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30
629화
오랜만에 만난 아이쉬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어떻게 지냈어?”
“하하! 우리야 늘 잘 지냈지! 오랜 세월, 바닷속에서 묵묵히 지내 왔던 게 우리지 않는가?”
역시나 기합 가득한 아이쉬의 대답.
“아트리우스는 어때? 헬릭스를 봉인한 이후로 힘들 텐데.”
“흐음, 사실 썩 좋지는 않지. 아무래도 헬릭스의 봉인에도 우리가 신경을 쓰고 있으니 말이야.”
바다 깊은 곳에 다시 잠들은 헬릭스.
지상의 생명체들이 그것을 관리할 수는 없었기에 아트리우스에서 대신 지켜봐 주고 있었다.
재호로선 너무나 고마운 일.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부탁하기가 더 미안하네.’
그런 생각이 드는 한편, 동시에 안도감도 들었다.
만약 조차 없이 불러냈으면 더 민망할 뻔했으니…….
“그나저나 오늘 부른 건 그대가 말했던 인공 강이 완성되어서인가? 드디어 왕국을 구경시켜 주는 것인가?”
“어……?”
갑자기 훅 들어오는 아이쉬의 질문에 재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렇지 않아도 바다와 하이가에게 들었었지. 바다와 이어지는 새로운 물길이 생겨났다고. 역시 그대였군!”
“그, 그렇지!”
듣다 보니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났다.
대운하가 개통되면 꼭 초대해 달라고…….
아무래도 재호가 부른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흠흠, 일단 오늘은 그 때문이 아니라…….”
“음? 그런가?”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너희들을 초대하기 위한 준비도 안 되어 있어. 좀 더 제대로 준비한 뒤에 초대할 생각이었지.”
적어도 지금 한 말은 진심이었다.
인어는 꼭 물속이 아니더라도 살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펄펄 끓는 사막을 통과하게 할 순 없는 일.
그들을 위한 욕조 마차라도 준비해야 할 터였다.
“그럼 오늘은 무슨 일로……?”
어쩐지 조금은 풀이 죽은 듯한 목소리로 변한 아이쉬.
재호는 심한 죄책감을 느끼며 본론을 꺼냈다.
“그게… 바다의 의지의 도움을 한번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혹시 가능할까?”
염치없음을 무릅쓰고 겨우 꺼낸 목적.
“아, 먼 바다로 나가야 할 일이 있나 보군.”
“미안해. 아트리우스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아는데, 꼭 필요한 일이라서.”
차마 댄스 선생님을 데리러 가려는 것이라곤 말을 하지 못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긴 하지. 그 정도로 여유가 없진 않으니. 하지만…….”
뭔가 곤란한 것이 있는 듯, 그는 말끝을 흐렸다.
“우리야 친구니까 상관없지만, 폐하는 심기가 조금… 안 좋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 두는 게 좋을 거야.”
“아! 그렇지 않아도 용왕님에게 드릴 선물도 있었어.”
재호는 을 꺼내 보여 주었다.
“오오, 이건? 하나 또 구한 모양이군!”
“맞아. 이거면 용왕님 기분이 좀 덜 상하려나?”
아이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적어도 폐하의 기분이 나락으로 추락하진 않겠어.”
“…그 정도로 위험했던 거야?”
“하하! 비슷했지. 물론 이걸 드린다고 하더라도 마음껏 바다의 의지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지금 한참 회복에 집중하는 중이니까.”
그건 재호도 충분히 이해했다.
“아마 대놓고 갔다 오려면 눈치가 좀 보일 것 같고…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아이쉬는 서루발 용왕의 심기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고 재호가 해저 터널을 이용할 방법을 제시했다.
“일단 파편을 가져가는 걸 빌미로 아트리우스로 가세.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척하며 그대의 목적지로 바로 가 버리게나. 대신 돌아오는 건 직접 항해해야 할 것 같군.”
“…….”
목적지가 평범한 곳이었으면 아이쉬의 제안이 문제될 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재호가 가려는 곳은 위스트넌.
