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84
583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제국의 등장.
하지만 기존 상식과 대조해 보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누구 제국 쪽에서도 온다는 거 알고 있었던 사람?
└그랬으면 벌써 온 커뮤가 떠들썩했겠지.
└그럼 대체 어디서 저만한 사람들이 나타난 거임?
└혹시 짭 제국 기사단 아님?
-야! 너희 지금 포인트를 잘못 두고 있는 거 아니냐? 제국이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지금 중요한 거 아니냐? 대체 제국이 왜 나타났을까?
└전쟁?
└솔직히 그런 소리 하기에는 지금 황재호랑 황제 사이가 너무 좋지 않냐?
제국에서 움직였다면 이렇게 아무도 모르고 있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가정은 하나.
-설마 제국 기사단이 텔레포트를 이용했다고?
그게 아니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기사단과 함께 온 인물이 황태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면 더더욱 믿을 수 없었고 말이다.
황태자 젠트르노.
이제는 대륙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다음 세대의 황제.
그가 페르마 대운하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뚝 나타났음을 설명하려면 텔레포트밖에 없었으니…….
-와……. 황태자가 고작 대운하 때문에 오다니…….
충격에 빠진 사람들.
물론 제국과 엘리시아 화원의 관계를 생각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신을 통한 축사를 전하는 게 아니라 황태자가 왔다는 건 이야기가 달랐다.
심지어 텔레포트를 이용해서까지 왔다면, 그만큼 제국이 엘리시아 화원과 재호를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하는지 대략 알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사실 제국의 중요 손님은 젠트르노 황태자가 아니었다.
바로 그와 함께 마차에서 내린 루로아 황녀!
그녀를 노린 암살 시도로 이후, 황제는 루로아 황녀의 보호에 특히 신경을 썼었다.
이번 외출 역시 황제는 절대 허락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건 루로아 황녀에게 있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악어가족 무대가 있는데!
원래 재호는 악어가족의 2회차 공연이 준비되면 루로아 황녀를 초대해 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행사가 다시 잡히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소식을 전했고, 이렇게 참석한 것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기사단이 함께 움직인 것도 그런 이유였다.
루로아 황녀의 철저한 안전을 위해서라면 제국 전체를 움직이고 싶은 게 황제의 진심.
단, 오랜 기간 제국 밖을 돌아다니는 건 허락할 수 없었기에 황제는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텔레포트를 통해 1박 2일 여행으로 엘리시아 화원을 왕래하는 것.
그래서 미리 재호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재호는 다시 키노에게 ‘황제의 부탁’이라는 핑계를 대고 공짜 도움을 받아 냈다.
그리하여 현재, 루로아 황녀가 VIP 석에서 앉아 눈에 댄 망원경을 한시도 떼어 놓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놀랍군요. 누님의 저런 모습이라니…….”
재호와 나란히 앉은 젠트르노 황태자는 낯선 루로아 황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늘 차가운 얼굴과 미래를 내다보는 공허한 눈빛을 보여 주던 평소 모습과는 너무 달랐으니 말이다.
“뭐… 이 공연이 제국에서 본 적 없는 신기한 공연이긴 합니다만…….”
그는 영 취향이 아니라는 듯 중얼거렸지만, 악어가족이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사이에 올라온 스플래쉬를 보곤 달라졌다.
그 역시 망원경을 눈에서 떼지 않고, 한 명의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 * *
페르마 대운하 개통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엘리시아 화원을 찾은 VIP들은 야간 꽃집 투어까지 마쳤고, 한 명도 빠짐없이 대만족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제국의 황태자, 황녀와 친분을 쌓을 좋은 기회였으니 말이다.
그 후, 재호는 루로아 황녀와 따로 만났다.
“공연은 즐거우셨습니까?”
“네. 악어가족은 역시 대단하네요.”
굳이 묻지 않아도 표정에서부터 만족감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공식 일정은 끝이 났지만, 저희는 더 중요한 일이 남았죠?”
바로 루로아 황녀가 지닌 황가의 저주.
핏줄 중, 단 한 명에게만 전해지는 이비우스의 저주를 해제하는 걸 도와주기로 약속한 두 사람.
