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49
548화
대륙 어디에서도 비슷한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대역을 구하는 것도 불가능한 독보적인 외모.
또한 크루마에서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도 많다 보니 확실히 알아보는 사람도 많았다.
-마, 말칸트?!!
-미친! 저건 찐이잖아!!
난리가 난 채팅창.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거물이란 거물은 죄다 모이고 있는데!!
-야! 이럴 때가 아냐! 지금이라도 당장 만빙하곡으로 출발해라! 분명 개대박 이벤트 터진다고!!
그러는 사이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통성명했다.
그들도 지금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건 마찬가지.
“하하, 그나저나 미안하오! 내가 마법은 잘 모르다 보니 문을 부숴 버렸구려.”
말칸트 대왕은 아이시클에게 사과했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이곳은 곧 사라질 테니까요.”
헬릭스의 부활과 함께 모든 게 사라질 것인데 그런 사소한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사라져?”
탑주들은 아이시클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그 한마디에 담긴 무게감을 모를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은 물을 때가 아니란 걸 알기에 그들은 애써 궁금증을 억눌렀다.
“다들 심각하구려. 알시아 대왕이 나타났으니 그만큼 엄청난 일이긴 할 텐… 음?”
말을 하던 말칸트는 부서진 문 너머로 새로 나타난 한 사람을 목격하곤 말을 멈췄다.
“오호!”
그리곤 터져 나오는 감탄사.
이 추운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복장.
강철 팬티와 바위처럼 단단한 근육.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단한 강인함.
단번에 말칸트 대왕을 매료시킨 그는 바로 스트로앤 주교였다.
“허허허- 반갑습니다. 아나볼릭 교단의 스트로앤 주교입니다.”
그는 부드러운 웃음과 함께 인사를 했지만, 역시나 시선은 말칸트 대왕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육체 단련을 중요시하는 그가 보기에 말칸트 대왕의 몸은 완벽 그 자체.
“반갑소! 말칸트라 하오!”
“서대륙의 패자 말칸트 대왕님이시군요. 어쩐지 이만큼 대단한 사람을 제가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나볼릭 교단! 나도 이야기로만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멋지군!”
텁-
뭔가 통하기라도 한 듯, 갑자기 서로 손을 맞잡은 두 사람.
그러더니 포옹을 한 채 서로 등을 두드렸다.
아니, 정확히는 쓰다듬었다.
“?”
“??”
다른 사람들은 반라의 두 남자가 보여 주는 징그러운 인사에 당황했지만, 두 사람은 진지했다.
솥뚜껑 같은 손바닥을 통해 선명하고 아름답게 잡힌 데피니션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오늘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이 끝난 뒤에 꼭 아나볼릭 교단을 방문하겠소!”
“허허, 저 역시 크루마를 다녀온 지 오래되었군요. 꼭 찾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알시아 대왕까지 셋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군! 으하하하!!”
셋이 모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히 예상되는 비주얼들이었다.
-어후,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알시아 주변엔 대체 저런 인간들만 있는 거냐?
-너무 비약 아니냐? 애초에 저기 모인 사람들 전부 황재호랑 친한 사람들인데?
-아니, 근데 거물들 죄다 모으면서 정작 알시아는 왜 안 나타남?
-그러게. 알시아가 직접 라이브 킨 건 없지?
-ㅇㅇ없음. 개 궁금하네. 그냥 인맥 자랑하려는 건 아닐 테고.
-ㅋㅋㅋ지 자랑하려고 이유 없이 전설 NPC들 모은다고? 미치지 않은 이상 그런 짓 절대 못 하지.
-근데 황재호는 미친 짓 잘하잖아.
-그건 그렇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재호.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더 커지다 서서히 불만으로 바뀌어 갈 때쯤 마침내 나타났다.
충격적인 인물을 마지막으로 데리고서…….
“미드스트 제국의 황제 폐하 대리로 오늘 회담에 참석해 주신 황태자 젠트르노 님입니다.”
여기서 더 놀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재호는 그 이상을 보여 주었다.
