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16
515화
슈퍼콘의 코치진에서도 슬그머니 불안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너무나 이상한 싸움을 이어 가는 일성 플라워즈에게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이었다.
본래 도둑놈이 제 발 저리는 법.
그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절대 뭘 알고서 저러는 건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
‘판다즈의 행패를 제지하지 않는 월드와이드를 향한 항의겠지.’
그렇게 믿으며 말이다.
-굉장히 기묘한 그림입니다. 분명 전황의 유불리를 따지면 일성 플라워즈 쪽이 불리한 게 명백합니다! 그런데 뭐랄까… 어쩐지 더 초조해하는 건, 마치 슈퍼콘 쪽으로 보이는데요?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로 슈퍼콘의 분위기는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반면, 처음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철옹성처럼 비컨을 지키고 선 일성 플라워즈.
총 일곱 번의 충돌이 일어났음에도 일성 플라워즈는 다키스트와 레드가 각각 두 번, 세 번씩 죽은 게 다였다.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계속 싸우게 만든다는 네크로힐러, 함완식이 없는데도 말이었다.
물론 순수 힐러만큼은 아니더라도 우현 또한 어느 정도의 힐은 가능했고, 재호 또한 엘보 정령화를 통한 힐량이 꽤 많았기에 나올 수 있는 유지력이었다.
단, 중요한 점은 두 사람의 주력 포지션이 힐러가 아니라는 점.
특히 재호야 말할 필요도 없이 괴물 같은 범용성을 자랑했으니 더 말해 뭐할까?
유지력과 공격력, 그리고 완벽한 팀워크까지 합쳐진 일성 플라워즈의 전투에 슈퍼콘의 데스만 계속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부활 대기 시간은 최대 30초까지 늘어난 선수도 있었다.
슬슬 부담스러운 부활 시간에 슈퍼콘의 움직임이 소심해지는 게 똑똑히 보이는 그 순간.
-어? 잠시 만요?
해설진에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런데 조금 전, 슈퍼콘의 부활 시간이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예? 부활 시간이요?
-제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사실 그것은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이미 발견한 것이기도 했다.
-분명 제가 보기로…….
직전의 슈퍼콘 사망 순간으로 영상을 돌린 후, 부활 대기 시간을 확인한 해설자.
그리고 그 위화감의 정체를 확인했다.
-아니?! 이게 뭐죠! 슈퍼콘의 부활 대기 시간이 이상합니다!
현재 슈퍼콘에서 가장 많이 죽은 선수는 다섯 번을 죽었다.
그렇다면 부활 대기 시간은 30초여야 하는데…….
-137초! 아니, 정확히는 137.25초!! 무려 2분을 넘어서는 시간! 왜 저희가 지금까지 저걸 못 봤던 거죠?!
-경기 양상이 워낙 이상하게 흘러간 탓에 사망자의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선수들의 상황 또한 나쁩니다. 전원 정상적인 경우보다 최소 두 배는 더 많은 부활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제야 경기를 보던 모두가 슈퍼콘에게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단 걸 깨달았다.
그리고 슈퍼콘 당사자들의 당혹감과 혼란은 몇 배나 더 컸으니…….
“부활 시간 왜 이래?!”
다른 알림이 따로 없었기에 그들도 간과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단 걸 느낀 건 세 번째 죽음쯤 되어서였고, 아직도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활까지 거의 100초에 육박하는 팀원이 발생하자 그들은 확실히 깨달았다.
일성 플라워즈에 뭔가 있다는 것을……!
[] [부활이 가능한 대상일 경우, 부활 시간을 1.5배 증가시킵니다.]그 정체는 바로 재호의 칭호!
말도 안 되는 사기적 칭호였지만, 실제 인게임 내에서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려운 칭호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한 부활이 가능한 전장에서라면?
-방금 자료를 받았습니다. 슈퍼콘의 부활 대기 시간은 매 사망 때마다 1.5배씩 증가를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일성 플라워즈의 누군가가 살벌한 스킬이나 칭호를 가진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것은 역추리를 통해 금방 밝혀졌다.
-137초나 되는 부활 시간을 얻은 코바 선수! 다른 선수들과 달리 유일하게 매번 1.5배 증가를 해 왔는데요,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막타를 전부 황재호 선수가 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는 건 황재호 선수에게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군요!!
