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99
598화
엘리시아 화원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청탑 및 룬가 왕국의 피난민들을 위한 신도시 건설 작업은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으며, 마법의 광장 쪽 역시 빠른 속도로 공사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다행히 엘리시아 화원엔 이렇다 할 사건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재호는 늘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가디언 길드가 어느 틈에 폭탄을 들고 나타날지 모르니…….’
테일러를 통해 정기적으로 가디언 길드의 근황을 듣는 것은 물론, 사막 쪽 경계 역시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디언 길드 쪽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철저히 대비한 게 우스울 정도라 오히려 그렇게 되니 더 불안했다.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데, 혹시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물론 가디언 길드가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한 건 아니었다.
쉬지 않고 바쁘게 뭔가 하긴 했는데,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방향이라 재호 입장에선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엘리시아 화원을 향한 적대 발언이나 행동 대신, 다른 나라나 영지의 귀족들을 만나고 다녔으니…….
“흠……. 아무래도 외교를 하려는 모양입니다.”
보고서를 확인한 줄칸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아무래도 변방의 소국들이나 독립 영지들을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것 같은데… 놀랍군요.”
“그게 놀라울 정도야?”
재호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나라를 꾸려 나가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맞습니다. 사실 지극히 일반적인 일이죠. 하지만 문제는 가디언 길드가 그런 정상적인 일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단 것 아니겠습니까?”
“아…….”
재호는 줄칸의 말을 이해했다.
“머릿수로 찍어 누르는 것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는 줄 알았더니 제법입니다. 그리고 보아하니… 실제로 가디언 길드와 손을 잡은 곳들도 있긴 하군요.”
“안 그래도 나도 보고 의아했어. 가디언 길드가 대륙 공적이라는 걸 몰라서 그러나?”
“그건 아닐 겁니다. 그 정도 정보력도 없다면 감히 말씀드리지만, 나라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일 겁니다. 어쩌면 시골 촌장과 동맹을 맺은 걸지도 모르겠군요.”
줄칸의 냉혹한 평가에 재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자신보다 가디언 길드에 더 감정을 실은 듯한 모습.
“아니면 또 힘으로 복속시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쪽이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긴 합니다만… 만일의 경우도 있긴 하죠. 가디언 길드에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을 경우가 말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그런 게 과연 존재하긴 할까 싶은 재호였지만… 가디언 길드는 재호의 생각보다 더 정신이 나간 짓들을 하는 곳이었다.
[가디언 길드 최신 근황.]며칠 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이것이 재호의 뒷목을 잡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최근 가디언 길드는 여러 나라에 사절단을 보내는데, 내가 활동하는 ‘카바르 공국’에도 걔들이 찾아왔음.가디언 길드는 동맹을 구하는 거 같았는데, 애초에 카바르 공국은 가디언 길드를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음.
그런데 카바르 공국은 가디언이랑 손을 잡기로 함.
궁금해서 조사를 좀 해 봤는데, 얘들 진짜 개막장이더라.
자기들이 엘리시아 화원이라고 소개를 했음.
정확히는 그쪽 지원을 받아 2군 연합을 결성 중이라고 했다더라.
그 증거로 꽃템 선물 잔뜩 하고 인력 지원 명목으로 전럭협 길드원들 떼거리로 들어옴.
근데 암만 봐도 꽃만 주렁주렁 달았지, 속에 입고 있는 건 인민복임.
심지어 꽃도 뭔가 시들시들한 게 상태 이상함.]
바로 엘리시아 화원을 사칭해서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게 먹힌다고?”
재호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이런 어설픈 사기에 당하는 곳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흐음……. 제 생각보다 더하군요. 수치심이란 게 없는 모양입니다.”
이번에도 줄칸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카바르 공국이라……. 일단 이와 관련해 제가 따로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줄칸은 제법 상세한 정보를 가져왔다.
“그들 또한 가디언 길드의 질 낮은 사기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고도 그들을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걸 문제 삼으면 몰랐다며 빠져나갈 생각이겠지요.”
“음? 안 좋아한다면서 왜?”
“주변 영지와 계속 분쟁 중이라 병력이 모자라는 상황이었답니다. 아마 주변 영지를 통일하는 데 가디언 길드가 도움을 주기로 한 것 같습니다.”
“…….”
“그 외에도 다수의 영지 및 국가들이 가디언 길드에게 협조했는데, 그들 중에는 정말 엘리시아 화원의 비밀 조직 정도로 이해한 곳도 있습니다. 뭐, 이미 말씀드렸지만… 그런 것에 속아 넘어갈 곳이면 가만히 내버려두더라도 곧 망할 곳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쨌건 문제란 점은 변함이 없었다.
애지중지 키워 온 엘리시아 화원이라는 이름을 그런 식으로 먹칠하는 건 용서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더 정신이 나간 곳이군요. 가디언 길드라는 곳은…….”
“그걸 막을 방법이 없겠어?”
엘리시아 화원의 최고 브레인인 그라면 괜찮은 방법을 만들어 줄 것이라 믿었다.
“굳이 저희가 나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응?”
최고 브레인답게 재호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
“손 놓고 지켜만 봐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굳이 저희가 나서지 않아도 가디언 길드의 사기 행각은 강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보니 확실히 줄칸의 표정에선 묘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엘리시아 화원은 대륙의 여러 강대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중, 제국과는 혈맹이기까지 하지요. 그런데 감히 제국의 혈맹국 이름을 이용해 사기 외교를 하는 것은 곧, 제국을 모욕하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혈맹국이란 건 알고 있지만 정작 그 사실을 실질적으로 이용할 기회는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
그래서 재호는 별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의 원주민인 줄칸이 보기에 지금 가디언 길드가 하는 짓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었다.
