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75
574화
가디언 길드가 언급되자 뤼니오르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가디언 길드라……. 그렇지 않아도 요즘 뒷세계에서 한참 뜨거운 주제이지.”
마탑주이자 엘리시아 화원과 라셀 왕국 뒷골목의 왕 레드벌룬이기도 한 그는 역시나 알고 있었다.
특히 지난번 무무만 토벌 당시, 룬가 왕국 쪽의 정보 단체인 황금매와 연을 맺은 뒤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누구보다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룬가 왕국이 전복되었고 그대와 친분이 있는 라디부 백작이 새로운 왕이 되었지. 그리고 그 배후에는 가디언 길드가 있고 말이야.”
다행히 이미 알 건 다 알고 있었다.
단, 그 정보력으로도 뤼니오르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었다.
“이상한 것은 가디언 길드의 행동 동기라네. 그들의 규모는 나로서도 쉽게 추산할 수가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지. 어쩌면 규모만으로 보면 이 대륙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인데, 그 어디에서도 낌새가 없었다네. 어느 날 갑자기 번쩍하고 나타난 거대 집단인 셈이지.”
역시 뤼니오르라도 가디언 길드의 탄생 비화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알시아 대왕 그대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걸 보면 그대가 원인이란 건 추측하고 있다네.”
“뭐… 그런 셈이죠.”
재호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다면 저들은 첫 단추부터 완전히 잘못 끼운 셈이로군. 하필 룬가 왕국이며, 허수아비 왕으로 세운 것이 라디부 백작이라니. 아니, 이젠 라디부 국왕이라고 해야 하나?”
호칭은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었다.
“어쨌든 가디언 길드 이야기를 꺼낸 걸 보면 그들이 뭔가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 모양이군.”
“안 그래도 하나는 처리하고 막 돌아온 참입니다. 그리고 좀 전에 라디부 백작의 아들에게 들은 정보도 있습니다.”
재호는 새로 알게 된 세 가지를 말해 주었다.
그리고 듣자마자 뤼니오르는 재호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바로 알아챘다.
“녹탑 때문이로군.”
“맞습니다. 아무래도 마탑이다 보니 조언을 좀 얻고 싶어서요.”
혹여나 팔이 안으로 굽지 않을까란 걱정은 조금도 없었다.
이미 뤼니오르와의 호감도는 최대치였고, 그건 녹탑주 프링과 뤼니오르 사이의 호감도보다 높을 것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이었다.
“프링이라……. 꽤 비싼 정보료가 필요할 텐데… 그대에게 받은 것들이 많으니 서로 주고받은 걸로 하겠네.”
“하하… 조금 섭섭할 뻔했네요.”
재호의 말에 씩 웃은 뤼니오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호에게 손짓했다.
“여기보다 더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네. 아무래도 평소 관심이 거의 없던 분야다 보니 자료를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군.”
재호가 뤼니오르 옆에 나란히 서자 그는 곧장 텔레포트를 시전해 자리를 옮겼다.
* * *
뤼니오르가 안내한 곳은 재호도 처음 와 본 곳이었다.
“이곳에 외부인이 오는 건 처음이로구먼.”
이런 곳을 보여 줄 정도라는 건 그만큼 재호를 향한 뤼니오르의 신뢰도가 높다는 뜻.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곳은 레드벌룬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 이곳의 위치를 아는 건 오직 나와 소수의 간부뿐이라네.”
위아래로 길게 뚫린 구조물.
재호는 이곳이 청탑의 서고와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겁니까?”
재호는 어쩌면 녹탑주 프링에 대한 어마어마한 비밀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
“별로 대단한 이유는 아니라네. 평소 그녀에 대해 관심을 잘 안 두고 있어서지.”
“아.”
생각보다 썰렁한 이유에 재호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도 기억하고 있는 재밌는 이야기들은 제법 있다네. 자료를 찾는 동안 한 번 들어 보겠나? 프링은…….”
이미 말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던 것인지 뤼니오르는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아주 밝고 모두에게 다정다감한 성격이지. 그대도 그리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죠. 뭐, 말을 많이 나누어 본 건 아니긴 하지만요.”
