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87
586화
일단 귀족들은 즉결심판원으로 보내졌다.
어쨌든 그들은 엘리시아 화원을 향해 무기를 겨누었고, 해당 행동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했으니 말이다.
물론 미수에 그쳤으니 무거운 형은 아니었지만,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아온 그들 처지에선 그 무엇보다 괴로운 일일 터였다.
“그런데 알시아 님. 저희가 룬가 왕국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가요?”
그때 재호 옆에 있던 티나가 기대감 실린 목소리로 물었다.
“응? 당연히 아니지.”
“네?”
재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거짓말한 거야.”
“하지만 저는 사실인 것 같은데요?”
“…….”
사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찐하게 느껴지는 티나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어디까지나 덫을 놓은 거야.”
“덫이요?”
“응. 슬쩍 흘린 이야기가 저쪽에서 어떤 반응으로 돌아오게 될지, 이제부터 지켜봐야지.”
재호의 시선은 즉결심판원 너머를 향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쪽 지하에서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을 크로킹을 향해…….
* * *
귀족들이 판결을 받아 끌려온 곳은 어두컴컴하고 습한 지하.
그들은 이 낯선 장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분명 지상에 자신들의 보물 마차가 있거늘…….
뜨뜻한 물속에서 시원하게 몸을 지지고 있어야 할 지금, 왜 여기서 이러고 있단 말인가?
“음? 신입인가? 크크-”
“어허, 넋이 나간 걸 보니 영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모양인데?”
게다가 누가 봐도 건달 같은 녀석들이 자신들을 바라보며 히죽거리고 있었으니…….
저 특유의 재수 없는 느낌을 보면 틀림없는 임모탈리언들!
“어허! 어디서 눈을 그따위로 부라려!”
“감히 우리가 누군지 알고 그런 건방진 숨소리를 내는 것이냐!”
그 위엄 서린 호통에 플레이어들은 놀란 얼굴로 서로 쳐다봤다.
전혀 플레이어답지 않은 저 자연스러운 체통은 분명 NPC!
“NPC가 여길 왔다고?”
“심지어 복장을 보면 귀족 같은데?”
그제야 자신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이해한 듯한 반응에 귀족들은 흡족해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
“근데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여기 들어온 거 보면 알시아랑 척졌으니 온 거 아니겠음?”
“키킥, 그렇지. 어이! 너희가 밖에서 뭘 했었는지는 관심도 없어! 여긴 오로지 짬밥으로만 따지니까! 까라면 까는 거라고.”
“뭐… 뭐라고? 감히…….”
빡-
하지만 귀족들의 작은 반항은 뒤통수를 때리는 플레이어들의 손바닥으로 끝이 났다.
애초에 전투 직군이 아닌 귀족들이 이곳의 플레이어들에겐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었다.
“자, 이거나 들어. 보아하니 몸 쓰는 일이라곤 한 번도 안 해 봤을 거 같은데, 좋은 경험이 되겠어?”
“크크크- 가장 깊은 22번 갱도로 보내자고. 운동 좀 해야지.”
재호 앞에서도 할 말 다 하던 귀족들이었지만, 이곳에선 아니었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더는 귀족으로서의 위엄을 챙기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위축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작은 반항에서도 기가 눌린 것이 똑똑히 느껴질 정도였다.
애초에 엘리시아 화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들은 작위를 잃은, 그저 돈 많은 평민일 뿐이었으니까.
“도, 돈을 주겠다!”
그런 그들이 쓸 수 있는 유일한 회유책.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겁에 질린 그들은 돈을 부르짖었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의 플레이어들 대다수는 돈이 아쉬운 자들이 아니었다.
“닥치고 일이나 해!”
“어차피 너희 하는 꼬락서니 보니 꽤 길게 머무르게 될 거 같은데, 두고두고 좀 부려 먹자고-”
그렇게 가장 깊은 곳으로 끌려 들어간 귀족들의 손엔 곡괭이들이 하나씩 쥐어졌고, 어설픈 동작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깡-깡-
“크흑…….”
“내가 왜 이런…….”
그렇게 빛도 거의 없는 곳에서 곡괭이질을 하는 그들을 어둠 속에서 지켜보는 한 사람.
