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32
631화
크로우 대부족이야 이미 설명을 들었기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젊백호는 또 뭐란 말인가?
“다키스트? 젊백호가 어딘지 알아?”
-젊백호?
“응. 방금 완식이한테 귓속말 왔는데, 그쪽이 크로우 대부족이랑 연합했다는데?”
재호는 완식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 주었고, 다 들은 다키스트는 알 것 같다는 듯 말했다.
-최근 우리 쪽 정보원에 따르면, 백호 길드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했거든? 내부 분위기가 묘하다고 하던데……. 둘 다 백호인 걸 보면 파벌로 쪼개진 거 아닐까?
“근데… 이름이 대체 왜 그래? 젊백호가 뭐야? 젊은 백호?”
-그,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애초에 산적 같은 얼굴로 꽃 이름을 아이디로 짓는 인간도 있는데.
“?”
-?
어쨌든 정리하자면, 방금 위스트넌의 최강 부족과 백호 길드의 일부가 재호와의 전쟁을 선언했단 소리였다.
“공교롭네.”
또다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음을 재호는 직감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다는 것도…….
* * *
백호 길드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만든 새로운 길드.
하지만 그들은 백호 길드에서의 추억을 잊지 않았다.
해서 새로운 길드를 만들어 백호 길드를 추억했다.
젊은 백호 길드원이 만든 새로운 백호 길드.
이름하여 젊백호 길드!
과연 젊은이의 네이밍 센스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의 실력은 진짜였다.
애초에 백호 길드는 게임 실력, 지갑 실력이 모두 검증된 길드.
그중에서도 한창 팔팔한 젊은 길드원들이니 말해 뭐할까.
그들은 빼앗긴 한국 최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계획을 빠르게 시작했다.
백호 길마였던 박연호는 엘리시아 화원과 싸우는 건 바보짓이라고 했었는데, 사실 젊백호 길드 역시 같은 생각이긴 했다.
‘그대로 붙는다면 말이지.’
젊백호 길마가 된 불로불사김투귀.
그에겐 계획이 있었다.
‘연호 형님이 위스트넌을 개척해 보자고 했을 땐 솔직히 이해 못 했는데…….’
그는 한참 축제가 열리는 중인 크로우 대부족을 둘러보며 씩 미소 지었다.
‘아마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준비한 거였겠지. 언제든 수인들의 힘을 빌려서 싸울 수 있도록……!’
아니, 그건 김투귀의 착각이었다.
백호 길마 박연호가 위스트넌으로 온 건 복합적인 이유였다.
백호 길드의 새로운 도약, 그리고 엘리시아 화원의 위스트넌 개발 견제가 목적.
백호 길드가 대륙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했던 건 맞지만, 점점 설 자리가 좁아져 가던 것도 사실.
게다가 플레이어 사회가 엘리시아 화원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사태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땅이나 나라도 가지지 않은 채, 모험가 길드로만 남은 백호 길드가 그 흐름에 저항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으니…….
그렇다면 최소한의 기반만 남긴 채, 위스트넌으로 넘어가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고 판단을 내렸다.
동시에 위스트넌에서 재호의 밀명(?)을 받은 다키스트를 견제할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해서 고생 끝에 그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크로우 대부족의 인정을 받아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건 가장 먼저 위스트넌에 온 베어고릴즈조차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쟁을 위한 건 아니었다.
김투귀가 멋대로 지레짐작한 것일 뿐.
김투귀는 예전부터 크로우 대부족의 수인들이 지닌 타고난 호전성을 제대로 꿰뚫어 보았다.
그들은 강한 생명체와의 싸움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존재들임을 말이다.
그 본능을 자극해 젊백호 길드와의 더 확실한 동맹을 형성했다.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긴 했지만…….
예를 들어 재호가 대륙의 최강자라거나… 도망친 수인들이 그 아래에 복종하고 있다는 등의 거짓말들.
해서 크로우 대부족의 수인들은 재호와 엘리시아 화원을 향해 출정을 결심했다.
