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58
557화
사람들은 모두 생각했다.
정령왕 역시 헬릭스의 공격을 혼자 감당해 내는 건 불가능했다고…….
그렇다면 반대로 비교해 본다면 어떨까?
과연 최상위 플레이어 몇 명이 모여야 엘라스틴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사실 그건 미지수입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고위 정령 계약 플레이어들은 네 명으로 알려져 있죠. 그중 가장 유명한 건 역시 ‘알로에올리오’죠.
알로에올리오.
개인 방송도 하는 정령사 클래스의 유명인.
보통 그를 정령사 플레이어 중 탑으로 평가하곤 했는데, 이유는 유일하게 4대 속성의 최고위 정령과 계약한 플레이어이기 때문이었다.
바로 불의 최고위 정령 프라레하.
그것은 엘라스틴과 동급의 대정령이었다.
더군다나 알로에올리오나 프라레하 둘 다 싸움을 좋아하는 거친 성향.
그 탓에 다른 플레이어들과도 싸운 일이 많아 비교 대상으로 삼기 좋았다.
-알로에올리오의 레벨은 350대. 하지만 자체 전투 능력은 거의 없다시피 하죠. 대부분의 싸움은 프라레하가 하는데, 보통 정령의 전투 능력은 플레이어의 레벨과 능력치, 스킬 등에 따라 상한선이 정해지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알로에올리오는 400 언저리의 플레이어들과도 비등한 전투가 가능했죠. 최고위 정령이란 그 정도로 강합니다.
-아! 그런데 정령의 전투력은 계약자의 수준과 비례한다면 말입니다. 황재호 선수의 경우엔 사실 개인의 능력에 비해 레벨은 별로 높은 편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분명 정령왕 또한 그것에 영향이 있을 거란 말이죠.
정령사들이 재호는 정령을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것이니 계약을 넘겨달라 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소환된 정령왕은 어쨌든 아주 강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로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헬릭스가 생각보다 약해 반쪽짜리 정령왕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거나, 아니면 초보 정령사를 통해 소환된 정령왕이라 하더라도 전투력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높거나.
-과연 둘 중 어느 쪽이냐에 따라 엘라스틴과 플레이어들의 전투력과 비교해 볼 수 있겠죠. 그러면 헬릭스를 상대로도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을 테고 말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확실히 확인되는 건 정령왕 엘라스틴은 헬릭스보다 약하다. 그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운이 정말 좋으면 헬릭스가 의외로 약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바다를 가로지른 헬릭스가 1차 저지선인 함대와 마주하는 순간, 그건 헛된 기대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콰아아앙-!!!
가장 먼저 헬릭스와 마주친 함선이 녀석의 날갯짓 한 번에 절반이 터져 나가 버렸다.
물론 나무로 만들어진 배가 헬릭스의 화염 공격에 취약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공격에 직접적으로 휩쓸린 사람들의 대다수가 일격에 죽어 버렸다는 점이었다.
“미친! 무슨 공격력이!!!”
“한 방에 죽어 버린다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죽은 이들이 레벨이 터무니없이 낮기라도 했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평균 레벨 300 초중반.
아무리 강한 적이라 하더라도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일은 없을 레벨대였다.
그런데 일격에 죽어 버렸다는 건…….
-저, 정령왕이 약한 게 아니었군요!
정령왕은 오히려 잘 싸운 것이었다.
전문(?) 정령사가 아닌 재호가 소환했음에도 저만한 괴물과 잠깐이나마 비등하게 싸운 걸 보면…….
-그렇다면… 만약 황재호 선수가 제대로 된 정령사였다면 싸움은 진작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
해설자의 말에 시청자들도 모두 동의했다.
본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정령왕이었다면 분명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재호와 계약하고 소환된 엘라스틴의 힘은 정통 정령사 못지않았던 것이다.
정령의 힘은 레벨, 능력치, 스킬뿐 아니라 칭호, 명성, 악명 등등, 그 캐릭터에 귀속된 모든 것에 영향을 받았다.
그렇게 따지면 재호는 가히 최상위 수준의 정령사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건 인공지능 크레이터만 알 수 있는 정보겠지만 말이다.
-마침내 플레이어 함대에서도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작합니다!
배에 오른 플레이어들은 전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이들.
각자가 가진 무기나 스킬을 이용해 오만한 자태로 내려다보는 헬릭스를 공격했다.
“공격이 제대로 먹히긴 먹히는 거야?!”
“나도 몰라! 온몸이 불타고 있으니 알 수가 있어야지!!”
하지만 시각적으로 유효타가 들어가고 있긴 한 것인지 제대로 구분되지 않았다.
콰르르르-
“으아악!!!”
“바, 바다로 일단 뛰어내려!!”
날갯짓 한 번에 두 척, 브레스 한 번에 세 척.
실시간으로 플레이어 함대는 박살이 났다.
말 그대로 헬릭스의 움찔 한 번에 터지고 불타 가라앉기 일쑤.
사람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죽을 거란 걸 알고 있었고, 자신들의 임무는 몸을 내던져 시간을 끄는 거라고 듣긴 했지만, 잘만 하면 그 이상도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것이 최선이었다.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야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었다.
“젠장! 그냥 이렇게 싸워선 안 돼!! 배 좀 움직여 봐!! 가만 서서 다 처맞지 말고!!”
“닥쳐!! 배가 무슨 자동차처럼 딱딱 움직이는 줄 알아?!”
“황재호는 잘만 하던데 뱃사람이라는 놈들이 그것도 못 해?”
“뭐? 이 XX!! 걔 차는 슈퍼카고 이건 리어카……!”
화르르-!
그 순간, 그들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는 불덩이.
“으아아악!!!”
“죽는다!!”