-그리고 또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부활 가능 전장에서 치른 일성 플라워즈의 모든 경기에서 해당 디버프가 지속적으로 있었다고 합니다!
-맙소사……. 어떻게 지금껏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던 거죠?
애초에 이렇게까지 무식한 방식으로 싸운 적이 없었으니까.
지금처럼 극적으로 이상 현상이 나타날 만큼 재호에게 많이 죽은 사례가 없어 티가 거의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으로 확실해졌습니다! 일성 플라워즈는 슈퍼콘을 말려 죽일 생각인 겁니다! 영원히 부활하지 않을 때까지 버티는 게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이미 황재호 선수는 전적이 있지 않습니까?
뉴월드를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는 재호의 대회 트롤링.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재현되려 하고 있었다.
* * *
경기 시간은 한 시간을 넘어섰다.
아직 일성 플라워즈와 슈퍼콘의 첫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공식 대회 최장 시간 기록을 세웠다.
물론 시범 리그 때 재호가 세운 기록엔 아직 모자랐지만…….
경기가 길어지면 보는 사람들은 지루하다고 느낄지도 몰랐지만, 다행히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재호의 경기를 보는 이들은 단순히 ‘실력’ 때문에 보는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재호와 일성 플라워즈의 진짜 매력은 다른 팀들은 절대 하지 않을 과감한 퍼포먼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인다는 것.
그 자극적인 매운맛에 중독되었고, 또 그런 경기를 기대했으니…….
지금 경기만 하더라도 그러했다.
과연 어느 팀이 저런 말도 안 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까?
여전히 판세는 슈퍼콘이 유리했다.
그건 경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랬다.
딱 한 번.
한 번만 삐끗하면 바로 패배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스스로 자처한 일성 플라워즈였고, 정말 패배한다면 만용이라며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뚫리지 않았다.
충돌할 때마다 죽어 나가는 건 슈퍼콘이었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란 게 딱 어울리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딱 하나만 점령하면 되는데, 정면충돌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
“저걸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구먼.”
VIP 좌석에 앉은 우람이 팔짱을 낀 채, 함께 경기를 보러 온 친구이자 진아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어릴 때, 게임을 하려면 아버지를 상대로 플래닛크래프트로 대결해야 했었지. 하지만 그 영감쟁이는 치사하게 지구인 사기 맵들만 골라서 했단 말이야.”
“아! 자네 아버지가 플래닛크래프트 고인물 아니었던가?”
“소싯적 고랭크였지. 난 해 본 적도 없는 고전 게임을 두고 내기를 하니 이길 수 있을 리가 있나?”
우람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아무튼 재호 저놈이 하는 짓을 보니 그때가 떠오르네. 암만 두드려도 뚫리지도 않고, 나만 점점 말라 죽어 가는 느낌……. 빌어먹을 탱크와 지뢰들…….”
“부전자전이구먼.”
“뭐?!”
우람이 움찔하자 진아의 아버지는 껄껄 웃었다.
“자네는 어디 안 그런 줄 아나? 그리고 내가 볼 땐 3대가 그냥 똑같아.”
압도적 힘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 주며 상대를 말려 죽이는 스타일.
아주 고집스럽고 잔인했으니…….
하지만 두 사람은 그걸 두고 너무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자식들에게 이미 슈퍼콘이 어떤 치사한 짓을 했는지 들었으니 말이다.
“한두 시간은 했으면 좋겠구먼.”
진아의 아버지는 솔직히 말했다.
“두 시간은 무슨. 그냥 기권할 때까지 내버려뒀으면 좋겠네.”
자신들이 언론에게 뜯기는 걸 본 두 아버지는 슈퍼콘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 * *
슈퍼콘의 평균 부활 시간은 점점 늘어나 5분, 10분… 그리고 마침내 30분이 되었다.
죽으면 부활까지 30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사실상 죽는 순간 게임은 끝나는 것이니까.
하지만 일성 플라워즈는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긴 했다.
단, 다른 비컨이 아니라 슈퍼콘의 부활 장소 앞에 버티고 선 것.
슈퍼콘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는 치욕이었으나… 방법이 없었다.
