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07
506화
제국으로 간 재호에게 뜬금없는 귓속말을 받은 메이.
-좌표 보내 줄 테니까 그 주변으로 최소 5km 내에 아무도 없도록 만들어 줘!
너무나 막연한 주문이었으나 재호가 지시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터.
메이는 먼저 네잎클로버 쪽에 귓속말을 보냈다.
“방금 보내 준 좌표로 가서 사람들 접근을 통제해 주세요!”
메이의 귓속말을 받은 그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요? 여긴 아무것도 없는 장소 아닌가요?
재호가 알려 준 위치는 다름 아닌 페르마 사막 극동 지역.
재호는 끔찍한 재앙을 다른 나라 땅에 툭 던질 정도로 돼먹지 않은 인간이 아니었다.
옛 불곰국 폐허도 후보지에 있긴 했지만, 마나 오염도 정화된 이후론 룬가 왕국에서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기에 안 될 일.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넓은 페르마 사막의 미개발 지역이었다.
하지만 투룬아르는 이종족을 포함한 지적 생명체가 없는 장소만을 자신의 묫자리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페르마 사막은 인적이 드문 황무지이긴 했지만, 어쩌면 재수 없게 그리로 지나가는 이가 있을지도 모를 일.
그래서 황성의 결계가 걷히는 순간, 메이에게 빠르게 귓속말을 보낸 것이었다.
-어… 지금 당장 가도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은데…….
-우리도 지금 길드원 대부분이 던전에 들어간 상태야.
-전럭협은 바로 출발해 보겠습니다!!
프라임 길드와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전럭협은 의욕 넘치는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사실 냅다 달려가야 하는 그들 처지에선 허풍밖에 안 되는 소리였다.
그리고 솔직히 전럭협의 위용은 다른 길드에 비해 많이 달리기도 했고 말이다.
-어? 그쪽이요? 저희 마침 그쪽 근처인데요?
그때, 랍에게서 희소식이 들려왔다.
-악어가족 멤버들이 그 근처를 거쳐서 엘리시아 화원으로 가는 중이거든요. 네? 호위를 그만둬도 괜찮냐고요?
악어가족을 호위하는 건 그들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요한 동맹인 재호의 부탁을 거절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최소한의 호위만 남기고 나머지는 말씀하신 곳으로 갈게요!
“넵! 고마워요!”
그다음 메이가 찾은 건 엘프들이었다.
전투가 아닌 현장 통제를 위한 일이었기에 그들의 도움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다.
“정령화장님의 부탁이란 말입니까? 하하! 그렇다면 당연히 해야지요!”
엘프들은 정령마에 올라타선 바람처럼 사막을 가로질렀다.
“와! 저걸 봐!”
엘리시아 화원의 플레이어들은 넋을 놓고 그들을 바라봤다.
아름다운 정령마와 함께 황금빛 사막을 내달리는 엘프들의 모습은 한 폭의 명화 그 자체.
“…는 개뿔! 뭐해! 연장 챙겨!!”
“빨리 쫓아야 한다!!!”
엘리시아 화원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엘프들이 그냥 산책도 아니고 말까지 끌고서 우르르 나섰다?
“전쟁이다!!”
“100% 전쟁이야!!!”
플레이어들은 확신했다.
또 뭔가 굵직한 것이 터지기 직전인 상황이라고!
엄청난 속도로 멀어지는 정령마를 바쁘게 쫓은 그들.
시간은 좀 걸려도 사막에 남은 말발굽 자국 덕분에 방향을 잃진 않았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현장에 도착한 그들.
“어? 잠깐……! 저거 뭐야?”
곧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 멀리 사막 가운데 검은 균열과 함께 나타난 거대한 괴생명체를……!
“모, 몬스터?!”
“레이드야?!”
다들 신나서 무기를 뽑아 들었으나 다시 금방 걸음을 멈춰야 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플레이어들의 접근을 막는 엘프와 악어새 길드 때문이었다.
“뭐, 뭐야?! 들어가게 해 줘요!”
“저기 레이드하는 거 아니냐고!”
사람들은 항의했다.
악어새 길드에게만…….
“안 됩니다!”
악어새 길드는 단호하게 답했다.
