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06
505화
헤라리 황자는 갑자기 찾아온 재호 탓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돌아왔다고? 설마…….’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 것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재호를 이 장소에 들이는 순간, 자신에게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으리란 걸…….
“폐하! 그는……!”
“들어오라 하여라.”
하지만 황제의 대답은 그의 기대와 정반대였다.
“폐하! 안 됩니다! 그가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릅니다!!”
그는 발악하듯 소리쳤지만, 조금만 냉정을 유지했다면 알 수 있었을 터였다.
황제의 목소리 또한 긴장으로 떨리고 있다는 것을.
사실 그 또한 지금 사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고, 자신을 찾아온 재호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헤라리 황자가 아무리 반대한다고 한들, 이미 황제의 명령은 떨어졌다.
천천히 열린 문 너머, 모습을 드러낸 재호가 황제를 향해 예를 갖췄다.
힐끔-
다시 허리를 세운 재호는 먼저 와 있던 헤라리 황자를 슬쩍 돌아보았다.
‘헤라리 황자…….’
시뻘게진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걸 보면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지 대략 짐작되었다.
아니, 사실 직전에 그가 소리치던 게 들리기도 했었고…….
“알시아 대왕. 조금 전부터 지진이 멎은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
황제는 재호와 헤라리 황자의 신경전을 모른 체하며 입을 열었다.
“폐하. 그렇지 않아도 그것과 관련해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헤라리 황자는 무릎을 탁 치며 일어났다.
“알시아 대왕! 인제 와서 자신의 잘못을 말한다고 한들 돌이킬 수 없다네!”
궁지에 몰린 그에게서 평소의 느긋하고 차분한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죽하면 황제 앞에서 자신이 먼저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할까?
“헤라리 황자.”
황제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의 추태를 제지했다.
“보십시오! 저자가 급히 할 말이라고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아까 저자가 지하로 내려가기 전, 제게 모든 것이 들통이 나자 초조해진 것이 분명합니다!”
“헤라리 황자!”
“제국의 안위를 어찌 저런 불순한 자에게 맡길 수 있단 말입니까?! 더는 사기꾼 놀음에 휘둘려선 안 됩…….”
“헤라리!!”
그 순간, 쩌렁쩌렁한 호통 소리에 헤라리 황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왕의 분노가 당신을 위축시킵니다.] [민첩성이 20% 하락합니다.]‘?!’ 황제의 분노 어린 호통을 들은 것만으로도 상당한 디버프가 발생했다.
대륙 최고의 권력자다운 위엄.
“죄… 죄송합니다.”
헤라리 황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저, 저도 모르게…….”
“지나치게 흥분했군. 추태는 그만 부리고 돌아가 안정을 취하도록 해라.”
황제의 축객령에 헤라리 황자는 고개를 숙인 뒤, 바로 떠났다.
비-틀.
힘없이 빠져나가는 그의 뒷모습에 재호는 내심 혀를 찼다.
‘저렇게 감정적으로 무너질 사람이 아니라고 봤었는데…….’
하지만 더는 그를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당장 전해야 할 소식이 있었으니 말이다.
“폐하. 제국의 결단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재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말해 보게.”
“투룬아르가 일시적으로 정신을 차린 덕분에 전투는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언제 마나 폭주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전투 과정까지 세세하게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핵심만 딱 잘라 이야기했고 황제 역시 자세히 캐묻지는 않았다.
“드래곤의 마나 폭주라……. 그렇다면 자칫 신생 국가였던 불곰국에서 발생한 참사가 이곳에서도 벌어질지 모르겠군.”
“정확합니다.”
“그래선 안 되지.”
황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으니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지?”
당연히 있었다.
“제국의 수도성을 보호하는 결계를 잠시 해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희가 황성에서 텔레포트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
확실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크게 당황한 표정을 보이는 황제.
“그게 어떤 의미인지… 그대는 알고서 하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라고 말하지만 사실 잘 몰랐다.
이건 재호가 아닌 키노가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황성과 수도 전체를 보호하는 대결계는 제국을 외부의 마법 위협으로부터 지켜 주는 중요한 장치라네.”
그런 눈치를 알아채서일까?
황제는 따로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즉, 그걸 풀면 황성은 고스란히 외부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지.”
