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07
606화
특이하게도 피르시의 공격은 대부분이 마법 공격이었다.
제자리에 우뚝 선 채, 강력한 마법들로 주변을 폭격해 댔다.
그때마다 수십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등 떠밀린 녀석들은 거침이 없었다.
쉴 새 없이 들이치는 물량 공세.
공격이 피르시의 피부를 제대로 뚫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어떻게든 열심히 싸웠다는 걸 가디언 시스템에 기록으로 남겨 둬야 훗날 불이익이 없을 테니 말이었다.
“으아아아!”
개중에 좀 더 욕심을 낸 길드원들은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자폭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조악한 폭탄을 들고 드래곤을 향해 몸통 박치기를 했으니…….
콰과광-!!
싸구려 폭탄이라 해도 위력은 충분했다.
또한 그런 공격이 수십, 수백, 수천 번 반복되면 대미지가 쌓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게다가 초 근접한 길드원을 상대로 피르시의 움직임은 둔해도 너무 둔했다.
폭탄의 피해가 생각보다 컸던 것인가 의심이 들 정도…….
쿠웅-
결국엔 크게 휘청거리는 피르시.
‘통한다!’
멀리서 지켜보던 피로크의 두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너무나 탐이 났던 재호의 드래곤 변신.
그것이 곧 자신의 손에 들어올…….
번-쩍.
그 순간, 피르시 앞으로 눈부신 벼락이 내리꽂히며 순간적으로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윽?!”
“뭐야?”
가까이 있던 길드원들이 눈을 억지로 뜨고 앞을 확인했다.
“어?”
빛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두 사람.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 가디언 길드는 드래곤을 처음 봤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창백해졌다.
“아, 알시아와 엘프가 나타났다!!”
“뭐, 뭐라고?!”
저승사자가 나타났단 것보다 더 무서운 소리.
단 두 명이 등장했을 뿐인데 가디언 길드가 느끼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현재 룬가 왕국에 접속 중인 가디언 길드 전력만 해도 수십만.
유사시 동원할 수 있는 건 그보다 몇 배는 되었다.
고작 두 명이 추가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용기를 냈다.
“어? 그런데 한 명 더 있는데?”
뒤늦게 재호 뒤에 있는 새하얀 로브의 빅썬더도 발견한 가디언 길드.
“비, 빅썬더다! 빅썬더도 왔어!”
재호 일행이 어떻게 왕국을 멋대로 뒤지고 다녔는지, 그리고 룬가 왕실 마법회를 왜 노렸는지 확실히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 어떻게 합니까, 길마님?”
간부들의 물음에 피로크는 뭘 묻고 있냐는 표정으로 그들을 돌아봤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냐? 어차피 빅썬더 저 머저리는 싸우지 못한다!! 뭘 겁내는 거냐!!”
한참 떨어진 곳에서 피로크는 용맹하게 외쳤다.
“어차피 기세는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밀어붙여라!!”
고작 두 명으로 뭘 어찌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큰 흐름이 넘어온 이상, 승리는 무조건 자신들의 것이었다.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 * *
무턱대고 빅썬더의 텔레포트로 날아온 재호 일행.
그로 인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전투 상황.
재호는 초면인 피르시와 머쓱하게 인사를 나눴다.
-와 주었군.
재호의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피르시의 목소리.
드래곤이라기엔 생소한 부드러운 고음.
남매라더니 피르시 쪽이 여성형인 모양이었다.
-혼돈에 가까운 그대와는 거리를 두고 싶었기에 최소한의 감사만 표했던 것이나… 상황이 이런지라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도움이 필요한 입장이면서 다소 건방진 반응.
하지만 드래곤에게 빚을 지워 놓으면 어쨌든 보상은 확실하리라.
‘아, 아닌가? 드래곤들 되게 쪼잔했던 거 같기도 한데…….’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본 재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곤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었다.
“상태는 어때?”
-그리 좋지는 않다. 그대가 터뜨린 폭탄의 위력이 생각보다 강해 우리 육체에 큰 피해가 있었다. 폭발 에너지를 전부 몸으로 받아 낸 것이 실수였다.