이어 뤼니오르는 녹탑 내에서도 지지율이 높았으며 다른 탑주들과도 특별히 불편한 것 없이 두루 친한 이가 바로 프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우리는 알고 있다네. 프링의 과거는 지금처럼 유쾌한 친구가 아니라는 걸.”
뤼니오르는 서고를 찬찬히 살피며 설명해 주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칼날 폭풍과 같은 사람이었지. 모든 걸 베어 버릴 정도로 날카로운 성격에 야망이 대단했지. 하지만 그럴 만한 사람이었다네. 단언컨대 프링은 녹탑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탑주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그 정도예요?”
재호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렇다네. 솔직히 말해서…….”
뤼니오르는 아무도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모든 마탑엔 현 탑주들보다 위대한 마법사들이 한두 명 정도는 있었다네. 물론 적탑 역시 마찬가지. 겸손이 아니라 현실이 그러하다네. 하지만 녹탑은 그렇지 않지. 역사적으로 녹탑은 황탑과 더불어 마법의 효율이나 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유명했지. 기록에서도 녹탑은 공붓벌레들만 모인 곳이라고 놀린 게 남아 있으니 말이네.”
쉽게 말해 흔히 마법이라고 하면 기대하는 파괴적 특성과는 거리가 멀었고, 유순하고 학구적 성향이 강한 곳이었다는 뜻.
“하지만 프링은 그런 선입견을 완전히 부숴 버렸다고 할 수 있다네. 그녀의 바람은 산조차도 반으로 갈라 버릴 수 있다고도 우리끼린 농담을 했으니 말이야.”
“…….”
재호는 잠시 프링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우아하게 주름진 얼굴과 밝은 미소를 늘 머금은 그녀.
미간을 구기면서까지 억지로 그 미소를 뒤집어 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조금도 부자연스러운 것 없이, 늘 그런 표정이었기에 가능한 일.
“그리고 이건 정말 비밀인데……. 프링과 스토믹은 젊은 시절 정말 많이 싸웠었다네. 둘 다 자존심이 대단했으니 당연한 일이었지. 물론 그런 사실을 아는 건 탑주들과 극소수의 장로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다네. 왜 그런지 아는가?”
“스토믹 장로가 졌어요?”
“껄껄, 단순히 졌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지. 그야말로 먼지까지 탈탈 털렸으니 말이네. 물론 스토믹이 이긴 적도 있지만, 역대 전적은 358승 대 151승으로 압도적 프링의 승리지.”
“…….”
프링이 스토믹을 상대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보다 509번이나 싸웠다는 게 놀라웠다.
“무승부도 한 102번이 있었다네.”
아니, 그 수치를 정확히 기억하는 뤼니오르가 경이로웠다.
평소 프링에게 관심을 없다던 사람이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그럼 어쩌다 지금처럼 바뀐 겁니까?”
재호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금의 프링이 친할머니보다 더 친할머니 같은 온화함을 보이는지, 뤼니오르가 말한 야망은 전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탑주들 모두 한때는 가족이 있었지만, 다들 특유의 모난 성격 탓에 지금은 외로이 늙어 가는 처지이지. 하지만 프링은 아니라네. 여전히 다 늙은 영감과 청춘처럼 살고 있다네.”
다시 말해 금실 좋은 노부부라는 소리였다.
“즉, 프링이 극적으로 변하게 된 계기는 진정한 사랑 때문이지.”
조금은 오그라드는 뻔한 이야기.
하지만 무엇보다 강한 동기부여라 할 수 있었다.
“아이까지 가진 후로는 그야말로 천사가 따로 없을 정도로 변해 버렸다네. 하지만 조심하게나. 그 속에는 여전히 위험한 칼바람이 숨겨져 있으니 말이네.”
즐겁다는 듯 껄껄 웃으며 걸음을 멈춘 뤼니오르는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대충 펼쳐선 가만히 내려다보았는데, 힐끔 그 안을 본 재호는 텅 비어 있단 걸 발견했다.
“기물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이중 보안이지.”
재호의 시선을 느낀 뤼니오르가 이야기했다.
“이곳의 모든 것은 인가받은 사람이 아니면 백날 들여다봐도 백지뿐이라네.”