“아 뭔데요! 저기서 뭐하기에 못 들어가게 해요?!”
그렇게 물어본들 자신들 역시 아는 바가 없어 해 줄 말이 없었다.
그저 이 너머로 사람을 보내면 안 된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에이씨!”
멀리서 지켜만 보며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답답한 상황.
“어? 저거……?!”
그러던 중, 망원경으로 문제의 장소를 살피던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지평선 너머에 선 사람들.
재호의 방송을 모두 챙겨보았으며 눈썰미도 좋은 몇몇 사람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미, 미친!!!”
마탑의 탑주들과 재호와 친한 흑마법사 키노!
게다가…….
“황…제……!”
“호?”
“역시 황재호가 있어?! 젠장! 나도 저기 가야 하는데…….”
하지만 그건 그들이 잘못 들은 것이었다.
재호도 있긴 했지만, 망원경을 들여다보던 플레이어가 말한 건 그 뜻이 아니었다.
“황제! 황제가 있어!!”
“…….”
“…….”
미친놈 보는 듯한 표정들.
“젠장! 가, 가야 해! 무조건 가야 한다고!!”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는 저지선을 무력으로 뚫는 걸 시도했다.
물론 저 멀리서 날아온 화살에 미간이 푝 뚫리며 실패해 버렸지만 말이다.
* * *
키노의 광범위한 텔레포트를 통해 페르마 사막 극동 지역으로 도착한 재호 일행.
쿠우웅-
투룬아르의 거구가 지상에 떨어지며 큰 진동을 일으켰다.
“괜찮으십니까?”
재호는 먼저 황제의 안위를 확인했다.
난생처음 텔레포트를 경험한 황제였으니 이질적인 감각에 불쾌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
“으음……. 이런 느낌이었군.”
다행히 황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한편 투룬아르는 주변을 살피며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했다.
-…….
자신의 힘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며 탐지하려 할 필요도 없었다.
저 멀리, 지평선에 선 수많은 사람이 보였으니 말이다.
-분명 생명체가… 없는 곳이라고 하지 않았나……?
“음? 아, 저거? 이 주변으로 누군가 접근하는 걸 막기 위한 거야.”
그리고 투룬아르의 최후를 그냥 지켜보고 있기만 할 건 아니었다.
키노가 결계를 만들어 후폭풍을 최대한 억제해 주기로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하지만 재호의 말은 끝까지 할 수 없었다.
쿠우웅-
갑자기 머리를 툭 떨구더니 투룬아르가 불안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눈에선 핏빛처럼 붉은빛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다시 이지를 잃고 야성에 삼켜지려는 전조 현상.
-크르…륵…….
투룬아르가 필사적으로 의식을 붙잡으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방금 있었던 텔레포트의 여파가 생각보다 큰 모양.
그리고 탑주들 또한 순식간에 불어나는 투룬아르의 거친 마나에 얼굴을 굳혔다.
“으음……. 척 보기에도 뭔가 심각한 일이 터지려는 것 같은데, 괜찮은 것이오?”
뤼니오르의 물음에 키노는 혀를 찼다.
“좀 더 설명하고 시작할 시간이 있었으면 했거늘.”
키노는 투룬아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알아챘다.
“지금부터 우리는 이 드래곤의 마나가 주변을 망가트리는 걸 막아야 한다.”
키노는 탑주들에게 간단히 설명하며 각기 다른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멀어진 뒤, 조금 전처럼 내게 마나를 보태어 주면 된단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과거 오기크 사건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려는 것 같은데… 맞소?”
뤼니오르의 물음에 키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탑주들은 자신들을 두고 장의사라 표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쯧,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군요.”
아이시클은 투덜거리면서도 키노가 가리킨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어 다른 이들도 각자 자리를 찾아 이동했는데, 그 순순히 따르는 모습에 재호는 새삼 놀랐다.
‘마계에 가 있는 동안, 대체 뭘 어떻게 구워삶은 거지?’
특히 백탑주 스토믹이 그녀의 지시에 순순히 따르는 건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비록 시종일관 별로 좋은 표정이 아니긴 했지만 말이다.
“폐하. 떨어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재호도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황제를 불렀다.