“크크……. 누군가 했더니 룬가의 배불뚝이들이었군.”
“?!”
자신들을 알아보고 중얼거리는 낯선 목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음? 네놈은…….”
나르머그 공작은 상대의 얼굴을 바로 알아보았다.
“크로킹 왕…….”
이웃 국가였기에 나르머그 공작은 그를 볼 일이 꽤 여러 번 있었다.
“예? 크로킹? 크로킹이라면 설마 망한 불곰국의 왕 말씀이십니까?”
저벅-저벅-
어둠 속에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크로킹은 귀족들을 향해 입꼬리를 한껏 꼬아 올렸다.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룬가에서 하던 것처럼 엘리시아 화원에서도 갑질을 했나 보군. 알시아 그 녀석은 어지간히 맘에 안 드는 놈이 아니면 여길 보내지 않거든.”
“흥, 웃기는군. 나라가 망하고 한참 조용하다 싶더니 이런 곳에서 쥐새끼처럼 숨어 있을 줄이야.”
나르머그 공작 역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도발로 발끈하기엔 크로킹이 여기서 겪은 일들이 더 최악이었다.
“안 그래도 룬가 놈들에게 들었지. 비겁한 귀족 놈들이 죄다 야반도주해 버렸다고 말이야. 크크크- 아주 대단한 귀족 나리들이야? 그렇게 해서 도망쳐 온 곳이 엘리시아 화원. 그것도 모자라 이 구렁텅이라니 말이야.”
“가, 감히!!”
“왕이었던 그대가 여기 있는 것이 더 창피한 일일진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유치한 상황.
하지만 나르머그 공작은 말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크로킹. 그대는 룬가 왕국과 손을 잡은 것인가?”
“왜? 녀석들이 쫓아올까 무서운 거냐?”
“아니. 어쩌면 서로 도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
나르머그 공작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어차피 룬가 왕국을 떠난 이상, 우리는 돌아갈 수 없다. 싫든 좋든 엘리시아 화원에서 얌전히 살아가야겠지. 하지만…….”
그는 귀족들을 슥 돌아보곤 말을 이었다.
“우리가 받은 수모는 돌려줘야겠지.”
그는 크로킹에게 손을 내밀었다.
“알시아 대왕이 룬가 왕국에서 꾸미고 있는 일이 있다. 그것에 대해 알려 주지. 그럼 룬가 왕국은 그걸 이용해 알시아 대왕의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어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제안에 크로킹은 잠시 눈을 끔뻑였다.
하지만 이내 그 역시 피식 웃으며 나르머그 공작의 손을 맞잡았다.
“재밌겠군. 마침 이쪽에서도 준비 중인 일이 있었으니 말이야.”
재호를 엿 먹이고자 하는 그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안이었다.
* * *
전럭협의 수장 브리즈는 룬가 왕국의 NPC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잠입해 있던 길드원들에게서 의심스러운 보고를 받았다.
-현재 룬가 왕국 내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왕국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니는데, 뭔가를 찾는 거 같습니다.
“가디언이? 갑자기 왜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쭉 지켜봤는데… 계속 알시아 님을 언급하는 걸 보면 엘리시아 화원 쪽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긴 합니다.
“으음!”
해당 정보를 정리한 브리즈는 바로 재호를 찾아가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그걸 들은 재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짐작되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있긴 있죠. 미끼를 풀어놨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가디언 길드의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유발한 재호는 그들의 행동 목적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왕국 어딘가에 폭탄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해서 찾는 걸 겁니다.”
“예? 폭탄이요?!”
브리즈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대체 그런 건 또 언제 숨겨 놓으신 겁니까? 전혀 몰랐습니다.”
“당연하죠. 애초에 그런 건 없으니까요.”
“??”
“얼마 전에 잡혀 들어간 귀족들에게 흘린 가짜 정보거든요. 그리고 그들이 간 곳엔 크로킹이 있고.”
“아!”
브리즈는 바로 이해했다.
“크로킹이 가디언 길드와 손을 잡은 것이 거의 확실해지는 것이군요!”
“바로 그거죠.”
