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71
570화
“아, 이거 아무래도 가디언 놈들 같은데…….”
재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응? 뭐라고?”
뒤에서 숨을 헐떡이며 쫓아오는 완식은 제대로 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리픈강에 수작질한 거 말이야. 왠지 가디언 냄새가 솔솔 나서.”
현재 재호는 완식, 티나와 함께 에바트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언뜻 보기엔 조금 애매한 구성.
설산을 오르기엔 완식보다는 불을 다루는 사만다나 레드와 함께하는 게 더 좋았을 테니 말이었다.
하지만 재호는 무한 힐을 줄 수 있는 완식을 택했다.
냉기 저항은 꽃템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의심이라고 말하면서 표정은 가디언이라고 확신한 것 같은데?”
“응? 그야 뭐…….”
재호가 가디언 길드를 의심하는 것엔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다.
헬릭스 레이드 후, 각 왕국에서 기여도에 따른 보상을 정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
바로 현장에 숨어들었던 가디언 길드가 생각보다 더 많았다는 점이었다.
그 정도로 작정하고 훼방을 놓으러 왔는데, 과연 그것만으로 끝일까?
물론 이전에 재호를 괴롭혔던 [환경보호단체]도 용의선상에 있긴 했다.
과거 전쟁까지 일으킨 후폭풍으로 세게 두들겨 맞은 뒤, 잠잠해지긴 했지만, 또 모를 일.
그럼에도 가디언을 더 꼽는 건 역시 녀석들의 비정상적인 길드 형태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해 자국의 모든 게이머를 하나로 묶어 버리는 기행.
사실상 뉴월드 내의 중국 군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재호를 조지고 뉴월드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고 말이다.
자기들 입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불곰국이 게임 내 최악의 길드로 이름을 날릴 때도 없었던 비정상적인 일.
하지만 어떤 미친 짓도 할 수 있는 게 바로 그들이었다.
가령 산 위에다 멋대로 댐을 지어 버린다거나… 아니면 물을 다 퍼내 버린다거나…….
“그런데 진짜 가디언이라고 하면 고작 우리 셋으로 괜찮겠냐?”
완식은 후드에 얼어붙은 눈덩이를 털어 내며 물었다.
“걔네들 젤 무서운 점이 머릿수 아니냐?”
혹여나 수백 명과 맞닥뜨리거나 하면 어쩌려는 것인지 완식은 의문이었다.
“설마 산꼭대기에 그만큼 보내겠어?”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또한 가디언 길드는 언뜻 강력한 중앙통제 길드처럼 보였지만, 까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안에서도 기존에 있던 길드끼리나 온갖 연고에 따라 파벌이 나뉘는 중이란 주장이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것이다.
실제로 헬릭스 레이드에 나타난 가디언 길드원들도 확인해 본 결과, 전원 인지도가 떨어지는 플레이어들이었다.
즉, 힘 있고 백 있는 이들은 전부 안전한 곳에 남았고 아닌 이들만 전장으로 내몰렸다는 뜻.
그리고 이번 일도 그들의 소행이었을 경우 아마 소모품처럼 쓰이는 사람들만 있을 것이다.
재호와 직접 맞상대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가성비 안 좋은 일에 스스로 나설 이들은 없을 테니 말이었다.
“근거 하나도 없는 개소리 같은데……. 쟤들이라면 왠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네.”
완식도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높은 산을 오를 땐 무리 단위로 움직이는 건 비효율적이고. 그래서 우리도 세 명으로만 움직인 거지.”
이건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플레이어인 재호나 완식은 게임을 꺼 버리면 그만이지만, 티나의 경우엔 홀로 이 설산에서 버텨야 했다.
아무리 전설급 NPC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극한의 추위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되면 위험했다.
그래서 그녀가 쉴 수 있도록 베이스캠프도 만들면서 올라야 했다.
그렇게 약 3일 동안의 등반 끝에 마침내 운무를 뚫고 저 멀리 정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뭔가… 이상해 보이지?”
재호의 말에 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올라온 방향은 리픈강과 이어지는 에바트산의 물줄기.
