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14
613화
밤하늘을 날아 피르시를 페르마 사막 한쪽에다 옮긴 재호.
어두울 때 이동한 탓에 사람들은 두 드래곤이 대륙을 가로지르는 걸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재호도 일부로 그 점을 노려서 바쁘게 이동한 것이었는데, 괜히 어그로가 끌렸다간 한번 잡아 보겠다고 몰려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재호의 접속 한계 시간도 거의 다 되었고 말이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군.
텅 빈 사막 풍경에 피르시가 말했다.
“어쩔 수 없어. 일단은 이렇게 있을 수밖에…….”
혹여나 재호가 없는 사이에 시르피가 깨어나 난동을 피울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황무지로 온 것이었다.
물론 그만큼 주변에 몸을 숨길 곳이 없어 다른 사람 눈에 쉽게 띄긴 하겠지만, 애초에 확인되지 않은 사막 지역으로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으니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일단 옮겨 놓고 접속 종료한 재호.
하지만 다음 날, 네잎클로버 쪽에서 온 다급한 호출에 급히 접속했다.
“…뭐야?”
피르시 옆에서 재접속한 재호는 주변에 바글거리는 사람들 탓에 당황했다.
‘혹시 누군가 날아가는 걸 발견했었나?’
그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전투 상황이 아니라는 것 정도.
“알시아 님!”
그때 재호의 접속을 확인한 랍이 급히 다가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에휴……. 그게… 한 30분 전쯤, 기사단이 구보를 하다 드래곤의 공격을 받았대요. 그래서 포위하고 대치 중이에요.”
“?”
기사단들이야 훈련 협력을 하는 아나볼릭 교단과 사막을 뛰는 경우가 많으니 그렇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재호는 기사단의 훈련 코스를 모르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피르시가 기사단을 선제공격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다행히 아무도 죽진 않았어요. 하지만 기사단이 공격당했다는 소식에 악어새들이 몰려와서…….”
“아.”
기사단에는 악어가족의 리더 치프가 있었으니…….
‘그러고 보니 구경꾼이 아니라 대부분 악어새 길드인 거 같네.’
저마다 악어가족 상징색이 들어간 아이템들을 지닌 걸 보면 확실했다.
“그래도 다행히 치프는 현장에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큰일 날 뻔했어요.”
랍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물론 재호도 동의하는 바였다.
“피르시! 어떻게 된 거야?”
재호는 고개를 돌려 피르시에게 소리쳤다.
“기사단을 공격했다고?”
-아… 그건 사고였다.
“사고?”
-악마의 냄새 때문에 저들이 정체를 숨긴 악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대처럼 정체성이 뒤섞인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마침 함께 있던 자들에게선 강한 신성력이 느껴지기도 했고 말이다.
재호는 피르시가 왜 그런 오해를 했는지 바로 깨달았다.
‘기사단장이… 패로우니까.’
엘리시아 화원의 기사단장은 패로우.
그리고 패로우는 순도 100% 악마였다.
실제로 패로우를 기사단장으로 임명할 당시, 기사단 육성 과정에 영향이 있을 거란 경고도 뜨지 않았던가?
“휴……. 고마워. 진짜 잘 참았어.”
-음?
난데없는 재호의 감사에 피르시가 도리어 당황했다.
실수한 것은 자신이 아닌가 했었건만…….
‘결론적으로 치프가 없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엘리시아 화원에 온 피르시가 막무가내로 일을 저지르진 않을 것임을 확인한 것으로 충분했다.
“아무튼 그것 말곤 별 일 없었던 거 맞지? 혹시 싸우자고 달려드는 인간은 없었어?”
-그런 자는 없었다. 날 처음 마주한 것도 그대의 기사단이었다.
밤새 제법 편한 시간을 보낸 피르시.
-신기한 곳이다. 지난밤, 마력을 이용해 이 사막을 살펴봤으나 여기처럼 상당히 흥미로웠다.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이 함께 있는 것은 물론, 사막을 가로지르는 인공 강까지…….
그 말에 재호는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피르시가 본 것은 엘리시아 화원의 진면목이라 할 수 없었다.
