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09
608화
“달라붙어라! 어떻게든 저 자식의 힘을 빼!!”
멀리서도 느껴지는 재호와 티나의 활력에 피로크도 조금씩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제 생각대로라면 이미 진작에 드래곤까지 처리가 되어야 하는데, 고작 두 명을 어쩌지 못해 길드 전력이 폭파당하고 있었으니…….
“제기랄! 랭커들을 죄다 보내!!”
결국 불안감과 조급증에 그는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하, 하지만 랭커들을 전부 동원해 버리면 왕국 외곽 경계를 담당하는 전력들도 모두 빠지게 됩니다!”
기존 간부들이 갈려 나가고 그 자리에 들어온 낙하산들이었기에 피로크에게 절대복종하며 몸을 사린다고 하지만… 이 명령은 좀 지나치다 싶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제국 기사단이 자신들을 노리고 내려온다는데, 핵심 수비 전력을 제외해서 어쩌려는 것인지…….
그러나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들, 눈이 돌아간 피로크의 고막까진 전달되지 않았다.
“뭐? 지금 날 반대하는 거냐?”
“아, 아니…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닥치고 해!”
“알겠…습니다…….”
결국 받아들인 간부들은 지시를 내렸다.
외곽 방비를 하던 최상위 플레이어들의 집합을…….
랭커 총동원령.
심지어 한술 더 떠 로그아웃 중이던 최상위권 플레이어들의 접속을 지시했다.
‘인정하지…….’
분하지만 피로크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말단 길드원들 몇 명을 때려 넣어도 황재호는 잡을 수 없다!
그걸 깨달은 시점이 너무 늦은 감도 있었지만, 아직 가디언 길드는 여력이 있었다.
‘이젠 다를 거다…….’
저절로 흘러나오는 사악한 웃음.
타닷-
순식간에 도착한 든든한 랭커들.
재호를 최전방에서 포위한 가디언 길드의 최고 전투원들을 지켜보는 피로크는 크게 웃었다.
그것이 만족감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자괴감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순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끝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곧 어림도 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 길마님! 큰일입니다! 북 성문 쪽에 제국 기사단이 나타났습니다!
룬가 수도 외곽 경계조 쪽에서 올라온 다급한 보고.
“?!”
‘하필 이 타이밍에?’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피로크.
‘서, 설마 노림수인가?’
그렇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버텨라.”
명령은 간단했다.
지금 중요한 건 눈앞의 드래곤.
어떻게든 저 힘만 얻으면 그간 길드가 입은 피해를 모두 복구하고도 남을 수 있을 테니, 어떻게든 속전속결로 끝장을 봐야 했다.
‘후회하게 해 주마. 제국 기사단? 웃기지 마라. 그놈들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저 압도적인 힘을 차지할 것이다!’
나름대로 작전을 세워 온 모양이나, 시간은 가디언 길드의 편이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제국의 기사단이라 하더라도 수백만의 길드를 뚫는 데는 시간이 걸릴 테니까.
* * *
아무리 재호가 무대포라고 해도 무턱대고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멍청이는 아니었다.
물론 과거를 곱씹어 보면 그런 멍청이인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늘 대책은 가지고 있었고, 즉흥적으로라도 어떻게든 만들어 내곤 했었다.
그리고 이번 역시 마찬가지.
슈아르 산림에서 제국의 기사단을 만난 건 운이 좋았다.
황제에게 미리 언질을 받은 것인지 재호의 사정을 다 알고 눈감아 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걸 두고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다행히 가디언 길드를 함께 공격하자는 제안도 순순히 받아 줬지.’
낯선 드래곤을 돕겠다고 가디언 길드를 다짜고짜 쳐들어가는 건 아무리 재호라도 하지 않을 짓이었다.
하지만 제국 기사단도 함께 움직인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혹여나 피로도로 인해 기사단의 전투력에 문제가 있을까 싶긴 했지만, 다행히 레트라 단장은 그렇진 않다고 했다.
제국의 기사들은 한 명 한 명이 극한까지 단련된 무인들이며, 휴식 없이 최소 이틀은 전투를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재호는 깜짝 놀랐었다.