그런데 그 넓은 물줄기가 완전히 꽁꽁 얼어 전혀 흐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정상 쪽의 폭포가 얼어 있는 걸 확인하니, 한 가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갑자기 기후 이상이 생겨 완전히 얼어 버린 게 아니라 정상에서부터 애초에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쿠웅-
그때 정상 쪽에서 들려오는 웬 폭음.
이어 시커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걸 본 재호는 얼굴을 찌푸렸다.
“야……. 저거 폭탄 아냐? 설마 진짜 사람이 있어?”
완식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계속 재호가 의심한 것처럼 가디언일 가능성이 컸다.
“다들 준비하고…….”
아직 정상까지 제법 거리가 있지만, 재호는 이미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티나 역시 덩달아 분노해 뜨끈한 콧김을 뿜어내는 상황.
“이미 제대로 작정했네.”
완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만을 위한 버프들을 사용했다.
이 성난 두 전문 산악인을 쫓아가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닐 테니 말이었다.
* * *
얼어붙은 에바트산 정상의 호수.
그리고 그곳엔 텐트 하나가 있었고, 그 안에 피워진 모닥불 주변엔 다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앉아 몸을 녹이고 있었다.
“망할. 불을 쬐고 있어도 디버프 장난 아니네.”
“후…….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 거지? 왜 다음 교대자들은 안 오는 거야?”
그들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팀이 저기잖아. 황룡장 애들.”
“아, 그놈들이었어? 그 자식들이면 우리 얼어 뒤지고 난 뒤에나 오겠네.”
가장 불만이 많은 듯한 한 사람.
그는 모닥불에 땔감을 신경질적으로 던져 넣었다.
“젠장. 어쩌다 이 팔자가 된 건지……. 우리 길드는 공중분해 되어 버리고, 가디언인지 뭔지 하는 거지 같은 길드에 묶여 버린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네.”
재호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들은 역시 가디언 길드!
“이 개 같은 길드!! 아, 그리고 너네 곧 지급된다는 공통 아바타 봤냐?”
현재 가디언 길드는 아바타까지 제작하며 복장 지침을 내리고 있었다.
인원수가 너무 많은데다 아바타 제작 난이도를 생각하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아직 간부와 고레벨 우선으로 지급받는 상황이긴 해도, 언젠가는 그들 역시 입게 될 터였다.
“디자인 너무 극혐이지 않냐?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인민복을 입혀!”
그렇게 잔뜩 열을 올리던 길드원은 순간, 주변 동료들이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자신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뭐야? 너희 왜 그래?”
“아…아니, 아무리 그래도 나라를 그렇게 욕하는 건 좀…….”
“뭐?”
“불만이 없진 않지만 난 그 정도는 아니야.”
“나도…….”
갑자기 돌변한 반응에 쉬지 않고 욕을 하던 길드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야야… 설마……. 아니지? 나, 나도 순간 격해져서 잠시 헛소리를 한 것뿐이야.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으응.”
“우리 치, 친구지? 맞지?”
“크흠-”
진하게 흐르는 어색한 기류.
“나, 난 바깥이나 확인해 볼게! 기, 길드를 위해 열심히 일해 볼까?!”
과하게 유난 떨며 일어나는 그는 텐트 밖으로 나갔지만, 다른 이들은 외면한 채 모닥불만 작대기로 쿡쿡 쑤셨다.
“…젠장.”
혼자 밖으로 나온 그의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욕설.
분명 주변 공기는 온통 차가웠지만, 그의 등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괘, 괜찮을 거야. 혹시나 녹화해 놨다고 하더라도… 처음엔 저 녀석들도 같이 욕했으니까.’
고작 게임을 하면서 현생의 안전을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에 그는 짜증이 확 치밀었다.
그리곤 자신이 이 모양 이 꼴이 되도록 만든 근본적인 원인을 향해 분노가 치솟았다.
“황재호 그 자식만 아니었으면…….”
감히 대국을 상대로 자존심을 세운 탓에 대체 몇 명이 피해를 보는 것인가?
탁-탁-
신경질적으로 얼어붙은 호수에 구멍을 내고 폭약을 집어넣은 그.
“그 자식 머리통을 이렇게 터뜨리고 싶네.”
그는 거리를 벌린 뒤 폭탄을 터뜨렸다.
