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38
537화
딱 잘라 못 박은 엘라스트라의 이야기에 장로들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정령왕이 다시 봉인할 순 없는 것입니까?”
한 장로의 물음에 엘라스트라의 표정이 냉랭해졌다.
[끝까지 이기적이군.]“?!!”
난데없는 비난에 위축된 그들.
[나는 엘라스틴 님의 안위를 위해 당장 봉인을 포기하고 정령계로 돌아가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는 너희들을 위해 엘라스틴 님은 조금 더 기다려 주시기로 했다.]“…….”
[이미 많은 배려를 받았다는 걸 정녕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뼈를 때리는 일침에 마법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엘라스틴 님은 앞으로 한 달 뒤, 완전히 깨어날 것이다. 그전까지 너희들은 알아서 생존할 방법을 찾는 게 좋을 거다.]그리 말한 엘라스트라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여기까지 날 데려와 준 그대에겐 감사를 표하겠다. 이제 내 용무는 끝났으니 돌아가겠다.]그리곤 정말로 미련 없이 엘라스트라는 사라져 버렸다.
“엄청 냉정하네.”
-물의 정령들은 차갑기로 유명한 녀석들이지. 사실 엘라스틴이 물의 정령치곤 유난히 정이 많은 편이긴 했어.
꼰대가 설명해 주었다.
“마계에서 봤던 모습 탓에 원래 말 많은 타입인 줄 알았는데.”
-그만큼 그때의 녀석이 혼란스러웠다는 뜻이지. 솔직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잖아.
“그건 그렇지.”
재호도 인정했다.
“그나저나 청탑은 어떻게 할 거죠?”
재호는 아이시클을 바라보며 물었다.
“…방법이 있나요? 대정령이 나서서 경고해 줬는데, 그걸 무시할 순 없죠.”
아이시클은 엘라스트라의 경고를 무시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청탑을 포기할 수밖에.”
그렇게 청탑 이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시작되었다.
* * *
청탑의 소식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급속도로 퍼졌다.
아무래도 청탑에 속한 마법사 플레이어들도 제법 있기에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청탑 이사한다고?
└청탑이 아니라 만빙하곡 전체가 방 뺌.
-띠용? 갑자기 왜 그럼? 거기 뭔 일 남?
└자세한 건 모름. 애초에 자세한 이유 알려면 김바다 정도는 되어야 알 수 있지. 쪼렙 마법사들이 뭘 알겠음?
└청탑 퀘스트랑 관련 있지 않겠음? 거기 뭐 요상한 퀘스트 있잖아. 해자 건너기던가?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알시아가 청탑에 나타났다고 했음.
└알시아가? 에이, 그럼 알시아가 또 뭔 짓 했나 보네.
└ㅋㅋㅋㅋ백퍼.
-야! 너네 여기서 떠들고 있을 때가 아님. 빨리 만빙하곡 가는 배 타라. 알시아가 나타났다? 못 참지!
└난 알시아 떴다는 소리 듣자마자 진작 출발함ㅋ
청탑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람들은 알고 싶어 했지만, 그 누구도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했다.
그저 재호가 나타났으니 뭔가 큰일이 벌어지겠구나, 막연한 기대만으로 발 빠르게 움직일 뿐.
한편, 청탑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런 시도도 해 보지 않고 청탑을 떠나겠다는 일을 마법사들이 그냥 받아들일 리 없었다.
내부의 마법사들 사이에선 불만 어린 목소리들이 쏟아졌고, 특히 불만이 많은 몇몇 장로들은 따로 모여 대책을 논의 중이었다.
“그것이 진짜 정령이라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맞소. 알시아 대왕은 애초에 악마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쩌면 사실 악마일지도 모를 일 아니오?”
심지어는 엘라스트라의 존재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나저나 시니스 장로 그 작자는 갑자기 왜 그런 것이오? 대체 왜 안 하던 짓을 하며 탑주를 옹호한 것인지…….”
“뭔가 뒷거래가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군요.”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한 핏줄이다 이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대로 청탑을 버리고 떠나는 걸 지켜만 봐야 합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십니까? 이곳은 우리의 뿌리이자 역사의 장입니다. 무조건 지켜야죠.”