보통 왕국의 정예 기사단의 경우, 보통의 기사단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50시간 가까이 전투를 지속한다는 건 이미 인간을 한참 벗어난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 정도로 여유가 있는 제국 기사단이었기에 레트라 단장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더군다나 재호가 먼저 적의 심장부로 진입해 들쑤셔 주겠다니 오히려 고마워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약속 후, 진군을 시작한 제국 기사단이 마침내 룬가 왕국 북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두두두-
기사뿐 아니라 말들까지 흑색의 철갑을 두른 제국의 기사단.
어두운 밤하늘 아래, 그들의 모습은 마치 심연처럼 불길해 보였다.
딱 천 명.
2기사단과 4, 5기사단까지 총 세 개의 단이 나섰다.
처음 제국 기사단의 출정 규모가 알려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강하기에 고작 천 명만 보낸 걸까?
혹은 가디언 길드를 너무 무시한 거 아닌가?
저마다 확신에 차서 자신들의 추측을 주장했지만, 현실은 그 이상이었다.
히이잉-!!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말 울음소리.
룬가 왕국 수도 외곽의 낮은 성벽에 긴장한 모습의 길드원들이 새카만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그 사이로 형형하게 빛나는 수많은 눈동자.
다각- 다각-
그들 앞으로 레트라 단장이 말을 탄 채로 나섰다.
척-
말을 세운 채 가만히 성을 응시하는 그의 모습.
지켜보고 있는 가디언 길드원들은 마치 거인을 앞에 두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딱히 시스템 알림이 뜨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룬가 왕국과 가디언 길드는 들으라.”
레트라 단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도 멀리 떨어진 길드원들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그대들은 대륙의 질서와 평화를 어지럽혔으며, 감히 황제 폐하를 모욕하는 용서 받지 못 할 짓을 저질렀다. 죽음으로서도 그 죄는 씻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나, 임모탈리언인 그대들에게 죽음의 의미는 우리와는 다를 터. 그렇기에 황제 폐하의 단호한 의지를 이 자리에서 공표한다.”
스릉-
칠흑 속에서 달빛을 받아 빛나는 검을 높게 들어 올린 그는 성벽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가디언 길드엔 사형 선고를, 자신의 뒤에 선 기사단엔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제2, 4, 5수호기사단은 대 가디언 길드 추격대로 임시 편성된다.”
즉, 다시 말해 가디언 길드 사냥꾼이 되었다는 뜻!
하지만 더 충격적인 이야기는 그다음이었다.
“이것은 가디언 길드의 영원한 죽음을 달성하는 순간까지 지속된다.”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영원한 죽음을 이야기를 했다는 건… 결국 게임을 접을 때까지 괴롭혀 주겠다는 소리였다.
“?!!”
“헙!”
그 의미를 이해한 가디언 길드원들도 경악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럼에도 기사단을 막는 것뿐.
“전원! 가디언 길드를 토벌하라.”
절제한 분노가 느껴지는 나지막한 명령.
두두두-
그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새카만 해일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벽을 향해 달려드는 것은 언뜻 돈키호테를 연상시켰으나…….
사사삭-
새카만 물결 속에서 수백 개의 검광이 번쩍이더니 성벽을 때렸다.
콰아아앙!!!
“으아아악!!”
“포, 폭탄이야?!”
속출하는 사망자.
그리고 박살이 나 무너지는 성벽을 높게 뛰어오른 흑마들이 거침없이 타 넘었다.
두두두두-
진입하자마자 두 분대로 갈라진 기사단은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했다.
아니, 전투가 아니라 앞을 막는 모든 걸 파괴하기 시작했다.
* * *
룬가 왕국 수도성 내부까지 진입한 방송인이 갈킹 한 명이라면, 외곽은 상당히 많은 방송인이 잠입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화면에 룬가 왕국을 덮치는 검은 물결이 다각도에서 잡혔다.
“미, 미쳤습니다! 제국 기사단은 이미 알시아가 일으켰던 몇몇 대형 퀘스트에서 등장한 적이 있지만, 지금과 그때는 완전 다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정예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던 건 악마들을 상대하거나 헬릭스와 같은 초월적 존재를 상대할 때.