“…잠시만 기다려 주겠나?”
그리 말한 황제는 고개를 바닥에 떨어트린 채, 괴로워하는 투룬아르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작은 목소리로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위대한 제국의 역사와 함께해 주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는 제국의 수호신에게 마지막 감사를 표했다.
비록 긴 시간 동안 투룬아르는 제대로 수호신 노릇을 못 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제국과 대륙을 향한 그의 희생정신은 분명 대단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크르르…….
그리고 점점 사라져 가는 의식 속에서 그 감사 인사를 들은 것인지, 투룬아르의 눈동자가 잠시 황제를 향했다.
-미안…하다…….
황제는 투룬아르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시간이 촉박하군요.”
그 인사가 마무리된 듯싶자 키노가 황제에게 말했다.
“알겠네. 그럼 부탁하네.”
재호와 황제는 키노의 텔레포트로 충분히 먼 곳으로 보내졌다.
척-
함께 온 다섯 명의 수호 기사들은 황제 주변을 둘러싸며 방패를 세웠다.
그 간단한 행동만으로 그 누구도 뚫을 수 없는 철옹성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전설급 NPC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
‘그나저나… 갑자기 부탁한 것치고는 빠르게 잘 해 놨네.’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경계를 돌아본 재호는 생각했다.
불과 약 20분 전쯤에 메이에게 귓속말을 보냈던 것 같은데, 그사이에 저 정도로 처리를 해 놓았으니…….
하지만 그건 재호가 메이의 엘리시아 화원 내 입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리 생각하는 것이었다.
엄연히 엘리시아 화원의 2인자이자 재호의 대리인이나 다름없는 인물.
재호가 유일하게 꽃집을 믿고 맡기는 점에서 다른 측근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으니…….
‘그런데…….’
재호는 생각보다 많은 구경꾼에 당황했다.
보아하니 엘리시아 화원에서 눈치껏 모여든 모양인데, 새삼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가 머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알시아 님!! 지금 여기 난리예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현장을 중재 중이던 랍이 재호에게 귓속말을 보내 왔다.
사방에서 왜 안 들여보내 주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상황.
차마 엘프들에게 그런 항의는 못 하다 보니 악어새 쪽으로 사람들의 항의가 집중되고 있었다.
“곧 드래곤이 자폭할 겁니다.”
-…네?
듣고도 이해 못 할 소리.
하지만 곧이어 벌어진 사태에 더 캐묻는 건 할 필요가 없어졌다.
번-쩍.
푸른 섬광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터져 나왔다.
그것보다 조금 더 빠르게 온갖 복잡한 수식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마법진들이 온 하늘 가득히 펼쳐졌다.
지켜보는 이들의 넋을 빼놓는 장관.
규모가 워낙 엄청나기에 한참 멀리 떨어진 사람들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단, 그들은 그 가운데에서 일어난 폭발도 어디까지나 마법이라고만 생각했지, 드래곤의 자폭이라곤 짐작도 못 했다.
쿠구구구-
지진이 난 듯, 땅이 거세게 뒤흔들리며 엄청난 모래폭풍을 일어났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모래폭풍은 황제를 보호하는 기사들을 뚫지 못했다.
단 한 톨의 모래도 황제에게 닿는 걸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그 주변만 신기하리만치 폭발의 여파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그사이 우뚝 선 황제는 눈을 단 한 번도 깜빡이지 않은 채, 폭발의 중심을 응시했다.
눈부신 푸른빛과 검붉은 마법의 힘겨루기.
마치 언뜻 보면 드래곤과 마녀, 선과 악의 대결처럼 보였으나 현실은 정반대.
그래도 황제는 투룬아르의 폭주하는 마나가 검지 않다는 것에 만족했다.
“적어도 그의 본질은 여전히 수호신이라는 뜻이리라.”
그의 낮은 중얼거림이 재호의 귀에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선 진한 씁쓸함이 느껴졌으니…….
[광룡 투룬아르를 처치했습니다!]그렇게 대륙 최강국의 미친 수호신은 영원히 잠들었다.
[레벨업했습니다.] [레벨업…….]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칭호를 획득했습니다.]동시에 황제에게 받은 퀘스트를 또 하나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