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2
51화
테일러에게 일어난 비극(?)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가 개인방송을 통해 스스로의 추태를 만천하에 공개한 탓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은 불곰 길드에도 전해졌다.
“테일러가…… 잡혔다는데……?”
부길마의 말에 길마 크로킹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 새끼 암살자잖아.”
“그……렇지?”
“암살자가 도로 잡혔다고?”
“뭐…… 현장에 가니 엘프들도 있었다고 하던데……. 문제는 테일러가 그걸 개인 방송으로 생중계를 해 버렸다고 하더라.”
“……하.”
크로킹은 얼굴을 두 손으로 벅벅 문질러댔다.
“그 자식 뭐 어떻게 된 거 아냐? 암살하는 걸 방송으로 내 보낸다고? 그게 시X 무슨 암살이야?!!! 아주 동네방네 소문 다 낼 작정이야?!!!”
“뭐…… 나도 이해가 안 되긴 하는데…….”
테일러 입장에선 속이 뒤집어질 일이었다.
방송 때문에 실패한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일이 틀어지고 난 이상, 그런 소리는 구차한 변명밖에 안 되었다.
“어쨌든 그쪽에서 우리가 잡은 그 인간을 조건으로 거래를 하자는데.”
“빌어먹을 놈들.”
그래도 한 가지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납치한 플레이어가 재호에게 있어 제법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그렇다면 이 상황을 좀 더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도 있었다.
“무시해. 그 녀석들한테 휘둘릴 필요 없어.”
그들 입장에선 아쉬울 것 없었다.
테일러는 시간만 지나면 자력으로 충분히 탈출할 능력이 있는 플레이어.
감옥에 가두어 놓을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 테일러에겐 기회가 올 수밖에 없었다.
“이건 자존심 싸움이야. 절대 지면 안 돼.”
다만 크로킹은 몰랐다.
사실 재호는 완식이 어떻게 되든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엘리시아에는 감옥이 없다는 것을!
* * *
마침내 화원으로 돌아온 재호는 그간 밀려 있던 일들을 차례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와, 다들 상태가 좋네?”
화원의 꽃들을 모두 확인한 재호는 감탄했다.
자신이 없었음에도 완벽할 정도로 관리가 잘된 꽃들의 상태!
“헤헤, 엘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알시아님의 도감 덕분에 관리하기도 확실히 수월했어요.”
메이는 겸손을 보였으나, 그녀가 대단히 노력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재호와 초반부터 조수로서 함께 해 온 그녀의 원예 실력 자체도 아주 뛰어났고.
“아! 그나저나 팡팡이는 어떡하죠?”
“걔? 잘 지내고 있던데?”
“아, 아뇨……. 현실에서 잘 지내는지 궁금한 게 아니라 어떻게 구해내죠?”
“아, 그렇지 않아도 거래를 제안해 놓은 상태야.”
“거래?”
그제야 메이는 저 멀리, 엘프들에게 심한 꼴을 당하고 있는 한 플레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옆에선 잔뜩 신이 난 후카가 방송을 하고 있었고.
“……헉?! 테, 테일러 아닌가요?!! 저 사람이 왜 저기 있죠?”
“또 나 노리고 숨어 있던 거 걸렸어.”
“…….”
메이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이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테일러에 대해서 알 만큼 알고 있었다.
불곰 길드를 대표하는 정상급 네임드!
암살자 랭커이자 불곰국을 세우는 데 누구보다 큰 공헌을 한 실력자였다.
그런 그가 벌써 두 번이나 실패하더니 결국 붙잡혀 엘프들에게 굴욕을 당하고 있었다.
“그럼 저 사람이랑 팡팡이를 교환할 생각인가요?”
“일단은 그렇게 제안을 해 놨는데…….”
막 도착했을 때, 불곰 길드 쪽의 대답은 들은 상태였다.
전혀 생각이 없다는 걸.
“헉?! 그럼 어떡하죠?”
“어쩔 수 없지.”
역시나 태연 그 자체.
“어…… 괜찮나요?”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뭐. 어차피 엘프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네?”
“감옥이 없다고 해도 도망가는 건 무리일 거야.”
“…….”
메이는 더 이상 완식에 대해선 묻지 않기로 했다.
재호가 정말로 완식에 대해서는 일말의 걱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
메이에게도 말했지만 엘리시아에는 아직 감옥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곳에선 딱히 감옥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플레이어들이 머무르지도 않았고.
애초에 엘리시아 화원 혹은 럭시 숲의 짬밥이 좀 있는 이들은 엘프에게 거스르려는 생각 따위를 하지 않았다.
