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01
600화
현재 가디언 길드와 룬가 왕국을 향한 공세에서 엘리시아 화원은 쏙 빠져 있었다.
다른 나라들이나 재호와 친분이 있는 고위 NPC들이 직접 나서서 조져 주고 있을 뿐.
물론 가디언 길드의 공격에 대비해 늘 긴장 상태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방어 목적일 뿐, 직접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최근 있었던 슈아르 산림의 오크들과의 충돌에 손을 거들어 준 게 전부.
“어쩌면 훗날 이런 걸 두고 엘리시아 화원을 비난하는 사람도 나오지 않겠어?”
재호의 말에 줄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희는 사건의 핵심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정도로 한걸음 물러나 있었습니다. 애초에 가디언 길드 쪽에서 일방적으로 짖는 형세라 굳이 나설 필요도 없긴 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훗날 이걸 빌미로 폄하를 하는 자들은 분명 나타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우리도 뭔가 행동을 하는 게 좋은 거 맞지?”
“그래서 라디부 국왕을 직접 제거하겠다는 것입니까?”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죽이는 건 아니지. 죽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야.”
재호를 위해 위험을 자처한 라디부 국왕을 이대로 내버려둘 순 없었다.
물론 줄칸의 말처럼 설령 죽더라도 그는 재호를 원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긴 했다.
라디부 국왕 역시 굉장히 뒤틀린 사상의 인간이었으며, 재호를 향한 충성심은 자신의 악당 선조인 브레잘을 향한 절대적인 존경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굳이 따지면 악인의 성향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해도 날 몇 번이나 도와준 사람을 외면할 순 없지.”
재호가 세운 계획은 단순했다.
라디부 국왕과 대빌을 자신이 암살한 것으로 속인 뒤, 엘리시아 화원으로 빼돌려 새 삶을 살게 해 주는 것.
“그… 위험성이 큰데 가능하겠습니까?”
줄칸은 우려된다는 듯 물었다.
“물론 폐하께선 임모탈리언이니 일이 잘못되더라도 영원히 죽진 않으시겠지만, 엘리시아 화원 입장에선 그마저도 좋지 않은 일입니다.”
엘리시아 화원의 명예가 추락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가만있느니만 못하게 되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 어떻게 할지 계획은 섰으니까.”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이상, 재호는 반드시 실천에 옮기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마침 이런 일을 도와줄 만한 적임자들도 있었고 말이다.
* * *
해가 거의 넘어간 초저녁의 어두운 숲속.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디언 길드원들로 인해 바글거리던 장소였지만, 현재는 사람은커녕 생명체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숲 자체가 죽어 버린 듯,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으니…….
그리고 이렇게 된 건 역시나 가디언 길드가 원인이었다.
오크들이 모두 떠난 뒤, 숲은 가디언 길드의 독점 사냥터가 되어 버렸다.
이곳에서 사냥하던 저레벨 플레이어들은 이제는 오크가 없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레벨링…은 개뿔, 오히려 이전보다 몇 배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가디언 길드의 말단 길드원은 플레이 타임이 제한되어 있어 단 한순간도 시간을 허투루 쓸 순 없었다.
그렇기에 슈아르 산림에서 살다시피 한 그들은 앞다투어 몬스터를 사냥했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슈아르 산림의 경험치 좀 주겠다 싶은 생명체들을 깡그리 몰살시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 더는 잡을 것이 남아 있지 않자 가디언 길드는 망설이지 않고 떠나 버렸다.
그렇게 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고작 일주일.
덕분에 재호는 이곳으로 걱정 없이 올 수 있었다.
파앗-
섬광과 함께 과거 오크들의 군락이 있던 곳에 도착한 재호와 티나, 그리고 빅썬더.
여러 원소 마법 중, 유독 밝은 빛을 내는 번개 마법인 탓에 혹시나 누군가 보지 않을까 싶었지만…….
척-
“걱정 안 해도 된다. 이 숲은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으니까.”
어느새 어둠 속에서 나타난 테일러가 말했다.
“엇? 개미 있는데?”