* * *
성물 이터널의 힘을 이용해 모든 이들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얼음 의자들과 원탁을 만들어 낸 아이시클.
머리 위의 물체는 더는 성물이라고 부를 수 없었지만, 아직 그것에서 흘러나오는 지독히 차가운 마력은 이용할 수 있었다.
“일단 다들 갑작스러운 초청을 흔쾌히 받아 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 회담을 주최한 재호는 참석자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귀한 분들을 안전하게 이곳까지 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흑마법사 탑’의 탑주 키노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재호는 한쪽에 앉은 키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흐음…….”
몇몇 다른 탑주의 입에서 다소 불편하다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재호가 미리 합의되지 않은 흑마법사 탑을 이 자리에서 이야기해 버린 탓이었다.
‘후… 눈치 보이네.’
재호는 그 따가운 눈빛을 받으며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 자리에서 굳이 흑마법사 탑을 언급한 건 키노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륙 각지의 엉덩이 무거운 사람들을 옮기기 위해서는 키노의 뛰어난 텔레포트 능력이 필수였다.
이미 만빙하곡의 사람들을 대피하는 데 힘을 써 주기로 한 그녀.
하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추가 의뢰는 받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재호는 흑마법사 탑 떡밥을 던진 것이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이곳에서 흑마법사 탑을 언급해 은근슬쩍 공식화하기로 한 것이다.
다른 탑주들도 불편함을 느낄지언정 반발할 순 없었다.
사실 흑마법사 탑에 대한 건 제국의 투룬아르 사태 당시에 이미 합의가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저 얍삽한(?) 방식에 기분이 상했을 뿐.
‘나중에 뭐라고 하면 키노 이름 팔지 뭐.’
키노에겐 그리 큰 반발을 하지 못하는 탑주들이었으니 말이다.
“지금부터 드릴 말씀은 전 대륙의 모든 이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이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인 탓에 엘리시아 화원과 신뢰가 두터운 곳들을 먼저 초청했습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만으로도 대륙의 안위를 논하기에는 충분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재호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대륙의 중심을 지키는 미드스트 제국.
서대륙의 패자 말칸트 대왕의 크루마 왕국.
그리고 엘리시아 화원과 라셀 왕국, 슈티물 왕국이 맺은 트라이앵글 동맹이 있는 동대륙까지.
거기다 마탑 연합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대륙 5대 교단 쪽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들은 단칼에 거절했다.
애초에 재호와는 사이도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잘됐어.’
전력 약화는 아쉽지만, 헬릭스 사태를 잘 해결한다면 후에 아나볼릭 교단의 입지를 더 키울 수 있을 터였다.
“알시아 대왕. 그럼 이제 이야기해 보시죠. 대체 무슨 일이기에 우리 모두를 불러 모은 것인지.”
젠트르노 황태자는 느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황태자가 된 후, 한층 여유가 느껴지는 그의 얼굴.
“알겠습니다. 그럼 현재 청색 마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재호는 발언권을 먼저 아이시클에게 넘겨주었고, 그녀는 특유의 냉랭한 목소리로 모든 걸 설명했다.
그리고 그 회의 장면은 후카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이 되었다.
-저게 지금 다 뭔 소리냐? 헬릭스는 또 뭐고?
-그러니까 정리하면 청탑에 생긴 문제가 사실 고대 몬스터 때문에 생긴 일이고, 지금까지 물의 정령왕이 막아 주고 있었다는 거지? 그게 이제 한계에 다다랐고.
-저걸 믿으라고?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 아니냐?
-그러게.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그런 대륙 퀘스트가 발생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전조가 없진 않았지. 어쨌든 청탑에선 계속 문제가 있었던 거잖아. 아무도 몰랐을 뿐이고.
-그럼 그만한 걸 대체 황재호는 무슨 수로 알아낸 거임? 이야기를 들어 보면 청탑에서도 몰랐다가 알게 된 거 같은데.
-내가 계속 말하잖아. 이거 알시아가 사기 치는 거라니까?