현재 테일러 주변으로 만들어지는 나무 창살이 최초의 감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앉은 테일러는 내심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런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나무 창살로 날 가둔다고?’
최정상 암살자를 대체 뭘로 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질 지경.
‘엘프들을 믿는다 이건가?’
확실히 엘프라면 자신의 탈출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였다.
탈출이 불가능할 것은 전혀 없었으니까.
체력만 든든하다면 작정하고 도망가는 건 그다지 어려울 것 없었다.
‘이렇게 된 김에 잠시 여기 머물며 엘리시아에 대해 관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시스템이 그것을 감옥이 아닌, 일반적인 필드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창살의 재질이 월화수란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나온 실수……!
* * *
어두운 꽃집 속.
“자……. 그럼 이제 우리 셋이서 좀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 보자.”
재호의 말에 화분에 물을 주던 사만다가 움찔했다.
“예? 가, 갑자기 무슨 말씀……?”
“응?”
당황한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하던 재호는 이내 ‘아!’ 하곤 징징이를 가리켰다.
“이 녀석이랑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다른 녀석이 있거든.”
“……크흠. 그, 그렇군요. 그럼 전 잠시 자리를 비워드리겠습니다.”
“딱히 그럴 필요는 없는데.”
하지만 사만다는 혼자 느낀 무안함에 견딜 수 없어 후다닥 사라졌다.
“뭐…… 어쨌든.”
재호는 다시 징징이를 바라봤다.
“분명 여기까지 오면 꼰대 이 녀석을 꺼내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었지?”
이제는 계산을 마칠 때였다.
바로 생기의 정령을 실체화시키는 방법!
[이 ‘정말로 날 꺼낼 거냐?’고 말합니다.]“꺼내야지. 머릿속에서 조잘거리는 거 은근히 정신사납거든.”
[이 ‘신목에게 다 일러바친다고 해도?’라고 말합니다.]그 점은 확실히 강력한 협박이었으나 재호는 이미 결론을 낸 상태였다.
“이제 와서 뭐 어쩔 건데?”
바로 배 째!
어차피 신목은 뿌리를 내렸고, 재호가 정령화장의 후계라는 이유만으로 상당한 호감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원정길에서 수확해 온 지역 특산물들도 선물해 준 덕분에 그녀는 아주 만족스러워 하고 있었다.
“이 신뢰 관계에 약간의 생채기 정도는 괜찮을 거야.”
재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신목조차, 이 꼰대 녀석이 조금 덜 떨어진다고 인정한 사실을!
―킥킥킥! 거만 떨더니 꼴좋다!!
“시끄러워. 겁쟁이 놈아.”
[이 ‘낄낄낄!’거리며 웃습니다.]“똑같은 놈들끼리 뭐가 좋다고.”
[…….]―…….
뭐, 급으로 따지면 정령왕에 해당되는 고위 정령이라더니…….
아마 이 둘의 무력을 다 합친다고 하더라도 정령왕 발뒤꿈치도 못 따라갈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지.”
기대를 하니 실망하게 된다는 말도 잇지 않은가?
[이 ‘나랑 저 녀석이랑 똑같이 취급하지 마! 난 진짜로 싸울 줄 알아!’라고 소리칩니다.]씨익―
보통 사람들은 똑바로 봐도 알아차리지 못할 재호의 은밀한 미소.
“그래? 그럼 한번 증명해 보던가. 징징이보다 네가 더 뛰어나다는 걸.”
―뭣?! 나도 한다면 하는 놈이다! 하지만 명색이 생령과 관련된 정령으로서 살생을 할 수는 없는 바! 넌 생기를 담당하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이 ‘난 너 같은 겁쟁이가 아니거든?’이라고 말합니다.]“잠깐!”
둘의 감정이 격해지는 절묘한 순간, 재호가 끼어들어 제지했다.
“그에 대해선 직접 확인해 보자고. 그리고 너희 둘 중, 더 우수한 녀석에게 내가 엘리시아 화원의 정령왕으로 임명해주지.”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이 ‘그게 무슨 개소리…….’]꼰대는 그에 반박하려 했으나 징징이는 달랐다.
―흥! 질 것 같으니 도망가는 거겠지! 에베베―
[이 ‘……해.’라고 말합니다.]징징이의 도발에 넘어가 버리는 꼰대의 모습에 재호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징징이가 알려준 소환 의식을 위해 재호는 잠시 사막을 벗어나 럭시 숲으로 향했다.
