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33
532화
재호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아니, 재호뿐만 아니라 모두가 당황했다.
땅- 땅-
재호는 조심스럽게 얼음덩어리를 두들겨 보았다.
다행히 스노우코튼의 특성이 얼음 너머로까지 전해지지는 않는 모양.
손을 대도 얼어붙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바다! 들려? 살아 있는 거 맞지?!”
재호의 외침에 바다의 눈동자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몸을 움직일 순 없지만, 그 외에 다른 의사소통은 가능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라고 물어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시니스 장로님……?”
그나마 알 법한 인물인 그를 향해 물어보았다.
“나라고 해서 뭘 알겠소?”
하지만 모르는 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녹으려나?”
그 전에 숨을 못 쉬어서 죽는 건 아닌가 싶었으나 다행히 바다는 눈동자를 좌우로 흔들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디버프는 괜찮아? 지금 계속 상태인 거야?”
이번에도 눈동자는 위아래로 움직였다.
“난감하네.”
일단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기다린다고 해서 녹긴 하겠냐?”
완식은 한기가 폴폴 흐르는 주변을 보며 둘러보며 물었다.
“하긴… 좀 곤란하긴 하겠다.”
아무래도 적당한 곳으로 옮기는 게 좋을 듯싶었다.
* * *
재호는 시니스 장로의 도움을 받아 바다를 데리고 페르마 사막으로 돌아왔다.
도착한 장소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사막 한가운데였는데, 마탑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엘리시아 화원 텔레포트 좌표가 바로 이곳이었다.
아직 엘리시아 화원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텔레포트 거점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는 일.
적탑을 이용할 수도 있었으나 시니스 장로가 그건 반대했다.
긴급한 일이 없는 이상, 다른 탑으로 마법사들이 곧장 텔레포트를 하는 경우는 잘 없었으며, 특히 청탑 장로가 이 꼴이 된 걸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낙하산 장로니, 뭐니 해도 어쨌든 제 식구.
라이벌인 다른 탑의 마법사들에게 놀림거리를 제공할 순 없었다.
사실 재호는 불을 다루는 적탑의 마법을 가장 먼저 기대하긴 했었다.
하지만 시니스 장로가 그런 이유로 완강히 반대하고 있으니 아쉽게도 참아야 했다.
“일단 여기에 계속 내버려둬 보죠.”
그래도 엘리시아 화원과 달리 사막 한가운데인 이곳은 강렬한 태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이 정도 열기면 얼음 정도는 쉽게 녹일 수 있을 터.
단, 이게 정상적인 얼음이라는 가정하에 말이다.
10분… 20분… 30분…….
“…물 한 방울도 안 흐르는데?”
가만히 앉아 죽치고 있음에도 녹을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예상한 대로 최악의 상황.
“어? 알시아 님! 여길 보세요!”
그 순간, 무언가를 발견한 티나가 재호를 향해 소리쳤다.
“음?!”
그리고 그걸 본 재호와 다른 사람들도 놀란 얼굴이 되었다.
“이게 무슨…….”
바다가 누운 지면의 모래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있으니 그리 이상한 현상은 아니었으나, 문제는 모래 자체가 마치 얼음처럼 차게 굳어 버렸단 점이었다.
단단하게 굳어 더는 모래라고 부를 수 없는 상태.
“직접 만졌을 땐 아무 이상도 없었는데?”
다시 얼음에 손을 대보았지만 시리기만 할 뿐, 얼어붙는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야 좀 알겠군.”
그때 굳은 얼굴로 상황을 살피던 시니스 장로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스노우코튼의 한기가 골드씨 장로의 마법에 갇힌 모양이오.”
“갇혔다고요?”
“그렇다오. 새삼 마법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하군.”
“…….”
이상한 곳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시니스 장로.
“청탑의 비전 마법 중 하나인데, 성물에서 태어난 스노우코튼의 냉기조차 완벽히 막아 냈다는 뜻 아니오? 정말 대단하군.”
“그렇게 되는 겁니까?”
그 때문에 지금 바다는 냉동인간이 되어 버린 상황이거늘…….
“어쨌든 지금의 현상을 통해 한 가지는 짐작할 수 있다오. 모종의 이유로 스노우코튼의 특성이 마법과 반응을 일으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는구려.”
