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22
621화
사실 웨이포인트 운영의 주체는 재호가 아니라 마탑 연합이지만, 현재 설치 및 서비스 논의는 엘리시아 화원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마탑이란 곳이 아무나 들락거릴 수도 없거니와, ‘마탑 연합’의 업무를 보는 장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건 곧 완공될 마법의 광장에서 담당하게 될 예정이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지금은 엘리시아 화원이 홀로 그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마법의 광장 건물이 완공된 이후에도 깊게 관여는 하게 될 것이었으니 당장 재호가 어떻게 하든 별로 문제될 건 없었다.
단, 총책임자가 된 만큼, 그리고 이번이 첫 사례인 만큼 확실히 일을 처리해야 했다.
괜히 상대 눈치 보며 애매하게 처리했다간 나중에 코 꿰일지도 몰랐으니.
“죄송하지만… 제국과 드럼스 왕국은 다릅니다. 저희는 허가가 필요했고, 제국은 허가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니 말입니다.”
“…드밴스입니다만.”
“아.”
제국과 드밴스 왕국이 얼마나 다른지 잘 보여 준 재호는 민망함에 헛기침을 흘렸다.
“아무튼… 엘리시아 화원과 마탑 연합은 전 대륙을 웨이포인트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그건 단시간에 되는 것이 아니며, 특히 돈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재호의 말에 옆에서 대기하던 재무관 피스오가 문서 하나를 드밴스 국왕에게 건넸다.
거기에 적힌 건 건물 건설비용과 마력 공급을 위한 마나석, 웨이포인트 마법진을 새겨 넣을 특수 청석과 코팅 작업 등등…….
소모되는 비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이, 이게…….”
드밴스 국왕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드밴스 왕국의 재정 규모와 상대 비교를 해 보면 아주 큰 부담이긴 했다.
최근 마탑 연합이 돈에 점점 야위어 가는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저희가 무상으로 해 드린다면 엘리시아 화원은 물론 마탑 연합 파산하게 될 겁니다.”
“하… 하지만 웨이포인트가 자리를 잡게 되면 투자한 것 이상의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단, 차근차근 진행했을 때 가능한 일.
하지만 재호도, 마탑 연합도 그렇게 지지부진하게 일을 추진할 생각은 없었다.
“죄송하지만 무상으론 불가능합니다.”
재호는 딱 잘라 말했다.
“그, 그런…….”
허탈함에 드밴스 국왕이 중얼거렸다.
이미 말했지만, 드밴스 왕국의 재정이면 부담되긴 해도 할 순 있었다.
당장 큰 지출은 있겠지만, 재호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장점은 더 커질 테고…….
하지만 이렇게 되니 자신이 직접 방문했음에도 단호하기만 한 재호의 태도 섭섭했다.
“그러나…….”
그 순간, 재호의 입에서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나왔다.
“로밴스 국왕께서 직접 방문해 주셨음에도 이런 이야기밖에 드리지 못하는 건 분명 죄송스러운 일.”
“…드밴스…….”
“사실 이렇게까지 웨이포인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주신다는 것에 감동했습니다.”
“헉? 그 말씀은……?!”
공짜는 어려웠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낼 수 있진 않겠습니까?”
“무, 물론입니다!”
드밴스 국왕은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쨌든 자신은 철저한 을.
웨이포인트 주도권을 가진 것도 재호였으며, 대륙의 인지도만 보아도 대왕의 칭호를 지닌 재호가 훨씬 앞섰다.
그런 존재가 협상을 통해 서로 좋은 방향을 찾아보자고 하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당했네.
-당했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꼰대와 징징이는 고개를 저었다.
재호는 단순히 퍼 주기 위해서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었다.
그랬다면 그런 이야기 자체를 꺼내지도 않고 깎아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해 줄 수 있었을 테니까.
즉, 대화해 보자는 건 이쪽에서도 뭘 좀 뜯어 내 보겠다는 뜻!
하지만 드밴스 국왕은 재호의 시커먼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 * *
웨이포인트 개통 비용의 60%를 엘리시아 화원에서 지원.