그건 신의 저주였기에 일반적인 방법으론 모두 불가능했고, 그래서 재호는 똑같이 신의 힘을 빌리는 방법을 떠올렸었다.
현재 대륙의 그 어떤 교단보다 신과 가까이 있는 아나볼릭 교단.
바로 그곳의 힘을 이용해서 말이다.
단, 그런 사실들은 황제가 결코 몰라야 했다.
젠트르노 황태자는 대략 알고 있긴 했지만, 애초에 완벽한 권력을 바라는 그는 루로아 황녀가 저주를 푼다고 하더라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애초에 약속한 시기는 악어가족의 정식 2회차 공연이 있을 때.
“요즘은 어떠신가요? 지내시는 데 크게 불편함은 없습니까?”
“황성 내에만 있으니 큰 문제는 없어요. 그저 심심할 뿐……. 오랜만의 외출이 악어가족을 보는 것이라 다행이네요.”
그리 대답한 루로아 황녀는 가만히 재호를 응시했다.
그 시선에 담긴 의미를 읽은 재호.
“그렇지 않아도 황녀님이 방문하실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스트로앤 주교님에게 진행 가능성을 확인해 봤었습니다.”
하지만 신의 힘을 빌리는 의식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거기다 헬릭스 전투 당시, 스트로앤 주교가 큰 힘을 소모한 것도 타이밍이 나빴다.
“뭐, 처음부터 말씀하시길 2회 공연 때 시도해 보기로 했으니까요.”
차분히 받아들이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아쉬움.
“저는 알시아 대왕님을 믿고 있어요. 하지만 이따금 너무 가혹한 요청을 한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더군요.”
“가혹하다고요?”
“네. 만약 대왕님께 부탁한 일을 제국에서 알게 된다면…….”
“…그런 무서운 상상은 하지 말도록 하죠.”
재호는 끔찍한 상상을 얼른 지워 버리며 말했다.
“이비우스의 저주를 푼다고 하더라도 황제 폐하는 그 사실을 알아챌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게 믿어야죠.”
그러려면 루로아 황녀의 연기력이 더 중요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연기를 매일매일 해야 할 테니까.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걸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재호는 말을 아꼈다.
재호의 격려에 그녀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그러나 그건 잠시.
다시 얼굴을 굳힌 루로아 황녀는 조금 다른 주제를 꺼냈다.
“사실 이렇게 따로 뵙길 원한 건 제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아니에요. 대왕님께 경고해 드리기 위해서예요.”
“네?”
루로아 황녀는 초대해 준 재호에게 작은 선물 하나를 준비했다.
그건 다름 아닌 미래!
“엘리시아 화원에서 거대한 화염이 일어나는 걸 보았어요.”
“?!!”
제국과 싸우게 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소리였다.
“그런데 황녀님과 관련된 미래만 볼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아요. 그래서 제가 이곳에 계속 머무는 가정을 세운 수많은 미래를 내다보아야 했어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지금도 사실 두통과 메스꺼움에 힘이 들었다.
“화염의 원인은 모르겠어요. 하나 분명히 확인된 건 그 불길이 시작된 곳…….”
잠시 뜸을 들인 그녀는 밤하늘 너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막 어딘가였어요.”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재호는 정확히 알아챘다.
‘지하수로 공사 현장.’
동시에 루로아 황녀가 말하는 화염이 뭘 의미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가디언과 불곰이 손을 잡은 게 맞나 보네.’
잠시 뒤로 미뤄 두었던 가디언 길드와 불곰 길드의 연합을 슬슬 대비해야 할 듯싶었다.
* * *
다음 날, 엘리시아 화원을 방문했던 손님들은 모두 돌아갔다.
성대하게 치러진 행사를 두고 사람들은 정치적인 목적이 다분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엘리시아 화원의 상황을 보면 당연한 분석이었다.
가디언 길드.
이제는 숨길 것도 없이 드러난 그들과의 분쟁.
가디언 길드는 전 대륙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기에 엘리시아 화원의 이번 행사는 일종의 시위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않는 걸 보면 가디언 길드가 조금 위협적이긴 한 모양이네?