“아마 머지않아 제국 쪽에서 반응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 제국에선 오히려 환영할지도 모르겠군요. 가디언 길드가 눈엣가시였을 텐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격적으로 치기엔 당위성이 조금 모자란 느낌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만으로 가디언 길드, 그리고 룬가 왕국을 칠 순 없었다.
다른 왕국들이 대놓고 적대 선언을 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으나, 그게 바로 제국의 무게이자 책임이었다.
대륙의 균형과 제국의 권위를 위해 절대 함부로 움직여선 안 되는 최강의 국가.
하지만 혈맹국인 엘리시아 화원을 사칭한 것은 그들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게 그렇게 심각한 거야? 지금까지 나라 간 분쟁에 최대한 관여하지 않던 제국이 움직일 정도로?”
“허허, 폐하께선 임모탈리언이시기에 아무래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해 보십시오. 가디언 길드가 가족 욕을 했습니다. 폐하께선 가만히 있으시겠습니까?”
“…지금 이 상황이 그 정도라고?”
“그렇습니다.”
“그래? 그렇다면야…….”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모양.
“그러니까 우리는 구경만 하고 있으면 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또한 고립된 룬가 왕국을 살리기 위해 가디언 길드도 나름대로 탈출로를 만드는 모양인데, 웨이포인트 허브를 저희가 보유한 이상 모두 부질없는 짓이 될 것입니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재호도 결국은 수긍하고 팝콘이나 준비하기로 했다.
* * *
대충 만든 꽃장식들.
그것들로 온통 치장한 인민복.
가디언 길드는 고작 그것만으로도 자신들의 거짓말에 술술 속아 넘어가는 왕국들을 보며 비웃었다.
“으하하하- 이렇게 쉬운 줄 알았으면 진작 했을 텐데 말이야.”
피로크는 자신이 떠올린 천재적인 방법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효과!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엘리시아 화원의 명예가 실추될 테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었다.
“이런 걸 보면 황재호 그놈 이름값이 꽤 높긴 높은 모양이야. 대충 흘리기만 해도 헤벌쭉해서 넙죽 엎드리는 걸 보면 말이야. 참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피로크의 말에 새로 바뀐 간부들이 시동을 걸었다.
“언젠가는 그것이 가디언 길드를 향한 진심 어린 복종으로 바뀌지 않겠습니까?”
“최후의 순간에 뉴월드를 지배하게 되는 건 우리 가디언 길드일 것입니다!”
“제가 반드시 황재호의 머리를 대령하겠습니다!”
“껄껄껄!”
그 같잖은 모습들에 아직 부길마 자리를 유지 중인 장패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피로크는 나름 두뇌파인 그를 차마 함부로 쳐 내지 못했다.
지난번 감히 자신에게 반발을 한 건 용서할 수 없지만, 그 일만 제외하면 여전히 쓸 만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름 두뇌파’인 장패드는 가디언 길드가 절벽 위에서 다이빙하는 지금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음에 목구멍까지 욕지거리가 올라왔다.
‘저들 중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녀석들도 분명 있겠지.’
하지만 이미 한차례 폭풍처럼 휘몰아친 숙청의 칼날은 가디언 길드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잘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는 결국 피로크의 목을 점점 조여 올 터…….
간부들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해야 훗날 자신들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말이다.
피로크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망하는 건 가디언 길드와 피로크뿐이지, 자신들은 사지가 잘리는 수준에서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피로크를 부정하면 목이 잘릴 터였다.
훗날, 피로크가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는 생존을 위한 제물밖에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찰나의 권력에 취하기만 했으니…….’
역시 길마 자리에 어울리는 건 자신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좋아. 계속 이렇게 길드원들을 잠입시켜 군소 영지들을 자연스럽게 우리 아래로 흡수시킨다. 우리를 향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질수록 훗날 녀석들이 진실을 알게 되어도, 다시 돌아가지 못할 거다.”
늘 그렇듯, 체계적인 척하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는 1차원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곧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미드스트 제국이 룬가 왕국을 적국으로 공식 발표했습니다!]가디언 길드 수뇌부에게 일제히 떠오른 공포의 알림.
“제, 제국이?! 대체 왜!!”
다른 곳도 아닌 제국!
아무리 가디언 길드가 안하무인이라 하더라도 제국을 상대로도 평소 하던 것처럼 당당하게 맞설 순 없었다.
“어떤 멍청한 녀석이 제국을 건드린 거 아냐?!”
“하, 한번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피로크의 분노에 간부들은 각자 연락을 돌렸으나, 의심스러운 정보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빌어먹을 자식들아! 그렇다면 제국이 대체 어디서 버튼이 눌린 거냔 말이다!!”
“…흠흠.”
결국 이 답답한 짓거리를 참지 못한 장패드가 헛기침을 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국이 나선 건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장패드…….”
또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는 걸 직감한 피로크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돌이킬 수 없어질지도 몰랐…….
“시끄럽다.”
“…예?”
그 순간, 장패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찌릿-
대신 뚫어질 정도로 쏘아 보내는 시선은 ‘새로운 간부 앞에서 내 체면을 깎아내렸다간 가만두지 않겠다’는 게 똑똑히 느껴졌다.
“하, 하지만 이대로라면…….”
-크, 큰일입니다!!
그때, 동맹 영지 중 하나인 카바르 공국으로 파견을 나간 길드원의 다급한 메시지가 길드 채팅에 올라왔다.
-제, 제국의 기사단이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