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74
573화
횃불로 밝혀진 깊은 지하.
엘리시아 화원과 이어지는 지하수로 공사 현장.
그곳에서 자신의 클래스와 아무 상관 없는 곡괭이질만 해 온 지 몇 달째.
평범한 사람들은 3일만 지나도 내보내 달라며 미쳐 버리는 무간지옥 속에서도 크로킹은 태연했다.
마치 이 동굴이 마치 내 집이란 듯이…….
“어이! 크로킹.”
그때, 다른 죄수 하나가 작업 중이던 크로킹을 불렀다.
“저쪽으로 가 봐. 엘프가 찾는다.”
“…….”
과거의 크로킹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건방진 태도.
하지만 한번 슬쩍 노려보는 걸 끝으로 순순히 몸을 돌린 크로킹은 걸음을 옮겼다.
“꼴좋다.”
“아주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났다는 듯이 놀더니.”
몰락해 버린 불곰 길드 수장의 모습에 모두 히죽거리며 조롱했다.
“저 자식들이…….”
“크흑!”
아직 크로킹 주변에 남은 충성스러운 이들은 이를 갈았지만, 저들과 싸워 봐야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머릿수도 모자랐기에 이기는 것도 불가능했고, 거기다 엘프들에게 추가 징계까지 받게 될 테니 말이었다.
크로킹도 그 사실을 알기에 예전처럼 길드원들을 몰아붙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이빨 빠진 호랑이.
하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고양이들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어딜 가는 거냐?”
엘프와 만난 크로킹은 귀찮다는 듯 물었다.
“알시아 님이 널 찾으신다.”
“음? 알시아? 그 자식이 왜?”
“말조심해라. 그리고 네놈이 이유를 알 필요는 없다.”
냉담한 대답과 함께 엘프는 크로킹을 끌고 밖으로 향했다.
* * *
재호는 현장 입구 쪽의 초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알시아 님. 끌고 왔습니다.”
“아, 고마워.”
재호는 오랜만에 만나는 크로킹과 마주 섰다.
“…….”
크로킹은 본능적으로 몸이 위축되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개자식은 어떻게 이렇게 생길 수가 있지?’
자신도 인상 살벌하기론 지지 않았지만, 재호는 그것보다 아득히 넘어선 수준이었다.
야생 육식 동물 같은 것을 만나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날 찾은 이유가 뭐냐?”
가까스로 목소리를 낸 크로킹.
하지만 미묘하게 떨린 탓에 모양새는 확 죽어 버렸다.
물론 재호는 그런 세세한 것까진 관심이 없었지만 말이다.
“크로킹. 혹시 나한테 숨기고 있는 거 없냐?”
“?”
뜬금없는 소리에 크로킹은 당황했다.
“그게 뭔 개소리냐?”
“그냥 이래저래 고민해 봤지만, 아무래도 그냥 물어보는 게 좋겠다 싶더라고.”
재호도 직설적으로 말했다.
“내부 정보를 얻었다. 혹시 너 가디언이랑 손잡았냐?”
“……!”
예상 못 한 질문.
아니, 애초에 의심하는 상대에게 할 만한 질문이 아니었다.
재호와 크로킹이 어디 보통 나쁜 사이였던가?
“미친 거냐?”
어처구니없다는 듯 묻는 크로킹.
“설령 내가 손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그걸 네놈에게 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지극히 당연한 소리였다.
게다가 정말로 크로킹이 가디언과 손을 잡았다면 오히려 기밀을 먼저 내놓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
그러나 재호도 바보가 아니었다.
이미 크로킹을 부르기 전, 이곳을 지키는 엘프들에게 들을 건 다 들은 상황.
엘프들의 평가는 대부분 같았다.
[작업에는 성실히 임하긴 하나 종종 급발진하며 엘프들에게 달려들 때가 있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가석방 논의 정도는 되었을지도 모른다.]엘리시아 화원의 주적이었던 불곰국의 수장이었음을 고려하더라도 너무나 모범적이었던 크로킹.
하지만 주기적으로 엘프를 향한 공격 행위와 재호를 향한 모욕으로 형량을 늘린다고 했다.
그래서 재호는 한 가지를 결론을 낼 수 있었다.
크로킹이 뭔가 꿍꿍이가 있긴 하다!