만약 헤라리 황자의 의심대로 재호가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다면, 그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결계가 열리는 순간, 제국의 심장부로 무엇이 들이닥칠지 몰랐으니 말이다.
아니, 냉정히 말하면 재호이기 황제가 비교적 침착하게 앉아 있는 것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황제에게 그런 소리를 했으면 당장 목이 잘렸을지도 모를 만큼 불경한 소리였으니…….
하지만 재호가 준비한 플랜B의 기본은 투룬아르를 키노가 텔레포트로 옮기는 것.
그것을 위해선 필요한 일이었다.
물론 키노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결계를 찢고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자체도 부담은 되는 일인데다 제국 입장에선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사건이 될 터였다.
-저 드래곤이 정신을 차린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으니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 잡음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
키노의 그리 말했고 재호도 동의했다.
게다가 굳이 황제를 찾아와 이런 허락을 구하는 것엔 다른 목적도 있었다.
-그 얼빠진 녀석이나 교단들도 너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오해를 없애기 딱 좋은 상황이지.
키노가 말하는 얼빠진 녀석은 헤라리 황자.
그리고 아니라 다를까 황제를 상대로 뭐라고 떠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황제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당연한 반응이었고, 재호는 그의 고민 해결을 위해 하나의 패를 더 꺼냈다.
“혹시 제국의 수호신을 만나 보시겠습니까?”
바로 투룬아르를 직접 만나 보는 것을…….
* * *
황성이 분주해졌다.
제국 최고의 기사들인 황제의 수호 기사들이 움직였으며, 황제의 그림자들도 또한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
그 심각한 분위기를 모든 이들이 느꼈으며, 곧 또 다른 일이 터진다는 걸 직감했다.
“혹시 폐하께서 황성에서 피신하는 건 아닐까?”
“분명 제국에 무슨 일이 생긴 건 분명한데…….”
일련의 사태로 불안과 예민함이 극한에 다다른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황제가 황성을 떠나 대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황제를 보위하는 모든 무력이 움직일 리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황제가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사람들은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동시에 실망감도 들었다.
이 난리가 나는 동안 한마디도 없다 자신만 쏙 빠져나가는 듯한 모양새였으니…….
그런데 황제의 목적지를 확인한 황성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긴…….”
지난번부터 철저히 접근을 막던 정체불명의 지하 통로.
그곳으로 기사들을 대동한 채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은…….”
물론 재호도 함께.
* * *
지하 통로는 황제가 걷기에는 썩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아무리 이후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관리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황제는 일말의 불쾌함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통로를 걸었다.
아니, 사실은 굉장히 긴장한 상태였다.
제국의 미쳐 버린 수호신.
오랜 역사 속에서 황제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겐 잊힌 비운의 존재.
게다가 그 위대한 존재조차 자신의 숭고한 희생은 잊어버리고 괴물이 되어 버렸다.
그랬는데 지금 이 순간, 기억이 돌아왔다고 한다.
‘과거에는… 수호신과 황제가 직접 의사소통도 했었다지…….’
오랜 시간 동안 끊겼던 것이 회복되는 역사적 순간.
비록 그것이 아주 짧은 순간이며, 다시는 없을 순간이라고 하지만… 황제는 더없이 심장이 뛰었다.
처벅- 처벅-
신발이 고인 물에 젖는 것도 모른 채, 황제는 계속 통로를 걸었다.
심지어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다리도 타 보았다.
그렇게 도착한 공동.
마침내 거대한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투룬아르와 마주했다.
비록 볼품없이 앙상한 날개였지만, 거대한 존재감에서 오는 위용은 분명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려 주었다.
-그대가… 현시대의 황제로군…….
투룬아르도 바로 그를 알아보았다.
“저를 알고 계십니까?”
황제는 살짝 기대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아쉽게도 투룬아르는 고개를 저었다.
살짝 실망감을 느끼려던 찰나.
-하나… 그대에게서… 나의 힘이 느껴진다. 황제에게만 대대로… 전승되는 나의 축복…….
“!!”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슴 벅찬 한마디!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 역시 형제들과 끝없는 암투를 겪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고 승리하긴 했으나, 내심 그런 의문을 가진 적도 있었다.
