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32
531화
재호와 완식은 준비를 마쳤다.
남은 건 바다뿐이었는데, 그는 시작부터 조금 늦게 오는 바람에 시니스 장로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쯧. 느려 터졌군.”
시니스 장로의 짜증에 바다는 얼굴이 핼쑥해졌다.
마탑 내 평판을 올려 보겠다고 발버둥 중인데 시작부터 욕을 먹었으니…….
하지만 엄마 심부름을 하다 늦은 사정을 시니스 장로에게 이야기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 완식 선수?”
그의 따가운 눈빛은 마침 재호 옆에 선 완식을 발견한 덕분에 간신히 외면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대회 이후에 오랜만이네요. 우승 축하드려요!”
무난한 인사와 함께 다가온 바다.
“그나저나 난 뭘 하면 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니스 장로는 등지고 서며 나름 영리하게 그의 시선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일단 넌 대기하면 돼.”
당장 바다가 뭘 할 건 없었다.
지금은 재호가 혼자 먼저 진입해 스노우코튼을 관찰할 타이밍이었으니 말이다.
“좋아. 그럼 진입한다!”
재호는 크게 심호흡한 뒤, 얼어붙은 정원 한걸음 내디뎠다.
사아아아-
들어서는 순간, 확 달라지는 공기에 재호는 흠칫했다.
폐를 얼려 버릴 듯한 싸늘한 공기.
방한복을 입었음에도 뼛속 깊이 냉기가 스며들며 이가 딱딱 부딪히도록 만들었다.
[지독한 냉기가 당신의 움직임을 둔화시킵니다.] [모든 능력치가 크게 하락합니다.] [체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아직 얼어붙은 정원에 제대로 진입하지도 않았음에도 발생하는 엄청난 디버프.
다행히 체력 감소 폭이 아직 크지 않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진 뻔히 보였다.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얼어붙은 정원.
“흡-”
재호는 단단히 각오한 뒤, 한 걸음씩 옮겼다.
파슥- 파슥-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치 살얼음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발아래에서 들렸다.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며 체력 감소 폭도 점점 커졌다.
“!”
완식은 재호의 체력이 슬슬 떨어지는 걸 확인하자마자 빠르게 스킬을 시전했다.
촤르르-
황금빛 사슬이 쏘아져 재호를 옭아매었다.
하지만 재호가 움직이는 데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으며 지속적인 체력 회복 효과만 부여되었다.
“어때?! 이번에 익힌 새로운 스킬이다!”
완식은 뿌듯해하며 소리쳤다.
[단일 대상과 연결하여 지속적으로 체력을 회복시킵니다.] [대상의 회복력이 2배 증가합니다.] [대상이 치명적 피해를 입을 시, 1회 한정 시전자의 체력이 5%로 감소하며 사슬이 끊어집니다.]하필 왜 사슬일까 싶었지만, 완식의 클래스 컨셉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
[대상의 전체 체력을 초과하는 회복량을 10초간 유지되는 보호막으로 전환합니다.]“!”
[체력이 5% 이하로 감소 시, 5초간 무적이 됩니다.] [무적이 유지되는 5초 동안은 회복 효과를 받을 수 있으나, 이후 10초간 회복 불가 상태가 됩니다.]쏟아 내는 각종 버프들.
그런데 스킬 이름들이 하나같이 오묘했다.
‘대체 얘는 그동안 뭘 하고 다닌 거지?’
대회 때만 하더라도 본 적 없는 낯선 스킬들이 보이자 당황스러웠지만, 어쨌든 효과는 확실했다.
점점 더 심해지는 체력 감소폭.
하지만 스노우코튼이 떨어져 내리는 영역은 이제 막 진입하려는 상황.
‘최대한 피한다!’
스노우코튼이 폭설처럼 펑펑 내리고 있는 건 아니기에 어느 정도는 회피할 수 있었다.
다행히 바람도 잔잔했고…….
물론 지켜보는 입장에선 기겁할 만한 일이었다.
“정녕 인간의 움직임인가?”
전설급 NPC인 시니스 장로의 눈에도 떨어져 내리는 눈을 피하는 재호는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
특히 일평생 대부분을 청탑에서 지낸 마법사이기에 재호의 움직임은 특히나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하하……. 재호는 여전하구나.”
새삼 저런 사람과 싸웠다는 사실에 바다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나마 덤덤한 건 완식과 혼자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티나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재호라 하더라도 뒤에서 소리 없이 내리는 눈송이를 알아챌 순 없었다.
