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78
577화
휘몰아치는 폭풍 속, 칼날처럼 번쩍이는 돌풍이 범위 내 모든 것을 마구 난도질했다.
단순히 마법을 폭격하는 수준이라면 그렇게까지 대단하게 느끼지는 않았을 터였다.
실제로 재호는 마법을 봐도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지도 못했고 말이다.
하지만 딱 하나 재호도 똑똑히 느낄 수 있는 건 바로 프링의 무자비함이었다.
분명 앞에 있는 건 녹탑의 장로들이었고, 그들의 저항은 다른 평범한 마법사나 플레이어들보다 몇 배는 강했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것도 모자라 마치 몬스터를 잡듯 난도질하고 있었으니…….
그런 프링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 와중에 입가에 띤 옅은 미소.
‘저래서 뤼니오르 씨가 그런 말을 했던 거구나.’
과거의 프링을 아주 살짝 엿본 재호는 뤼니오르가 했던 말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녀가 얼마나 무서운 인간이었는지 말이다.
그리고…….
“…잘 찍고 있지 후카?”
재호는 옆에 선 후카에게 말했다.
“아주 잘 나옵니다! 하하하!!”
헬릭스 레이드 최초 공개에 이어 대박 영상을 건진 후카의 입꼬리는 귀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의도한 건 아니었으나, 그가 송출하는 라이브 영상은 피로크의 생방송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아니, 소방호스로 쉬지 않고 뿌려 대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신난 후카 역시 쉬지 않고 입을 놀려 댔다.
“보이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지금 막 오신 분을 위해 잠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저곳에서 신나게 두들겨 맞고 있는 마법사들은 가디언 길드로…….”
현재 저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후카는 빠르게 설명했다.
급히 호출을 받아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방송을 시작한 탓에 그 역시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재호가 귓속말로 설명해 주는 걸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리하며 바로 전달했다.
역시 프로 방송인다운 라이브 실력.
-아니, 그럼 녹탑에 있는 샌더스트가 다른 장로들까지 꼬드겨서 저런 짓을 하고 있었다고?
└맞겠지. 바로 전에 피로크가 지 입으로 이야기했잖아. 모래폭풍 일으킨 거 지들이 했다고. 샌더스트도 가디언 길드니까 팩트겠지.
└그랬는데 지금 저렇게 역으로 처맞고 있고?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재호와 엘리시아 화원을 참교육하겠다던 피로크의 발언이 무색해지는 순간.
-근데 핵심은 따로 있음. 저게 알시아가 직접 조지는 게 아니라는 거임.
└그게 뭐?
└지금 가디언 길드가 당당할 수 있는 이유가 뭐임? 우리야 저놈들이 엘리시아 화원을 노리고 뉴월드 전체에 깽판을 치려는 중이란 걸 알잖아. 하지만 NPC들은 알 수가 없고. 가디언 길드놈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든 황재호는 자신의 동맹을 움직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럴 수 있었던 거임.
└아, 그거 맞네. 그러니까 가디언 길드는 대놓고 지들이 엘리시아 화원 공격 중이라고도 방송에서도 떠든 거네.
└그치. 바깥에서 그런 소리를 한들, NPC들을 설득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거든. 그런데 지금 봐라. 누가 가디언 길드를 패고 있냐? NPC. 심지어 녹탑의 탑주가 같은 녹탑의 장로들을 패고 있잖아.
즉, 가디언 길드가 당당할 수 있었던 근거 하나가 사라진 것.
-그리고 말칸트 대왕 쪽에서도 벼르고 있지 않겠냐? 아직 표면적으로 드러난 활동은 없긴 한데, 분명 가디언 길드 절대 가만 안 둘듯.
└알시아는 대체 무슨 게임을 해 왔던 거냐? NPC들이 왤케 편 들어주냐?
└알시아스럽게 했지.
-근데 그냥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냐? 실제로 룬가 왕국 먹은 것도 자기들은 뒤로 쏙 숨었잖아. 그리고 아무리 NPC들이라 해도 한 나라를 무턱대고 침공할 리도 없고.
└근데 지금 나오는 거 보면 별로 의미는 없는 거 같다. 탑주를 건드린 마당에 무슨…….