“…….”
근처 나무를 가리키며 찬물을 확 끼얹는 티나의 발언에 테일러는 움찔했다.
“마, 말이 그렇다는 거다. 어쨌든 주변에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게 확실하다! 여긴 사냥터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모두 떠났거든.”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현장을 확인한 테일러였기에 확실했다.
“좋아. 그럼 서둘러서 움직이자.”
지금부터 달리면 완전히 어두워질 때쯤이면 현장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텔레포트가 되었으면 좋을 텐데…….’
재호는 아쉬움에 혀를 찼다.
만약 텔레포트를 이용해 라디부 국왕이 있는 곳으로 바로 날아갈 수 있다면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규모가 있는 어지간한 성들엔 대부분 텔레포트를 통한 침입을 막기 위한 결계가 있었고, 룬가 왕국의 왕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근처로 대충 이동해서 갈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 백탑 마법사의 텔레포트는 굉장히 번쩍거렸다.
만약 눈에 띄었다간 라디부 백작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다시 텔레포트로 빠져나오는 것도 골치 아팠고 말이다.
“안 그래도 좀 알아봤는데, 룬가 왕실 마법회는 가디언 길드한테 협력하나 보더라.”
가장 앞에서 달리던 테일러가 말했다.
왕성 결계를 유지해 주는 것이 바로 그들.
“뭐, 알시아 너라고 하면 이를 가는 녀석들이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잡아도 가디언이랑 손을 잡은 건지…….”
그런 이유로 지금처럼 안전하고 확인된 장소인 슈아르 산림으로 텔레포트를 한 것이었다.
타닷-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려 달이 정수리 위로 자리할 때쯤 룬가 왕국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시는 밤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바글거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대부분이 길드원인 것으로 보였다.
“맞아. NPC들도 있긴 한데 가디언 길드랑 비교하면 1% 안 될 거야.”
테일러의 말은 전혀 과장이 없었다.
NPC가 적다기보다는 가디언 길드가 너무 많았으니 말이다.
“많기는 진짜 많네…….”
게다가 죄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풍경은 기괴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품질에 따른 차이가 조금씩 있긴 했지만…….
“그런데 저래선 성안까지 어떻게 들어가지?”
발 디딜 틈조차 보이지 않는 거리.
대체 왜 이렇게 좁아터진 곳에 모여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제국에 맞서서 수도 대기 명령이 떨어졌거든. 쟤들도 저러고 싶어서 저러는 게 아닐걸? 바깥쪽으로 밀려날수록 제국 기사들과 정면으로 들이받게 될 텐데, 그러면 100% 죽잖아?”
테일러의 설명에 따르면 결국 최대한 성 가까이 있어야 일말의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뜻.
“뭐, 그냥 빨리 죽고 늦게 죽고 차이인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빽빽하게 붐비는 게 잠입할 땐 차라리 낫더라. 죄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잠입 난이도가 내가 경험해 본 그 어디보다 쉽더라.”
그렇게 말한 테일러는 미리 준비한 것들을 꺼냈다.
“자, 사이즈가 맞을 진 모르겠는데 일단 입어. 이거면 아무도 너흴 의심하진 않을 거야.”
“…이게 뭐야?”
재호는 얼굴을 찌푸리며 테일러가 내민 걸 받아 들었다.
“뭐긴. 인민복이지.”
바로 가디언 길드 한정 최고의 잠입룩!
“남아 있는 NPC들의 옷 중에서 훔치긴 했는데, 솔직히 사이즈가 좀 걱정되긴 한다. 아무래도 너희는 평범함하고는 거리가 머니…….”
빅썬더야 평범한 체격이었기에 준비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티나가 입을 인민복은 여성 사이즈로 나온 것을 찾아야 했는데, 엘프들의 신장이 인간보다 평균적으로 큰 것이 문제였다.
거의 180cm 가까이 되는 장신이다 보니 결국 남자 NPC 것을 훔쳐야 했고, 입고 보니 호리호리한 체형 탓에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뾰족한 귀는 군밤 모자를 씌워 감출 수 있었지만…….
