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15
514화
심각한 표정으로 게임단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과 감독인 두표.
그들은 막 재호에게 들은 이야기 탓에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러니까… 판다즈가 갑자기 미쳐 날뛰는 게 실은 슈퍼콘 쪽 사주를 받은 거라고?”
두표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판다즈의 타오바오 선수와 전럭협 소속의 선수가 하는 말이 일치해요.”
타오바오가 전해 준 내용엔 그간 일성 플라워즈와 재호를 악의적으로 노린 판다즈의 수작질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게다가 몰래 대화를 요청했던 전럭협 소속의 길드원은 마침 슈퍼콘에 소속되어 있던 선수였던 것이다.
그래서 슈퍼콘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적나라하게 들을 수 있었다.
슈퍼콘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일성 플라워즈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장외 언플로 팀 전력 약화를 기대하는 중인데, 자신들의 손을 더럽히기보단 판다즈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즉, 서로의 이해관계가 적당히 맞물린 탓에 손을 잡은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대회에 참가 중인 여러 팀 간에도 모종의 접촉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태계 파괴종인 일성 플라워즈를 두고 모두가 손을 잡은 상황.
“개자식들! 자존심도 없나? 다른 곳도 아니고 판다즈랑 짝짜꿍하고 있어?”
완식은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소리쳤다.
“이것들 어떻게 하지? 우리도 언플 좀 해야 하나?”
완식의 말에 재호는 물론, 두표도 고개를 저었다.
“그건 독이야. 일단은 대응해선 안 돼.”
두표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분명 피해자와 가해자는 명백했다.
내부자들에게 받은 정보들도 명백했고…….
심지어 녹음본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사용해도 된다고 당사자들은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걸 공개하는 순간, 여러 복잡한 문제에 휘말리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원색적인 비난만 일삼는 진흙탕에 스스로 뛰어드는 건 물론, 더는 대회가 주목을 받지 못할지도 몰랐다.
프로팀으로서 별로 달갑지 않은 상황.
“너희는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생각으로 경기를 치르면 돼.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는 거지.”
두표는 팀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지저분한 싸움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지.”
두표는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너희는 지금 각오 그대로 녀석들에게 어떻게 갚아 주도록 노력해!”
두표는 꽤 멋진 목소리로 팀원들을 격려했다.
“형이 하려고요?”
“응?”
재호의 물음에 두표는 멈칫했다.
“그냥 법무팀에 맡기는 게……. 형한테 직접 맡기는 건 불안하잖아요.”
“뭐? 이 자식이 또 초를 치고 있어!!”
“농담!”
발끈하며 소리치는 두표를 향해 재호가 얼른 덧붙였다.
하지만 그 상황에 웃음을 터뜨리는 다른 팀원들을 보며 두표는 내심 미소 지었다.
재호가 의도한 게 무엇인지 진작 읽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기분은 조금 풀린 것 같네.’
하루하루 무거워지던 팀 분위기가 지금 이 순간, 크게 반전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 *
일성 플라워즈와 슈퍼콘의 8강전 경기가 마침내 열렸다.
일성 플라워즈를 향한 지저분한 언플들이 끊이지 않았으나, 단 한 번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무대응으로 일관하니 도리어 팬들은 속이 더 뒤집혔다.
급기야는 일성 플라워즈 프런트의 무능을 놓고 비난을 하는 자들도 쏟아져 나올 정도.
그런 분위기를 읽은 슈퍼콘 팀은 만족스러워했다.
이 정도면 재호는 몰라도 다른 팀원들의 멘탈은 확실히 무너졌을 것이라 확신했으니 말이다.
“확실히 이런 쪽으론 대응이 서투르군.”
슈퍼콘 감독은 일성 플라워즈의 프런트가 선수들이 판다즈의 개싸움에 노출되는 걸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을 두고 비웃었다.
한국 내에서야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편하게 경기를 해 온 일성 플라워즈.
그 때문에 판다즈가 하는 지저분한 싸움에 대응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젊은 팀의 한계지.”
그는 흡족해했으나… 그건 착각이었다.
일성 플라워즈의 멘탈은 그렇게 약하지 않았으니까.
지금까지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고, 심지어 재호는 대회 중간 러시아 깡패와도 난투극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 탓에 한동안 경기를 뛸 수 없을 때도 팀원들은 흔들림 없이 훌륭한 경기를 치렀었고 말이다.