대신 그런 것들은 정령들이 대신 알려 주었다.
-뒤에 하나 온다!
징징이의 외침에 재호는 상체를 비틀며 빠르게 뒤를 확인했다.
이어 공중제비 돌듯, 몸을 튕겨 가까이 다가오던 스노우코튼을 피했다.
‘아직 먼가?’
재호는 멀리 보이는 스노우코튼을 향해 관찰 스킬을 써 보았지만…….
[거리가 멀어 대상 식생 관찰이 불가능합니다.]좀 더 다가가야 했다.
‘이대로 접근하면 되겠어.’
하지만 재호가 간과한 게 있었다.
아직은 외곽이라 못 느끼고 있었지만… 안으로 갈수록 바닥엔 떨어져 내려온 스노우코튼이 제법 쌓여 있다는 것을.
뽀드득-
포근한 눈을 밟은 듯, 만족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문제가 터졌다.
“쿨럭?!”
순식간에 체력의 20%가 날아갔다.
그리고 1초 뒤에 다시 20%…….
4초면 죽을 정도의 무지막지한 대미지.
300레벨 정도만 하더라도 즉사할 정도라던 바다의 말보다는 약하긴 했지만, 아마 마법사의 맷집 기준으로 이야기했을 테니 얼추 맞을 터였다.
[체력이 회복됩니다.] [체력이 회복됩니다.] [체력이…….]재호는 급사를 막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 놓았다.
불로장생초는 물론 패시브 을 통한 자체 생명 연장.
거기까지 가는 걸 막아 주는 완식의 강력한 힐링까지.
그래서 회복력은 아직 무리가 없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쩌저적-
바닥에 쌓인 스노우코튼을 밟은 발이 계속해서 얼어붙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발을 떼면 얼음이 바스러져 떨어지긴 했지만, 조금씩 발이 잡히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민첩성이 떨어진 탓에 결국 재호의 태평양 어깨에 스노우코튼 한 송이가 내려앉고 말았다.
“윽?!”
어깨가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뼈가 시렸다.
하지만 그걸 털어내겠다고 함부로 손을 쓰지는 않았다.
자칫하다 다른 손까지 냉기에 얼어 버릴지도 몰랐다.
대신 재호가 한 건…….
쉐킷쉐킷-
[로 을 선택하였습니다.] [모든 상태 이상 저항력이 증가합니다.] [반경 15미터 이내의 모든 저주를 대폭 약화시킵니다.]저주 약화 옵션은 상관없었다.
필요한 건 상태 이상 저항력.
몸을 흔드는 것으로 얼어붙은 얼음을 강제로 깨트리는 것은 물론, 디버프의 영향도 최소화했다.
화염 속성을 지닌 꽃의 정령을 이용하는 방법도 선택지에 있었지만, 화산조차 얼린다는 성물 앞에서 까불지 않기로 했다.
우우우웅-
그렇게 피를 계속 채우고 채우며 전진하는 재호.
그리고 마침내 스노우코튼이 확실히 인식되는 거리까지 도달했다.
[] [관찰 진행률 : 65%]텅 비어 있던 스노우코튼의 도감이 순식간에 65%까지 차올랐다.
현재 재호의 식물 관찰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부분.
[모든 걸 얼려 버리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태어난 신비의 꽃입니다.하지만 자연의 섭리에서 어긋난 생명인 탓에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추가 설명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효능] [1. 접촉하는 모든 것을 얼립니다. 단, 대상의 특질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은 다릅니다.] [2. (미확인)] [3. (미확인)]
상당히 위험한 1번 효능.
하지만 중요한 건 꽃에 대한 설명이었다.
‘보통 꽃에 대한 설명은 첫 관찰로 확인이 되는데…….’ 스노우코튼은 기본 설명조차 전부 확인이 안 되었다.
심지어 자연의 섭리를 거슬렀다는 찝찝한 설명까지 있었다.
‘좋아. 일단 1차 확인은 했고, 다음은 채집.’
재호의 모종삽으로 100% 채집은 가능했다.
하지만 채집이 가능한 위치까지 더 다가가는 건 어려웠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더 다가가 스노우코튼을 건들면 온몸이 꽁꽁 얼어 버릴 게 분명했다.
그래서 준비한 방법.
“바다! 준비해!”
재호는 다시 돌아 나오며 소리쳤다.
드디어 바다가 나설 차례였다.