단, 웨이포인트 이용료에서 발생하는 수익 분배를 엘리시아 화원, 마탑 연합, 드밴스 왕국이 각각 4:5:1로 결정.
표준 분배율은 3:5:2였지만, 드밴스 왕국의 1을 엘리시아 화원이 갖기로 했다.
또한 드밴스 왕국의 특산물이라 할 수 있는 고품질의 광물들로 그 1로 치기로 합의했다.
그런 선택의 배경은 도마뱀 시티 쪽에 급히 확인한 정보 때문이었다.
-드젠스? 드밴스? 이름은 모르겠군. 아마 그 서남쪽의 시골 영지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응? 영지가 아니라 나라라고? 흠, 코딱지만 해서 몰랐군. 맞아. 그쪽으로 꽤 훌륭한 광산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 하지만 주변이 죄다 험한 돌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니기가 개 같아. 조그만 마차들이나 겨우 다닐 수 있어서 대량의 광물이 필요한 우리로선 관심 밖이었지. 뭐? 그쪽 광물을 공급해 줄 수 있다고? 그럼 언제든 환영이지! 품질은 확실하니까.
도마뱀 시티의 장인 드렐리어의 이야기를 전럭협이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드워프가 인정했다면 그건 확실히 최상급 광물일 터였다.
드밴스 국왕 역시 해당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들 입장에서 딱히 큰 손해를 보는 건 없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기존 드밴스 왕국의 상거래 규모에는 한계가 있었다.
주변에 광산이 많다는 건 곧 상당한 험지라는 뜻이었고, 워낙 대륙 구석에 있다 보니 활발한 무역이 이뤄지기 어려웠던 것이다.
드밴스 왕국에서 나오는 원석들이 아무리 품질이 좋다고 하더라도, 운송비용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너무 떨어졌다.
그나마 돈 걱정이 없는 제국에선 더 좋은 재질의 무기들을 만들기 위해 드밴스 왕국과 거래를 했지만, 다른 곳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웨이포인트가 개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페르마 웨이포인트 터미널을 통해 대륙 전 지역과 무역을 할 수 있을 테고, 그만큼 수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엘리시아 화원에 주는 1할 정도는 손해라고 느껴지지 않은 정도로…….
어디 그뿐인가?
드밴스 왕국에 웨이포인트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주변 영지들이나 왕국의 사람들도 그곳을 이용하게 될 터였다.
자연스럽게 왕국의 규모 자체도 확장되고 발전되는 것이다.
그 모든 걸 따져 보면 드밴스 국왕은 재호가 광물 거래 수수료 일부를 내놓으라고 했더라도 받아들였을지도 몰랐다.
실제로 피스오 재무관은 그러고 싶어 안달이 나기도 했고…….
‘하지만 그렇게 하는 건 너무 골치 아픈 일이야.’
웨이포인트를 이용한 거래 수수료에 손대는 순간, 앞으로 있을 다른 곳들과의 계약에서 온갖 혼란을 일으킬 터였다.
웨이포인트에 대한 우호도 역시 뚝 떨어트릴 테고 말이다.
‘딱 이 정도가 적당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거래.
당장 들어가는 건설비용을 생각하면 엘리시아 화원 쪽이 좀 더 손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건 오히려 장점일 터였다.
고품질의 광물을 받아 그것을 도마뱀 시티에 판다.
그리고 도마뱀 시티는 그 물건을 아이템으로 제작해 다시 판매하며, 거기서 발생하는 수수료 일부가 세금으로 엘리시아 화원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돈으로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엘리시아 화원, 그리고 알시아 대왕님의 통 큰 결정에 감동했습니다!”
“아닙니다. 이제 트렌스 왕국은 엘리시아 화원과 친구가 될 테니 말입니다.”
트렌스고 뭐고,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드밴스 국왕은 그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왕국의 부푼 기대에 이름 정도 틀리는 건 그냥 넘길 수 있었다.
* * *
하루하루 시간은 흘렀다.