“맞아요! 실망했습니다. 어떻게 탑주가 우리가 아닌 외부인의 말만 듣고 결정을 할 수 있는 거죠?”
“솔직히 마탑 연합이 흑마법사와 손을 잡은 것도 납득이 안 됩니다. 대체 다른 탑주들도 뭘 하는 겁니까? 흑마법사 탑? 왜 그런 걸 인정해 주는 겁니까?”
“쯧! 어쨌든 여기 있는 장로님들은 모두 이곳을 지키는 것에 동의하는 것 맞습니까?”
그 질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호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면 될 일이었다.
“좋습니다. 그런 우리들의 의사를 탑주에게 전합시다.”
그렇게 합의를 낸 뒤, 그들은 아이시클에게 공식적으로 제출한 문서 작성을 시작했다.
같은 시각, 아이시클은 재호, 키노와 대화 중이었다.
“한 달이면 언뜻 충분한 시간처럼 들리지만, 아마 쉽지는 않을 거예요.”
아이시클은 말했다.
“장로회 내, 여러 파벌이 있어요. 아마 조금 전엔 정신이 없어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쯤 다시 재정비하고 있겠죠.”
그녀는 장로들이 뭘 하고 있을지 정확히 예측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에요. 만빙하곡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과연 이 사태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의문이거든요.”
갑자기 삶의 터전을 모두 버리고 떠나야 한다고 하면 과연 순순히 받아들일까?
게다가 청탑과 만빙하곡의 사람들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영주와 영지민과 같은, 뉴월드의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독립된 집단인 것이다.
그렇기에 청탑에선 사람들을 강제로 쫓아낼 권한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방치해 놓고 도망칠 순 없죠. 일단은 최대한 설득을 하고 나설 테지만…….”
그럼에도 남기는 희망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그 문제를 그대에게 부탁하고 싶군요.”
아이시클은 키노를 바라보며 말했다.
“후후, 말 안 듣는 녀석들을 강제로 옮겨 달라는 거니?”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엘라스트라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 있으면 개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 안 되었다.
싫다고 하면 강제로라도 옮겨야 한다는 게 아이시클의 생각이었다.
방법은 키노의 힘을 이용해 사람들을 강제로 텔레포트 시켜 버리는 것.
하지만 아쉽게도 키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수백 명이 될지도 모를 인간들을 강제로 텔레포트하는 건 어렵지. 거리도 너무 멀지 않느냐. 드래곤이라면 모를까. 아, 물론 네 주머니에 든 아기자기한 녀석을 말하는 건 아니란다.”
키노는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어쨌든 그 정도의 마력 괴물이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섬 각지에 있을 사람들을 한꺼번에 옮기는 건 불가능했다.
또한 마력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몸이 그것을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복잡하고 규모가 큰 마법일수록 고도의 연산이 필요한데, 아이시클이 말한 수준의 마법은 인간의 뇌로는 힘들었던 것이다.
키노는 악마 혼혈로 내구성이 보통의 인간보다는 월등히 좋다고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키노는 자신의 할 수 있는 것과 불가능한 것의 선은 정확히 정해 놓는 타입이니까.’
그녀가 안 된다는 건 정말로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다른 마법사들도 힘을 보태면 안 될까요?”
아이시클 역시 뛰어난 마법사답게 키노가 거부하는 시점에서 해당 문제점을 인지했다.
“돌을 여러 개 모아 놓는다고 해서 바위가 되진 않는다. 단순히 힘을 방출하는 법만 아는 녀석들로 할 수 없느니라.”
어쩌면 무례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아이시클은 예상하였는지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때 키노의 말끝에서 반전의 기미가 보였다.
“꽤 쓸 만한 마법사가 하나 있긴 하더구나. 다만 폭탄이나 다름없었으니…….”
“음? 누굴 말하는 거지요?”
아이시클의 의문에 키노는 검은 마력을 손바닥을 통해 끌어냈다.
그것은 이윽고 한 사람의 얼굴을 만들어 냈는데, 아이시클은 물론 재호도 아는 얼굴이었다.
“비밀을 많이 가진 아이 같더구나.”