해상으로 돌아오는 길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장소.
“어…….”
순간 재호는 ‘가지 말까?’ 진심으로 고민되었다.
조금 늦어지는 것 정도는 상관없었다.
다키스트가 말했던 것처럼, 미리 선생님을 구해 놓으면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니까.
근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돌아올 수 있을 때의 문제였다.
“혹시 아트리우스가 다시 개방하는 건 언제쯤이 될 것 같아? 일주일? 이주일?”
재호의 조심스러운 물음.
“무슨 소린가? 지금의 추이면 아무리 빨라도 한 달은 걸릴 것 같은데.”
“…….”
“왜 그러나?”
“그렇긴 한데… 돌아오는 길이 너무 험난할 것 같아서…….”
“뭐, 사실 돌아올 때도 날 부르면 되긴 하네. 하지만 폐하의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을 테야.”
“그렇겠지…….”
참 곤란한 상황이었다.
갔다 돌아올 수 있긴 하다지만, 은근 깐깐한 용왕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 ‘나락’이라고 언급하지도 않았던가?
“…아! 아이쉬. 그럼 혹시 말이야…….”
그때, 재호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입을 열었다.
“바다 가운데를 막고 있는 장막. 그곳을 통과하는 법을 인어들은 알고 있을까?”
장막.
그것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은 건 마계의 악마들에게서였다.
어쩌면 이 세계의 근원적인 비밀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르는 그것.
천사는 물론, 악마들도 기억을 봉인해 버린 것이 바로 그 장막에 대한 것이었다.
“장막? 그게 뭐지?”
그런데 아이쉬는 단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지금 바다 위는 다른 대륙과 차단되어 있어. 아직 인간들 사이에선 그곳을 통과하는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고. 그것만 아니라면 돌아올 땐 해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아! 장막이라고 해서 몰랐어. 우리와는 부르는 게 다르군.”
아이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츠 경계를 말하는군.”
“…뭐?”
“바닷속까지 차단된 세 갈래의 수벽. 그건 오로지 물의 흐름만을 허락하지.”
“…….”
뭔가 노골적인 이름과 장막의 형태.
재호는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것에 의심을 가져 봐야 피곤해지는 건 자신뿐이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있지.”
하지만 이어진 아이쉬의 말을 듣는 순간, 그런 의심은 싹 사라졌다.
“토, 통과가 가능하다고?”
“우리야 굳이 그곳을 이용할 필요가 없지만, 가능하긴 하다.”
“정말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이렇게 쉽게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항해(?)를 통해 위스트넌에 도착한 건 베어고릴즈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그도 어쩌다 거기까지 갈 수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탈진 상태로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며 표류하다 운 좋게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재호의 경우엔 곰덫 아귀에게 먹힌 사이에 운 좋게 장막을 넘었었고…….
“뭐, 인간들은 알아낼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일단 가세나. 가서 하이가에게 직접 설명을 듣는 게 나을 테니.”
아이쉬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잉헬 호를 소용돌이 속으로 집어넣었다.
* * *
아이쉬가 겁을 줬던 것과 달리, 서루발 용왕은 생각보다 재호의 방문을 반겼다.
그리고 까지 쥐여 주자 그 기쁨은 더욱 커졌다.
“이것으로 [바다의 의지]의 회복이 더욱 빨라지겠군.”
하지만 재호는 눈치가 아예 없진 않았다.
여기서 만약 다른 소리를 꺼냈다간 저 기쁜 미소가 조금은 옅어질 것임을 직감했다.
그렇게 서루발 용왕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나온 재호.
그리곤 고대 인어 하이가를 만나기 위해 아이쉬를 따라 나섰다.
“근데…….”
아트리우스 거리를 지나가던 재호는 굉장히 거슬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사람들이 전혀 없진 않네?”
거리 곳곳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다.
꼭…….
‘옛날 전럭협 보는 거 같은데.’
재호가 그리 느끼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들은 현재 아트리우스 난민이었으니 말이다.
헬릭스 전투 이후, 아트리우스의 갑작스러운 봉쇄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립된 사람들.