다음 희생자는 자신들이 될 거라 확신이 드는 그때……!
촤아아악-
갑자기 선박이 급선회하며 크게 기우뚱거렸다.
그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불덩이.
퍼엉-!!!
뒤쪽 수면에서 일어난 폭발에 커다란 파도가 일어났다.
“다, 다들 꽉 잡아!!”
“야야! 옆이랑 부딪히겠어!”
워낙 많은 배들이 있다 보니 거친 파도에 서로 뒤엉킬 위기였으나, 놀랍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큰 출렁임 없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함선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캬- 거 봐! 되잖아!”
배에 탄 플레이어들이 칭찬했지만, 조타수 플레이어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아… 아닌데…….”
“음? 뭐가 아냐?”
“내, 내가 하는 거 아니라고.”
“?”
다시 보니 키에서 손을 뗀 채로 있는 조타수.
“??”
그런데 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파도를 타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 한 척만 그런 게 아니었다.
주변 모든 배들이 갑자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함대로서 뛰어난 기동력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저, 정말 대단한 장관입니다!! 수백 척의 배들이 갑자기 미친 움직임을 보여 주며 헬릭스 주변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플레이어들이 미리 훈련이라도 한 걸까요? 전혀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말이죠?
-맞습니다. 실제로 그런 걸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아무래도… 뭔가 저희가 모르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르는 일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움직이는 모든 배들의 돛을 보시겠습니까?
-돛? 돛은… 어?
바람을 받는 방향에 따라 펼쳐져 있어야 하는 돛.
그런데 지금은 배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펼쳐져 있었다.
빠른 항속으로 인해 돛이 반대로 터질듯이 팽팽해진 것.
즉, 지금 배가 움직이는 건 풍력이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힘이었다.
-…그렇다면 황재호 선수가 아닐까요?
-역시 그렇겠죠?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바다로 사라진 재호가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분명 아래에서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건 분명했다.
-어쨌든 아까보다 플레이어들 입장에선 훨씬 여유로워졌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헬릭스의 공격을 배로 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플레이어들 역시 원인을 고민해 보는 건 뒤로한 채, 회피는 오토파일럿에게 맡긴 채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말이다.
* * *
해설진의 추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함대의 움직임이 갑자기 돌변한 것은 재호가 관여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뭔가를 한 건 아니었고, 정작 지금은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현재 재호는 전장을 이탈한 상황!
물론 가기 전에 엘라스틴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해 놓았었다.
‘엘라스틴 님. 소환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 거 같습니까?’
[얼마 남지는 않았어요. 길어야 약 30분 정도밖에 안 될 것 같군요.]‘30분? 엄청 길잖아?’
이미 소환한 시간까지 따지면 약 40분.
정령왕을 야매 정령사가 40분이나 부릴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네.’
[뭘 하려는 거죠?]‘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요.’
[네? 그럼 이곳의 전투는 어떻게 하고요?]‘그렇지 않아도 부탁할 게 있어요. 혹시 내가 잠시 멀어지더라도 엘라스틴 님의 소환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계약 주체인 대왕이 가까이 있어야 소환 유지의 부담이 덜하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대신 그만큼 내 본연의 힘을 끌어다 써야 하기에 유지 시간은 줄어들겠죠. 지금처럼 격렬한 전투가 이루어지는 중이라면 말이에요.]‘전투는 잠시 멈추고 헬릭스는 보내 줘도 괜찮습니다.’
[네?]‘대신 함대 쪽으로 가서 사람들을 도와줘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난 대왕에게 종속된 상태이니 일단은 따를게요. 최대한 힘을 보전하면서 그들을 돕겠어요.]그러면서 엘라스틴은 바닷속으로 자연스럽게 자신을 동화시켰다.
그 장면이 방송 화면에는 마치 헬릭스의 일격에 쓰러지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 상태로 헬릭스를 따라 함대 쪽으로 향했다.
그리곤 바다의 흐름을 자신이 컨트롤하기 시작했고, 배들의 움직임이 민첩하게 바뀐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다면 그사이 재호는 어딜 간 것인가?
[아트리우스 산호구]촤아아-
재호 머리 위로 생겨난 소용돌이.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그곳에서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알시아!”
“아이쉬!”
반가우면 역시 댄스 배틀!
인어들의 시도 때도 없는 흥에 잠시 장단을 맞춰 주며 재호는 빠르게 용건을 전달했다.
“바다의 도움이 필요해!”
팟-
피날레 턴까지 마친 뒤, 주먹 인사까지 마친 아이쉬.
“바다의 도움이라! 그 위험성을 아는 그대가 부탁할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 모양이군! 당연히 친구의 도움이라면 도와야지!”
아이쉬는 쿨하게 말했다.
단, 그 결정권은 그에게 없었다.
“가세! 폐하를 만나 도움을 청해 보자고!”
“티나! 여길 부탁할게.”
재호는 키를 놓으며 말했다.
아트리우스로 갔다 오는 건 재호 혼자면 충분했다.
배를 통째로 가져가는 건 아트리우스로 향하는 통로를 뚫어 주는 [바다의 의지]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넵!”
다행히 이번에는 티나도 반대하지 않았다.
인어들은 티나가 인정하는 강자이자 신뢰할 만한 종족들.
게다가 인어와 아트리우스를 제법 좋아하는 그녀였기에 미련 없이 재호를 보내 줄 수 있었다.
“좋아. 그럼 용왕님을 만나러 가자고!”
죽음의 가능성이 아주 크기 때문에 최전선 전투에선 NPC들을 투입하는 걸 배제했었다.
그중엔 인어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현재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헬릭스를 바닷속으로 최대한 빨리 빠트릴 수만 있다면 전투는 확 쉬워진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해 줄 대자연의 힘.
그것이 바로 아트리우스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