‘어쩌면 황제가 될 사람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던 건 자신이 일찍이 건강을 잃었을 때였다.
다시 건강은 되찾긴 했지만, 그건 전적으로 재호의 도움 덕분이었으니…….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제국의 수호신이 자신을 황제로 인정했다.
오직 황제만이 자신의 축복을 계승한다는 것을 근거로 말이다!
-황제여…….
투룬아르는 입을 열었다.
“말씀하십시오.”
-대략적인 사정은… 들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시간이 없다…….
“예, 들었습니다.”
재호를 향해 싹트려던 의심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황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고,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
스으-
황제는 품에 있던 자신의 직인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기사는 곧장 밖으로 달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키노가 먼저 알아챘다.
“결계가 걷혔구나.”
스스스-
그녀는 눈을 가만히 감곤 집중하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마나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녀가 마법에 집중하는 사이, 재호는 바로 메이에게 귓속말을 시도해 보았다.
-어? 알시아 님? 황성에 간 거 아니었어요?
역시나 결계가 걷힌 덕에 귓속말도 가능해진 상태.
“메이! 급히 부탁할 게 있어!”
재호는 메이에게 당장 해 줬으면 할 일을 급히 전했고, 그사이 키노의 마법도 끝이 났다.
그녀는 손길을 따라 허공에 그려진 다섯 개의 마법진.
번쩍-
검은 섬광과 함께 열린 마법 통로.
그곳을 통해 낯익은 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허허……. 이미 겪어 보았는데도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군.”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바로 적탑의 뤼니오르!
그리고 다른 네 사람은 각 마탑의 탑주들이었다.
“젠장! 이런 무례한 짓은 적당히 좀…….”
짜증을 내던 청탑의 아이시클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눈앞에 있는 황제는 물론, 등 뒤로 느껴지는 엄청난 존재감을 느낀 것이다.
“…헉?”
“으음!”
“저게 무슨…….”
그들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괴생명체에 헉 소리를 냈다.
“제국의 수호신입니다.”
재호는 얼른 설명을 보탰다.
“당장은 자세한 설명은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재호의 말에 그들은 황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부탁을 받아들여도 되는지, 황제에게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미 재호와는 지난번에 관계 정립을 마쳤기에 문제가 될 것 없기 때문이었다.
특히 키노와는 웨이포인트 연구를 위해 여러 차례 만나기까지 했었으니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물론 이런 식으로 멋대로 불러내는 것이나, 지금 상황에 대해 따지긴 해야 할 테지만…….
끄덕-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허락했다.
“쯧, 그래서 무슨 일이죠?”
아이시클의 물음에 이번엔 키노가 대답했다.
“저 드래곤은 곧 죽음을 맞이할 거란다. 우리는 그걸 위해 잠시 장의사가 되어야겠구나.”
“?”
키노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탑주들.
“후후, 일단 가자꾸나.”
키노는 재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준비는 다 되었냐는 뜻.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우웅-
키노가 다시 캐스팅을 시작했다.
“후후, 힘 좋은 여럿을 데리고 가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구나.”
키노가 작게 중얼거리는 혼잣말.
그 말은 꼭 탑주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았고, 실제로 그들도 그렇게 느낀 모양이었다.
“흠흠…….”
“그래도 마법사 체면이 있지, 조금 손을 거들어 주지요.”
은근슬쩍 키노의 마법 준비에 자신들의 힘을 보태는 그들.
‘거짓말하네.’
하지만 재호는 그게 키노의 앓는 소리라는 걸 똑똑히 알았다.
황성의 결계를 찢어 버리고 드래곤을 끌고 가려던 사람이 인제 와서?
어쨌든 그렇게 거대 텔레포트 마법이 완성되었을 때.
척-
갑자기 황제가 그 마법 영역 안으로 들어섰다.
“폐, 폐하?!”
어지간해선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수호 기사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 한 걸음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수가 없었으니…….
“제국을 위해 오랜 세월, 외로이 희생한 수호신. 내가 직접 보내 드리는 것이 옳다.”
“…알겠습니다.”
제왕들은 위험성 때문에 절대 텔레포트를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제국 수호신의 마지막을 위해, 황제는 그 금기를 깬 한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