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52
551화
룬가 왕국을 찾아온 가디언 길드의 길마 피로크와 부길마 장패드.
“피로크 길마님이 룬가 국왕과 만나길 원하신다.”
장패드는 왕성 입구를 지키던 기사를 향해 말했다.
“?”
이게 무슨 미친놈인가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기사들.
게다가 세계 최고이자 최강이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의 자신감은 또 뭐란 말인가?
“기사가 된 이래로 이렇게 신선한 미친놈들은 처음 보는군. 한 번은 웃고 보내 주마. 당장 꺼져라.”
하지만 그가 착각한 것이 있었다.
피로크와 장패드는 미친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오히려 이쪽에서 말하고 싶군.”
장패드가 손을 들어 올려 어디론가 신호를 보내자 갑자기 우르르 나타나는 수백 명의 사람.
“?!!”
“이, 이게 무슨 짓이냐!!”
깜짝 놀란 기사들이 다급히 무기를 빼 들었다.
누가 보더라도 불순한 목적으로만 보이는 상황.
“국왕에게 안내해라. 대 가디언 길드의 피로크 님이 오셨다고.”
주변에 쫙 깔린 가디언 길드원들의 숫자를 보면 무작정 버틸 수도 없는 일.
결국 왕실 내에도 바깥의 소란이 전해졌고 난리가 났다.
왕성 앞에서 대규모 농성을 벌이고 있으니 자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룬가 왕실 쪽에서도 기사들을 집결시켜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그들의 목적은 뭐라고 하던가?”
룬가 국왕은 소식을 가져온 기사에게 물었다.
“자세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들이 가디언이라는 길드의 대표라며… 폐하를 뵙게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실제 발언은 그보다 과격했지만, 잔뜩 일그러진 얼굴의 룬가 국왕 앞에서 곧이곧대로 전할 순 없었다.
“날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도 듣지 않고서 그렇게 급하게 달려온 것이냐?”
“그, 그건… 갑작스럽게 많은 병력이 나타난지라…….”
이해가 안 될 건 아니었다.
하지만 룬가 왕국이 그 정도로 임모탈리언들에게 만만히 보였다는 현실이 불쾌한 것이 더 컸다.
“목적도 모르는 수상한 자들에게 왕성을 허락할 수 없다.”
그건 룬가 왕실의 체면과도 직결되는 문제.
“돌아가서 정확한 방문 목적을 확인하라! 그렇지 않으면 결코 룬가 왕국의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니.”
룬가 국왕은 엄격한 목소리로 명령했지만, 그걸 들은 모든 이들은 심정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당장 기사단을 움직여 요절내 버리라는 명령이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현재 룬가 왕국의 쇠약을 보여 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폐하께서… 자신감을 많이 잃으셨구나……!’
물론 룬가 왕국 기사들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싸움을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는 그나마 있는 것도 잃지 않으려는 속내가 담겨 있었다.
애써 위엄을 챙기지만, 그러한 룬가 국왕의 빈곤한 자신감을 여러 대신과 기사들은 똑똑히 느꼈다.
‘룬가 왕국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구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 * *
가디언 길드는 알현 목적을 밝히라는 말에 순순히 따랐다.
어차피 여기서 듣나 안에서 듣나 다를 건 없었으니 말이다.
“우린 공동의 적을 두고 있다. 엘리시아 화원. 그 적의 숨통을 끊기 위해 도와라.”
그리고 그 말을 다시 룬가 국왕에게 전해졌다.
“엘리시아 화원을 치기 위해 협력을 원한다고 합니다.”
물론 정신 나간 멘트는 살짝 검열해야만 했다.
“음!”
룬가 국왕은 솔깃한 제안에 침음했다.
룬가 왕국이 이렇게 망가지게 된 건 전부 엘리시아 화원… 그리고 알시아 때문이지 않은가?!
“폐하! 뭔가 수상합니다! 협력을 논하는 자들이 그토록 무례하게 나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미 왕성 입구에서부터 무력시위를 한 자들이 협력?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눈이 돌아 버린 룬가 국왕은 그 달콤한 제안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주한 가디언 길드의 피로크와 룬가 국왕.
