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73
572화
이러쿵저러쿵해도 어쨌든 재호는 이 일을 해결해 준 건 엘라스트라.
그러나 인사를 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 탓에 재호는 감사 인사를 할 틈도 없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라스트라에게도 대신 좀 전해 주세요.”
[후후, 물론이죠. 그럼 심심해지면 또 말을 걸게요. 지금은 조금 피곤하네요.]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이번에도 재호에게 사과하기 위해 급히 깨어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 잠시 만요!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하지만 가기 전에 하나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미처 타이밍이 나오지 않아 묻지 못했던 것.
“엘라스틴 님은 저와 대화를 나누는 데 힘을 소모하지 않는 겁니까?”
재호와 계약된 두 대악마, 파이라와 로두카는 자신들의 권능을 이용해 소통했었다.
심지어 파이라는 힘들다며 정말 필요한 용건이 아니면 자제하라는 이야기까지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엘라스틴을 보면 재호와 대화를 나누는데 그런 초조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
특히 현재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말이다.
[대악마라……. 그들은 그렇겠군요. 하지만 우리 정령들과 그들은 사정이 조금 달라요.]엘라스틴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악마는 중간계와 완전히 분리된 세계. 그 허락되지 않은 무한한 틈을 넘어야만 하죠. 하지만 정령계는 중간계와 멀지 않아요. 일정 부분은 겹쳐진 세상이라고 할 수 있죠. 대륙의 모든 생명에 정령이 깃들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리라고 생각해요.]“아…….”
재호는 금방 이해했다.
늘 꽃집에서 온갖 종류의 정령들을 다 보아 왔으니 말이다.
[맞아요. 그래서 나 역시 대왕과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고, 대왕의 눈을 통해 세상을 구경할 수 있죠. 물론 대륙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랍니다.]호기심이 해결된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엘라스틴은 좋은 조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모르는 세상의 비밀을 조사할 일이 있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후후, 나도 기대가 되네요.]거기까지 말한 엘라스틴은 다시 휴식을 위해 연결을 끊었다.
“이 악물고 올라온 것에 비하면 쉽게 마무리됐네?”
완식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걸로 안심할 순 없었다.
“하지만 또 그러지 않으리란 법은 없지.”
여기서 죽은 가디언 길드원들을 통해 이미 소식을 전해졌을 건 확실했다.
“대책을 세워야 해.”
“생각해 둔 거라도 있냐?”
“뭐…….”
사실 막막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죽치고 앉아서 가디언 길드를 막을 수도 없었고, 다른 사람을 경계로 세우는 것도 못 할 짓이었다.
그나마 최선이라면 라셀 왕국 쪽의 협조를 얻어 수상쩍은 이들의 입산을 막는 것 정도.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인 대책이라 할 수 없었다.
이 거대하고 장엄한 산을 다 인력으로 원천 봉쇄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그럼 방법은 하나 아냐?”
완식이 뻔하다는 듯 말했다.
“가디언 길드를 털어야지.”
“…어떻게?”
“그 방법은 네가 생각해야지.”
결국 다시 도돌이표였다.
가디언 길드와의 전면전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그곳은 기존에 없던 방식의 길드.
그나마 비슷한 느낌이 들던 곳이라면 불곰 길드일 텐데, 자세히 뜯어보면 완전히 달랐다.
그나마 불곰 길드는 순수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 녀석들은 게임에 심각할 정도로 과몰입했던 것이라 말할 수 있었으니까.
글로벌 현피까지 일으킬 정도로…….
하지만 가디언 길드는 게임을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뉴월드를 이용했으며, 노골적으로 이 가상세계의 모든 것을 중국이 틀어쥐고자 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을 상대로 불곰 길드 때처럼 전쟁을 벌인다면?
무조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길드원 개개인이 어떤 피해를 보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명령 한 마디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가디언 길드였으니 말이다.
“참……. 걔들은 진짜 옛날부터 징글징글하네.”
완식의 말에 재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아버지 우람에게도 과거 중국의 게임판 조지기에 대해서도 들은 기억이 있었던 것이다.
“그냥 자기네 게임이나 하지, 굳이 왜 뉴월드 와서 그 난리들인지…….”
“야, 그건 솔직히 걔들 좀 이해할 수 있어.”
“응?”
갑자기 돌변한 완식의 말에 재호는 의문을 드러냈다.
“걔들 게임 개거지 같은 거 모르냐? 무협 배경으로 만든 가상현실 RPG 있거든. 근데 30명 이상 모이는 거 금지되어 있다더라. 그리고 해골이나 좀비, 이런 거 나오면 안 되고, 신분 높은 NPC들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것도 있고……. 이상한 금칙어들도 엄청 많음. 그건 하다 보면 애들 목소리 갑자기 사라질 때 되게 많아.”
“뭐 그렇게 까다롭게 되어 있냐?”
“내 말이. 게임 때깔 자체는 나쁘지 않거든? 인공지능 기술력도 괜찮고. 그런데 문제는 그 기술력을 가지고 게임 내 세계관을 조화롭게 구성하는 게 아니라 온갖 제약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문제야.”
요즘 세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게임 운영 방식.
그 탓에 중국의 플레이어들이 자국의 게임보다는 뉴월드를 더 선호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더 웃긴 건 또 뭔지 알아?”
“또 뭐가 있어?”
“사실 중국 내에선 법적으로 뉴월드 플레이가 금지되어 있어.”
“……?”
뉴월드 플레이어들의 국적 비중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게 중국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중국 정부의 주도하에 가디언 길드가 되어 깽판을 치는 중이었고…….
“그런데도 안 잡혀 가?”
