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21
620화
뤼니오르에게도 루로아 황녀의 비밀을 이야기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라곤 해도, 그는 재호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대마법사였고 키노와 달리 지켜야 할 선이란 걸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재호가 구구절절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캐묻지 않았다.
제국의 깊은 사정을 알 필요가 없다는 걸 뤼니오르는 스스로 잘 알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키노라면… 어떤 식으로든 속을 긁어 대며 그 비밀을 캐내려 했을 터였다.
“웨이포인트의 허점이라……. 일단 지금까지 검토한 바에 따르면 특별한 이상은 없다네. 솔직히 말하면 이 이상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 정도지.”
“그, 그 정도예요?”
놀란 재호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 번의 실험은 결코 허세가 아니라네. 여기서 뭘 더 하는 건 불가능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네.”
이 이론을 정립한 건 키노.
대마법사들보다 월등한 마법 지식으로 완성한 것이니 뤼니오르가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었다.
“굳이 확인해 보려면 키노에게 묻는 게 확실할 테지만… 그녀의 통찰력은 무서울 정도니, 겁이 나는 것 아닌가?”
“하하… 그렇죠.”
뤼니오르는 재호가 왜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정확히 이해했다.
“혹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순 없는가? 왜 갑자기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인지. 황태자를 만난 후로 그러는 것 같은데…….”
“음……. 아무래도 제국의 안쪽에 웨이포인트를 설치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황태자님이 조금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
-??
아무렇지도 않게 젠트르노 황태자의 이름을 팔아 버리는 재호의 모습에 두 정령이 당황했다.
‘왜? 뭐?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 그야…….
할 말이 없었다.
어쨌든 젠트르노 황태자가 걱정했던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흠……. 사실 다른 사람에게 이것이 얼마나 안전한 것인지 증명할 방법은 없다네. 우리 마법사들은 마법 수식을 통해 알 수 있지만, 모든 이들에게 그것을 이해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렇기에 황태자께서 걱정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뤼니오르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완벽이란 표현을 좋아하진 않지만, 정말 그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네.”
“그렇군요…….”
저렇게까지 확신하고 있으면 아마 문제가 없긴 할 터였다.
게다가 키노 역시 완성되었다고 판단했으니 세상에 내놓은 것일 테고 말이다.
“후… 갑자기 이런 걸 물어 죄송합니다.”
“아니네. 알시아 대왕 그대가 제국에 힘을 써 준 건 잘 알고 있네. 그렇다면 그들의 걱정을 최대한 덜어 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설혹 문제 생긴다고 하더라도 괜찮다고 뤼니오르는 말했다.
“말했듯 우리는 확실히 안전 설계를 해 놓았다네. 아주 작은 이상만 감지되어도 마나는 차단되고 웨이포인트는 작동을 멈추지.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해 드리게나.”
“알겠습니다.”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데 계속 캐물을 순 없었다.
‘뭐… 루로아 황녀님도 그게 사고인 것처럼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라고 하지만 그래서 더 무서웠다.
원래 아는 것보다 미지의 것이 더 무서운 법 아니겠는가?
재호 입장에선 난데없이 악어가족 관련 사건이 터지는 게 완벽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악어가족과 관련이 있다면…….’
어쩌면 더 큰일이 터질지도 몰랐다.
악어새들 대부분은 착하지만… ‘특정 조건’에 따라 굉장히 과격해질 수도 있는 게 악어새였으니…….
* * *
시간은 흐르고 피로크의 15번째 처형식이 치러진 뒤, 제국의 외성 가운데엔 우뚝 솟아난 새로운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았지만, 그것의 정체는 누구도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알시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탑주들 몇 명이 그곳에 나타나자 추측은 점점 더 힘을 받기 시작했다.
“근데 알시아는 안 보이는데? 탑주들 일이면 당연히 알시아도 관련이 있을 줄 알았더니.”
“황제 만나고 있는 거 아닐까?”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지인들과의 귓속말을 통해 재호가 페르마 사막 쪽에 있다는 걸 확인했다.
“엥? 그래? 뭐야, 난 또 뭐 대단한 거 하는 줄 알았더니.”