“네 이놈! 폐하께 예를 갖추어라!!”
룬가 국왕 앞에서도 우뚝 선 피로크의 태도에 대신들이 호통쳤다.
“난 대국의 명령을 대신하는 자.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
미친놈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건 그 이상이었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그만!”
하지만 분노하는 그들을 룬가 국왕이 제지했다.
“폐…폐하! 어찌하여…….”
“중요한 건 그들의 목적이다. 알시아라는 극악을 제거할 수 있다면 짐은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룬가 국왕은 더 이상의 발언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재호와 엘리시아 화원을 향한 원한이 깊은 것.
“단, 그 오만만큼이나 만족스러운 이야기를 꺼내 놓지 않는다면 너희들은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룬가 국왕의 경고에 피로크는 콧방귀를 꼈다.
“웃기시는군. 룬가 왕국이 알시아 때문에 걸레쪽이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
노골적인 비난에는 룬가 국왕도 움찔할 정도.
하지만 피로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두말하지 않겠다. 룬가 왕국은 앞으로 우리 가디언 길드의 계획에 전적으로 협력해라.”
“이놈!!!”
결국 이번엔 룬가 국왕이 호통을 터뜨렸다.
피로크의 말은 결국 룬가 왕국보고 한낱 길드의 아래로 굽히고 들어오라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그러면 적어도 왕실의 체면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면 룬가 왕국은 이 대륙의 지배자가 되어 있겠지.”
“미친 소리를 하는군!!”
제법 관심을 끄는 이야기를 하려나 싶더니 정신 나간 놈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룬가 왕국이 대륙의 새 지배자가 될 수 있단 건 말도 안 되는 공수표였다.
그리고 저런 태도로 말하는데 대체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허어! 위대한 왕국이 그간 이미지가 많이 추락하긴 했구나!’
룬가 국왕은 참담함에 침음했다.
엘리시아 화원에게 당하는 모습을 하도 보였더니 이런 똥파리도 꼬이는 것일 터.
재호를 향한 룬가 국왕의 거센 분노가 이젠 피로크를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이깟 소국을 무서워해서 내버려두는 줄 아나?”
피로크가 한껏 비웃으며 물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밀어 버릴 수 있다. 그러니 순순히 따르는 게 좋을 거다. 아직 우리가 전면에 나설 생각이 없어서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니까.”
“닥쳐라! 당장 끌고 나가!!! 어서 내 눈앞에서 치워라!!”
결국 룬가 국왕은 1분 만에 자신의 선택을 뒤집었다.
그러나 피로크는 시뻘게진 룬가 왕국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멈춰라! 더 이상의 무례는 허락하지 않는다!”
근위병들이 창을 교차시키며 피로크를 가로막았지만…….
“폐, 폐하!!”
바깥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외침.
왕실 기사단의 기사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 들어오더니 룬가 국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놈도 저놈도……!”
그렇지 않아도 최악인 기분.
보나마나 지금 나타난 기사도 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온 것은 아닐 터였다.
“무슨 일이냐!”
“웬 무리가 왕실을 향해 몰려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세가 수상쩍습니다!!”
“!!!”
바보가 아닌 이상, 눈앞에서 비릿하게 웃고 있는 피로크의 짓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수백 명의 사람을 끌고 무력시위를 하지 않았던가?
“고작 몇 백으로 위대한 룬가 왕국을 뒤집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우습게봐도 너무 우습게보았다.
룬가 왕국이 여러모로 사정이 안 좋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약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 아닙니다! 더 많은 이들이 나타났습니다!!”
“?!”
도대체 몇이기에 저렇게나 발작을 일으킨단 말인가?
“조, 족히 수만은 될 것 같습니다!!”
정확한 숫자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만을 언급했다는 건 그만큼 충격적으로 많다는 뜻.
“무슨 헛소릴!”
당연히 룬가 왕국은 믿지 못했다.
하지만 뉴월드 속에서 살아가는 그는 결코 알 수 없었다.
중국의 모든 뉴월드 게이머들을 하나로 묶은 가디언 길드.
그곳엔 죽으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수억 명의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것을…….