단, 아직은 확실히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난 할 말 없다.”
크로킹은 재호의 말에 딱 잘라 말했다.
“어차피 넌 잘난 엘프들이 있으니 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겠지. 알아서 해라.”
“네가 무슨 목적으로 여기 계속 붙어 있으려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나로서 결코 좋은 일은 아니겠지.”
재호는 돌아서서 떠나려는 크로킹을 향해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널 여기서 내쫓는 게 더 좋은 걸까? 가디언 길드와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걸 알면서도 널 여기 계속 둘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날 풀어주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맞아. 솔직히 너도 게임을 하긴 해야 하지 않겠어? 언제까지 여기 있을래?”
“…….”
크로킹은 얼굴을 잔뜩 구긴 채 재호를 노려봤다.
갑자기 불러서 의심하는 것도 모자라 갑자기 내쫓는다고 하는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
“…흥. 내가 이곳에서 무슨 짓을 할지를 모르니 차라리 치워 버리려는 거군. 고작 그거밖에 안 되는 겁쟁이였던 거냐?”
크로킹은 콧방귀를 뀌며 손을 휘휘 저었다.
“멋대로 해라. 어차피 네놈이 뭘 어쩌든 난 신경도 안 쓰니까.”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재호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가듯 한마디 중얼거렸는데, 그것이 크로킹의 귀에 콕 박혀 들었다.
“네가 직접 복수할 기회를 포기하고 가디언 길드 뒤에 숨겠다면 그렇게 해.”
우-뚝.
재호의 도발은 세게 먹혔다.
천하의 크로킹이 누구 아래에서 굽신거린다고?
아무리 최근 그가 조용하게 지낸다고 하더라도 그건 모든 걸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더 큰 복수를 위해 추진력을 모으고 있었던 것일 뿐.
그런데 그런 사정도 제대로 모르는(?) 재호에게 함부로 평가당하니 기분이 두 배로 나빴다.
게다가 근본도 없는 가디언 길드에게 들러붙었다고 말하는 건 더더욱 참을 수 없었다.
“날 그딴 겜알못 길드와 비교하지 마라!!”
결국 참지 못하고 크로킹은 소리쳤다.
“난 처음부터 그 자식들의 제안은 거절했다! 난 게임을 개판으로 만드는 그따위 놈들과는 손을 잡지 않거든. 게임의 일은 게임 안에서 해결하는 게 내 철칙이다!”
그런 말을 하기엔 그간 불곰 길드가 해 온 일들이 너무나 화려했다.
“혹시 네가 보냈던 깡패가 칼을 들고 날 찌르려고 했던 건 기억이 안 나냐?”
“…….”
초대형 사고를 쳐 놓고도 뻔뻔하게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
“시, 시끄럽다! 어쨌든 네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조져 버릴 거다!”
“그래, 그래. 그래도 네가 뉴월드 자체를 좋아하는 건 잘 알겠어.”
재호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냥 여기 남아서 나와 손잡는 건 어떠냐?”
“뭐……?”
“뉴월드를 엉망으로 만들려는 가디언 길드를 같이 박살 내자는 거야.”
“제정신이냐? 내가 왜 널 도울 거라고 생각하지?”
“뭐,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돼. 언제든 생각이 바뀌면 연락해.”
“미쳤군. 내가 그딴 짓을 할 줄 알아? 카아악… 꿀꺽.”
힘차게 침을 뱉으려던 그는 재호 뒤에 선 티나의 레이저에 다시 삼켰다.
“…제기랄!!”
욕설과 함께 돌아선 그는 다시 엘프를 따라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감히 날 우롱해?’
일자 눈썹이 될 정도로 구겨진 크로킹의 미간.
마치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불려가 혼나고 온 듯한 수치심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건 당연한 일.
그러나 그건 단순히 모욕을 당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고 봐라. 가디언과 함께 네놈을 끝장내 줄 테니까.’
바로 실제로 가디언 길드와 손을 잡은 것이다.
이 굴욕적인 동맹을 누군가에게 들켰다는 것에 그는 피가 펄펄 끓었다.
심지어 이 사실은 아직 남아 있는 불곰 길드의 최측근들도 모르고 있건만…….