그마저도 후자의 경우엔 실제 전투까진 이어지지도 않았었다.
쉽게 말해 인간을 상대로 한 제국 기사단의 전투력은 제대로 확인된 바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냥 지우개 그 자체입니다! 앞을 막는 모든 걸 부숴 버립니다!!”
“제국은 기사뿐 아니라 말들도 전설급인 건가요? 저, 저거 보세요!! 그냥 머리통으로 벽을 터뜨려 버렸어요!”
“지금 저희 큰형님인 갈킹 님의 방송 소식에 따르면 저 안에서는 황재호 님과 드래곤이 한편이 되어서 가디언 길드와 싸우고 있다죠? 아마 높은 확률로 연합 작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 가디언 길드 쪽에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너무 당당하게 자신들이 새로운 제국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거든요?”
방송인들이 앞다투어 룬가 왕국의 상황을 방송했다.
슈아르 산림 전투에 이어 기습적으로 발생한 이번 이벤트로 풍성해진 볼거리.
하지만 가디언 길드는 미칠 지경이었다.
-ㅋㅋㅋㅋ가디언 길드 놈들 지들이 좀 유리하다 싶었으면 백 퍼 생방으로 보여 줬을 텐데.
└ㄹㅇㅋㅋ몇 명한테 얻어맞는 거 보여 주기 싫어서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네.
이러자 중국 쪽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두들겨 맞는 것이 생방으로 보이는 걸 막기 위해 가디언 길드 쪽은 물론, 중국 공무원들과 해커까지 바빠졌다.
-어? 뭐야? 루나 방송 왜 갑자기 꺼짐?
└나도 꺼짐;;
-지금 다른 방송 쪽도 다 터지고 있음. 서버 사람 너무 몰려서 생방 서버 터진 거 아닌가 몰라.
└이거보다 몇 배나 사람 더 몰렸을 때도 멀쩡하던 서버가?
-그보다는 가디언 길드 쪽에서 테러 중이란 게 더 설득력 있지 않겠냐?
└하긴 일리 있다. 하필 딱 터지는 것도 죄다 룬가 왕국 쪽 방송들이네.
└엥? 그럼 백 퍼 아니냐?
뉴월드 서버를 해킹할 순 없지만, 개인 방송들을 터뜨리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동시에 가디언 길드 법무팀에선 가디언 길드 내의 상황을 멋대로 송출하는 경우,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큰 흐름에 휩쓸려 버린 상황 속에서 가디언 길드의 외침은 공허하게만 들릴 뿐이었다.
게다가 게임 내의 일을 두고 한 나라가 저렇게까지 앞장서서 반발하는 게 우습게만 보였다.
한편, 그 와중에 용케 아직 터지지 않고 버티는 방송이 있었다.
“아, 알시아가 가디언 길드의 최정예들을 상대하더니 더 강해진 거 같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바로 갈킹!
그의 화면에는 가디언 길드의 랭커들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재호가 똑똑히 잡혔다.
물론 티나와 드래곤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재호의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지는 게 느껴지고 있었다.
어느새 6단계까지 진행된 각성.
재호는 이 강력한 버프의 업그레이드 조건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강한 사람 하고 싸울수록 더 빠르게 진행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였다.
경험치를 먹고 성장하는 모든 것들은 더 강한 상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수록 더 크게 성장하는 건 이 게임의 규칙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한 해당 버프의 정확한 정보가 없는 가디언 길드 쪽에선 그저 무한히 강해지는 것 같은 재호와 티나가 괴물로 보일 뿐이었다.
물론 단순히 그 버프 차이로 이해해선 안 되었다.
중요한 건 기세와 패기!
재호와 티나에게선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철철 넘치고 있었으니…….
‘안 된다… 이대론 안 된다!!’
지켜보는 피로크는 점점 미쳐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가다간… 이대로 가다간…….
“크로킹!”
결국 뭐라도 해야겠다는 강박에 그는 급히 귓속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