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04
603화
빅썬더의 요란한 텔레포트 이펙트는 건물 깊숙한 곳에서 사용된 덕에 가디언 길드의 눈에 띄지는 않았다.
애초에 라디부 국왕을 가두어 놓긴 했지만, 가디언 길드에선 주변의 정원 쪽에서만 감시했지, 내부까지 밀착 감시는 하지 않기도 했었고 말이다.
파앗-
빅썬더 사람들을 데리고 슈아르 산림 쪽 안전 구역으로 떠났다.
마나 및 쿨타임 관리를 위해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데리고 이동하는 건 어려웠다.
최소 세 번은 왕복해야 하는 상황.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네.”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덩그러니 남겨진 테일러가 중얼거렸다.
어째서 재호가 자신의 발아래 있는 건지…….
물론 재호 역시 알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어쨌든 큰 변수가 발생했음에도 계획은 별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었으니 다행인 일이었다.
하나 의아한 점은…….
쾅- 쾅-
연신 발아래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폭음.
“아까부터 들리는 이 소리는 또 뭐고…….”
괜히 사람 불안하게 만드는 굉음.
“설마 알시아랑 티나가 싸우면서 나는 소리가 이 정도인가?”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두들기면서 나는 소리가 이 위까지 들릴 리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 둘이라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정작 지하에 있는 재호 역시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왜 이러지?”
무언가 부딪히는 소음과 진동.
느낌으론 여기보다 한참 아래쪽에서 느껴졌다.
“혹시 가디언 길드 쪽에서 뭘 하나?”
가장 먼저 가디언 길드가 의심되는 건 당연했다.
아무래도…….
“드래곤 아닐까요?!”
“…….”
드래곤을 몇이나 잡아도 여전한 티나의 드래곤 집착증.
하지만 이번엔 재호의 생각도 그러했다.
“수호신이 관련 있을 것 같긴 해.”
가디언 길드 쪽에서 룬가 왕국 수호신이 있는 레어를 찾는다는 건 테일러에게 들었었다.
또한 수호신이 가디언 길드의 패션 센스에 극대노했다는 것도…….
‘어쩌면 제국과의 전투를 앞두고 가디언 길드에서 뭔가 일을 급하게 꾸미고 있을 수도 있겠군.’
그게 뭐든 간에 이곳에서 도망쳐 버리면 장땡이었다.
‘그런데… 만약 이 아래에 드래곤이 있다면 폭탄을 터뜨려도 괜찮은 건가?’
불현듯 드는 걱정에 재호는 멈칫했다.
룬가 왕국의 수호신이 재호와 딱히 적대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가디언 길드에 불만이 있었고, 그런 가디언 길드와 적대하는 재호랑은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수호신도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야 문제될 건 없겠지만……’
어차피 재호의 적은 룬가 왕국 그 자체가 아니라 가디언 길드였다.
-하지만 넌 이미 룬가 왕국이랑 사이가 안 좋지 않았나?
징징이의 말에 재호는 멈칫했다.
-그러게. 룬가 왕국을 휘청거리게 만든 것에 네 영향도 있긴 하겠지.
-애초에 가디언 길드가 밀고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네가 반 조져 놓은 탓 아닌가?
“…….”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수호신이면 재호가 왕국 내 침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테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먼저 접촉했을 터였다.
‘정말로 날 적으로 보고 있는 건가?’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었건만, 뒤늦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만난 드래곤들을 생각해 보면 라셀 왕국의 프란케어만 제외하고 죄다 초면 싸움질을 했었던 재호.
확률을 생각하면 이번 역시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
‘차라리 처음 추측대로 이곳이 왕국 외곽이었더라면 덜 찝찝했으려나…….’
메이와의 귓속말을 근거로 그렇게 추측했었지만 의외로 바로 아래인 상황.
아예 바깥이었다면 드래곤 머리 위에서 폭탄을 터뜨릴 일은 없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뭐야?”
그 순간, 재호의 머리를 강타하는 오류가 발생했다.
“나도 왕국 안인데… 메이랑은 어떻게 귓속말을 했던 거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 재호의 머리가 더욱더 복잡해졌다.