키노가 눈여겨본 이는 바로 글레이셜 장로였다.
* * *
재호는 키노를 데리고 청탑을 나섰다.
목적지는 글레이셜 장로의 저택.
아이시클은 굳이 함께 나서지 않았다.
굳이 자신이 나서 봐야 좋을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마침 재호가 저택 위치도 안다고 했기 때문에 맡긴 것이다.
“너는 그 아이에게 비밀이 있단 걸 알고 있구나.”
키노는 자신이 글레이셜 장로를 언급했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재호를 보며 말했다.
“전에 만난 적 있어.”
“어떻더냐?”
“어떻긴. 그냥 네 말대로 비밀을 숨기고 있는 마법사였지.”
시니스 장로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글레이셜 장로는 스노우코튼에 노출되고도 살아남은 생존자이며, 심지어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까지 했다고 말이다.
아마 키노도 글레이셜 장로의 특별한 힘을 느낀 게 아닐까 싶었다.
“글레이셜 장로의 도움이면 가능한 거야?”
“글쎄. 그건 두고 봐야 할 것 같구나. 그쪽이 과연 순순히 나와 줄지.”
“응? 불안하게 왜 그래?”
키노의 어감에서 묘한 불안함을 느낀 재호.
“후후후- 미리 이야기하면 재미없지 않겠느냐? 일단 찾아가서 한번 대화를 나누어 보자꾸나.”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회피한 키노.
그런 모습에서 재호의 불안함은 더 커졌다.
키노가 저렇게 나오면 분명 예상도 못 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마음의 준비를 한 채 저택에 도착한 그들.
화려한 얼음 저택을 올려다보며 키노는 가볍게 혀를 찼다.
“힘자랑도 이런 힘 자랑이 없구나.”
“듣기론 어쩔 수 없다고 하던데?”
넘쳐흐르는 냉기를 이런 식으로라도 소모해 주지 않으면 자신이 얼어붙게 된다고 글레이셜 장로는 말했었다.
“뭐, 틀린 말이 아니긴 하구나. 하지만… 가까이 와서 보니 확신이 드는군. 나 혼자선 힘들겠어.”
딱-
키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뒤쪽에서 여러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커먼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나타났다.
“어? 기오스 장로?”
그중 재호가 아는 얼굴도 한 명 있었다.
바로 독사과 흑마법사단의 1장로 기오스.
그렇다는 건 다른 이들 역시 장로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기오스는 키노에게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갑자기 키노에게 납치된 것이나 다름없었음에도 기오스는 물론, 장로들은 조금의 당황이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리더십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알 수 있는 부분.
‘그러고 보니 다키스트는 없네.’
공간 이동엔 거리 한계가 명백히 존재하는 모양.
먼 바다 건너까지는 키노의 힘이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들 바쁠 텐데 갑자기 불러 미안하구나. 하지만 간만에 우리 모두가 힘을 써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도와줬으면 좋겠구나.”
“?!!”
재호는 깜짝 놀랐다.
굳이 글레이셜 장로의 저택 앞에서 장로들을 모아 놓고 저런 소리를 한다?
‘글레이셜 장로가 그만큼이나 강해?’
드래곤과도 맞짱 뜰 정도로 강한 키노이거늘…….
아무리 특별한 힘을 얻었다지만 인간에 불과한 장로를 만나기 전에 흑마법사단 정예를 집합시킬 정도라는 건 믿기 어려웠다.
“아, 아니지! 굳이 싸울 생각을 왜 하는 거야!”
재호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분명 아까는 대화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볼만한 표정이구나.”
키노는 재호의 속마음이 훤히 보인다는 듯,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벌써 놀라긴 곤란하단다.”
덜컹-
때마침 방문객들의 존재를 읽은 것인지 저택의 정문이 저절로 열렸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는 집주인의 의사 표현.
“그럼 가 보자꾸나.”
키노는 태연히 말하곤 먼저 발을 들였다.
그러나 키노와 글레이셜 장로가 만나서 나눈 첫마디에 재호는 자신의 상상을 아득히 벗어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오랜만이군요. 엘라스틴.”
글레이셜 장로를… 키노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