* * *
[속보)가디언 길드 룬가 왕국 점령!]피로크는 아직 자신들의 활동이 전면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했지만, 애초에 그만한 인원이 움직이는데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가디언 길드가 인해전술로 룬가 왕국을 먹어 버렸다는 소문은 쫙 퍼졌고, 하필 이 시기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걸 두고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목적은 다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결국 가디언 길드의 창설 목적과도 일맥상통할 테니까.
바로 뉴월드컵으로 인해 추락한 중국의 명예를 드높이는 동시에 뉴월드 내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
물론 가디언 길드도, 중국 정부도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은 없었다.
하지만 누구나 뻔히 아는 사실.
그리고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게 한 장본인은 명백히 재호였다.
그런데 재호와 사이가 안 좋은 가디언이 역시나 엘리시아 화원과 사이가 안 좋은 룬가 왕국을 집어삼켰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히 보이는 것 같았다.
-어쨌든 황재호는 골치 좀 아프겠네. 지금 대륙 퀘스트 열어서 거기 신경 쓰기도 바쁠 텐데.
└근데 아무리 가디언 애들이 또라이라도 제국도 껴 있는데 엘리시아 화원 빈집털이를 할까?
└걔들을 게임에 목숨 건 우리랑 비교하지 마. 거긴 리얼 목숨 걸려 있으니까.
오로지 국가의 뜻에 따라서만 게임을 해야 하는 팔자가 되었다 보니 일반적인 경우에 대입해서 생각할 수 없었다.
즉, 게이머라면 절대 하지 않을 미친 판단을 가디언은 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런데 영상 봤냐? 진짜 물량 앞에선 기사단이고 나발이고 소용없더라.
└ㅇㅇ뉴월드 내 파티플 규모 신기록이지 싶음.
└그 정도면 걍 제국을 먹어도 되지 않겠냐? 머리 숫자로 따지면 제국 기사단보다도 많을 텐데ㅋㅋㅋ
└야. 제국이 무슨 구멍가게냐?
└그럼 룬가 왕국은 구멍가게냐?
-간단히 생각해. 아무리 뇌 비우고 물량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가성비를 생각해야지. 그게 가능했으면 제국이 아니라 엘리시아 화원으로 바로 돌격하지 굳이 왜 저러겠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왜 엘리시아 화원으로 바로 공격 안 갔지?
└왜긴. 쪽수로 밀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하나하나가 전설급에 가까운 엘프들 상대로 몇 십만, 몇 백만 꼬라박는다고 해결될 거 같음? 난 안 된다고 본다.
└근데 어차피 가디언에서 사람 싹 긁어모으면 억 단위 아님?
└이론상으론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한 인원을 싹 다 모으는 건 불가능하지. 아무리 중국이 뇌절해도 그렇게까진 안 하지. 아니, 못하지.
-흠… 어쨌든 뭔가 일이 터지긴 할 거 같단 거네.
└그치. 아니면 이 타이밍에 룬가 왕국을 노릴 이유가 없음.
└알시아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 대머리 될 듯ㄷㄷ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에 비해 재호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룬가 왕국이 가디언 길드에게 먹혔다는 소식을 듣긴 했었다.
그러나 그것 자체만으로 자신에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제 엘리시아 화원에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든든한 동맹들이 많으니까.’
이번 헬릭스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대륙 연합을 구성하면서 느꼈다.
지금까지 자신이 게임을 하며 관계를 맺은 수많은 NPC가 재호를 향해 보여 준 신뢰.
그것은 어지간한 일에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물론 엘리시아 화원에 문제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게 베스트였다.
일이 터진 뒤에 복수한다는 선택지는 재호 입장에선 진 싸움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그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재호를 찾아온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알시아 폐하! 라디부 백작에게서 비밀 사절이 찾아왔습니다.”
“라디부? 그게 누군데?”
재호는 낯선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룬가 왕국 변방의 귀족. 폐하께서 그의 아들을 구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 코페이의 후예라던?”
이름은 바로 떠올리지 못했지만, 그 강렬한 만남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키노와의 인연이 시작된 곳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단 재호의 초상화 수집가 라디부 백작에게서 느꼈던 충격과 공포.
그것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