심증만 있던 의혹이 사실로 굳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녀석들은 쓸데없는 곳에 힘만 빼는 꼴이겠군요.”
“아니, 쓸데없는 짓이 아니게 해 주는 게 좋아요.”
“음? 그 말씀은…….”
“실제로 폭탄을 발견하도록 만들어 주려고요. 녀석들이 귀족, 그리고 크로킹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완전히 신뢰하도록…….”
“그, 그런……!!”
충격적인 계획에 브리즈는 입을 떡 벌렸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가 확실한 전략이긴 했다.
가디언 길드는 이 모든 것의 의도된 함정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또한 재호는 루로아 황녀가 경고한 미래를 피하기에도 이 방법이 좋다고 생각했다.
‘가디언 쪽에게 유리한 미래를 바꾸려면 이쪽에서 계속 변수를 만들어 줘야겠지.’
엘리시아 화원에서 미처 뭔가를 하기 전에 그들을 정신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다면 저희 길드원에게 말해 그럴싸한 모조 폭탄을 만들라고 해 놓겠습니다!”
브리즈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진짜로 폭탄을 둘 겁니다.”
“네?”
“어설프게 눈가림으로 만든 가짜 폭탄은 오히려 의심을 안겨 줄 테니까요.”
이왕 하는 것이면 제대로 해야 했다.
“대신 룬가 왕국 쪽 길드원들에게 폭탄이 있을 만한 은밀한 장소를 하나 확보해 달라고 해 주세요. 준비되면 그곳으로 옮기도록 하죠.”
“아, 네! 알겠습니다.”
브리즈에게 부탁한 뒤, 재호는 곧장 도마뱀 시티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장인에게 ‘진짜’ 폭탄을 의뢰해야 했으니 말이다.
폭탄을 발견한 가디언 길드 쪽에서 아까워 감히 폐기할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폭탄을…….
* * *
벌써 일주일째 이어진 수색 작업에도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한 가디언 길드.
그 탓에 슬슬 내부에서는 의심이 싹트고 있었다.
“혹시 크로킹이 우리 뒤통수친 거 아냐?”
바로 재호와 크로킹이 짜고 이중첩자질을 하는 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수상쩍은 게 발견되지 않는 건 말이 안 되었다.
물론 현 상황에 대해 크로킹에게 항의도 진작 했었으나, 돌아온 건 욕설 섞인 짜증.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이 땅굴 속에서 어렵게 정보를 얻어 줬더니 뭐? 팩트 체크를 해 본 거냐고?! 뒤지고 싶냐?!
가디언 이전의 깡패 길드다운 거친 반응에 일단 더 추궁하는 건 멈추었다.
하지만 그렇게 예민하게 나오니 오히려 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
게다가 폭탄이라고 정확히 전해 들은 것도 아니었다.
‘한바탕 크게 터뜨리려고 한다.’라고 전해 들었고, 그것은 폭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추측하게 된 것.
“이거 어쩌면 정말로 알시아의 수작에 당한 걸지도 모르는데…….”
부길마 장패드의 말에 피로크 또한 동의하려던 찰나.
“장패드 님! 찾았습니다!!!”
바깥에서 길드원이 다급히 외치며 찾아왔다.
“뭐라고?! 진짜 폭탄이 있었어?”
“그, 그렇습니다!!”
“아, 아니지. 폭탄인 건 확실해?”
“발견한 녀석에 따르면 버려진 지하 창고에 수상한 상자 하나가 있었답니다! 아직 열어 보진 않았지만…….”
“그럼 뭘 근거로 폭탄이라 확신하는 거지?”
잔뜩 구겨진 피로크와 장패드의 표정.
그 모습에 길드원의 안색은 파랗게 질렸지만 할 말은 끝까지 했다.
“그, 그 상자가 평범한 상자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잠금이 되어 있는데, 그 잠금장치에 도마뱀 시티의 인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
도마뱀 시티라고 하면 고블린 장인들.
그리고 고블린 하면 폭탄, 폭탄 하면 알시아(?).
“안내해라!”
벌떡 일어난 두 사람은 폭탄이 발견되었다는 곳을 찾아 곧장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