꼰대가 봉인되어 있던 장소가 그곳이었던 이유도 있고, 여러 다양한 식생을 더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꽃만 필요했다면 화원에서도 가능이야 했겠지만, 아쉽게도 ‘생기’의 정령인 탓에 다른 것들도 필요했다.
“후, 여기도 오랜만이네.”
게임을 시작한 직후, 을 발견했던 그 장소에 선 재호.
꼰대를 만난 곳도 바로 여기였다.
“두 달 넘게 여기서 죽치고 앉아 있었었지.”
이펠츠 꽃들은 여전히 화사하게 피어 재호를 반기고 있었다.
잠시 시간을 내어 꽃들을 위한 연주를 해 주며 교감을 한 재호.
그런 뒤, 한쪽 공터에 자리를 잡고 섰다.
“시작하자.”
―알았다.
징징이는 재호가 준비해 온 12가지의 식생들을 둥글게 배치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정령초를 놓은 뒤, 한 발 물러섰다.
―이미 계약이 되어 있는 만큼, 실체화에는 그리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마법진도 내가 다 그려 놓았…….
[이 ‘잠깐만!’이라고 소리칩니다.]“왜? 이제 와서 또 마음이 변했다거나 그런 거야? 그런 거 안 통해.”
재호는 딱 잘라 말했다.
[이 ‘그게 아니라 마법진이 틀렸다!’고 말합니다.]“…….”
재호의 살벌한 눈빛이 징징이를 향했다.
―저, 정령도 실수할 수 있지 않나?! 더군다나 애초에 이건 나와 관련된 소환식도 아니니!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애초에 꼰대가 말하지 않았으면 네가 한 모든 것들이 뻥카였단 소리잖아.”
―…….
할 말이 없어진 징징이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결국 꼰대의 설명에 따라 다시 마법진을 그린 재호는 다시 의식을 진행했다.
파아아앗―
누가 봐도 성공을 예상되는 찬란한 빛이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왔다.
“음?”
동시에 재호는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꼰대 녀석이 나가는 건가?!’
화아아―
서서히 잦아지더니 마법진 가운데에는 희마한 빛을 내는 작은 생명체가 서 있었다.
체격은 징징이와 거의 비슷했다.
역시나 두 발, 두 팔을 가진 직립 생명체였고, 머리카락처럼 자라난 커다란 민트 잎사귀들이 살랑거리고 있었다.
다만 징징이와는 달리, 여성체에 가까운 모습.
[ 소환에 성공하였습니다!] [명성이 증가합니다.]시스템이 성공을 알려왔고.
“……꼰대야?”
뭔가 묘한 어감으로 재호는 녀석을 불렀다.
―하아아아아…….
상대에게서 흘러나오는 긴 한숨.
―기어이 이렇게 되는구나.
시스템을 통해 전해들을 때보다 더 생동감 넘치는 말투.
―과거 틴라이트를 따라다니며 그렇게 고생했었는데…… 이제는 좀 편히 지내나 했건만…….
“하하, 나는 그런 스타일 아니잖아?”
―……들뜬 표정이나 지우고 말하지?
따가운 녀석의 목소리.
실제로 재호는 꼰대를 떼어낸 것에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평소 얼마나 조잘거리면서 간섭을 해댔던가?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 많았던 게 녀석이었다.
―야.
그때, 녀석이 커다란 눈을 쪽 찢은 채 징징이를 노려봤다.
―……왜?
―네가 이 상황을 만들었으니 책임을 져야지?
―내가 왜…….
―시끄럽고 일로 와 봐.
―내가 왜?
―팍 씨! 당장 안 와?!
―…….
둘의 대화를 지켜보는 재호는 멈칫했다.
둘이 동등한 관계라기보단…….
슬금― 슬금―
쭈뼛거리며 다가온 징징이는 꼰대 앞에서 고개를 푹 숙였다.
―아주 신났지? 응? 왜? 나 한번 골려 먹을 수 있을 기회다 싶으니 눈에 보이는 게 없었던 모양이지?
―…….
―차라리 계속 귀속되어 있었더라면 더 나을 뻔했는데, 그치? 사실 너도 마법진 정확하게 알고 있잖아? 그냥 헷갈리는 척하면서 넘어가고 싶었겠지. 안 그래? 나도 그냥 입 다물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을 텐데 미안해서 어쩌나?
도도도 쏘아대는 꼰대의 비난에 잔뜩 웅크린 징징이…….
‘음……. 시스템이 저 성격을 많이 억눌러 준 거였군.’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은…….
‘꼭 우리 엄마하고 아버지를 보는 느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