“그렇겠지. 그게 어떤 폭탄인데…….”
아무리 필요한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무모한 짓인 건 사실이었다.
“오기크를 날려 보낸 것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는데, 그걸 정통으로 맞았으니 뻔하지.”
-오기크라……. 하긴, 녀석을 죽인 것이 그대라고 했지.
레어 안에만 있으면서 그런 소식들은 어떻게 다 듣는지 신기할 지경.
-하지만 눈앞의 적들은 숫자가 너무 많다. 어쩌면 드래곤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그건 재호도 공감했다.
-그리고 난 몸을 쓰는 것보다 마나를 다루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
거대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고 재호는 생각했다.
자신이 만나 본 드래곤들 중 압도적 덩치를 자랑하는 피르시.
아마 그냥 대충 드러누워서 바닥을 굴러다니기만 해도 광범위 공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대들이 왔으니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다.
파아앗-
[강대한 권능이 당신을 감쌉니다.] [피르시의 권능으로 인해 상태가 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배 증가합니다.] [전체 체력의 30%가 넘는 단일 피해를 무효화합니다.] [] [모든 공격에 드래곤의 마력이 깃듭니다.] [폭파 공격으로 변경되며 고정 피해로 체력의 20%를 입힙니다.] [폭발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최소 5%까지 감소합니다.] [전투 시간이 길어질수록 각성 단계가 상승하며 모든 버프의 효율이 3%씩 증가합니다.]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버프!
재호의 드래곤 변신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성능이긴 했지만, 아무런 패널티 없이 유지가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딱 지금처럼 다수의 적과 장기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과 어울리는 효과.
물론 여전히 그런 생각은 들었다.
“그냥 바닥을 직접 굴러다니는 게 더 셀 것 같은데.”
물론 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을 굴러다니는 건 드래곤의 체통에 안 맞기도 했지만…….
“쯧쯧-”
작게 중얼거리는 재호의 불만을 알드리온이 듣곤 고개를 저었다.
“2피는 마나를 다루는 마법에 특화된 존재다. 반면 드래곤이 지닌 순수한 능력과 권능은 1피가 차지하고 있지. 지금의 녀석은 반쪽짜리기에 제대로 된 전투가 불가능한 것이다. 차라리 지금처럼 확실한 것에 집중하는 게 낫지.”
“그래도 마법이 주특기면 화력은 믿을 만하겠지?”
“글쎄. 그럴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군.”
불안한 대답이 돌아왔지만, 그래도 드래곤이니까…….
“빅썬더!”
재호는 뒤에 서 있던 빅썬더에게 전용 포대기(?)를 내밀었다.
“…….”
재호가 빅썬더를 데리고 사람들과 싸우는 방식이었다.
“공격 쪽에 특화된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보호 마법 쪽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
“…늘 느끼지만, 이상한 걸 잔뜩 들고 다니는군. 인벤토리를 대체 어떻게 쓰는 거냐?”
모 고양이 로봇의 주머니가 의심될 정도로 희한한 걸 다 넣어 다니는 재호.
게임 알못 시절부터 습관화되었기에 인벤토리를 함부로 비우지도 못하는 재호였다.
척-
다시 빅썬더를 등에 업은 재호.
그리고 티나 또한 전투 준비를 마쳤다.
“으아아아!”
“조져!!”
그리고 재호의 변신(?) 시간을 기다려 준 가디언 길드도 그제야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최전방에 선 것은 말단 길드원들.
그들을 제물로 재호 일행의 힘을 먼저 빼놓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첫 격돌의 결과,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푸욱-
콰과광!!!
모종삽 한 번에 한 세 명이 쓰러졌고.
화르륵-
꽈앙!!!
화염 투창에 열 명이 재가 되었다.
남들보다 한참 일찍 구한 종결급 무기의 위력.
재호의 강점은 압도적인 피지컬로 그 무기들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 쓴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레벨이 한참 오른 지금은 과거와 또 달랐다.
늘어난 능력치만큼 무기의 위력 또한 더욱 강해졌으니 말이다.
특히 매 평타마다 터져 나오는 피르시의 버프 .
