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81
580화
가디언 길드 길마 피로크.
현재 그는 왕국 정례 보고서를 받아 확인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라디부 백작이 새로운 국왕이 되었다고 했지만, 그가 하는 것이라곤 왕좌에 앉아 있는 것뿐.
모든 건 지금처럼 피로크와 극소수의 간부들이 전담하고 있었다.
전문성이 부족한 그들이 과연 국정을 잘 다스릴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었다.
“세수가 왜 이렇게 줄었어?”
“그게……. 왕국 내 NPC들이 다른 곳으로 많이 떠나는 상황입니다.”
“뭐? NPC들이 좀 떠난다고 들어오는 돈이 줄면 어쩌자는 거야?”
“예?”
그게 뭔 미친 소리인가 싶어 되묻는 길드원.
“그야 세금을 내는 사람이 줄어들었으니까요.”
“사람이 줄었는데 세금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세금을 올려야겠죠?”
“잘 아네. 그런데 왜 그런 거야?”
“…….”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뚝딱 되는 일이 아니라고 보통은 생각하니 말이었다.
게다가 현재 룬가 왕국은 전 대륙으로부터 고립되어 점점 말라 죽어 가는 중이었다.
이런 마당에 세금까지 올려 버린다면 오히려 NPC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건 분명한 일.
“그럼 국경을 막아.”
“예에?”
하지만 이어진 충격적인 해결책 제시에 그는 다시 말문이 막혔다.
“야. 어차피 도망가는 놈들 죄다 NPC 아냐?”
“마, 맞습니다.”
“시스템상 NPC들은 쥐어짜면 뭐가 나와도 나올 거다.”
“……?”
정신 나간 소리란 걸 알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디언 길드에서 하극상은 허락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피로크는 상대의 그런 표정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귀족들도 많잖아. 그 자식들한테도 좀 뜯어내고. 국왕이 바뀌었다고 슬그머니 자기네 영지 세금 착취하고 있던데, 거기서 뜯은 돈으로 적당히 고기 좀 민간에 풀면 불만은 사라질 거다.”
제법 머리를 굴린 듯한 이야기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낙관론적인 전망이었다.
‘벌써 조진 거 같은데…….’
이웃 국가들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생필품이나 식량 문제가 이미 발생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뭐해?”
“예, 예?”
“빨리 가서 일 안 해?”
“…정말 시킨 대로 합니까?”
“뭐? 지금 날 의심하는 거냐?”
“아, 아닙니다!”
얼른 정신을 차린 그는 자리를 떠났다.
‘까라면 까야지.’
아무리 생각해도 역효과만 날 것 같은 해결책을 들고서…….
* * *
결과적으로 피로크의 대책은 실패했다.
사람들이 탈출하는 걸 막으려고 하더라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고, 아무리 촘촘하게 길드원들을 세워 감시해도 구멍은 생겼다.
게다가 이제는 룬가 왕국의 기사들도 가족들과 함께 탈출하기 시작했다.
이미 이곳은 정상이 아니며, 여기 있다간 개죽음만 당할 거란 걸 느낀 것이다.
한편 귀족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각자의 영지에 머물기 때문에 가디언 길드에서는 감사관들을 파견했다.
하지만 말이 감사관이지 사실상 감시 목적이란 걸 모르는 귀족은 없었다.
그렇게 감사관들이 귀족들의 모든 재산을 까발리고 상납금을 마구 뜯어 가니 귀족들 사이에서도 룬가 왕국을 버리고 떠나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룬가 왕국의 토양은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국경을 봉쇄해 버려도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 사람들은 탈출했다.
“발견 즉시 죽여 버려라.”
하지만 그렇게 해도 피난길은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룬가 왕국의 기사와 병사들이 백성들의 탈출을 돕기까지 했다.
그래도 피로크의 마음엔 변화가 없었다.
“어차피 상관없다. 사람이 줄어들면 길드원들이 채우면 된다. 어차피 룬가 왕국의 NPC를 다 합친 것보다 길드 규모가 더 크니 상관없겠지.”
“그럼… 길드원들이 농사지어야 합니까?”
저마다 목적은 다르지만, 절대다수는 캐릭터의 전투 능력을 육성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사실.
그런 이들더러 삽과 도끼를 들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까라면 까야 하는 것이 현실.