사락-사락-
그러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던 살폈다.
“으음……. 여기 있구먼.”
마침내 뭔가 발견한 뤼니오르.
게다가 다른 탑주들 썰을 풀면서 보여 주던 신난 표정은 어느새 살짝 굳어 있었다.
“어허……. 녹탑 내에 뭔가 일이 있긴 한 모양이네.”
“가디언 길드와 관련이 있는 겁니까?”
재호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에 따르면 가디언 길드가 녹탑에 접촉한 것은 사실이네. 아니, 샌더스트 8장로와 만난 기록이 있군.”
“샌더스트?”
당연히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녹탑의 임모탈리언 장로라네. 그곳엔 다른 곳과 달리 임모탈리언 출신의 장로들이 다수 있는데, 그중 한 명이라네.”
“그 사람이 가디언 길드와 관련이 있을까요?”
“그것까진 알 수가 없네. 그가 룬가 왕국에서 가디언 길드의 수뇌와 만나는 걸 황금매가 포착해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이니까.”
샌더스트가 가디언 길드 소속인지 확인만 하면 해결될 의문이었다.
‘아마 맞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시기에 녹탑의 마법사가 룬가 왕국까지 가서 가디언 길드와 만날까?
이미 모든 중국인은 가디언 길드 소속이며, 샌더스트 또한 가디언 길드 소속이라면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녹탑의 의지가 어떻든 그는 명령에 따라 움직였을 터였다.
“가디언 길드라는 곳이 그 정도로 강한 위계질서를 지니고 있던가?”
뤼니오르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레드벌룬 조사에 의하면 가디언 길드는 거대한 규모에 비해 단합력은 상당히 허술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마치 모래사장의 모래알들처럼…….
하지만 그건 가디언 길드 뒤에 있는 진짜 명령권자를 NPC인 뤼니오르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뭐, 적어도 과거의 불곰국보다는 훨씬 위험한 녀석들이란 건 분명하죠.”
그런 걸 일일이 설명하긴 어려웠기에 재호는 적당히 설명했다.
“그나저나 녹탑에서 엘리시아 화원에 대항해서 일으킬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요?”
“흐음……. 사실 나도 그 점은 의문이라네.”
뤼니오르는 책을 좀 더 살피며 말을 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현재 엘리시아 화원은 단일 마탑이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 물론 가디언 길드의 전력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제국조차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엘리시아 화원을 그들이 어찌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네.”
조금은 낯 뜨거운 이야기였지만 솔직히 재호도 인정하는 이야기였다.
“에바트산에서의 일이나 헬릭스 레이드에서 보여 주었던 모습 등을 떠올려 보면 확실히 정면충돌은 피하고 견제 수준에서 머물긴 했는데…….”
“그렇다네.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런 식의 상황이 계속 벌어질 것으로 추측되는군. 녹탑의 상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네.”
단, 샌더스트의 의지가 녹탑 전체의 의지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현재의 프링은 결코 그런 수상쩍은 자들과 손을 잡지 않을 테지만, 과거의 그녀는 그러고도 남았을 거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군.”
“…그렇게 이야기하시니 프링 탑주님이 어땠는지 알 것도 같네요.”
“허허, 그렇지. 아니면 이참에 녹탑 구경도 가 보겠나?”
“녹탑 구경?”
“그곳 역시 제법 재미있는 장소지. 아마 그대와 제법 어울리는 장소일지도 모르겠군.”
녹탑이라고 하니 풍성한 숲이 절로 떠올랐다.
하지만 당장 그곳으로 덜컥 가기엔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
“일단은 좀 더 알아본 뒤 가 봐야겠네요.”
그렇게 말하고 몇 가지 소소한 정보를 더 확인한 뒤, 재호와 뤼니오르는 엘리시아 화원으로 돌아왔다.
“어?”
그리고 창밖의 낯선 풍경과 마주했다.
“저게…….”
온통 뿌옇고 누런 하늘.
그리고 지상에도 바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자욱한 모래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사막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었으나, 엘리시아 화원에 형성된 생태계에선 신목의 가호까지 받아 사라진 지 오래된 자연 현상.
바로 황사가 발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