스킬 의존도가 낮은 재호를 위한 스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쉴 새 없이 두드리는 평타마다 드래곤의 마력이 터져 나오니 가디언 길드가 버텨 내지 못하는 것이다.
단, 그것도 티나에 비하면 앙증맞은 수준이었다.
꽈르르릉-
더는 눈치 볼 것이 없어진 티나는 거침없이 활을 쏘아 댔다.
지상의 광범위한 영역을 통째로 갈아엎어 버리는 공격들.
콰과과광-!!
그 공격에 적중당한 모든 적에게서 의 2차 폭발이 일어났고, 마치 융단 폭격처럼 지상이 화염에 휩쓸렸다.
그 경로에 있는 가디언 길드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쉬지 않고 쏟아지는 티나의 공격 탓에 상황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기 때문.
‘저, 저대로 놔둬도 되나?’
옆에 선 재호는 괜히 무서워졌다.
티나의 과격한 전투 방식이야 충분히 봤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수준을 아득히 넘어 버렸다.
심지어 끝없는 폭발의 여파로 주변 땅이 점점 낮아지고 있을 정도.
아버지 우람이 보던 고전 게임 속 언덕 탱크가 딱 이런 것 아닐까 싶었다.
그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던 피로크도 확인했다.
“젠장! 저대로 뒀다간 구덩이가 만들어질 판이잖아!”
이대로라면 후에 투입할 고레벨 길드원들은 벽을 기어 올라가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방을 노려라! 멍청한 것들이 앞만 노려서 어쩌려는 거야?!”
전장에서 한참 벗어나 있기에 할 수 있는 말뿐인 전략.
어쨌든 그 지시를 받았으니 길드원들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걸 재호나 티나가 보고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재호의 기대대로 다행히 피르시는 버프만 주고 토템처럼 가만히 서 있기만 하지 않았다.
화르르-
피르시의 머리 위, 하늘이 길게 갈라지더니 후방으로 화염 벽이 떨어져 내렸다.
콰과과-!
버프 탓인지 혼자 날뛸 때보다 위력은 약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고 뛰어들 만한 불구덩이는 아니었다.
“하압-!”
용기 있게 먼저 뛰어든 몇몇 길드원이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
[이 옮겨붙었습니다!] [초당 체력이 2%씩 감소합니다.]“앗, 뜨거워!”
“미친?! 왜 안 꺼져!”
실시간으로 졸졸 새는 체력.
고레벨일수록 두려운 것이 바로 이런 퍼센트 대미지였다.
아무리 속성 저항력을 높여 피해량을 줄여도 퍼센트는 퍼센트.
고정적으로 전체 체력의 일부가 소모된다는 건 굉장한 공포였으니 말이다.
촤르르륵-
“헉?!”
난처한 상황인 그들에게 날아든 사슬.
꽈악-
“어림도 없어억……?”
사슬에 붙잡힌 상대는 두 발을 말뚝처럼 박고 버티려 했지만, 상대는 재호였다.
그것도 드래곤의 버프를 받아 힘이 뻥튀기된 재호.
뚜두둑-
나무 뽑히는 듯한 소리와 함께 끌려온 그를 향해 재호가 모종삽을 다시 회수했다.
“커헉?!”
충격적인 대미지와 함께 고꾸라진 그.
일격에 사망하는 줄 알았으나…….
“크하아압!”
[] [죽음의 순간, 2초 동안 불사 상태가 됩니다.] [적을 처치 시, 자신이 죽을 당시의 적의 체력을 그대로 강탈합니다.]그 역시 마지막 한 수가 있었다.
비등한 싸움을 한순간에 역전시킬 수 있는…….
타앗-
달려드는 상대의 가슴팍을 발로 찬 재호는 크게 공중제비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 상태에서 다시 쇠사슬을 던져 감았고, 중심이 무너진 상대를 팍 당겨 앞으로 자빠트렸다.
“어어?”
불과 1~2초 사이에 자신의 얼굴이 바닥에 처박히자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상대.
그 위로 재호의 무게 실린 화염창이 내리꽂혔다.
“컥!!”
파스스-
그제야 그는 애초에 전제 조건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비등한 싸움…….
지금의 재호를 상대로 그런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