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20
519화
뉴월드컵 첫 우승팀 일성 플라워즈!
폭죽과 조명이 요란하게 터지며 최후의 승자를 축하했다.
하지만 밝은 조명이 비치지 않는 어둠 속에선 주변 사람들을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극이다!”
“이따위로 대회는 다시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서동혁 나오라고 해! 어디 그 뻔뻔한 낯짝 좀 보자!!”
캡슐을 뛰쳐나와 사람들의 시선이나 카메라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난장판을 치는 판다즈.
심지어 주변 기물들을 부수기까지 했으니, 마지막까지 최악의 반응을 보여 주고 있었다.
결국은 보안 요원들에게 붙잡혀 쫓겨났으니…….
“월드와이드는 후회하게 될 것이다!”
“감히 중국 대표팀인 우리를 능멸하고도 이 게임이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
별다른 타격감 없는 저주를 퍼부으며 판다즈 전원이 끌려 나갔다.
우르르-
이어 판다즈를 응원하기 위해 왔던 중국 팬들도 자리를 뜨며 관중석은 어수선해졌다.
그들은 의자를 발로 걷어차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어 대는 등, 판다즈와 별반 다르지 않은 거친 행동을 보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들은 적나라하게 전 세계로 중개되었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분노하기보다는 통쾌한 감정을 더 크게 느꼈다.
누가 뭐래도 이번 대회에서 판다즈가 보인 행보는 극혐 그 자체였으니까.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있고 난 뒤, 경기장이 잠잠해진 뒤에야 우승팀 세레모니와 트로피 수여식, 그리고 인터뷰가 진행될 수 있었다.
“저희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재호는 우승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초대 우승팀이 된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사실 이걸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아나운서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는 표정으로 씩 미소 지었다.
“결승전, 네 경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는데요. 혹시 처음부터 준비했던 작전입니까?”
한국의 초창기 E스포츠 전성기를 경험했던 어르신들 사이에서 ‘나 때는 말이야~’하면 무조건 나오는 전설의 3연벙.
오늘 재호가 보인 4연속 드래곤은 그에 필적할 만했다.
“원래는 계획에 없었습니다.”
재호는 솔직히 말했다.
“사실 판다즈와 결승에서 만날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었으니 말입니다. 저희를 피하려고 고의로 탈락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경기 전에는 오직 침묵으로 대응했던 재호.
완벽한 승리 이후에 나온 도발은 몇 배나 더 통쾌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재호의 그 발언을 두고 누군가는 패자를 향한 예의가 없다고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판다즈는 존중조차 필요 없는 팀이란 걸 당사자들이 스스로 증명해 버렸다.
퇴장 과정에서 보인 태도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물론 판다즈와 싸울 수 있길 간절히 원하긴 했습니다. 저희 쪽에선 대부분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사실 인간인 이상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태연할 순 없었죠. 저도 사람이니까요.”
하하하-
재호의 말에 관중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도 사람이라는 말에 웃음이 터진 것.
“어?”
“?”
“흠흠, 어쨌든 판다즈가 결승 진출을 확정 짓는 순간, 저희는 내부적으로 많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승리를 해야 저희도, 팬들에게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오오오-!
자신감 넘치는 발언!
실제 결과로 증명을 해냈기에 그 자신감을 누구도 비웃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경기가 가능했던 건 팀원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예? 팀원들이요? 아!”
무슨 말이냐는 듯, 의문을 드러냈던 아나운서는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닫곤 얼굴을 굳혔다.
아무리 재호 혼자 다 한 것 같더라도 이건 엄연한 팀 스포츠.
그런데 옆에 팀원이 버젓이 있는데 그런 반응을 보였으니…….
“하하… 죄송합니다. 어쨌든 황재호 선수가 팀원들의 이야기를 꺼내신 이유가 궁금한데요?”
재호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했다.
“제 드래곤 변신 스킬은 보신 바와 같이 굉장히 강한 스킬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대회에서 쓰지 않으려고 했었고 말입니다. 더 재밌고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서는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함께 싸우는 팀원들과의 팀워크에도 별로 좋은 스킬은 아닙니다.”
