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26
525화
스노우코튼, 그리고 얼어붙은 정원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재호의 요청에 바다는 움찔했다.
“어… 자, 잠시만. 얼어붙은 정원을 관리하는 게… 아마 3장로님이지 싶은데…….”
바다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외부인인 재호에게 청탑 내부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이야기해 주진 않으실 텐데……. 일단 물어나 보고 올게.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말하고 갔던 바다는 약 30분 뒤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돌아왔다.
“…별로 안 좋았나 봐?”
재호의 물음에 바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3장로님은 자긍심도 워낙 강한 분이라서……. 애초에 지금 청탑의 문제도 외부의 손을 빌리는 것에 반감을 많이 가지고 계시거든.”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재호와의 친분을 위해 과감히 시도했다 쌍욕만 먹고 돌아온 바다.
“음……. 그럼 아이시클 님을 직접 찾아가 볼까?”
재호의 말에 겨우 혈색이 돌아오던 바다의 얼굴이 다시 새파래졌다.
“노, 농담이지? 네 호기심 해결을 목적으로 찾아가겠다고?”
“응? 안 돼?”
“그야 당연하지!”
청탑 내에서 아이시클의 악명(?)은 정말 대단했다.
늘 바짝 날이 서 있는데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을 보였다간 잔소리 폭격을 받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3장로님 성격도 별로라고 말했잖아? 그 3장로님이 바로 탑주님의 오빠야. 두 사람 모두 성질 더럽기론 유명한데 대충 감 오지 않아?”
“?”
재호는 그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정작 아이시클 본인에게 듣기론 자신의 부드러운 성격은 성물 탓에 날카로워진 거라고 말했었던 것.
“어후… 내가 진짜 이 악물고 장로직까지 승급했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해. 승급식에서도 좋은 이야기는 한마디도 못 듣고 욕만 두 시간 들었어. 게다가 네 가이드를 내가 하고 싶다고 말할 때도 얼마나 잔소리를 들었는지 모를 거야.”
“…….”
바다는 그녀의 젊은 시절을 본 적이 없이 최근의 모습만 봤기 때문에 가지는 당연한 오해일까?
개인적으로 궁금해지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괜히 그런 걸 물어서 바다를 곤란하게 만들 순 없는 일.
“괜찮을 거야. 아이시클 님한테 가 보자.”
배려하는 척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더 큰 곤란에 빠트리는 재호였다.
* * *
아이시클은 자신 앞에 앉은 재호와 바다를 특유의 차가운 눈빛으로 가만히 응시했다.
“이러쿵저러쿵해서 말이죠… 어쩌고저쩌고…….”
재호는 열심히 자기 생각을 설명했고, 옆에 앉은 바다는 창백해지다 못해 피가 마르며 피부가 쪼그라들고 있었다.
‘미, 미친 거 아냐?! 탑주님 표정 썩어 가는 거 안 보이냐고!!’
당장이라도 재호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충동에 바다는 연신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니까…….”
재호의 말이 끝나고도 긴 침묵이 있고 난 뒤에야 입을 연 아이시클.
“얼어붙은 정원이 수상하다는 거군요. 단 확실한 근거는 없는 채로.”
“확인해 볼 방법이 없겠습니까?”
재호의 말에 아이시클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그 소리에 바다의 턱엔 식은땀이 한 방울, 한 방울 맺히고 있었으니…….
“골드 씨가 말한 대로 얼어붙은 정원은 오랜 시간 존재해 온 것. 늘 이곳에서 지켜봐 온 나나 다른 장로들은 그것에서 달리 바뀐 점을 발견하지 못했지요.”
‘역시 저럴 줄 알았어!’ 바다는 뻔히 예상했던 반응이 나오자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으로 봤을 때도 느꼈지만… 재호 정말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구나.’
상대가 누구든지 일단 머리부터 들이밀고 보는 퀘스트 방식.
물론 재호는 나름대로 계산을 두고 하는 것이었지만, 남들이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외모 영향이 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이번 역시 재호는 나름 자신을 가지고 아이시클을 찾았다는 점이었다.