냉기와 냉기가 만나면서 영원히 녹지 않을지도 모를 얼음덩어리가 되어 버린 것.
“…이거 혹시 버그 아닐까?”
완식은 재호의 귀에 대고 속닥거렸다.
“에이, 설마.”
모든 사건에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은 있었다.
재호는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방법은 있을 거야.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을…….”
-어? 되, 된다!!
“?!!”
그 순간, 재호의 머릿속으로 똑똑히 들려오는 바다의 목소리!
“어? 귓속말 돼?!”
-되는 거 같아! 아,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그, 그럼 왜 아까는 귓속말을 안 했던 거야?”
-아까는 마탑 내여서 막혀 있었나 보더라.
“아, 맞다.”
워낙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던 탓에 귓속말이 안 되는 장소라는 걸 바다도 잠시 망각했던 것이다.
“어쨌든 다행이야. 적어도 눈알만 가지고서 의사소통하는 번거로움은 없어졌으니.”
재호가 바다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걸 전해 받은 시니스 장로도 잘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모탈리언들은 서로 텔레파시가 가능한 게 이런 점에서 편하구려.”
먼저 재호는 바다에게 현 상황이 어떤지 물었다.
-나? 몸을 못 움직이는 걸 제외하면 크게 불편한 거 없어. 체력도 안 달고 계속 무적 상태야.
“혹시 현재 상태를 짐작할 만한 다른 알림은 없었어?”
-아, 있었어!
[ 스킬이 스노우코튼의 냉기와 공명합니다.] [ 스킬이 해제되지 않습니다.]“끝?”
-그래서 나도 골치 아파! 이거 어떻게 풀지?
시니스 장로의 추측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이걸 녹이는 건 단순히 열을 가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밖으로 흘러나오는 영향력은 미미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커다란 얼음덩어리 자체는 스노우코튼의 특성을 품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하면……. 괜히 용광로에 집어넣는 짓도 하지 말아야겠네.’
여차하면 도마뱀시티로 가져가서 용광로에 집어넣어 볼 생각도 하고 있던 재호.
그러나 자칫 24시간 내내 일정한 화기를 유지해야 하는 거대 공방의 불을 꺼트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없던 일로 두었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락타디움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구나.’
화산에서 흘러나오는 용암을 용광로로 이용하는 드워프들의 공방.
하지만 ‘락타디움의 밤’이라는 이상 현상이 나타날 때면 작업장은 멈추곤 했었다.
재호가 락타디움의 밤 현상의 원인이던 불꽁꽁화를 제거해 주면서 그 문제는 해결이 되었지만, 아직도 드워프들에겐 그것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었다.
그런 경험을 또 하게 만들어 줄 수는…….
“어?”
그때, 재호는 소름 돋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니스 장로님. 혹시 청탑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까?”
“음?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오?”
“어쩌면… 힌트를 얻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려면 일단 청탑의 성물에 대해서 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아직 가능성이긴 하지만, 재호의 감은 말하고 있었다.
“끓어오르는 용암조차 식게 만드는 걸 저도 하나 알고 있거든요.”
어느새 식물도감을 꺼내 손에 든 재호.
펼쳐진 페이지에는 불꽁꽁화가 기록되어 있었다.
* * *
고작 한 송이만으로도 락타디움의 밤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열기 흡수력을 자랑하는 불꽁꽁화.
그 특수한 기질은 분명 스노우코튼과 닮아 있었다.
그리도 화산을 얼려 버렸다는 성물 이터널과도…….
-너무 억측 아냐?
재호의 설명을 들은 바다는 의문을 표했다.
-락타디움의 밤은 워낙 유명한 이벤트였으니까 나도 알고는 있는데… 애초에 성물의 힘과는 급 차이가 심하잖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연관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
다른 단서는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연관성이었다.
그리고 재호가 또 주목하고 있는 건 스노우코튼의 발생 과정이었다.
성물 이터널 위에서부터 마치 눈처럼 떨어져 내리는 스노우코튼.
누가 봐도 눈처럼 보이는 그것이 지상에 내려와 꽃이 된다?