물론 판다즈의 집요한 공격은 분명 일성 플라워즈의 팀원들에게 대미지를 주었다.
다만 그건 조금 의미가 달랐다.
한마디로 ‘개빡침’.
당장 판다즈를 만나 조져 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음에 오는 분노였다.
판다즈를 향하던 강력한 분노는 이제 슈퍼콘을 향하고 있었고, 그들은 철저히 준비해 왔다.
어쩌면 세상을 뒤집을지도 모를 작전을…….
-이 경기가 있기까지 외부적으로 논란이 많았었죠?
경기 전, 해설진의 이야기도 판다즈의 장외 언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맞습니다. 판다즈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막무가내 비난이 끊이지 않았었죠.
-사실 현 대진표를 살펴보면 일성 플라워즈와 판다즈는 결승이 아니면 만날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대체 무엇이 판다즈가 저런 행위를 하도록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는 게 많은 이들의 입장입니다.
-동시에 또 하나 주목을 받은 건 일성 플라워즈의 태도인데 말입니다. 경기가 있는 오늘까지 줄곧 무관심으로 대해 왔습니다.
-아마 굳이 똑같은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솔직히 좀… 다들 생각하시잖아요? 급이 너무 떨어진다고…….
오죽하면 해설자들조차 대놓고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추잡했던 판다즈의 행동.
-뭐, 냉정히 분석해 보면 판다즈는 자신들이 결승에 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때를 대비해 일성 플라워즈를 떨어트리려는 거다?
-그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하하, 이러나저러나 좀… 치졸하네요.
판다즈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기까지.
이제는 경기가 시작되었고 해설자들도 프로 의식을 발휘하며 경기에 집중했다.
* * *
첫 경기는 다섯 개의 비컨을 전부 차지하는 쪽이 승리하는 정글 맵.
일성 플라워즈는 상당히 공격적인 스쿼드를 구성했는데, 재호, 레드, 사만다, 다키스트, 우현, 다섯 명이었다.
화염 계열의 스킬들을 사용하는 사만다, 레드의 시너지는 이미 정평이 나 있었고, 거기에 다키스트까지 합세하자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딜러진이 완성되었다.
국내 리그에선 볼 수 없었던 외국인 세 명 조합으로, 뉴월드컵에서 이미 몇 번이나 선보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세 명에 재호까지 낀 적은 없었다.
팀의 메인 탱커인 진아가 늘 끼고 서폿 포지션인 완식과 우현이 번갈아 출전했던 것이다.
순수 탱커와 순수 힐러가 빠진 현재의 극공 조합.
-늘 공격적으로 나온 일성 플라워즈이긴 하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해 보이는데요? 그야말로 닥공 조합입니다!
-전략적으로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보통 이런 점령전에서 중요한 건 다 대 일 유지력 좋은 선수와 기동력 좋은 선수거든요? 슈퍼콘처럼 말입니다.
해설자의 말처럼 슈퍼콘이 보이는 전략은 정석 그 자체였다.
기동성 좋은 두 명의 선수가 일성 플라워즈의 움직임과 비컨들을 주기적으로 비컨 체크.
그사이 세 명은 비컨을 점령하며, 점령을 마친 비컨엔 탱커가 남아 빼앗으러 오는 적들을 상대로 버티는 조합.
어차피 죽어도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부활하니 슈퍼콘이 택한 방식이 베이직이자 베스트였다.
-게다가 지금 일성 플라워즈가 움직이는 걸 보면… 다섯 명이 하나로 뭉쳐 있습니다!
-아무래도 극한까지 끌어올린 자신들의 전투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다섯 명이 하나로 움직이는 게 좋다고 판단한 모양인데요? 별로 좋은 판단은 아닌 것 같은데… 과연 어떻게 될지 두고 보죠!
대부분 사람들은 해설진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경기는 우려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니, 일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개였다.
슈퍼콘의 리드로 말이다.
-슈퍼콘 쪽에서 일성의 전략을 확인하는 순간, 빠르게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팀원들이 흩어져 일성 플라워즈가 목표로 삼은 비컨 외 모든 곳으로 달립니다!
-아아, 이거 안 좋은데요? 일성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단 하나의 비컨만 차지한 채로 역전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이긴 합니다만……. 심적 부담감의 수준이 다르거든요?