└ㅇㅇ나도 동감함. 탑주가 단순히 재호 입김에 저렇게 미쳐 날뛰겠냐? 뤼니오르나 아이시클 같은 사람이면 몰라. 근데 평소 조용하기로 유명한 프링 탑주잖아. 별로 친분도 없던 걸로 아는데, 그런 사람이 저렇게 날뛰는 걸 보면 자체적으로도 빼박 근거가 있는 거임.
-야, 근데 녹탑주 원래 저렇게 세냐? 아까 후카가 저기 있는 거 장로들이라고 안 그럼? 왜 저렇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거임?
└그러게. 바람 마법인데 왜 폭음이 들리냐?
한편 해당 소식을 접한 가디언 길드 측에서는 즉각 성명을 냈고, 그건 곧 중국 전 방송국에서 속보로 전해졌다.
[현재 논란인 해당 방송은 가디언 길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황재호는 가디언 길드를 향한 근거 없는 음해를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즉, 샌더스트를 손절하겠다는 뜻.
가디언 길드가 저렇게 무참히 얻어맞는 건 결코 보여 줘선 안 될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미 방송 화면에 적나라하게 잡힌 샌더스트의 얼굴이 빼도 박도 못할 명백한 증거였다.
녹탑의 장로까지 될 정도인 플레이어였으니 가디언 길드에서도 몇 번이나 홍보 목적으로 자랑한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확인 결과, 해당 사건은 샌더스트 독자적인 행동으로 확인되었습니다.]그러자 곧장 나온 다음 입장문.
하지만 그건 다시 앞서 피로크가 자랑처럼 “엘리시아 화원을 덮친 모래폭풍은 저희들의 작품입니다!”라고 떠든 것과 배치되었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가디언 길드만 우습게 된 것.
사실 애초에 방송과 함께 실시간으로 저런 입장을… 심지어 중국의 모든 방송사를 통해 긴급 속보로 내보낸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였다.
가디언 길드와 중국은 별개라던 주장과도 어긋났으니 말이다.
-샌더스트 저 배신자는 당장 중국에서 쫓아내라!
└황재호와 거래한 게 분명하다. 얻어터지는 대가로 뭘 받았는지 조사를 해 봐라. 분명 돈을 받았을 거다.
└아니, 가디언 이것들은 정신이 나갔냐? 지금 이걸 말이라고 하냐?
-야! 솔직히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라. 황재호 돈 없어서 헬릭스 때 드래곤 변신도 못 했다. 근데 돈으로 매수를 한다고?
└엌ㅋㅋㅋ그러게. 알시아 거지잖아.
그 정도로 힘든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방송으로 한바탕 난리가 난 사이, 페르마 사막의 전투도 마무리가 되었다.
쿠구구구-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던 프링이 서서히 지상 내려섰다.
여전히 주변으로 몰아치는 엄청난 돌풍이 그녀를 폭풍의 화신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걸레짝이 되어 널브러진 장로들이 있었다.
이미 다른 마법사들은 그녀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타, 탑주…….”
3장로 푸스로더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프링을 쳐다봤다.
“푸스로더 장로. 아주 꼴이 가관이로군.”
“허허…….”
서릿바람 같은 프링의 목소리에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탑주의 그런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이 일을 꾸몄건만…….”
그러나 그 분노가 재호가 아닌 자신들을 향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사람을 아무리 바보로 봐도 유분수지. 대체 날 어떻게 봤으면 이런 일을 꾸밀 생각을 한 것이지?”
“탑주는… 알시아 대왕의 말을 믿는 것이오?”
그런 말을 해 봐야 의미 없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이미 그녀는 모든 걸 알고 움직였으리란 걸 알았으니까.
“변명은 듣지 않겠다.”
그녀는 딱 잘라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너희들 모두, 지금부터 장로직에서 박탈하겠다. 동시에 그 파벌에 속하는 모든 마법사 역시 마찬가지. 녹색의 로브를 회수하는 동시에 마력을 봉인하겠다.”
“?!!”
그 이야기에 누구보다 놀란 건 샌더스트와 아나키스트.
“타, 탑주님!! 안 됩니다!”
“살려 주세요!!”
NPC 장로들도 프링의 발언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 플레이어들에겐 그 무게감이 사뭇 달랐다.