-지금까지 알시아가 사기 친 게 뭐가 있었냐? 방송까지 하면서 떠드는 걸 보면 리얼 심각한 상황이라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할 거 같은데.
-ㅇㅇ 나도 그렇게 생각함. 대놓고 이렇게 공개하는 이유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퀘스트라서겠지.
-알시아 함정일 가능성도 있음.
-아까부터 자꾸 함정이니 사기니 하는 놈들 보이는데 뭐하는 놈들이냐?
-뉴월드컵 이후로 황재호라고 하면 이 악물고 지랄하는 애들 많이 늘음.
-그럼 뻔하네. 중국 가디언 길드겠지.
한편 모든 이야기를 들은 대륙의 권력가들도 심각한 얼굴로 침묵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던 것이다.
“헬릭스……. 우리가 알고 있는 피닉스가 지금 시대에 나타난다라…….”
뤼니오르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적탑의 마법사인 만큼 아이시클보다는 헬릭스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화염이 생명을 가진다면 바로 피닉스.
심지어 많은 적탑 마법사들은 피닉스를 신성한 화염의 신수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진실은 막무가내로 세상을 파괴하는 괴물이었다고 하니 그 충격은 더했다.
“흠……. 확실한 정보입니까?”
젠트르노 황태자도 한참 침묵하다 물었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정령왕이란 존재들은 그리 희생적인 존재들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젠트르노 황태자는 아이시클이 어렵사리 데려온 정령사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는 상급 불의 정령과 계약을 한 뛰어난 실력자로 아이시클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정령사 중 한 명이었다.
“마, 맞습니다. 정령이란 순수한 자연 그 자체로 인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순 있으나 희생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기본적으로 적대적인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주로 자연을 파괴하는 쪽이다 보니 정령들은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품는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령왕이 인간을 위해 그렇게 오랜 시간 희생을 감수했다는 건 믿기 어렵습니다.”
정령에 대한 정석적인 평가.
하지만 엘라스틴은 보통의 정령과는 조금 달랐다.
“그 점에 대해선 알시아 대왕이 설명해 줄 것입니다.”
아이시클보다 먼저 엘라스틴, 엘라스트라와 접촉했던 재호.
또한 두 정령을 데리고 다니는 만큼 아이시클보다는 설득력을 어필하기에 좋았다.
“엘라스틴 님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의 친구인 코르모의 부탁 때문이었다고.”
“코, 코르모?!”
“대정령사 코르모?”
역시 다른 사람들도 바로 알아듣는 유명인의 이름.
그런데 정령사 쪽에선 다른 반응이 나왔다.
“코르모 님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물의 정령왕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저희 쪽에 그러한 기록은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정령사들도 헬릭스에 대해서는 몰랐던 것 아닙니까?”
그들 역시 헬릭스의 실체가 아니라 피닉스로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또한 헬릭스 사태에서 코르모가 중요한 역할을 했단 것도 몰랐다.
“그, 그것은 아무래도 대륙의 표준 역사 기록에 따라 저희 역시 배워 왔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재호에겐 다른 증거가 하나 더 있었다.
“아까 말씀을 드렸었죠. 엘라스틴 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재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대륙에 닥친 위기를 더욱 확실히 설명해 줄 수 있는 건 그분이죠. 그래서 여러분들에게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미친? 지금 저 이야기는 정령왕 부르겠다는 소리지?
-리얼 정령왕? 진짜라고?
-미쳤다!! 정령왕 지금까지 실제로 목격된 적 한 번도 없지 않음??
-ㅇㅇ애초에 정령왕이랑 계약한 사람이 소환해야 볼 수 있는데, 플레이어 중엔 한 명도 없고 NPC 중에도 몇 명 없는 걸로 알고 있음.
덩달아 난리가 난 채팅창.
“그럼 소개하겠습니다. 정령왕 엘라스틴 님을!”
재호의 손이 부서진 출입구로 향했다.
-……?
-……?
그리고 그곳에… 글레이셜 장로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