“…야. 탑주들도 대단한 사람들이야.”
“어?”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은 건물 안으로 향하는 탑주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안에서 보고 싶지만, 주변을 철통같이 막은 병사들 탓에 불가능했다.
“혹시 마탑 짓나?”
“마탑은 개뿔. 네 눈에는 저게 마탑으로 보이냐? 마법 사무소라고 하면 몰라.”
물론 개중엔 제법 그럴싸한 추측을 한 사람도 있었다.
“그거 있잖아. 전에 엘리시아 화원 쪽에서 웨이포인트를 준비한다는 소문 있었잖아.”
“에라이! 그거 떡밥 식은 지가 언젠데 꺼내냐?”
“엥? 꽤 그럴싸한 이야기 아니었음?”
“그럴싸한 건 너 혼자 생각이고. 이 게임이 그런 사기적인 시스템을 추가할 리가 있겠냐? 그럼 플레이어들이 모험하는 맛을 느낄 수 없게 되는데?”
“이동이 편해지면 오히려 모험하기 더 수월하지 않아?”
“죄다 휭휭 순간이동으로 날아다니면 잘도 그러겠다. 넌 인마! 게임 그렇게 쉽게 하려고 하면 안 돼!”
“…….”
그렇게 서로 갑론을박을 벌이던 중…….
저벅- 저벅-
건물에서 다시 걸어 나오는 탑주들.
“어?”
그런데 그사이에 우뚝 솟은 낯익은 머리통이 보였다.
“알시아?”
“알시아 조금 전에 엘리시아 화원 쪽에 있다고 하지 않음?”
“테, 텔레포트로 왔나?”
그때, 이번엔 반대편 거리가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다.
“물러서라!!”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치는 기사.
그리고 그 뒤로 황실 마차 거리를 가로질러 접근했다.
스르르-
부드럽게 멈춘 마차에서 내려선 이는 젠트르노 황태자.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데?”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재호에게 다가가는 황태자를 쳐다봤다.
이어 그의 입에서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웨이포인트 설치는 잘 되었습니까?”
* * *
웨이포인트!
어지간한 RPG 게임엔 반드시 존재하는 게이머 편의 시스템.
하지만 현실과 거의 다르지 않은 생생한 경험을 추구하는 뉴월드엔 그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동 방법은 그저 걷는 것뿐.
아니면 여러 이동 스킬이나 테이밍, 또는 배를 이용한 방법 등이 있었다.
역시 가장 좋은 건 마법사들의 텔레포트.
하지만 그건 정말 극소수의 플레이어들만 익힌 스킬이었기에 보통 논외로 두었다.
그런데 이젠 평범한 플레이어들도 원거리를 단번에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미쳤다! 이게 진짜 되네?
└그럼 이제 대륙 어디든 막 다닐 수 있는 거임?
└ㄴㄴ 그건 아님. 딱 정해진 목적지만 왕래할 수 있나 보더라.
└엥? 그럼 개 별로 아니냐?
└별로는 무슨. 엘리시아 화원이랑 제국 사이만 빠르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어도 개이득이지.
-내가 엘리시아 화원 쪽에 좀 알아보고 왔음. 일단 지금 개통된 웨이포인트 노선이 하나뿐인 건 맞더라. 근데 정확히는 엘리시아 화원도 아님. 좀 떨어진 사막에 건물 잔뜩 짓고 있는 곳이랑 이어짐.
└아, 거기 뭐 뜬금없는 곳 하나 있더라. 거긴 모양이네?
└ㅇㅇ맞을 거임. 물어보니 거기가 웨이포인트 터미널이 될 거라더라.
└ㅋㅋㅋ터미널? 뭔 버스냐?
-그럼 앞으로 대륙에 웨이포인트 하나씩 늘어나는 거임?
└ㅇㅇ그렇대. 대신 가려면 무조건 페르마 사막 쪽 터미널을 거쳐야 함. 아까 말했다시피 웨이포인트 노선은 1:1로 연결되는 거라서.
└사막에 왜 그렇게 커다란 건물 짓는 건지 이제야 이해되네.
└어쨌든 진짜로 이 거지 같은 게임에도 웨이포인트가 생긴다는 거지?