‘그 등신들은 대체 내부 단속을 어떻게 하기에 알시아놈이 알고 있는 거야?!’
그에 대해서 단단히 항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한편, 재호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감정에 호소하면 자신이 감동하여 자신의 편이라도 들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라며 생각했다.
‘크크크……. 어림없는 소리.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놈을 똥통에 처박아 버릴 테다.’
앞으로 자신과 가디언 길드는 더 조심하게 될 테고, 그만큼 재호는 난처해질 것이라 믿었다.
게다가 멍청하게도 자신에게 도리어 손을 내밀지 않았는가?
‘누굴 NPC로 생각하나? 그딴 말 몇 마디에 넘어갈 줄 알고? 하지만…….’
좀 더 확실하게 이용해 먹으려면 적당히 속아 주는 게 좋을 터였다.
“크크크…….”
비집고 나오려는 사악한 웃음을 감추기 위해 그는 안간힘을 써야 했다.
* * *
“정말로 손을 잡으시려고요?”
티나의 질문.
“절대 아니지.”
그리고 재호의 칼 같은 대답.
재호는 처음부터 크로킹과 손을 잡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미끼를 던진 것일 뿐.
앞서도 말했지만, 크로킹이 뭔가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엘프들을 통해 들은 여러 정황은 물론, 꽃매미단의 일원이자 과거 수감자였던 옥한돌 회장의 조카 하우스도 같은 증언을 했었던 것이다.
그는 풀어 주는 조건으로 크로킹과 불곰 길드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알려 주기로 했는데, 제법 충실하게 해내고 있었다.
“어쩌면 나중에 폭탄 같은 거라도 터뜨릴지도 모르지.”
그런 녀석과 손을 잡는다고?
미치지 않은 이상 절대 안 할 짓이었다.
그럼에도 재호가 먼저 동맹 제안을 한 이유.
만약 크로킹이 재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손을 잡는다면 서로 다른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었다.
첫째, 만약 정말로 진지하게 재호와 동맹을 맺은 것일 경우.
그땐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것이 없었다.
그냥 같이 가디언 길드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로 싸우면 될 일.
하지만 이건 가능성이 아주 낮으리라고 재호는 생각했다.
유력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두 번째 경우였다.
실제로 크로킹이 가디언 길드와 손을 잡은 상태이며, 재호와 동맹을 맺는 척하며 가디언 길드 쪽에 정보를 팔아넘기는 것.
그게 재호가 원하는 방향이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대응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테니 말이었다.
“위험한 녀석일수록 때론 가까이 두는 게 안전할 수도 있거든. 적은 물론 아군도…….”
“아! 이해했습니다!”
티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씩씩하게 말했다.
“…진짜로?”
“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재호의 시선에 담긴 의미심장한 의미조차 그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 * *
크로킹과의 만남은 그렇게 끝낸 뒤, 다음으로 찾아간 건 뤼니오르.
그는 언제나처럼 재호를 반겨 주었다.
“어서 오시게나, 알시아 대왕. 요즘 이 뜨거운 사막에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던데, 우리 적탑의 불이 식어 버릴지는 않을지 걱정되는구려.”
그가 말하는 건 사막에 자리 잡기로 한 청탑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견제나 우려가 아니라는 걸 재호는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뤼니오르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갈 곳을 잃은 청탑의 안타까운 사정을 뤼니오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서로 상극인 불과 물이라지만, 사실 의외로 두 탑주의 관계는 썩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최근 두 사람은 개인적인 만남도 종종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인가?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아, 티가 났습니까?”
“아니. 사실 잘 모르겠네. 그대는 늘 심각한 얼굴이지 않은가?”
껄껄 웃는 뤼니오르의 모습에 재호도 머쓱해하며 웃었다.
“사실 일이 있긴 있습니다.”
“말해 보게나. 그대는 늘 즐거운 사건들을 가져와 주니 언제든 환영일세.”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즐거운 사건이라기보단 골칫거리가 대부분이었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마법사에겐 그저 유흥의 일부로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뤼니오르 씨 성격 자체가 그런 걸지도 모르고.’
어쨌든 재호는 본론을 이야기하기 전, 먼저 확인 차 질문을 건넸다.
“혹시 가디언 길드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녹탑과 탑주 프링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면 가디언 길드를 먼저 설명해야만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