룬가 왕국에 온 뒤로 일어나는 연속된 이해 불가 사건들.
하지만 그 생각은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알시아 님! 적들이 오고 있어요!”
입구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대기하던 티나가 재호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아! 갈게!”
지독하게 찝찝했지만, 우선은 당장 닥친 일부터 해결해야 했다.
출입구로 다가간 재호도 집중하자 가디언 길드원들의 대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으아아악! 밀지 마!”
“왜 내가 제일 앞이야?! 내 앞에 있던 놈 언제 뒤로 갔어?!”
“뒤로 간 게 아니라 뒤진 거야!”
서로 먼저 가지 않으려고 안달이 난 모양.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다.
“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걸 보니 말단 길드원들인 모양이네.”
아무래도 가디언 길드 쪽에선 상황의 심각성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 * *
재호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가디언 길드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대체 폭탄 창고 쪽으로 어떻게 들어간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알시아가 왜 나타난 거지?”
피로크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뒤에 선 간부에게 물었다.
장패드가 로그아웃 된 이후, 그를 보좌하기 위해 붙은 간부였다.
“그… 잘 모르겠습니다. 폭탄을 훔치려고 온 것 아닐까 의심이 듭니다.”
“폭탄을 훔쳐 가?”
“예. 원래 테러에 사용하려 했으나 못 터뜨린 것들이지 않습니까? 양을 생각하면 돈이 많이 들었을 텐데… 아까워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흐음…….”
하지만 이미 가디언 길드 수뇌부는 재호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폭탄을 일부러 자신들에게 넘긴 것으로 결론을 내렸었다.
간부진이 물갈이된 탓에 그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보다는 그걸 발동시키려고 왔다는 게 더 그럴싸하군.”
“예? 하지만 그곳에서 폭탄을 터뜨려 봐야 득이 될 건 없지 않습니까?”
그곳은 허수아비 국왕인 라디부의 거처가 자리한 룬가 왕실 정원이 있었다.
그리고 피로크를 비롯한 길드의 핵심 인원은 그곳과는 거리가 제법 있는 왕성에 있었고…….
한꺼번에 폭탄을 터뜨린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직접적인 피해는 주기 힘들 것으로 추측되었다.
“아니. 이건 보나 마나 제국과의 양동 작전이다.”
“양동 작전?!”
“그래. 외부에서 제국이 밀고 들어오는 동안, 내부에서는 알시아가 폭탄으로 혼란을 유도하는 거다. 게다가 그곳에 있는 건 라디부, 아무리 허수아비라 해도 공식적으로는 룬가의 국왕이다. 그 상징성도 한꺼번에 무너트릴 수 있겠지.”
“그,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라디부를 옮기고 지하엔 길드원을 보내 대충 시간만 끌어라. 어차피 엘프도 같이 있다며? 알시아 그 멍청한 놈은 NPC의 목숨을 제 목숨처럼 아끼기로 유명하니까. 절대 자폭 공격은 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 머지않았다.”
현재 가디언 길드는 비밀리에 준비하던 대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지금 진짜 중요한 건 드래곤의 레어다. 그곳에서 수호신의 힘만 얻는다면 알시아도, 제국도 상대가 아니다!”
원래 이렇게까지 급하게 진행할 일은 아니었다.
룬가 왕국의 수호신을 찾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진 피로크 역시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제국이 점점 숨통을 조여 오자 일정을 급히 당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대체 얼마나 깊은 곳에 레어가 위치한 것인지, 계속 위치를 잡지 못하고 있었으나… 마침 오늘 신호를 감지했다.
바로 지하에서 울리는 정체불명의 굉음!
그것이 수호신이 내는 소리라고 확신한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길드원 전원을 바쳐서라도 드래곤을 처치해 그 힘을 흡수한다!’
그렇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디부가 없다고?”
예상치 못한 소식.
게다가 그곳엔 테일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테일러? 그 자식은 왜 거기 있는데?! 다른 놈은 못 봤어?”