엘리시아 화원의 진짜는 바로 꽃이었으니까.
-보통은 그렇게 생각 안 할 텐데…….
징징이의 쫑알거림은 무시했다.
“그나저나 일단 엘리시아 화원으로 오겠다고 해서 데려왔는데, 이제 어쩌려고?”
재호의 물음에 피르시는 잠시 고민하는 듯 침묵했다.
-나도 이 일대를 관찰하며 고민해 보았다. 내가 이렇게 세상에 계속 노출되는 것도 균형을 흔드는 일. 그래서 이곳의 새로운 수호신이 되는 것이 어떨까 싶군.
“응? 이야기가 왜 그렇게 돼?”
“그렇다! 피르시! 왜 남의 영역에 눈독을 들이는 거지?!”
평소엔 얼굴도 안 비추던 알드리온도 펄쩍 튀어나오며 소리쳤다.
-엘리시아 화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막 전체가 그대의 땅인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그렇긴 한데…….”
-이 사막의 일부에 내가 수호신으로서 자리를 잡겠다.
물론 피르시가 이 넓은 사막 전체를 모두 파악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 중요한 건 수호신으로서의 그럴싸한 왕국이 아니었다.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장소.
그것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엘리시아 화원은 상당히 괜찮은 곳이었다.
아직 방치된 많은 땅이 있었지만, 사막 전체에 걸쳐 경계하는 인력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외부 침입에 대한 대비가 철저히 되어 있는 만큼, 큰 위협 없이 쉴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거 이기적이네…….”
엘리시아 화원의 인력을 날로 이용해 먹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당연히(?) 재호는 그렇게 둘 생각이 없었다.
엘리시아 화원… 아니, 페르마 사막의 수호신이 되어 주겠다고 이야기한 순간부터 재호의 머리에도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페르마 대운하 수호신 어때?”
-음?
요상한 이름에 불안해진 피르시.
하지만 재호는 확신에 차 있었다.
‘가디언 길드가 대운하를 노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완벽한 대안이야!’
가디언 길드가 대운하 쪽을 노린다는 첩보를 얻은 뒤로 계속 걱정되던 점이었다.
가디언 길드가 가지고 있던 폭탄을 죄다 터뜨려 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깽판을 치려면 어떻게든 할 터.
“수호신의 영역을 길게 잡는 것 가능해?”
-설마 나더라 저 넓은 땅을 전부 감시하라는 건가?
“원래 하던 일을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넓은 게 아니라 긴 거야.”
수호신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고 있는 재호.
“드디어 엘리시아 화원 쪽에도 비교적 멀쩡한 드래곤이 수호신으로 들어오는데, 그냥 잠만 자도록 내버려둘 순 없지.”
“음? 멀쩡한 드래곤이란 무슨 소리지?”
알드리온의 물음도 가볍게 무시했다.
“아무튼 그 정도는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 나도 아직 깨어나지 않은 1피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지.”
-으음…….
자신 역시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침음하는 피르시.
듣고 보면 재호의 말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긴 했으니…….
-…알겠다.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결국 피르시가 동의했다.
[룬가 왕국의 수호신 가 페르마 대운하의 수호신으로 변경되었습니다.]“뭐야? 왜 1피는 빠져?”
재호는 이 알림의 맹점을 놓치지 않았다.
-시르피 말인가? 의식이 없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괜찮은 거야?”
-정신이 든 후, 다시 추가로 계약을 하면 될 것이다.
그리 말하니 일단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뭐, 좋아! 그리고 네가 머물 곳은 따로 만들어야 하나?”
-이 사막의 지하에는 비어 있는 공간이 제법 있다. 고대 왕국의 흔적인 것 같은데, 내가 지내기엔 충분할 것 같다.
다만 아래로 이동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했다.
시르피도 의식이 없는 상황이라 제대로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지금처럼 벌판에서 지내야 했다.
-그리고 어차피 시르피가 깨어났을 때, 그대를 한번 만나긴 해야 하니……. 그때 녀석의 설득만 잘 부탁하겠다.
“으음… 뭐 일단은 알았어. 하지만 전에 말한 거 기억하지?”
