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50
549화
겉모습은 인간 글레이셜 장로이지만 본질은 엘라스틴.
-알시아 또 또라이짓 하네.
-내가 정령 알못인 거냐? 암만 봐도 인간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나 청탑 마법사인데, 저 사람 장로 중 한 명임.
-쟤 대체 뭐하자는 거임?
-뭐하긴. 그냥 관종짓 해서 돈 좀 땅겨 보겠다는 거지.
-알시아가 돈이 궁해서 저런다고? 그건 더 이상한데?
시청자들은 도무지 재호의 의도를 알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현장에 있는 NPC들의 표정은 상당히 심각했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대부분은 전설급 NPC들.
그들은 엘라스틴에게서 흘러나오는 초월적인 존재감을 똑똑히 느낀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상대가 정령왕이라는 확실한 근거로 삼긴 어려웠지만, 적어도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정령사는 보자마자 엘라스틴의 힘이 정령과 닮았다는 걸 알아챘다.
“마, 말도 안 돼!”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지른 그.
목소리를 함부로 높일 자리가 아니라는 것조차 망각한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엘라스틴을 가리켰다.
“저, 정말로… 정령왕이십니까?”
가장 깐깐하게 굴지 않을까 싶던 그였으나 눈은 장식이 아니었다.
자존심은 강했지만 정령사로서의 긍지를 속이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분명 최상위 정령의 힘을 품고 있었단 걸 인정했다.
“다들 반가워요. 이렇게 많은 인간과 만나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요.”
엘라스틴은 나긋한 목소리로 말한 뒤, 은근히 드러내던 자신의 힘을 다시 거두어들였다.
그런 행위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이었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 같으니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뭐임? NPC들은 왜 저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임?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진짜로 저 사람이 정령왕이라고?
-아직도 모르겠냐? 알시아가 그냥 다 짜고 치는 거라고!!
-저 새끼 또 왔네. 사기 소리할 거면 좀 꺼져!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생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현장에서 펼쳐지자 하나둘 엘라스틴의 존재를 반신반의하기 시작했다.
“아마 몇몇 분은 완전히 믿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재호는 시청자들의 그런 의심을 예상했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엘라스틴 님은 과거 모종의 사고로 인해 의식 일부가 청탑의 글레이셜 장로에게 이식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는 저희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분은 명백히 엘라스틴 님이란 사실이죠. 그리고…….”
[를 소환합니다.]재호는 마지막 결정타를 위해 임시 계약 관계인 엘라스트라를 불러냈다.
사아아-
이미 한번 경험해 봤던 익숙한 탈력감과 함께 재호 앞에서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허억?!”
그리고 곧 모습을 드러낸 엘라스트라의 모습을 본 정령사는 휘청거리더니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
엘라스틴은 그렇다고 쳐도 엘라스트라는 누가 봐도 정령이었으니 말이다.
[지난번엔 내가 요청을 했던 일이었을 뿐. 이렇게 멋대로 부르는 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만?]그는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재호 바로 옆에 있는 엘라스틴을 잠시 흘끔 쳐다보긴 했지만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보였다.
“괜찮아요. 엘라스트라.”
모른 척하는 그에게 엘라스틴이 말했다.
“이미 여기 있는 모든 분은 제 정체를 알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엘라스틴 님.]그 말에 엘라스트라는 미처 못 했던 인사를 그녀에게 건넸다.
[저를 찾으셨습니까?]이미 엘라스틴의 정체가 까발려진 상황에서 자신을 불렀다면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 엘라스트라.
하지만 이미 소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상태였다.
엘라스틴의 존재를 모두에게 증명했으니까.
-미친! 진짜 정령왕이잖아!!!
-아니, 잠깐만! 그럼 황재호는 정령왕이랑도 친구 먹은 거야?
-정령왕도 정령왕인데, 방금 엘라스트라를 소환한 것도 알시아임.
-뭐… 애초에 알시아 정령들이랑 친하잖아. 그럴 수도 있지.
