것 같다만…….’
꽃을 키우고 있었다고 하니 자연인이라는 이름이 제법 어울리는 것 같긴 했다.
―그리고 맛있다.
“?”
―이만 싸움을 멈추어 준다면 하나 맛을 보여줄 수도 있다.
“……좋아. 하나 줘봐.”
정령화장으로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정말로 자연인이 저것들을 직접 관리해 온 것이라면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터.
엘프들도 키우기 어렵다고 인정한 꽃에 대한 정보를 얻을 좋은 기회였다.
구구구구―
거구를 일으킨 자연인이 동굴 천장의 발광종유화 한 송이를 뜯어내었다.
―자, 여기.
재호 앞에 꽃을 내려놓은 거인.
그리고 꽃과 마주한 재호는 생각도 못한 크기에 당황했다.
‘너, 너무 큰데?’
거인의 커다란 손으로 대체 어떻게 꽃을 관리하나 했더니, 애초에 꽃이 어마어마하게 컸다.
‘최소 150센티는 되겠는데…….’
게다가 꽃잎을 만져 보니 그냥 먹기에는 너무 질겼다.
“이거 진짜…… 먹을 수 있는 거야?”
―그렇다. 얼마나 맛있는데?
그리 말하더니 자연인은 꽃잎 한 장을 뜯어 손바닥 위로 올렸다.
―내가 어떻게 먹는지 방법을 알려 주겠다.
그러더니 근처에 있던 죽은 지네를 꽃잎 위에 올렸다.
거기다 손으로 바윗덩이를 으깨더니 역시나 꽃잎에 울려선 둥글게 말아 입으로 넣었다.
“……?”
설마 쌈?
으드득― 꾸득―
―으으으음― 이 맛이야!
재호는 굳이 맛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맛.
“저게 정상이야?”
재호의 물음에 엘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인들은 먹지 못하는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돌도 씹어 먹지요.”
“…….”
“다시 공격할까요?”
―쿨럭! 커헉컥!!!
기습적인 엘프들이 물음에 거인이 사레에 걸려 기침을 해댔다.
“아니. 그렇게 다짜고짜 공격하기는 그렇고……. 자연인!”
재호가 다시 그를 향해 소리쳤다.
“넌 단순히 저 발광종유화 때문에 여기 남은 건가?”
고작 꽃 하나 때문에 남았다는 건 사실 쉽게 믿기지 않았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잠시 망설이는 듯하던 자연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친구?”
―그렇다. 이곳의 광산이 활발하게 운영될 때, 이곳을 왕래하던 광부들과 난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발걸음이 끊긴 지 오래지.
“아!”
광산 여기저기에 버려진 사람의 흔적들을 떠올린 재호.
역시나 그것들을 바라보는 자연인의 커다란 얼굴에 처연함이 떠올랐다.
―말없이 갑자기 사라질 이들이 아니었기에,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를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는 저 꽃들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나?”
―저건 이곳에서 일하는 광부들에게 있어 태양과 같은 것. 다시 이곳에 그들이 돌아왔을 때, 여전히 빛을 내는 꽃들을 본다면 내가 아직 남아 있다는 걸 알지 않겠나?
보기와 달리 제법 서정적인 면모를 보이는 자연인이었다.
―혹시 너희들은 이 위에서 드워프들을 보지 못했나?
“드워프? 친구라는 게 드워프들이었어?”
자연인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이 숲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하지만 엘프들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드워프들이 있었다면 저희들이 확실히 알아챘을 겁니다. 게다가 드워프들도 악마와는 썩 좋은 사이가 아니라 엠베이 숲에 남아 있을 리도 없습니다.”
―뭐? 악마들이 있다고?
“몰랐어?”
―전혀 몰랐다. 그래서 드워프들이 사라진 것이군.
자연인은 납득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라도 이유를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야.
“……딱히 걱정은 안 되는 모양이지?”
악마가 있다고 하면 당연히 원래 살고 있던 드워프들의 안위가 걱정되어야 정상 아닌가?
―드워프들? 그 능구렁이들은 어떻게든 잘 도망갔을 거다.
“그, 그래……?”
잠시 불카를 떠올려 본 재호.
‘능구렁이……라면 능구렁이이긴 하나?’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럼 넌 이제 뭘 할 거지?”
자연인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알았으니,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알아야 했다.
“계속 드워프들을 기다릴 건가?”
―이젠 그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더 높아졌으니 당연히 그래야겠지. 어차피 너희들이 여기 있다는 건, 악마들을 정리했다는 뜻 아닌가?
“……그렇지!”
“?!”
사만다는 움찔했으나, 엘프들은 그 어떤 반박도 하지 않았다.
“나도 이곳에 있던 드워프들에 대해 조사를 해 줄 테니 거래 하나 하자.”
―거래?
재호의 목적은 바로 발광종유화!
척 보기에도 굉장히 유니크한 꽃이니 재호로선 외면할 수 없었다.
―그, 그건…….
하지만 자연인 입장에선 자신이 애지중지해 온 꽃들을 강탈당하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많이도 아냐. 어차피 저 커다란 걸 우리처럼 작은 인간들이 써 봐야 얼마나 쓰겠어?”
―으음…….
“잘 생각해 봐. 자연인 네가 꽃잎 한 장으로 쌈을 싸 먹는 양만 해도 난 한 달은 쓸 수 있을 것 같던데?