하지만 테일러를 목격한 길드원은 이미 사망한 상태라 추가 정보를 얻을 순 없었다.
“제기랄! 그럼 다른 놈이 가 봐야 할 거 아냐!”
뭔가 이상했다.
룬가 왕국 깊숙한 곳까지 재호가 들어온 것도… 길드원들로 둘둘 말아 놓은 정원 중앙에서 테일러가 나타난 것도…….
‘설마 테일러 그 자식이 지금까지 줄곧 숨어 있던 건 아니겠지?’
문득 스쳐 지나가는 소름 돋는 생각에 피로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렇게 과민반응은 하지 말자.’
애써 그런 의심은 지운 피로크.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가디언 길드는 재호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는 뜻이었다.
설령 테일러가 자신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그런 일은 없다!’
뿌드득-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턱.
그 와중에 그의 기분을 더욱 불쾌하게 만드는 소식이 도착했다.
-포, 폭탄 저장고로 향했던 길드원들이 전멸했습니다!
시간을 끌라며 폭탄 창고 쪽으로 밀어 넣었던 말단 길드원들이 제 역할을 전혀 못 한다는 소식을 받은 것이다.
“제기랄! 누구 하나 마음에 들게 하는 놈이 없어!!”
짜증이 극에 달한 크로킹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상위 플레이어들을 보내! 랭커 놈들 이름값 좀 하라고 해!!”
지하의 수호신을 잡기 위해 준비하던 최상위 플레이어들을 그쪽으로 보내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었다.
* * *
재호를 잡기 위해 폭탄 저장고로 향한 가디언 길드의 최정예들.
“쓸모없는 것들! 꺼져라!”
그들은 통로를 막고 선 같은 길드원들을 거침없이 베어 버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빌어먹을. 차라리 드래곤 쪽에 있는 게 백배 나은데……!’
그나마 클리어 가능성이 큰 건 그쪽이 아닐까 싶었다.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뉴월드에서 가장 위험한 조합으로 손꼽히는 재호와 티나.
그 둘 앞에서는 랭커 명함은 내밀지도 못했으니까.
‘그래도 여럿이 파티플로 상대하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하지만 좁은 통로 끝, 폭탄 저장고와 출입구에서 버티고 선 재호와 티나를 보는 순간, 파티플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란 걸 깨달았다.
‘잠깐… 저렇게 지키고 서 있으면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자신들이 선 통로는 말단 길드원들을 죽이면서 지나왔을 정도로 좁았다.
즉, 차례로 줄은 선 채 재호, 티나와 싸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꿀꺽-”
과연 그게 가능할지 진지하게 의문이 들었다.
가능하면 자신이 아닌 뒤에 있는 다른 동료들이 먼저 테스트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으나…….
“뭐해? 앞으로 안 가?”
“아, 뭐하냐고! 빨리 여기 처리하고 내려가야지!”
뒤쪽에서 쏟아지는 항의에 가장 앞에 선 길드원을 이를 꽉 물었다.
“젠장! 간다 가!”
그렇게 걸음을 내딛는 순간.
티잉-
지금까지 주먹으로 패던 것과 달리, 활을 꺼내든 티나가 시위를 당겼다 놓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활시위엔 화살이 걸려 있지 않았다.
심지어 마력으로 만들어 낸 마법 화살조차 없었다.
그녀가 쏘아 보낸 것은 쉽게 말해 공기포.
하지만 그 위력은 그들의 상상을 아득히 넘어섰다.
쿠과과광-!!!
좁은 통로로 휘몰아치는 엄청난 폭풍.
“크헉!!”
가장 앞에 있던 가디언 길드의 길드원이 잽싸게 방패를 들어 보지만 어림도 없었다.
쩌어엉-!!
엄청난 충격과 함께 좁은 통로가 배수로라도 된 듯, 휘말려 날아갔다.
장패드가 티나를 상대로 두 번이나(?) 버틸 수 있었던 건 검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활이라면?
[엘프가 활을 들었다면 널 진심으로 죽이려는 거다.]테일러가 남겼던 불후의 명언.
엘프를 처음 만나 본 그들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