-맞습니다. 사실 굳이 저렇게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그렇죠. 이미 예전에 일성 플라워즈는 점령전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뛰어난 실력을 몇 번이나 보여 주었거든요? 이미 확인된 여러 전략이 있음에도 저렇게 무모한 방식으로 전투를 벌인다는 게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여러 명이 함께 점령을 시도하면 비컨 활성화까지 시간이 단축되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손해가 극심하죠!
이후 10분이 흐르고 결국은 대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일성 플라워즈 1 : 4 슈퍼콘]충격적인 점령 스코어.
그런데 그 과정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장면이 있었다.
-일성 플라워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빠르게 첫 비컨을 점령하고도 다른 비컨을 점령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죠?
다섯 명이 비컨 하나를 점령하기 위해 뭉쳤던 일성 플라워즈.
다섯 명이 모인 만큼 빠르게 비컨 활성화는 되었으나, 후속 조치가 없었다.
그냥 슈퍼콘이 나머지 비컨을 차지할 때까지 가만히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한 것이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몇몇 이들은 무서운 그 단어를 떠올렸다.
[승부조작]하지만 바보도 아니고 저런 티나는 승부조작은 할 리가 없을 터.
그렇다면 대체 뭘 노리고 저러는 것인지…….
-마침내 두 팀이 일성 플라워즈의 유일한 비컨을 두고 마주 섰습니다!
-혹시 일성 플라워즈의 계획은 슈퍼콘을 한꺼번에 모두 쓰러트린 뒤, 다른 비컨을 차지하려는 걸까요?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할 텐데요?
부활에 걸리는 시간은 10초.
물론 죽을 때마다 부활 대기 시간이 5초씩 증가한다는 패널티가 있긴 했다.
계속 죽이고 죽이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지도 모르지만… 리스크가 너무 컸다.
-자……! 마침내 두 팀이 정면충돌합니다!!
그래도 5대5 싸움의 결과는 사실 뻔했다.
일성 플라워즈의 전투력은 이미 수많은 경기를 통해 확인된 바 있었으니까.
게다가 일성 플라워즈가 구성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투 스쿼드인 지금은 말해 뭐할까?
일성 플라워즈는 그야말로 활화산처럼 거세게 타오르는 기세로 슈퍼콘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역시 일성 플라워즈! 전투에서만큼은 슈퍼콘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황재호 선수도 평소보다 훨씬 대단한 움직임을 보여 주는데요?
다른 이들이 느낄 정도로 전투에서의 보이는 기세가 평소와 다른 일성 플라워즈.
판다즈와 슈퍼콘에게 쌓인 그들의 짜증과 분노의 표출이라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맙소사! 단 3분! 3분 만에 슈퍼콘이 전멸했습니다!
-팀 내 강력한 버퍼인 우현 선수! 그리고 그 버프를 받은 네 명의 전투원들은 그야말로 탱크와 같습니다!
-하지만 뭐죠? 적들을 전멸시켰음에도 일성 플라워즈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리에 못을 박은 듯, 이번에도 비컨 영역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일성 플라워즈.
그리고 또 한 번, 한 번 충돌이 있었고 매 전투에서 일성 플라워즈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비컨을 벗어나지 않았으니…….
경기를 보는 모든 이들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혼란스러운 건 바로 슈퍼콘!
“이것들 뭐하는 거지?”
경기는 비컨 다섯 개를 차지해야 끝이 난다.
그런데 계속 하나만 지키고 있는다?
순간, 그들 머릿속에선 길지 않은 뉴월드 대회 역사 속에 남은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일성 플라워즈는 과거 시범 경기 당시, 자신들을 의도적으로 배척하는 다른 팀들 탓에 경기를 무한히 이어 나가는 트롤링을 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타이밍에 그때와 같은 대회 트롤링을 한다?
당시엔 경기 룰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월드와이드를 향한 항의였다.
그리고 지금은 딱히 그럴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게 아니라면…….’
문득 슈퍼콘 선수들의 머릿속에 한 가지 무서운 가능성이 떠올랐다.
‘혹시 우리를 괴롭히려고?’
슈퍼콘의 감독이 판다즈와 손을 잡고 꾸민 일.
설마 그것을 일성 플라워즈가 알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