-솔직히 난 좀 마음에 안 들음. 뉴월드의 로망이 황재호 때문에 하나하나 사라지고 있는데? 이 게임을 하는 이유가 뭔데? 판타지 세계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 아님?
└넌 계속 즐기면 됨ㅇㅇ 누가 무조건 웨이포인트 이용하랬나?
└리얼. 탐험하고 싶으면 탐험하면 됨. 웨이포인트는 자기 쓰기 나름이지.
-근데 너네 제일 중요한 걸 까먹고 있음. 저거 안전하긴 한 거임?
안전!
사실 재호가 직접 사용해 봤기에 그건 문제될 게 없었다.
다만 걱정되는 건 역시 루로아 황녀가 봤다는 미래.
‘웨이포인트 사용 시에 발생하는 빛도 전혀 다른데…….’
웨이포인트가 작동할 때 번쩍이는 섬광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악어가족 응원봉에서 나오는 빛과는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아직 다른 특별한 것도 안 보이고…….’
아무래도 제국 웨이포인트에 사람들 두고 계속 감시해야 할 듯싶었다.
* * *
젠트르노 황태자의 웨이포인트 개통 축하사와 함께 정식 운행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신기해하며 웨이포인트를 이용해 본 사람들.
그리고 이게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바로 이해했다.
“이거… 생각보다 너무 편하지 않냐? 돈이 좀 비싸긴 한데…….”
“대륙을 몇 초 만에 이동하는 데 이 정도 돈이면 엄청나게 싸지.”
단 하루.
그 하루 만에 적어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웨이포인트가 절대적인 것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아마 시간이 좀 더 흐르면 NPC들, 특히 상인들이 이용하기 시작하면 뉴월드 세계에 완전히 자리를 잡을 터였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빠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줄칸은 흐뭇한 얼굴로 재호에게 말했다.
“지금 여러 나라와 영지 쪽에서 웨이포인트 개통 제안이 들어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국을 첫 개통지로 선택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제국에서도 설치했는데, 그럼 괜찮지 않을까?
개중에서도 특히나 적극적인 곳이 있었다.
“페르마 사막의 지배자 알시아 대왕님을 뵙습니다.”
재호를 찾아온 대륙 서쪽의 드밴스 왕국의 국왕.
다른 이들이 웨이포인트 개통 의사를 서찰로 타진해 올 때, 여기선 드밴스 국왕이 직접 찾아온 것이다.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재호는 꽃차를 내어주며 말했다.
국왕이 텔레포트도 없이 직접 마차를 타고 오려면 며칠은 족히 걸렸을 테니 그 고생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설마 국왕님이 직접 오실 거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허허,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출발했습니다. 웨이포인트야말로 저희에게 딱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드밴스 왕국은 품질 좋은 여러 광물이 매장된 광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국 기사단의 무기와 갑옷을 만드는 데도 들어가죠.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드밴스 왕국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
“저희는 이 뛰어난 광물들을 더 많은 곳에 판매하고 싶습니다. 엘리시아 화원 역시 드워프 장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 물어보면 드밴스의 광물 품질이 아주 훌륭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드밴스 국왕의 눈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하지만 너무 외진 곳에 있다는 것이 늘 저희들의 발목을 잡아 왔습니다. 그래서 웨이포인트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부디 저희 드밴스 왕국과 페르마 사막을 잇는 웨이포인트의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흐음…….”
“그런데… 지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왠지 모르게 거슬리는 표현.
“예! 웨이포인트는 엘리시아 화원에서 놓아주시는 것 아닙니까?”
어쩐지…….
재호는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 이야기를 드리지만… 이거 설치비용은 공짜가 아닙니다.”
“어… 제국엔 무료로 설치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어허-”
어디서 그런 양심 없는 소리를 하느냐란 표정의 재호.
그야 제국이니까!
웨이포인트는 자선 사업이 아니었다.
웨이포인트 전용 건물 건설 및 마나석까지… 그 모든 건 설치를 희망하는 곳에서 감당하는 게 조건이었다.
왜냐하면…….
‘마탑 쪽에도 이젠 돈이 없으니까.’
아무리 미래 수익이 보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사치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