└야, 생각해 봐라. 거기 길드원 숫자만 해도 미친 수준이다. 그 정도면 그냥 인간 벽 세워 놓기만 해도 못 뚫을걸? 물론 지들이 뚫는 것도 안 되겠지만.
-뉴알못들 또 나대네. 뉴월드가 언제부터 머릿수로 하는 게임이었냐?
└ㄹㅇ그랬으면 황재호는 진작 울면서 겜 접고 격투기 선수 됨.
-NPC들 행동 패턴은 플레이어랑 완전 다름. 우리야 뻘짓을 하다 뒤져도 문제될 게 없지만, NPC들은 그게 아니잖음? 그래서 전쟁 같은 큰 건은 신중할 수밖에 없음.
└ㅇㅇ이게 맞다. 우리 현실이랑 똑같이 생각하면 됨. 아무리 사이 안 좋은 나라들이 서로 비난하고 조롱해도 미사일은 안 쏘잖아. 그거랑 같지.
└현실이랑 뉴월드랑 구별 못 하는 과몰입 애들 답답하다.
└근데 NPC들 사정 이해해 주는 게 오히려 과몰입한 거 아닌가?
-황재호 근데 지금까지 게임 해 온 방식 보면 의외로 머리 좋은 거 같지 않음?
└너무 외모로 편견을 두는 거 아니냐?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게임 잘하는 것도 지능임ㅇㅇ
└그렇다고 말하기엔 황재호 하드웨어가 너무 압도적임.
└팩트)황재호 한국 명문대 출신.
어쨌든 사람들의 분석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다분히 의도적이었고, 가디언 길드를 향한 시위인 동시에 대운하를 보호하기 위한 복합 전략이었으니까.
현실적으로 엄청난 길이의 대운하를 엘리시아 화원이 단독으로 관리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물론 상류, 하류는 각각 라셀 왕국과 슈티물 왕국이 도움을 주기로 했지만, 그들이 사막의 운하까지 봐 줄 순 없는 노릇.
그래서 재호는 강력한 권력자들을 이름을 이용하기로 했다.
제국과 동대륙의 강력한 동맹들이 축하하는 대운하.
그런 곳을 노리는 간 큰 사람은 잘 없을 테니 말이었다.
다만 플레이어 중에는 워낙 기상천외한 짓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안심할 순 없었다.
당장으로선 지속적인 순찰을 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는 상황.
‘그래도 가디언 길드랑 싸잡히는 건 싫을 테니 당분간은 잠잠하겠지.’
그렇게 행복회로를 태울 수밖에…….
대운하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자 청탑과 피난민들 거주 구역 건설에도 탄력이 붙었다.
배를 이용한 물자의 대량 운송이 가능해진 덕분이었다.
사막이라 구하기 힘든 목재나 석재 등은 무조건 외부에서 구해야 하는 것이 엘리시아 화원의 치명적 단점.
지금까지는 육로를 통하다 보니 운송 단가나 효율 면에서도 너무 나빴으나, 그런 문제들이 이젠 완전히 해결된 것이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는 엘리시아 항구 주변.
-야, 뭐하냐? 지금 당장 엘리시아 화원 가라! 대운하 주변에 저렴한 땅 빨리 사면 무조건 남는 장사다!
└이거 맞다. 지금 속도 보면 순식간에 항구 주변에 거대 도시 생긴다. 그리고 대운하 따라 거주 구역도 만들어지겠지.
└멍청한 놈들아. 니들이 여기서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부지런한 인간들은 벌써 움직임.
난리가 난 건 플레이어뿐만이 아니었다.
귀족 NPC들은 그곳에 별장이라도 하나 지어 보겠다고 움직였으며, 악질적인 귀족 아래에서 착취당하던 영지민들은 피난을 떠나 왔다.
이러나저러나 재호와 엘리시아 화원으로선 좋은 일.
그러나 소문이 퍼져 나가면 당연히 불청객들도 꼬이는 법.
지금 재호 앞에 선 이들이 그러했다.
“룬가 왕국의 나르머그 공작이라 하옵니다. 그리고 함께 온 이들 전부 옛 룬가 왕국을 따르던 귀족가의 가주들입니다.”
룬가 왕국에서 탈출한 귀족들이 가솔들을 이끌고 엘리시아 화원을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