콰앙-!!
그리 큰 폭발은 아니지만, 얼음을 깨트리고 물이 다시 콸콸 흐르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이어 다른 곳에도 작업을 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열심히 하는 걸 보여 주어야 길드에서 혹여나 자신의 발언을 문제 삼더라도 핑계 댈 게 있었으니 말이다.
팍팍팍-
다시 얼음을 깨고 폭탄을 넣은 그.
그리고 불을 붙이려는 그 순간.
“멈춰!!”
“?”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뭘 멈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
폭-
“?”
이마에 화살이 날아와 꽂히며 치명타와 함께 체력의 3분의 2가 증발해 버렸다.
슈슉-
“으아악! 악!”
추가로 날아온 화살이 정확히 같은 위치를 뚫었고, 연속 치명타와 함께 그는 쓰러졌다.
그리고 그곳으로 달려온 잔뜩 성난 재호와 티나.
“…확실히 멈췄네.”
뒤늦게 숨을 헐떡이며 쫓아온 완식은 새삼 티나의 공격력에 감탄했다.
“뭐야? 밖에 무슨 소란이야?”
“어이- 우리도 고발 안 할 테니까 일단 진정…….”
길드원의 비명을 들은 다른 동료들은 밖으로 나오다 커다란 털옷을 입은 재호를 발견하곤 흠칫했다.
“웨, 웨어울프?! 컥!”
퓩-
미간에 꽂힌 화살.
“헉? 에, 엘프잖아!!”
동료의 머리를 뚫는 화살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정답.
그리고 저 웨어울프 같은 털북숭이는 재호라는 것도 바로 알아챘다.
“아, 알시아다!!”
“기, 길드에 알… 컥!!”
그들은 재호와 티나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아니, 정확히는 로그아웃 당했다.
“뭐야? 난 할 것도 없네.”
단단히 각오하고 열심히 쫓아온 완식은 김이 픽 새 버렸다.
“왜 없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버프 많이 줬잖아.”
“그냥 나는 등산용 에너지바였다는 소리 아니냐?”
완식은 툴툴거리며 텐트 안을 살폈다.
“여기 있던 사람은 얘들이 전부인 모양이네. 가디언 길드는… 맞았고.”
완식은 내부가 온통 붉은 천들로 점철된 걸 확인하곤 말했다.
“그런데 고작 다섯 명이 강물을 마르게 했다고? 그건 그거대로 놀랍네.”
다시 밖으로 나온 완식은 주변을 살피는 재호에게 다가갔다.
“뭐가 좀 나왔어?”
“응. 그냥 아주 무식한 방법을 썼네.”
재호는 가디언 길드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물길을 가리켰다.
“폭탄을 터뜨려서 산 반대편을 뚫어 놨어. 그리고 원래 물길은 막아 버렸고.”
통나무를 대충 쌓아 만든 어설픈 댐이었지만, 물의 흐름을 늦추고 얼리기엔 충분했다.
“그럼 이거 어떻게 해야 하냐? 다시 복구시킬 순 있나?”
“…….”
재호는 확신하지 못했다.
댐이야 다시 무너트리면 되겠지만, 문제는 반대편에 뚫린 새로운 물길.
뒤는 생각 안 하고 무식하게 파괴해 놓은 탓에 수습할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가디언 길드가 해 놓은 것처럼 댐을 만들기도 어려웠다.
“쟤들이 아무리 대충 만들었다곤 해도 저만한 통나무를 들고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긴 하지.”
이만큼 크고 깊은 호수의 물길을 막는 댐은 건설 과정에서 사람이 한두 명쯤은 우습게 죽었을지도 몰랐다.
쉽게 말해 가디언 길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순 없지 않냐?”
완식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가 보기에도 답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
“쳇. 망할 놈들. 시원하게도 뚫어 놨네.”
난처함에 서로 머리만 긁고 있을 때, 의외의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다가왔다.
[알시아 대왕.]“어?”
재호에게만 들리는 미성의 목소리.
[도움이 필요한 것 같네요. 그대에게 사과할 일도 있고 말이에요.]상대는 바로 헬릭스 전투 이후 잠들었던 정령왕 엘라스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