-정령 알못이네. 엘라스트라가 누구인지 알곤 있냐? 정령왕 다음으로 높은 최상급 정령임! 애초에 플레이어 중에 최상급 정령이랑 계약한 사람도 몇 없을걸?
엘라스트라가 등장하면서 엘라스틴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사기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자동 재생이나 다름없는 이들의 발언인 탓에 금방 묻혔다.
‘이 정도면 됐겠지.’
재호의 시선은 방송 중인 후카를 향했고, 채팅창 반응을 모니터링 중이던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라스트라를 소환한 건 전적으로 방송을 보는 플레이어들을 위해서였다.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플레이어들에게 인지시켜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리는 게 최초 목표였다.
바로 그걸 위한 라이브 방송이기도 했고…….
“조금 전까지 아이시클 님이 이야기했던 것들은 여기 계신 엘라스틴 님이 공증해 주신 내용입니다.”
재호는 말을 이었다.
“헬릭스, 통칭 피닉스라 불리는 존재로 인한 대재앙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건 만빙하곡만의 재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전 대륙으로 퍼져 나가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해서 무례를 무릅쓰고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미 몇 번이고 한 사과지만 재호는 다시 허리를 숙였다.
“아뇨. 대왕은 제국의 혈맹국. 겨우 그 정도를 가지고 무례를 논할 필요는 없지요.”
젠트르노 황태자는 말했다.
“결국 우리를 이곳으로 초대한 건 전 대륙을 하나로 규합시키는 데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대왕의 설명에 따르면 헬릭스는 막을 수 없는 존재 아닌가요?”
이번에는 라셀 국왕이 질문을 했다.
“따로 생각해 놓은 작전이라도 있나요?”
그녀의 말대로 이대로 들이받는 건 자살행위.
“일단 이번 작전의 최우선 목표는 헬릭스가 만빙하곡을 나갈 수 없도록 봉쇄하는 것입니다.”
힘을 모조리 소모하게 만든 뒤 만빙하곡에 다시 잠들게 만드는 것.
그렇게 하면 적어도 수십, 길게는 수백 년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헬릭스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봉쇄해야 한다는 뜻은 쉽게 말해 몸을 내던져서 막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NPC인 그들에게 그런 작전을 제안하는 건 너무나 잔인했다.
특히 자국의 군사력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으니 아무리 엘리시아 화원과 절친한 동맹국들이라 하더라도 부담되는 일.
재호 또한 부담되긴 마찬가지였다.
동맹들이 정예 병력을 움직인다면 엘리시아 화원 또한 그에 상응하는 정예를 움직여야 할 터.
즉, 엘프들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재호는 그런 패널티도 최소화할 방안을 준비해 놓았다.
죽어도 죽지 않는 헬릭스.
그리고 마찬가지로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들인 임모탈리언!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에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재호는 대륙의 지배자들에게 말했지만, 실제로 말하는 대상은 후카의 방송을 보고 있는 플레이어들이었다.
“대륙 각지의 임모탈리언들이 이번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재호가 떠올린 충격적인 작전.
플레이어들이 혹할 만한 보상을 내걸어 그들이 최전선에 서게 하는 것!
재호가 떠올린 충격적인 작전의 내용이었다.
* * *
후카의 방송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하더라도 결국 말하는 바는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나 퀘스트 깨야 하는데 좀 죽어 주라!]물론 극단적으로 비약한 것이긴 했지만 맥락상으론 그런 의미가 맞긴 했다.
-와……. 황재호 그렇게 안 봤는데 개 쓰레기네?
└ㅋㅋㅋㅋㅋ자기들 죽기 싫으니까 우리 보고 죽으란 거잖아.
└결국 방송 킨 거 대신 죽어 줄 사람 구인 광고였죠?
물론 옹호론자들도 많긴 했다.
재호의 말이 전부 사실이란 전제하에 헬릭스는 공략 방법이 없는 최강 몬스터였으니 말이다.