재호의 말에 모두가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재호의 원맨쇼인 건 부정할 수 없었고, 다른 팀원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은 제로에 가까웠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은 압도적인 승리를 위해 그 희생을 감수했습니다. 이 큰 무대에서 쉽사리 할 수 없는 결정이었을 텐데, 단순히 팀의 승리를 넘어 뉴월드를 즐기는 모든 세계인을 위한 승리를 위해 감수해 주었죠.”
재호의 입에서 나온 내용은 판다즈의 정체성을 확실히 못 박는 발언이었다.
공공의 적!
그런 적들에게 끔찍한 패배를 안겨 주기 위해 팀원들은 큰 희생을 치렀다고 재호가 직접 말해 주었다.
실제로 재호는 계속 미안함을 느끼고 있기도 했고.
하지만 다음으로 마이크를 받은 완식은 재호의 이야기를 정정해 주었다.
“지금까지 보여 준 방식이 아니라 더 극적인 연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판다즈를 상대로는 어떻게 이기더라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아예 개쪽을… 아, 죄송합니다. 그냥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확실히 만들자고 저희끼리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리 말한 완식은 재호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우리를 보고 희생했다고 하지만, 사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꿀잼이었습니다. 애초에 가장 큰 손해를 본 것도 저희가 아니라 재호이기도 하고.”
“손해라고 하면…….”
다시 재호에게 묻는 아나운서.
재호는 머리를 긁적이다 대답해 주었고, 곧 관중석은 비명으로 가득 들어찼다.
* * *
판다즈 측에서는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대회 운영위원회를 향해 막무가내로 들이닥쳤다.
그리곤 건달처럼 주변 기물을 내던지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 정도로 안하무인일 수가 있는지 신선한 충격을 선사해 주는 그들.
보안 요원들이 급히 달려와 그들을 제지했지만 발버둥을 멈추지 않았다.
“이깟 똥겜 당장 망하게 해 줄까?!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한국인 밀어 주기로 운영되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과연 사람들이 가만있을까?”
몇 번을 이야기해도 진실은 믿지 못하는 그들.
어쩌면 자신들이 늘 그래 왔기 때문에 당연히 남들도 그러리라 생각할지도 몰랐다.
중국에서 주최하는 각종 대회마다 온갖 잡음이 생겼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었다.
“그런 밸붕 스킬을 연속해서 쓸 수 있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딴 건 인정 못 해!!”
하지만 아무런 증거 없이 그런 우기기를 하는 것 또한 아니라고 판다즈는 생각했다.
자신들이 보고 경험한 것!
지금 당장이야 멍청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괴롭히는 데 혈안이 되어 외면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재호의 드래곤 변신 스킬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하지만 판다즈가 멋대로 추측한 내용은 뒤쪽에 틀어져 있던 우승팀 인터뷰로 인해 부정되었다.
-애초에 가장 큰 손해를 본 것도 저희가 아니라 재호이기도 하고.
완식의 입에서 나온 뜬금없는 이야기.
그것이 판다즈의 귀에 콕 들어박히며 또 한 번 그들을 자극했다.
제일 손해 본 게 황재호라고?!
그딴 소리를 뻔뻔하게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재호에게서 나온 드래곤 변신의 패널티를 듣는 순간, 판다즈조차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가성비 최악의 스킬입니다. 변신 유지만으로도 초당 1만 골드. 비행 시 초당 1천 골드. 브레스 초당 5천 골드. 제가 잘은 모르지만 현존하는 어떤 차보다도 연비가 안 좋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미친. 헙?!”
무심결에 흘러나온 판다즈 선수의 욕설.
하지만 자신을 향하는 팀 동료들의 날카로운 눈빛에 바로 입을 막았다.
인제 와서 저 말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순 없었으니 말이다.
“흥! 저런 걸 핑계라고 하는 건가?”
“아니. 사실이다.”
그때, 갑자기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판다즈 측이 얼굴을 찌푸렸다.
고개를 돌리자 웬 아저씨가 뒷짐을 진 채로 그들을 바라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댁은 또 뭐야?”
“너희가 그렇게 찾던 서동혁이다.”
“?!”
퉁명스러운 질문에 비해 어마어마한 대답.
월드와이드의 수장 서동혁 대표가 정말로 나타난 것이다.
“그, 그렇습니까?”
조금 전까지 보이던 패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쪼그라든 태도.
서동혁 이름을 막 불러 대며 깽판을 치던 것이 무색해지는 모습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날 찾았지?”