만약 저 축 늘어진 머리의 주인이 다시 폭주하려는 낌새가 보인다면…….
-물론이다.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고 싶군.
피르시는 당당히 말했지만, 재호는 완전히 믿진 않았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거지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대비해 놓자.’
대형 이벤트 고인물다운 면모를 뽐내며 가장 먼저 재호는 후카를 불렀다.
일단 가장 먼저 할 건 피르시의 존재를 세상에 공표하는 것.
그래야 괜히 드래곤을 잡아 보겠다고 오는 사람들을 방지할 수 있을 터였다.
피르시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플레이어들은 드래곤은 겁내지 않아도 엘리시아 화원은 겁을 냈으니 말이다.
* * *
뉴월드 커뮤니티가 거세게 타올랐다.
원인은 드래곤 피르시를 소개하는 후카의 생방송.
새로운 드래곤이 나타나서?
물론 그것도 이유이긴 했으나, 더 큰 건 후카의 생방송에 재호가 직접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었다.
일성 플라워즈 팀 차원에서 팬과 소통하는 이벤트는 주기적으로 가지긴 했지만, 실시간으로 행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그만큼 라이브 방송에서 재호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건 정말 귀한 기회!
“하하, 알시아 님의 3대 측정 결과는 일성 플라워즈에……. 100m 기록은……. 이상형도 지금은…….”
후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주제와 맞지 않는 질문들을 쳐 냈다.
어디까지나 피르시와 관련해서 문의를 받는 자리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핵심 정보는 모두 전달하긴 했다.
피르시는 페르마 대운하의 수호신이 될 것이며, 만약 드래곤 레이드를 시도할 땐 엘리시아 화원을 향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는 것까지…….
-그런데 알시아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고릴라도 드래곤 아니었나?
└잉? 그게 드래곤이었음?
└ㅇㅇ드래곤임.
-드래곤 호감도작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거임? 나도 드래곤 펫 하나 얻고 싶은데.
└어디 왕국 하나 전멸시키고 길들이셈.
-이래도 월드와이드 배후설을 안 믿는 거냐? 알시아는 한국인이라고 월드와이드의 편애를 받는 거다!
└솔직히 나 그 이야기 개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드래곤 두 마리는 선 넘었지.
└너무 대놓고 밀어 줘서 당황스러울 정도.
└밀어 주긴 뭘 밀어 줘. 가디언 이것들 또 지랄 시작이네.
-가디언 놈들 공작하는 거에 당하는 멍청이들아. 어차피 곧 지나면 브이튜브에 황재호 플레이 공개된다.
└ㄹㅇ그거 보고 까도 안 늦음.
이미 사람들이 잘 아는 것처럼 재호의 플레이 영상은 업로드를 위해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이슈가 생겼다.
“뭐야 이거?”
일성 플라워즈의 감독 김두표.
그는 가디언 길드 쪽에서 온 공문을 확인하곤 헛웃음을 흘렸다.
[가디언 길드의 명예 훼손 여지가 있는 영상물의 업로드는 허가하지 않는다.]몇몇 개인 방송인들 탓에 대부분 생중계되긴 했지만, 당사자인 재호의 녹화본이 공개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더 자세하고 가디언 길드의 추잡한 모습이 담겨 있을 터.
가디언 길드는 그것이 공개되는 걸 막으려는 것이었다.
“하하- 이것들이 미쳤나?”
물론 상황에 따라 이런 요청은 할 수도 있으며, 서로 합의가 된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두표가 화나는 지점은 따로 있었다.
“이것들 지금 중국 내에선 재호 욕 대놓고 엄청나게 하고 있지 않아?”
한국에서도 연일 논란이 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인권 모독이 이루어지고 가디언 길드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재호의 멘탈이 강철보다 더 단단하기에 다행인 일이었다.
“자기들은 온갖 추잡한 짓들을 하고 있으면서 우리 보곤 입을 다물라고?”
심지어 지금 이 공문도 몰래 보내 온 것.
결국 입 다물고 그냥 찌그러지란 소리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이런 무례한 짓을 받아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