그렇게 가디언 길드는 점점 룬가 왕국 그 자체가 되어 갔다.
그렇다면 드는 의문 하나.
[룬가 왕국에서 탈출한 NPC들은 어디로 갔는가?]가까운 근처 나라로 이민을 갔지만, 냉정한 현실의 벽과 마주해야 했다.
피난민인 그들이 기존 사회에 함께 섞여 들어 새 출발을 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으며, 룬가 왕국에서 왔다는 선입견도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현 대륙에서 가장 악명 높은 곳이다 보니 그곳의 평범한 사람들까지 싸잡혀 비난받기 일쑤였다.
그렇게 험난한 시기를 보내던 중,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엘리시아 화원엔 출신, 종족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어우러진 유토피아가 펼쳐져 있다.] [엘리시아 화원엔 이미 청색 마탑에서 온 난민들이 많아 지금 가면 각종 정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곧 개통될 대운하 주변의 사막으로 곧 대규모 토목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공짜 내 집 마련의 꿈. 마지막 기회가 여기서! 전매제한 1년!]삶의 터전과 기반을 잃어버린 그들에겐 너무나 달콤하게 들리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들이 사실일까?”
“근데… 엘리시아 화원은 엘프들이 있는 곳 아닌가? 엘프는 인간들을 싫어하잖아…….”
“대륙에 명성이 자자한 알시아 대왕님도 인간이잖아. 생각처럼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현실적으로 거기까지 갈 여유도 없지 않아……?”
“…그렇지.”
룬가 왕국에서 탈출하기 전에도 착취를 당했었고,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은 이미 바닥이 드러난 이들이 대부분.
즉, 엘리시아 화원을 간다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것보다는 이곳에서 목숨은 부지하고 바득바득 살아가는 게 백번 나았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고민을 읽은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웬 약장수 같은 이들이 나타나 속삭이기 시작했다.
“엘리시아 화원 이민! 저희가 지원해 드립니다.”
“그쪽 인상이 좋아 보여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피난민들을 꼬드기는 이들이 나타난 것.
하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걸 그들도 잘 알았다.
“대가는…….”
“별것 없습니다. 그저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살 곳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정도?”
점점 더 사기꾼처럼 들리는 이야기.
“그런데 당신들은 뭐하는 사람입니까?”
“아, 저희는 알시아 대왕님의 비밀 특임대 전럭협입니다.”
“전럭협?”
그 수상쩍은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전럭협!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들의 활동은 재호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또한 재호의 지시는 곧 줄칸의 의견이었고 말이다.
[룬가 왕국의 백성들을 엘리시아 화원으로 자연스럽게 흡수할 좋은 기회입니다. 마침 새로 건설되는 청탑의 주변 생활권과 경제를 활성화하기에도 딱 좋습니다.]다만 그런 공작을 대놓고 할 순 없었기에 전럭협을 통해 은밀히 작업하는 것이었다.
눈에 띄면 현재 힘을 보태 주는 다른 나라들에도 불안감과 불쾌함을 줄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의외의 곳에 있었다.
“그……. 진짜 엘리시아 화원 가는 거 맞아요?”
“이런 말씀을 드리긴 죄송한데… 너무 사기꾼 같은데…….”
전럭협의 길드원들이 목적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은밀함을 보였다는 점이었다.
그런 이유로 초기엔 아주 절박하거나, 아주 무지한 이들만이 전럭협을 따라 길을 나섰다.
그 결과…….
[엘리시아 화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피난민들을 맞이하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린 사막에 도착한 그들.
“저기… 여기가 진짜 엘리시아 화원 맞습니까?”
“역시 사기…….”
소문에 따르면 엘리시아 화원은 꽃과 정령이 가득한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었다.
또한 태양에 번쩍이는 황금 장원이나 높게 솟은 우람한 아나볼릭 황금상은 지평선 너머에서도 보인다고 들었건만, 이 주변은 온통 사막뿐이었다.
“아, 말씀을 드렸었는데 아무래도 이해를 잘못하신 것 같군요.”
전럭협은 당황한 사람들에게 다시 설명해 주었다.
“여기 보시면 말뚝들이 박혀 있지 않습니까? 이 표시에 따라 여러분들은 살 집들을 스스로 지으셔야 합니다.”
“예? 아, 아니 그게 무슨……. 여긴 그냥 사막이지 않습니까?!”