너무나 신기한 현상인 탓에 전혀 생각 못 했던 불꽁꽁화와의 유사성이 하나 더 있었다.
“불꽁꽁화는 홀씨로 번식을 하거든.”
재호는 페르마 사막에 특수한 휴양지를 만들어 놓았다.
불꽁꽁화를 번식시켜 사막과 어울리지 않는 서늘한 계곡을 만들어 놓은 것.
그 과정에서 불꽁꽁화 재배도 성공했기 때문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럼 스노우코튼과 그 불꽁꽁화라는 것의 뿌리가 같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오?”
시니스 장로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청탑의 성물이 어떻게 나타났습니까? 그에 관한 기록이 청탑에는 있습니까?”
“흐음……. 그것도 설화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라 정확하지는 않소이만……. 어쨌든 구전에 따르면 화산 아래에서 솟아났다고 전해지긴 하오.”
“!!”
기대한 답변.
솟아오르며 화산에 피어 있던 불꽁꽁화가 들러붙은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소? 같은 꽃이라기엔 두 장소의 환경이 극명히 다르거늘.”
시니스 장로의 의문은 당연하였다.
한쪽은 불구덩이였고 한쪽은 빙산이었으니까.
그러나 변이를 일으키기엔 충분한 시간… 아니, 차고 넘치는 시간이라고 재호는 생각했다.
실제로 불꽁꽁화의 환경 적응력은 어마어마하다는 걸 직접 확인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제가 락타디움에서 채집하던 당시의 불꽁꽁화랑 지금 사막에 있는 불꽁꽁화의 특성은 상당히 다릅니다. 하지만 둘은 애초에 같은 꽃입니다. 락타디움에서 가져온 걸 그대로 심었으니까요.”
강렬한 열기를 이용해 포식 후, 긴 휴면기를 가져야 했던 기존의 불꽁꽁화.
게다가 화산 내에서 추가적인 불꽁꽁화를 발견할 수도 없었던 걸 보면 번식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반면 페르마 사막에 자리를 잡은 뒤, 불꽁꽁화는 굉장히 빠르게 환경에 적응했다.
휴면기도 사라졌으며 열기 흡수율을 스스로 낮추며 이곳의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심지어는 스스로 생존을 위해 번식도 시작했죠.”
불과 몇 달 만에 환경에 적응하는 걸 보면 만빙하곡에서도 그런 과정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이 가설이 실제가 되려면 직접 확인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긴 하지만…….”
재호의 시선은 바다를 향했다.
“다행히 테스트해 볼 게 하나 있긴 하네요.”
-뭐, 뭔데? 나 좀 불안해지는데 또 이상한 거 시키려는 건 아니지?
“에이, 아냐.”
재호는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부탁해도 네가 못 하잖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지.”
-…….
오히려 더 무섭게 들리는 재호의 한마디였다.
“지금 저 상태 자체가 거대한 씨앗이라면… 주변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줬을 때, 어떤 반응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급격한 변화라면 화산에라도 던져 넣으려는 것이오?”
“그냥 화산 정도는 약하죠.”
적당한 장소를 알고 있었다.
바다에게도 나쁘지 않은 투어 코스가…….
* * *
긴급 공수해 온 수레에 바다를 실은 재호는 바로 엘리시아 화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커다란 얼음을 끌고 나타난 재호는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저 얼음 안에 있는 거… 사람 아냐?”
“그, 그런 거 같은데?”
“뭐지? 알시아 암살 시도 하다 묻힌 건가?”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얼음 속에 묻히는 건데?”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재호가 지나가는 길 뒤로 이어졌다.
“어? 아나볼릭 교단으로 가는데?”
그런데 재호가 향하는 곳은 바로 아나볼릭 교단.
“실례합니다! 좀 지나가겠습니다! 응급 환자입니다!!”
재호는 마계로 가려고 줄을 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며 수레를 끌었다.
“뭐야? 새치기하지… 헉?! 아, 알시아?”
발끈하던 사람들은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곤 입을 합 다물었다.
“음? 알시아 님?”
마침 소란을 들은 아나볼릭의 사제도 밖으로 나왔다 재호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당장 마계로 가야 합니다!”
재호가 떠올린 가장 급격한 환경 변화.
그곳은 바로 마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