―……좋다. 그렇게 하지.
거인은 결국 동의했다.
슬그머니 활을 들어 올리는 엘프들의 모습도 보였으니까.
[거인족 과 우호 관계가 되었습니다.] [이 엘리시아 화원의 소유로 귀속되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주변 국가들의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뭐, 거인이 있으니까 핑계는 얼마든지 댈 수 있겠지.’
대충 거인과의 일이 해결된 후, 재호는 동굴 한쪽에서 좌판을 펼쳤다.
“음? 알시아님? 뭘 하시려고…….”
의문을 표하는 사만다를 위해 재호는 손가락을 들어 반대편을 가리켰다.
거기 있는 것은 자연인이 아까 뜯었던 발광종유화가 놓여 있었다.
“온 김에 저것들 좀 분석하고 가야지.”
“하지만 작업 의뢰가 상당히 밀려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괜찮아. 어차피 레시피는 다 만들어 놨으니까 가서 제작만 하면 돼.”
대장장이와 달리, 생화를 손질하고 조립하는 것이 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제작 시간이 덜 걸리는 것이 꽃집이었다.
“최대한 여기서 볼일은 마치고 가려고. 발광종유화를 밖에서도 연구하기엔 여러 어려움도 있을 테고.”
변수를 줄이려면 이곳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인! 발광종유화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 줘.”
더군다나 뛰어난 전문가의 지식을 곧장 들을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다 문득, 무언가 허전하다는 걸 깨달은 재호.
“……징징이 이 자식 또 어디로 도망갔어?!”
[이 ‘불의 정령들이 소환됐을 때, 진작 도망가고 없다.’고 말합니다.]* * *
과거에도 잘나가는 게임의 E스포츠화는 많이 있었다.
다만 RPG 장르의 경우에는 극히 드물었고, 있다 하더라도 PVP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나마 있는 PVP 대회라 하더라도 결국은 특정 클래스만들을 위한 고인물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
그래서 이번 뉴월드 리그에도 비관적인 관점이 많았다.
지금까지 늘 그랬듯,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헌데 이번에는 대회 방식부터 조금 달랐다.
[메이즈로얄]온갖 함정과 몬스터들이 무작위로 스폰되는 미궁.
그 안에 모든 팀들이 한꺼번에 던져져 생존 경쟁을 하는 것이 룰이었다.
모든 참가자의 레벨은 통일되며, 그에 따른 기본 능력치도 동일하게 주어져 경기 시작과 동시에 재분배가 가능했다.
스킬과 아이템의 경우에는 기존의 것이 사용 가능했으며, 레벨업 외의 방식으로 얻은 추가 능력치 또한 적용이 되었다.
재능만 있다면 누구나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건 월드와이드 측이었으나…….
사실 스킬, 추가 능력치, 아이템이 사용가능한 시점에서 랭커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게임을 해 온 시간이 긴 만큼, 더 높은 스킬 레벨과 추가 능력치를 갖고 있을 테니까.
결국엔 구색만 갖추었다는 평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을 만했다.
게다가 월드와이드 측에서 준비하는 첫 번째 공식 대회이지 않은가?
E스포츠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관련 주가들이 널뛸 정도로 대형 이벤트였다.
많은 게임단들이 본격적으로 뉴월드 리그를 준비했고,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월드와이드 주관의 공식 리그 출범 전, 프로팀 연합들이 모여 시범 리그에 대한 계획을 세운 게임단들.
“자, 그럼 시범 리그에 대한 것은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하도록 하죠. 다들 긴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장장 다섯 시간의 회의 끝에 시범 리그의 일정을 마무리 지은 게임단 관계자들이 시시콜콜한 담소를 나누었다.
“이번에 윙존에선 제법 굵직한 선수들로 팀을 꾸렸던데요? 혹시 월드와이드 쪽에서 언질을 받았던 거 아닙니까?”
“하하, 그러는 MK는 한국의 유명한 플레이어들은 죄다 끌어 모았지 않습니까? 쉐이크 선수한테 저희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요.”
“아, 어쩐지! 쉐이크 선수가 그렇게 계약에 망설였던 이유가 윙존에서 컨택 중이라 그랬던 거군요.”
그러던 중, 한 관계자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혹시 알시아에 대해서 들은 바는 없습니까?”
“알시아? 아아, 정령화장이라는 그 플레이어 말이죠?”
“글쎄요……. 인터넷에 여러 뜬소문들이 있긴 한데 정확한 건 없더군요.”
“살짝 힌트만 좀 주면 안 됩니까?”
은근슬쩍 회의에 참석한 월드와이드 관계자에게 운을 띄워 보았지만.
“하하,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플레이어 개개인에 대한 정보는 드릴 수 없다는 것.”
“너무 야박하시네. 같은 한국인들끼리.”
농담처럼 툭 던진 한 마디에 관계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렇지 않아도 전 세계 게임단의 문의가 쏟아지곤 있습니만…….”
뭔가 알 듯 말 듯한 표정이던 그는 곧, 슬그머니 미소를 띠었다.
“만약 캐스팅을 시도한다면…… 다른 게임단보단 여러분들이 좀 더 유리한 입장일지도 모르겠군요.”
“!!!”
“음?!!!”
그 아리송한 대답의 의미를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이해했다.
‘알시아는 한국인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