‘아이시클의 성격이 옛날에 어땠다는 걸 떠나서 성물을 고치고 여행을 하고 싶다던 건 진심이었어.’
또한 그녀는 분명 말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이다.
“그대에게 바란 게 그런 점이었어요.”
‘역시!’ 기대한 대로의 반응이 돌아왔다.
“?”
한편 생각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자 바다는 눈을 끔뻑였다.
자신이 평소 보던 아이시클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운 유한 태도.
“스노우코튼에 대한 기록은 청탑에도 그리 많지 않아요. 성물 이터널의 강력한 마력을 머금은 꽃이며, 오랜 세월 청탑과 함께해 왔으니 모두 위험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했죠. 그런데 실은 그게 생령까지 얼어붙어 버린 죽은 꽃이었다라…….”
언뜻 생각하기에 청탑에서 그 사실을 몰랐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장소와 꽃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게 일반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사정은 있었다.
“마법사는 대자연의 힘을 거스르고 손안에 쥐려는 존재들이니 그런 쪽으론 젬병인 게 당연하죠. 정령사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만빙하곡 쪽은 정령사들의 왕래 자체가 거의 없었죠. 어쩌면 대왕 그대가 최초로 발견한 특이점일 수도 있어요.”
아이시클은 제법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럼 스노우코튼에 대한 정보를 좀 알아볼 수 있겠습니까?”
재호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3장로에게 말해 놓지요. 다만 내가 협력하라고 지시를 하더라도 곧이곧대로 듣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이미 김바다에게 3장로가 아이시클의 오빠라는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이시클도 미리 저런 이야기하는 것일 터였다.
“물론입니다. 어쨌든 청탑 입장에서 민감할 수도 있는 걸 외부인에게 공개하는 거니까요.”
두 사람이 남매라는 사실은 숨긴 채, 재호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해 주었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간 안 그래도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바다가 쓰러질 것 같았다.
탁-
“하아…….”
대화를 마친 뒤, 아이시클의 집무실에서 나온 바다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안에서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
하지만 아이시클의 잔소리를 세 시간은 들은 느낌이었다.
“넌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그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이야기 좀 한 것뿐인데?”
“하긴……. 영상을 보면 넌 상대가 누구든 전혀 쫄지 않는 거 같더라.”
바다는 그리 말했지만, 재호라고 부담스럽지 않은 상대가 없는 건 아니었다.
키노라거나 로두카라거나…….
둘에 비하면 아이시클은 훨씬 인간적이었다.
‘그런데 애초에 키노랑 로두카는 인간이 아니구나.’
게다가 아이시클의 약한(?) 모습을 본 것도 부담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키노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대마법사의 위신은 많이 추락했고, 그런 모습을 재호는 누구보다 가까이서 봤던 것이다.
냉정히 말해 지금 재호 눈에 아이시클은 은퇴를 꿈꾸는 빙수 가게 사장님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빙수 사장…….”
그 표현을 가만히 곱씹던 바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 놓기로 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 이야기는 하고 싶어.”
바다는 재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넌 완전히 미친 거 같다고…….”
걸핏하면 듣는 이야기라 별로 새삼스러운 것 없었다.
* * *
다시 얼어붙은 정원으로 향하는 재호.
가는 길에 바다는 목소리를 한껏 낮춘 채로 재호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해 주었다.
청색 마탑의 3장로 시니스.
위계로 따지면 현 마탑의 4인자이지만, 실제로 그의 영향력은 굉장히 낮다고 했다.
“아이시클 님의 오빠인데도?”
“뭐, 오히려 그래서 높게 쳐 줬다고 할 수도 있지. 두 분은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거든. 과거에 탑주 경쟁 당시, 서로 죽일 듯이 싸웠다고 들었거든.”
“그런 것치곤 좀 전에 보이던 아이시클 님 반응은 차분하던데?”
“뭐, 나름의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마탑 내에서는 다들 그렇게 알고 있어.”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친근한 타입이 아니기에 자세한 개인사를 물어볼 수도 없었다.