그런 괴물을 상대로 NPC들 보고 같이 막자고 한들 그 누가 좋아할까?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생각하는 멍청이들은 거르고. 알시아 입장에선 진짜 머리 엄청 잘 쓴 거임. 이거 자기 혼자서 막는 건 절대 불가능하고 무조건 대륙 전체를 끌어들여야 하는 퀘스트인 건 분명함. 그런데 다들 알겠지만 척 보기에도 군사력 손실 어마어마할 것 같은 작전에 어떤 나라가 선뜻 나서겠음?
└그렇다고 한들 모든 플레이어를 고기 방패로 세울 생각은 어지간해선 하지 않겠지.
└ㄴㄴ단순히 고기 방패가 아니지. 이건 대륙 퀘스트고, 우린 그 대륙 퀘스트에 당당히 참가할 권한을 얻은 거임.
만빙하곡에서 열렸던 회담은 대륙 공동 대응을 위해 작전을 준비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과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보상을 줄 것인지에 대한 것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마 제국까지 껴 있어서 적당한 걸로 주진 않을걸. 게다가 목숨을 걸어야 하다 보니 섭섭하지 않게 줄듯.
└ㅇㅇ솔직히 죽을 가능성이 큰 퀘스트라지만 애초에 이 게임 하면서 한 번도 안 죽는 건 불가능한데 뭐.
└그리고 예전 같으면 300레벨 후반 이상이면 죽는 건 무조건 피해야겠지만, 지금은 사냥터 선택지도 넓어져서 괜찮지 않나?
-하기 싫은 놈들은 하지 마라. 보나 마나 기여도에 따라 차등 보상으로 나올 텐데, 경쟁자 줄면 좋지.
└나도 무조건 참가한다. 아마 욕하는 놈들도 입으로만 나불대고 실제론 참가할걸?
-근데 너희 중요한 거 하나를 간과하고 있음. 이 모든 게 사실 황재호의 사기극이라면?
└가디언 꺼지시고.
-결국 중요한 건 보상인데……. 언제쯤 나오려나.
└그래도 내일은 되어야 나오지 않겠음?
하지만 생각보다 더 이른 시간에 대륙 전체 공고되었다.
[*제국 퀘스트*] [대륙을 위협하는 거대한 재앙에 맞서 싸울 영웅들을 모집합니다. (중략)] [퀘스트 목표 : 헬릭스 무력화] [보상 : 기여도에 따른 차등 골드 보상 및 기여도 10위까지 제국 훈장 수여.최고 기여도 달성 시, 제국의 신설 기사단 단장직 제공.
(헬릭스를 저지하기 위한 당신의 모든 행위는 공로 수치로 기록됩니다.)]
먼저 뜬 제국 쪽의 보상.
그리고 역시나 경쟁 보상이었다.
-야… 이거 피 말리겠는데?
└차등 골드 보상? 제국에서 주는 거면 쪼잔하게 푼돈 주진 않을 듯. 그리고 중요한 건 1등 보상임. 이게 좀 미친 거 같은데?
-1등 하면 제국 기사단 대장 시켜 준다고? 무조건 간다!!
└미쳤다 미쳤어. 열심히 들이받으면 제국 기사단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단장을 준다고?
제국 기사단장이라고 하면 그 자체로 유니크 클래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할 터.
그 보상 내용을 확인한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이어 회담에 참석했던 다른 왕국들의 보상도 떴다.
크루마의 경우엔 [위대한 전사의 명예와 나 말칸트의 가르침을 주겠다.]라는 패기 넘치는 보상.
제국의 기사단장보다 아쉬운 보상이긴 했지만, 장점이라면 경쟁이 덜하다는 게 있었다.
크루마 쪽은 상위 100명에게 해당 기회를 주기로 했으니 말이다.
라셀 왕국과 슈티물 왕국은 앞선 두 곳보다는 빈약했다.
아무래도 왕국 규모 차이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무난하고 고른 보상을 원한다면 오히려 그쪽으로 지원해서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은 분석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엘리시아 화원의 보상은…….
[상위 100명에게 또는 또는 중 택 1일.]-…이거 뭐냐?
상당히 난해한 보상을 내걸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