* * *
바다는 미리 설명을 듣긴 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계속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턱대고 지옥으로 몸을 내던지는 느낌.
하지만 인제 와서 뒤로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왕이면 마법사로서의 존재감을 남기고 싶었는데…….’
그의 시선은 어깨를 붕붕 돌리며 몸을 푸는 티나에게 향했다.
몸을 푸는 이유는… 바로 자신을 투포환처럼 내던지기 위해서였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죽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 놓았으니까.”
재호는 굳은 얼굴의 바다를 격려하며 말했다.
그에게 [불로장생초 브로치]를 빌려주었고, 완식에게 풀버프도 받았다.
“아니… 그건 괜찮은데……. 이 발상 자체가 말이 되는 건가 싶어서…….”
재호는 온갖 기행들을 벌이며 게임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하니 느낌이 달랐다.
더군다나 자신은 마법사.
마법사를 선택하는 플레이어들 대다수는 나름대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지적이고 귀족적인 전투 클래스.
그 누구도 몸에 줄을 달고 내던져질 거란 상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에이, 그건 편견이지. 그럼 시작하자고!”
“후우……. 그래. 한번 해 보자.”
바다는 자포자기하고선 바닥에 엎드렸다.
덥석-
그리고 티나는 바다의 두 발목을 잡고 옆구리 양쪽으로 단단히 고정했다.
“읏챠!”
힘찬 기합과 함께 시작된 자이언트 스윙.
“으으으-!!”
생각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회전력에 바다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점점 머리 위로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었고, 주변 풍경은 빠르게 휙휙 돌았다.
코가 바닥에 갈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낮던 회전 높이가 서서히 높아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자 바다의 머리 높이는 족히 2미터는 되었다.
“으아아아악!!”
그제야 진심으로 터져 나오는 비명.
“야… 현실에서 저러면 관절 다 뽑히겠지……?”
눈앞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광경에 완식이 중얼거렸다.
“굳이 그런 걸 왜 궁금해하냐?”
재호가 핀잔을 주는 순간.
“간다!”
때마침 힘을 충분히 받은 티나가 마침내 단단히 붙잡았던 손을 놓았다.
사전 연습 없이 바로 한 것이긴 하지만 엘프 특유의 균형 감각과 운동 신경은 모든 핸디캡을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부우웅-
“으아아아아아-”
비명과 함께 앞으로 쭈욱 날아가는 바다.
그 경이로운 광경에 재호와 완식은 물론, 오죽하면 시니스 장로까지 감탄사를 흘렸다.
하지만 당사자인 바다는 죽을 맛!
파즈즉-
날아가는 동안에 떨어져 내리던 스노우코튼 몇 송이와 부딪히기도 했다.
체력이 낮은 바다에겐 특히나 치명적이었으나 완식의 로 최대 체력의 1.5배나 추가된 보호막 덕분에 버텨냈다.
하지만 그마저도 금방 동나 버렸고, 다음엔 스킬로 죽음에 저항했다.
남은 시간은 5초의 무적 시간.
쿠당탕-!!!
추락하며 스노우코튼 한가운데를 볼품없이 굴렀다.
동시에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한 온몸.
재호가 직접 이짓(?)을 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아무리 무적이라 하더라도 꽁꽁 얼어 버리면 답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바다는 재호와 달랐다.
완전히 얼어붙기 직전, 그는 스스로 얼려 버리는 게 가능했으니 말이다.
[] [5초간, 시전자 주변의 차원을 얼려 절대 방어를 전개합니다.]무적에 이은 절대 방어.
바다를 포함한 주변 공간은 완전히 얼어 버렸고, 그 안에는 한 아름 크게 품은 스노우코튼도 포함이 되었다.
“좋아!”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재호는 [바다 지진 갈고리 칼]을 꺼내 액티브 스킬을 사용했다.
[ : 칼끝에 달린 갈고리를 날려 적을 100% 끌고 옵니다.]얼음덩어리가 된 바다를 향해 정확히 날아간 갈고리.
그리고 100%답게 정확히 갈고리에 휘감겼고, 재호는 힘껏 끌어냈다.
콰앙-!! 쾅-!
여기저기 부딪히며 굉장히 거칠었지만, 어쨌든 안전 지역까지 바다와 스노우코튼을 가져오는 데엔 성공했다.
그런데…….
“야. 5초 지나지 않았어?”
완식이 당황하며 물었다.
“왜 쟤 안 녹아?”
시간이 지났는데도 바다의 스킬이 해제되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