서동혁 대표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꼽으면 1순위로 나오는 거물.
뉴월드를 창조하고 그 세계를 움직이는 인공지능 크레이터, 그것을 설계한 세기의 천재.
그런 엄청난 거물을 앞에서 그 누구도 아무렇지도 않게 소리를 치는 건 불가능했다.
인터넷에선 아무리 놀림을 받아도 서동혁 대표의 카리스마는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건가?”
“아니…….”
할 말은 많았다.
하지만…….
“황재호는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건가?”
“…맞습니다.”
서동혁 대표가 스스로 서두를 뗐기에 겨우 꺼낸 주장.
“쯧-”
하지만 서동혁 대표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대체 몇 번이나 증명해야 그런 헛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인지 의문이군.”
“예?”
대표의 입에서 나온 ‘헛소리’ 발언에 그들은 넋이 나갔다.
“백날 증명해 봐야 믿지 못하겠지. 아니, 믿을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모욕을 그만두십시오!”
“너희가 지금까지 뉴월드컵을 모욕한 건 생각도 안 하고, 조금 건드렸다고 그토록 발끈하는 건가?”
“…….”
지금까지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던 그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역시나 서동혁 대표는 그들이 함부로 하기에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다시 한번 똑똑히 말해 주지. 지금까지 월드와이드는 황재호에게 그 어떤 특혜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유로운 플레이가 더 억제됐지. 너희들처럼 의미 없는 음모론 때문에 몇 번이나 개인의 플레이 정보를 공개해야 했었으니 말이야. 또한 방금 황재호가 밝힌 드래곤 변신의 사용 조건 또한 사실이다.”
“마, 말도 안 됩니다!”
마지막 말에 그들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고작 이런 대회를 위해 그런 지출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우승해 봐야 명예와 상금 좀 받는 것 말고는 남는 게 없거늘…….
만약 재호 말대로면 오늘 밤 소모한 골드가 개인에게 돌아오는 상금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그걸 몰라서 묻나?”
오히려 서동혁 대표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렇게 만든 당사자들이 모른다라……. 코미디가 따로 없군.”
서동혁 대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쨌든 더 이상의 행패는 용납하지 않아. 경찰을 보고 싶지 않으면 그만 조용히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
진작 패대기를 쳐도 할 말이 없을 판다즈의 행패였지만, 서동혁 대표는 마지막 배려를 해 주었다.
뉴월드컵의 주인공은 일성 플라워즈가 되어야 했지, 경찰에게 질질 끌려가는 이들이 되어선 안 되었다.
* * *
총상금 25억 원.
제1회 뉴월드컵 챔피언 일성 플라워즈.
하지만 사람들은 2회도, 3회도 일성 플라워즈가 챔피언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특히 결승에서 보여 준 압도적인 드래곤의 힘을 생각해 보면 도무지 답이 없어 보였으니…….
레이드 보스와 다름없는 피지컬에 재호의 전투 센스가 합쳐지니 답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드래곤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단 건 알게 됐잖아.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만한 패널티면 남발은 못 할 듯.
└그치. 심지어 그날 백스테이지에서 있었던 판다즈 사건 영상 보면 서동혁 대표도 패널티 인정했잖아.
판다즈의 깽판 영상은 브이튜브에 박제가 되어 있었다.
대회 스태프들의 스마트폰에 당시 상황은 적나라하게 찍혔고, 누군가 올리면서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이다.
그리고 그 영상에 담긴 서동혁 대표의 사이다 발언은 전 세계인의 환호를 받았다.
단 한 곳만 제외하고 말이다.
-어쨌든 황재호는 그냥 해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판다즈 참교육을 위해 피해를 감수했다는 뜻이잖아.
└진정한 이 시대의 의인이지. 그거 보나 마나 엘리시아 화원 국비에서 꺼내 쓴 걸 텐데.
└다들 꽃템 많이 사서 돈쭐 내주면 되지. 우리 모두를 위해 어마어마한 패널티도 감수했는데.
└난 이미 꽃템 주문 넣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애들 자꾸 패널티라고 하는 거 웃기네ㅋㅋ 그냥 드래곤 사용 조건인데ㅋㅋㅋ패널티라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용 조건.
그리고 지하 금고를 확인한 재호는 창백해진 얼굴로 다시는 해당 스킬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