“특히 3장로님은 더해. 워낙 고지식한 분이라서 말이야. 그 탓에 탑 내에서도 친하게 지나는 마법사가 한 명도 없을 정도야. 게다가 얼어붙은 정원을 관리하는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을 더 만날 일도 없고.”
“그건 왜 그런 거야?”
“정원 구경을 할 거면 그냥 테라스로만 가면 되니까. 굳이 어두침침한 아래로 내려갈 필요가 없잖아? 성격도 안 좋은데 굳이 그런 장소에 갈 이유가 없지. 그런데…….”
잠시 고민을 하던 바다는 주변을 다시 두리번거리다 손짓했다.
웬 창고 같은 곳으로 이끈 그는 문을 닫고 목소리를 한층 더 낮췄다.
“사실 네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서 갑자기 든 생각인데, 뭔가 좀 이상한 게 있어.”
바다는 미간을 구긴 채 말했다.
“사실 얼어붙은 정원 쪽은 관리라고 해 봐야 별거 없거든. 그런데 왜 장로 정도나 되는 사람이 거길 지키고 있을까?”
“위험해서 아무도 접근 못 하게 하려는 거 아냐?”
“가면 죽는 걸 아는데 굳이 싶은 거지. 단순히 통행을 막으려는 거면 견습 마법사만 세워 둬도 되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좀 이상하긴 하네.”
단순히 생각하면 얼어붙은 정원의 출입 통제는 별로 할 것 없는 허드렛일에 가까웠다.
아니, 냉정히 말해 굳이 인력을 배치하지 않아도 되었다.
출입 금지 팻말만 달아 놓아도 충분할 일.
물론 마법사 특유의 목숨을 건 호기심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혹시 플레이어들이 기웃거리는 걸 막으려고 해 놓은 거 아냐?”
다른 가설에 바다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마법사 클래스를 선택한 플레이어라고 해서 마탑에 다 들어오는 게 아니야. 정말 극소수만이 올 수 있는 엘리트 코스라고! 그렇게 힘들게 들어온 마탑에서 굳이 NPC들 호감 떨어트리는 짓을 하고 싶을까? 나라면 절대 안 해.”
“그런 것치곤 지금 너도 꽤 위험한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
“…나야 그래도 장로직까지 따냈으니까 부담이 덜하지. 다른 장로들에 비해 급은 밀리지만, 청탑의 기둥 중 하나라고.”
바다는 제법 자부심을 담아 말했다.
물론 3장로 시니스에게 쌍욕을 얻어먹고 왔다며 울상 지었던 게 불과 십여 분 전이란 사실을 재호는 언급하진 않았다.
“아무튼 그렇다고. 뭐, 그냥 느낌이니 넘겨들어도 돼.”
바다는 그리 말했지만, 재호는 모종의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3장로는 나중에 만나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 지금 바로 안 가고? 아이시클 님 추천서는 쟁여 놓게?”
아이시클은 따로 이야기해 주겠다며 추천서를 재호에게 주었다.
탑주의 추천서까지 받아 놓고서 다른 볼일 먼저 보는 건 자칫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뭐, 괜찮을 거야. 봤잖아? 되게 친절했었다고.”
“…….”
문득 재호가 돌아간 뒤, 자신에게 불똥이 튀는 건 아닐지 뒤늦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혹시 너 친한 다른 장로는 없어?”
그런 바다의 걱정은 모른 채 재호는 물었다.
“친한 장로?”
“응, 청탑 내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그런 사람이면… 딱 한 명 있긴 해. 내 스승님.”
“스승님?”
마탑의 차기 장로로 손꼽힐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인 5장로 글레이셜.
“외부인에 대한 편견도 없고, 사람들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으시지. 내가 청탑에 들어오게 된 것도, 말단 장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분 도움이 컸어.”
바다에게 있어 누구보다 감사한 인물이 바로 글레이셜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해 놓고 보니 확실히 이 상황에서 그녀라면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했다.
“그럼 거기로 갔다가 시니스 장로를 만나러 가자.”
재호는 아무래도 좀 더 정보를 모은 뒤에 본격적으로 부딪히는 게 좋을 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