그러나 진짜 심각한 건 재호였다.
“…이렇게 입으면 진짜 안 걸린다고?”
인민복으로 갈아입은 재호가 진지하게 물었다.
“어…….”
테일러 역시 자신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아꼈다.
한참 모자란 팔다리 기장은 상하의를 모두 7부 사이즈가 되었다.
하의는 레깅스가 따로 없었고 상의는 크롭티가 되어 버렸다.
이대로 진입했다간 100m 밖에서도 의심을 받을 판이었다.
“그, 그게 제일 큰 거였어!”
테일러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수도성 내를 샅샅이 뒤져 가장 덩치가 큰 NPC의 것을 챙겨 온 게 지금 재호가 입은 인민복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애초에 네 덩치가 너무 비정상적인 거 아니냐?! 헉!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무심코 내뱉었던 발언을 황급히 주워 담으려고 했지만…….
부욱- 부욱-!
티나는 망설임 없이 테일러의 소매를 잡아 찢어 버렸다.
“으악!! 뭐하는 짓이야?!”
“어때? 이제 너도 똑같아졌지?”
하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한 티나는 테일러의 하의와 상의도 7부, 크롭티로 만들어 주려고 했지만, 다행히 재호가 그녀를 막았다.
“됐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애초에 제대로 갖춰 입는다고 해서 가디언 길드가 날 못 알아볼 리도 없고.”
재호는 다시 기본 티셔츠를 입은 뒤 상의는 조끼처럼 걸쳤다.
그리고 하의는 부츠의 안으로 밀어 넣어 완성된 완벽한 예비군 패션.
“어? 왠지… 되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별로 좋게 들리진 않는다?”
아무리 예비군 패션이라고 해도 근본은 인민복이었다.
“찢어 버릴까요?!”
“아, 찢긴 뭘 찢어!”
티나의 말에 테일러가 옷을 여미며 반발했다.
“장난은 됐고. 일단 출발하자.”
“응? 그대로 들어간다고?”
여전히 답 없는 재호의 패션에 테일러가 당황하며 물었다.
“아니, 나는 당연히 따로 가야지.”
다행히 재호에겐 잠입에 최적화된 스킬이 있었다.
바로 로두카에게 받은 권능 스킬!
“…그럼 난 왜 불렀냐?”
“안내는 있어야 하니까.”
내부 구조를 모르니 길을 안내할 사람은 꼭 있어야 했다.
“그럼 계획대로 찢어지자.”
수도성 내에서는 두 팀으로 나뉘어 움직일 예정이었다.
라디부 국왕을 찾아가는 재호와 테일러.
그리고 룬가 왕실 마법회를 노리는 티나와 빅썬더.
그들이 계획을 실행 후, 빠르게 탈출하려면 빅썬더의 텔레포트가 필수였다.
라디부 국왕을 암살한 것처럼 위장해야 했기에 그를 달고 육로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룬가 왕실 마법회의 결계가 유지되어 있으면 불가능한 일.
티나와 빅썬더는 그것을 해제해야 했다.
“제가 꼭 가야 할까요?”
티나는 재호와 찢어져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말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빅썬더가 사람들이랑은 싸우질 않으니까…….”
자기 일을 도와주는 빅썬더에게 신념을 어기라고 강요할 순 없었다.
“좋아. 그럼 출발하자. 결계가 해제되면 귓속말 보내 줘.”
“알았다.”
군중 사이로 섞여 들어간 티나와 빅썬더.
그러자 테일러의 말대로 정말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티나의 군밤 모자가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봤지? 이거 완전 마법의 복장이라니까.”
이어 재호와 테일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르르-
꿈의 경계로 스며든 재호.
그리곤 바로 앞에 있는 테일러의 실루엣을 따라 룬가 성을 향해 이동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는데?’
안 그래도 물체의 실루엣만 희미하게 보이는 스킬.
그 와중에 똑같은 복장의 사람들이 사방에 돌아다니고 있으니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했다간 테일러를 놓칠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