재호를 향한 가디언 길드의 비난은 이제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지치지도 않나 싶을 정도로 집요했지만, 그와 별개로 게임 내에서의 가디언 길드는 조용했다.
아니, 뭘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 게 정확했다.
룬가 왕국은 가디언 길드 거점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렸으며, 다시 세력을 결성하려고 해도 귀신같이 제국이 기사단이 나타나 훼방을 놓았다.
특히 재호가 새로운 길마인 장패드에 대한 정보를 넘겨준 것이 컸다.
장패드는 매일매일 숨어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었고, 제국의 무서움이 대륙에 널리 퍼져 감히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얼씬도 할 수가 없었다.
어디를 가든 그의 몽타주가 떡하니 걸려 있었고, 칼같이 신고가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현시점에서 가디언 길드는 재호의 걱정거리 목록에서 후 순위로 밀려나 있었다.
요즘 가장 걱정되는 건…….
‘제국의 웨이포인트인데…….’
루로아 황녀가 본 미래.
가디언 길드의 깽판은 일어날지 어떨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루로아 황녀가 본 미래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미래!
지금 이대로 기다리다 보면 그녀가 본 사건이 터지고 말 터였다.
어떻게든 징조를 발견해 변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재호의 입장.
‘웨이포인트에 관한 관심이 한참 뜨거운데, 분위기 좋을 때 사고라도 터져 버리면…….’
끔찍한 상상에 얼른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브리즈 씨한테 이야기는 해 놓았으니…….’
파견된 전럭협이 주변 거리를 실시간으로 감시했으며, 황태자 또한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뭔가 터진다면 분명 그 조짐이 있을 테고,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
-알시아 님!
그때, 계속 걱정과 고민에 머리를 뜯던 재호에게 랍의 귓속말이 걸려 왔다.
덜컥!
루로아 황녀의 미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악어새 우두머리의 귓속말에 재호는 심장이 덜컹했다.
“무, 무슨 일이에요?! 심각해요?”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너무 건너뛴 재호의 급발진에 랍은 당황했다.
“아, 뭔일 터진 거 아니에요?”
-아, 아뇨? 아직 터진 건 없는데요…….
“아직?”
-아뇨, 아뇨. 없어요!
아무 생각 없이 말했던 랍은 얼른 덧붙였다.
-사건이 있어서라기보단 저희 쪽에 발생한 이벤트가 좀 이상해서요.
“이벤트? 그게 사건 아닌가요?”
-어… 굳이 따지면 그렇긴 한데……. 별로 심각한 건 아니에요.
이상하리만치 사건에 집착하는 재호의 태도에 랍은 살짝 주눅이 든 목소리로 말했지만, 사실 재호는 조금 기뻤다.
“뭐죠?!”
드디어 재호의 밤잠을 설치도록 만들 뻔한 루로아 황녀가 본 미래.
어쩌면 지금 그 비밀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름이 아니라, 황녀님이 저희를 초청하셨어요.
“…네?”
루로아 황녀가 악어새를……?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 황녀님이 저희를 초대했어요. 악어새 오프 모임… 아니지. 게임 안이니까 오프라 하긴 좀 그렇고……. 아무튼 팬들끼리 모여서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하네요.
“어…….”
재호는 혼란스러웠다.
물론 루로아 황녀의 마음속에 악어가족은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다른 악어새까지 직접 만날 정도라고?
‘아니, 잠깐만. 뭐가 이상한데?’
재호는 문득, 루로아 황녀가 악어가족을 초대한 것도 아니고 악어새를 초대했다는 사실에 위화감을 느꼈다.
악어가족은 글로벌 톱스타였고, 그런 이를 멋대로 오라 가라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루로아 황녀는 현실의 그런 규칙을 몰랐다.
‘그런데… 악어가족이 아니라 악어새를 불렀다는 건…….’
NPC는 이해하기 어려운, 악어가족과 악어새의 관계를 루로아 황녀가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뜻!
‘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재호는 식은땀이 흘렀다.
루로아 황녀가 악어새에 가입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왠지 그녀가 본 미래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모를 것 점점 다가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