“안 잡혀 갔으니 죄다 저러고 있지. 아무튼 우리 기준으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곳이야.”
재호가 막연히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개막장인 가디언 길드.
대체 그 녀석들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민만 더 깊어졌다.
하지만 해결법은 늘 의외의 곳에서 찾아오는 법.
실상 재호의 생각과는 다르게, 가디언 길드와 엘리시아 화원만의 갈등이 아니었던 것이다.
헬릭스 레이드 당시, 말칸트 대왕의 눈에 띄었던 가디언 길드.
아직 그가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서서히 추적 범위를 좁혀 가고 있음을 재호는 알지 못했다.
물론 가디언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 * *
일단 산에서 내려온 재호는 라셀 국왕을 직접 찾아가 에바트 산에 있었던 일을 전해 주었다.
어쨌든 라셀 왕국의 영토에서 가디언 길드가 멋대로 수작을 벌인 것이니 그들 또한 알고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엘리시아 화원으로 돌아온 재호는 자신을 기다리던 의외의 사람과 마주했다.
“대빌?”
바로 또다시 재호를 찾아온 룬가 왕국 라디부 백작의 아들 대빌.
지난번에 직접 사절로서 왔던 그가 다시 재호를 찾아온 것이다.
“대왕님! 또 하나의 위업을 달성하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고마워. 그런데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혹시 가디언 길드와 관련된 거야?”
뻔한 질문이었고 대빌 역시 긍정했다.
“이미 사정을 다 알고 계시겠지만, 가디언 길드는 대왕님을 방해하려고 아주 작정했습니다. 대체 그런 병적인 집착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흠흠.”
NPC들은 알 수 없는 다른 세상의 사정이었다.
“아무튼 급히 전해 드릴 소식들이 몇 가지 있어 이렇게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는 제가 직접 사절로 오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응? 설마 가문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문제라면 문제이긴 합니다. 공식적으로 저희 가문이 반역 가문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미 지난번에도 언질을 들었던 내용이긴 했다.
“가디언 길드는 저희를 룬가 왕국의 새로운 왕가로 세웠습니다. 다만 사실상 허수아비나 다름없죠.”
“으음…….”
역시나 가디언 길드는 라디부 백작을 총알받이로 쓸 생각이었다.
“그래도 괜찮은 거야? 후에 다른 귀족들한테 어떤 보복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아버지께서는 이미 룬가 왕국은 거친 역사의 흐름에 휘말려 멸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셨습니다. 미래에 남을 것은 불곰국과 다름없는 폐허뿐, 이젠 대왕님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부담을 팍팍 주는 그 이야기에 재호는 얼른 거절했다.
“여차하면 그냥 엘리시아 화원으로 도망 와도 돼. 뭐, 여기서도 작위를 받아 새 출발을 해도 될 테니까.”
지금까지 그들이 해 준 것만 봐도 그 정도 보답은 충분히 해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버지께 꼭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말씀드려야 할 게 더 있습니다.”
진짜 본론은 바로 뒤에 할 이야기였다.
“최근 룬가 왕국의 에바트산 쪽에서 가디언 길드와 충돌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어? 맞아. 혹시 그쪽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어?”
“그렇습니다. 그곳에선 말단 병사들까지 대왕님 욕을 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
“그것 말고도 녀석들은 엘리시아 화원을 공격할 여러 방법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대빌이 전해 준 정보는 총 세 건.
첫 번째, 가디언 길드가 녹색 마탑과 접촉 중이다.
두 번째, 멸망한 불곰국의 잔당과 접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세 번째, 라셀 왕국을 노리고 있다.
“녹탑… 불곰… 라셀…….”
무엇 하나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나마 두 번째, 세 번째의 경우는 어렴풋이나마 그 의도를 추측해 볼 순 있었다.
‘불곰이야 비슷한 놈들이니 같이 힘을 합쳐 볼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지. 라셀 왕국을 노리는 건 트라이앵글을 약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고.’
이전부터 라셀 왕국과 룬가 왕국의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 대외적인 시선을 상대적으로 덜 신경 써도 될 터였다.
‘하지만 녹탑은 왜?’
마탑 연합에 속한 다섯 개의 마탑들.
백탑, 적탑, 청탑, 녹탑, 황탑.
그중 적탑과 청탑, 황탑은 재호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백탑은 그곳의 소속인 빅썬더와 마법 실력을 인정한 키노 덕분에 데면데면한 사이라고 볼 수 있었으나… 녹탑은 전혀 모르는 곳이었다.
재호가 만나 본 탑주 프링은 언뜻 쾌활한 성격으로 보이긴 했지만, 그 속에 무슨 생각을 품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없어?”
“죄송합니다…….”
재호의 말에 대빌은 고개를 숙였다.
“더 자세히 캐 보고 싶었으나, 그 이상으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큰 정보였다.
셋 다 전혀 생각 못 하고 있던 내용이었으니까.
“그럼 전해 드렸으니 저는 바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음에 부디 모든 것이 잘 정리된 이후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희도 몸조심하고. 아까 말했다시피 여차하면 도망쳐.”
“하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빌이 떠난 뒤 재호는 바로 움직였다.
줄칸을 불러 라셀 왕국으로 보낼 서신을 급히 준비했고, 녹탑 관련 문제는 뤼니오르에게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불곰 관련해서는…….
‘무시해? 아니면 확인해 봐야 하나?’
이미 불곰 길드의 실세들은 모두 엘리시아 화원에 붙잡혀 있는 상황.
‘…해 보긴 해야겠네.’
잠시 고민하던 재호는 크로킹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외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