쉽게 말해 자신의 클래스를 박탈시키며 더는 마법을 쓸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으로 들렸으니 말이다.
“저, 저는 다른 장로들의 꾐에 넘어간 것뿐입니다! 저 인간들이 절 협박했단 말입니다!”
자신이 쌓아 올린 탑을 지키기 위해 샌더스트는 무리수까지 던졌다.
“무, 무슨 소릴! 오히려 억울한 건 나라고!”
옆에 있던 아나키스트도 말을 보탰지만 프링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였다.
스으-
천천히 허리를 숙인 프링은 샌더스트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닥쳐라, 가디언.”
“?!”
프링의 단호한 한 마디에 샌더스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감히 녹탑 안에서 장난질을 쳐? 그 대가를 어떻게든 치르게 해 주지.”
“……!”
가디언 길드를 똑똑히 언급하며 경고하는 프링.
NPC 사회에서 최대한 몸을 숨기고 사리려던 가디언 길드의 전략이 완전히 어긋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 *
모든 일이 정리된 후, 재호는 다시 녹탑으로 초대를 받았다.
그리고 당시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녹탑 주변 구경을 자세히 할 수 있었다.
‘상상이랑은 너무 다르네.’
녹음이 우거진 자연경관을 상상했었지만, 실제는 조금 달랐다.
기둥처럼 높게 솟은 수많은 돌 봉우리들.
그 위로는 거꾸로 넓게 펼쳐진 대지가 자리한 특이한 지역이었다.
언뜻 보기엔 거대한 버섯처럼 보이기도 하는 녹탑의 땅.
이곳을 녹탑에서는 [왕버섯 골짜기]라고 불렀다.
“…….”
충격적인 작명에 재호는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역사에 따르면 이 땅엔 거인족들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답니다.”
녹탑을 직접 구경시켜 주던 프링이 말했다.
“그리고 이 골짜기에 자리 잡은 왕국의 이름 또한 그런 거인들의 넋을 기리는 의미에서 지어졌답니다.”
[아고니 왕국]‘대체 어느 부분에서 거인들의 넋을 기리는 거지?’
이름의 의미를 생각하면 전혀 공감되지 않는 소리였다.
“지금도 저 아래 깊은 곳엔 거인들의 흔적들이 남아 있죠. 하지만 딱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지 않습니까?”
“그래 보이네요.”
까마득한 아래는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얼마나 깊은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저곳엔 지독한 독기가 가득 차 있어 평범한 생명체는 결코 살 수 없답니다. 기록에 의하면 거인들이 떠난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는데……. 뭐, 한참 후대의 사람들은 알 길이 없죠.”
그렇게 투어를 마친 재호는 다시 그녀와 함께 녹탑으로 돌아갔다.
“관광은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재밌었습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풍경이라 더 신기하네요.”
물론 청탑의 만빙하곡도 여기 못지않게 신기한 장소이긴 했다.
이제는 사라지고 없었지만…….
“호호, 그렇지요?”
프링은 만족스러워하며 재호를 녹탑 내부로 이끌었다.
“이미 아시겠지만, 이번에 초청을 드린 것은 지난번의 도움에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랍니다.”
재호의 고발로 녹탑의 썩은 부위를 도려낸 프링.
그리고 언뜻 듣기로 그들은 녹탑의 지하 감옥에 수용되었다고 했다.
‘여기서 지하라고 하면…….’
아무래도 골짜기와 가까운 곳이지 않을까 싶었다.
“뭐, 저로서도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사실이 그러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은 녹탑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까? 만약 대왕이 직접 그들을 처단했다면 녹탑 내에서도 잡음이 나왔을지도 모를 겁니다. 제가 직접 정리했기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죠.”
“아…….”
그건 미처 생각을 못 한 부분이었다.
재호가 녹탑을 찾아왔던 건 가디언 길드와 녹탑의 관계가 어디까지 연관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으니 말이었다.
어쩌면 더 시끄러워질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프링이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속전속결로 해결될 수 있었다.
“해서 감사와 함께 대왕에게 어떤 보답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 봤어요.”
게다가 기대하지 않았던 보답까지 준다니 재호는 은근히 기대했다.
그런데 프링이 준비한 것은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녹탑과 아고니 왕국은 가디언 길드와의 전쟁을 선언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