전의는 이미 꺾인 지 오래였고,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경기 시간은 1시간 20분에 접어들었고, 입구를 막힌 슈퍼콘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결단을 내렸다.
-슈퍼코오온!! 결국 견디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합니다!!
시범 리그 당시, 월드와이드의 개입으로 마무리되었던 전설의 경기.
하지만 재호는 새로운 전설을 다시 썼다.
1시간 22분.
대회 최초 항복 경기.
사람들은 왜 일성 플라워즈가 그런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려면 남은 경기를 더 치러야 했다.
3판 2선승의 토너먼트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첫 경기에서 새파랗게 질려 버린 슈퍼콘이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 없었다.
무슨 수를 써도 자신들은 일성 플라워즈를 쓰러트릴 수 없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버린 게 컸다.
결국 전투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슈퍼콘은 스스로 무너져 버리며 2경기를 패배했다.
그리고 일성 플라워즈는 2연승을 하며 4강 진출을 확정을 지었다.
* * *
승자 인터뷰!
첫 경기를 본 이후,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되었다.
무대 위로 나오는 일성 플라워즈를 향한 환호는 없었다.
상대팀을 배려하지 않은 잔인한 처사에 대한 항의?
물론 그런 의미로 침묵하는 이들도 있긴 할 터였다.
입장 관중의 5분의 1은 슈퍼콘의 팬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아니었다.
괜한 환호와 박수로 시간을 뺏기보단 당장이라도 이유를 듣고 싶은 것!
“오늘 정말 여러 의미로 대단한 경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일단 소감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진행자의 물음에 마이크를 받은 재호는 태연히 입을 열었다.
“보는 분들은 많이 놀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늘 멋진 경기를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오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뭐, 일성 플라워즈가 최선을 다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경기가 나올 순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와는 조금 달랐지 않습니까?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꿀-꺽.
경기장 전체에 흐르는 적막.
정말로 알고 싶었던 바로 그것을 재호의 입을 통해 나오려…….
“별로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아…….”
순간 김이 푹 빠지는 경기장 전체.
“그렇다면… 그냥 그랬다는 이야기인가요?”
진행자는 조금은 우려스럽다는 듯 물었다.
만약 그렇다면 자칫 일성 플라워즈의 경기 매너에 대한 논란이 터져 나올 테니 말이었다.
개인적으론 재호의 팬이기도 한 그는 제발 그건 아니길 빌었다.
“글쎄요…….”
의미심장하게 말끝을 흐리는 재호.
“아마 다들 의아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서 말이죠.”
“네?”
“지금은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특별한 이유가 생겨날지도 모르겠죠?”
“그게 무슨…….”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모든 진실을 이야기할 순 없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두표는 계획을 세웠다.
[저들이 스스로 밝히고 사과하도록 만들 거야.]자신들이 직접 손을 쓰기보다는 저들이 먼저 잘못을 실토하고 사죄하게 하는 것.
그래야만 내부고발자를 보호해 줄 수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굳이 일성 플라워즈가 상대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플레이를 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경고였다.
“이 자리에서 한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목소리를 낮춘 재호는 충격 발언을 뱉어 냈다.
“앞으로 저희는 상대가 누구든, 오늘과 같은 경기를 보일 것입니다.”
“?!!”
오늘처럼?
오늘을 콕 집어 말했다는 건, 상대 팀들의 멘탈을 지옥까지 보내 버리겠다는 뜻이 담겨 있음을 모를 수 없었다.
“결코 정상적인 경기가 아니겠죠. 아니, 냉정히 말해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재호가 스스로 고백하자 무심결에 고개를 숙이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하지만 저는 걸어온 싸움을 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배로 갚아 줄 것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말입니다. 먼저 부당한 비매너로 대응해 왔으니, 저희는 ‘정당한’ 경기로 대응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재호는 여지를 남겼다.
“물론 계기만 있다면 언제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재호는 일성 플라워즈의 팬들이 보인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팬분들께는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분간 저희를 향한 손가락질이 있더라도 믿고 기다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부터 저희는 잠시 악마가 되겠습니다.”
재호 입에서 나온 악마 선언!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도리어 팬들을 전율케 만들어 주었다.
악마가 악마임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