“어허! 저어어기 보이십니까? 사막 가운데로 뚫린 거대한 홈. 저게 바로 그 유명한 페르마 대운하거든요? 머지않아 저기로 물이 가득 차오를 거다 이 말입니다. 그리고 저쪽 보이죠? 저기는 청탑이 들어올 겁니다.”
“청탑? 청색 마탑이요? 아니, 청탑이 왜 이런 사막으로 온답니까? 말이 되는 소릴 하셔야…….”
평범한 사람들인 그들은 청탑에 생긴 일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가디언 길드는 재호의 업적을 가리려고 필사적이었기에 룬가 왕국에서 온 그들은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음? 청탑 망한 지가 언젠데요.”
“말이 되는 소릴! 마탑이 왜 망합니까?”
하지만 그 말은 갑자기 허공에서 뿅 나타난 푸른 로브의 마법사 탓에 쏙 들어갔다.
“어? 저분은?”
그 마법사를 알아본 전럭협 길드원들이 중얼거리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청탑주님 아닌가? 갑자기 왜 오셨지?”
“같이 있는 사람 지안트 님 아냐? 아마 청탑 건설 논의 때문에 온 모양인데?”
길드원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물론 곧장 믿지 않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허공에서 뿅 하고 나타나는 건 다들 보지 않았던가?
그걸 보고도 마법사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터였다.
“진짜 이 사막에 청색 마탑이 들어온다고?”
“저 망토는 확실히 청탑의 망토 아닌가?”
“그거야 흉내 낼 수도 있지.”
“예끼! 그런 걸 흉내 냈다가 무슨 험한 꼴을 당하겠다고. 아무리 엘리시아 화원이 대단하다고 해도 마탑을 상대로 그런 짓은 못 하지.”
평범한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생각이었다.
사실 재호라면 충분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테지만, 중요한 건 이 상황을 넘기기엔 그런 오해가 꽤 도움이 된다는 점.
그리고 전럭협 길드원들도 내심 그 점을 의도하기도 했다.
그들끼리 하는 듯한 대화는 사실 주변에 똑똑히 들리도록 발음 하나하나에 힘을 실었으니 말이다.
“그, 그래도 이 벌판에서 대체 어떻게 저희가 살 집을 직접 짓는다는 겁니까?”
겨우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그들이 물었다.
“아! 물론 전적으로 여러분들에게만 맡기는 건 아닙니다. 건설 전문가들의 감독을 받아야 하며, 건설 자재들도 모두 지원될 것입니다.”
모든 건 지안트의 설계에 따라 기획 도시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절대 마음대로 짓는 건 불가능했다.
그저 이들의 노동력만 빌리겠다는 것.
“그리고 임시 거주 구역이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럼에도 먼저 사막을 보여 준 건 어디까지나 충격 요법.
멀쩡한 피난처를 보여 주고 일을 시킨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현재 만빙하곡에서 온 분들도 지내고 있으니, 적응하는 데엔 그리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똑같은 피난민 처지인 만큼 잘 이해하고 배려해 줄 터였다.
“으음… 그렇다면야…….”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어쨌든 적어도 당장 굶어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그들은 안도했다.
일단 완전 사기를 당한 건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 것이다.
* * *
룬가 왕국 피난민들의 보고를 받은 재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망해 가는 왕국에서 도망쳐 온 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줄칸은 절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거리 없이 다 챙겨 주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닙니다. 자칫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들 스스로 터전을 일구고, 이 대지의 소중함을 깨달아야만 더욱더 엘리시아 화원에 소속감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특히 엘리시아 화원처럼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나라에선 구성원들 스스로가 소속감을 느끼고 애정을 가지게 하는 게 중요했다.
플레이어들의 밀집도도 높아 온갖 분탕들이 많다 보니 삐끗하는 순간, 엉뚱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줄칸이 있어서 다행이네.’
망국 이데란의 유일한(?) 인재.
생각해 보면 그 역시 피난민으로 엘리시아 화원을 왔기 때문에 더 잘 아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떻게 해야 그들이 엘리시아 화원의 구성원으로 잘 섞여 들 수 있을지…….
“아마 대운하에 물이 돌기 시작하면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줄칸의 말에 재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엘리시아 화원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테니 말입니다.”
기대 섞인 줄칸의 한마디.
그리고 약 2주 후,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대운하 건설이 마침내 완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