물론 아트리우스의 환경은 과거 전럭협보단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인어들은 당시 엘프와 달리 인간을 벌레 보듯 하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물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빌리는 잠영 세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아트리우스의 화폐로 이용되는 멋진 조개 따위를 줍고 다니는 것이 그들의 일과…….
그렇다고 해서 바닷속, 멋진 모험을 떠나기엔 아트리우스 주변이 너무 안전했다.
간혹 ‘포기하면 편해.’라는 명언에 따라, 스스로 익사를 택하고 육지의 부활 지점에서 다시 태어나는 걸 택하는 이들도 있긴 했다.
남은 사람들은?
“내일은 열릴 거야!”
“모레는 열리겠지……!”
“지금까지 버텼는데 죽는 건…….”
“지금 죽었는데 내일 열리면 아깝잖아…….”
미련이 꼬리에 꼬리를 문 결과,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통로가 닫힌다고 미리 알리지 않았던 건가?”
“그럴 리가. 하지만 저들은 아트리우스와의 의리를 지키겠다며 저렇게 남았지! 아주 고마운 인간들이야!”
“…….”
도대체 뭘 보고 의리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
“아, 알시아?”
그때 재호를 알아본 이들이 하나둘 좀비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타, 탈출로가 열린 건가?”
“알시아가 왔다는 건……?!”
죽은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현실을 알게 된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서둘러 해저 터미널로 향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재호는 죽은 바다의 땅으로 진입했다.
“하이가!”
“음? 아이쉬? 어? 알시아!!”
뒤따라 들어온 재호를 발견한 고대 인어 하이가.
“알시아?”
“알시아가 왔다고?”
곧 다른 고대 인어들도 나타나더니 신나게 댄스 타임을 가졌다.
“정말 오랜만이군! 빌어먹을 갈매기 덕분에 지상과의 왕래가 끊겨 얼마나 심심하던지!”
갈매기는 헬릭스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워워- 일단 진정하고. 하이가! 알시아가 궁금한 게 있다는군.”
“하하하! 얼마든지 물어보게나!”
하이가의 허락을 얻은 뒤, 재호는 장막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아하! 반츠 경계에 대해 말하는 건가?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군.”
그리 말한 하이가는 재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혹시 전에 줬던 해도를 가지고 있나? 바다의 의지를 직접 쓰는 것보단 그게 낫겠군.”
“아, 여기 있어.”
재호는 를 꺼내 주었고, 그것을 쫙 펼쳐 놓은 하이가는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었다.
[가 제작자에 의해 본 모습을 드러냅니다.]파앗-
마치 홀로그램처럼 뿜어져 나온 빛이 뉴월드의 바다를 그려 냈다.
그리고 재호는 바로 장막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반츠…….’
모를 수가 없는 형태였으니 말이다.
“바다를 가르는 이 세 경계는 우리 고대 인어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존재해 온 것이지. 그 정체는 누구도 몰라. 윗세대의 어른들은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에겐 알려 주지 않았거든. 하지만 넘어가는 방법은 알고 있지.”
하이가는 갈퀴가 달린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이 경계가 닿지 않는 외곽까지 크게 돌아가는 법. 단, 그러기 위해선 세상의 끝으로 가야만 하지.”
“…안 되겠네.”
“맞아. 그건 멍청이들이나 할 만한 짓이거든.”
척-
그러면서 하이가는 반츠 경계의 중앙을 가리켰다.
“강력한 폭풍우 지대. 저곳이 길이다. 단, 인간들이 만든 배로는 저곳에 들어서는 순간, 갈기갈기 찢어져 버리겠지.”
“인간들이 만든 배…….”
그렇다면 저주받은 배, 고잉헬 호는 다른…….
“당연히 그것도 박살이 나겠지.”
“앗, 그러면…….”
“우리 인어들은 거의 이용하진 않지만,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길이 있다네.”
스으-
입체적으로 보이는 지도의 아래를 가리킨 하이가가 입을 열었다.
“심해보다 더 깊은 곳. 그곳에 길이 있을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