다만 이렇게 급진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을 두고 젊백호 길드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긴 했다.
만약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나면 그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두고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위스트넌에선 대륙으로 갈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데.’
김투귀의 생각은 그랬다.
바다를 건너려면 무조건 아트리우스를 통과해야만 하는데, 현재 그곳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
즉, 바다를 나가 본 적 없는 수인들은 한동안 위스트넌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게다가 아트리우스가 다시 열린다고 하더라도 문제될 건 없어.’
그가 방송을 통해 이 선전포고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목적.
‘황재호가 미치지 않은 이상, 수인들이 아트리우스 출입을 허락하지 않겠지.’
결국 수인들은 절대 위스트넌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두 세력이 정면충돌하는 일은 어지간해선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러다 결국 정말로 부딪히게 되면 어쩌냐고?
‘그땐 알시아가 직접 엘프들을 끌고 들어왔다는 뜻인데……. 그럼 끔찍한 굴욕만 맛보고 돌아가겠지. 어차피 대륙을 직접 건너가지 않는 이상, 내 거짓말은 알아챌 수 없어.’
이전 백호 길드 당시, 크로우 대부족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들이는 동시에 크로우 대부족 수인들의 전투력 또한 철저히 분석했다.
하지만 그들로서도 그 끝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정도!
추정에 따르면 크로우 대부족의 평균 전투력은 최소 엘프 이상으로 판단했다.
아니, 어쩌면 엘프족 전투원과 비등한 수준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수인종 상위 개체들은 그 이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즉, 이러나저러나 우리가 곤란해 처할 일은 절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투귀는 물론…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분명 재호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반츠 경계를 넘는 법을 모른다.
그럼… 우람과 함께 다니는 수인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 * *
고잉헬 호를 해상에 정박해 놓은 채 계속 고민하던 재호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일단 한번 가 보자!
다른 것보다 젊백호 길드란 곳에서 크로우 대부족을 자극해 엘리시아 화원을 거론했다는 게 거슬렸다.
‘일단 직접 상황을 확인해 보는 것 정도는 필요하겠어.’
그래야 이후 대응 방향도 적절히 설정할 수 있을 테니 말이었다.
촤아아-
천천히 해안으로 올라선 고잉헬 호가 완전히 정박했다.
[위스트넌 대륙에 도착했습니다!]“오오! 드디어 위스트넌에 왔구나!”
“여기가 수인들의 세상……!”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의 기대 가득한 중얼거림.
하지만 재호에겐 또 다른 알림이 추가로 떠올랐다.
[*클래스 퀘스트*] [당신은 대륙 곳곳에 천과수를 심어 천계의 천사들을 만족하게 만들었습니다.하지만 그들은 은근히 탐욕적인 존재들.
새로이 발견된 대지에도 천과수를 심어 수확량을 더 늘리기를 원합니다.] [퀘스트 목표 : 위스트넌 각지에 천과수 심기(0/50)] [보상 : 정령화신(精靈花神)으로 승급]
‘아, 맞다. 나 이런 퀘스트가 있었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클래스 퀘스트의 존재.
굳이 승급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터라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
‘그나저나 퀘스트 내용이 좀… 지나치게 노골적이네.’
새삼스러운 것도 없긴 했다.
정의의 대천사라는 프티머스가 재호 천과를 뇌물로 받을 정도이니 말해 뭐할까?
‘정령화신이라는 것도 이름만 거창하지, 그냥 명예직 같은 거 아냐?’
점점 더 승급 욕심이 사라지는 재호였다.
한편, 역시나 위스트넌 도착을 알게 된 무임 승선 플레이어들 쪽에서도 소란이 일어났다.
“어? 위스트넌이라고?”
“집으로 가는 게 아니었어?”
아트리우스에서 고잉헬 호에 달라붙어 쫓아온 플레이어들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알림을 보곤 넋이 나갔다.
두 발로 육지에 설 수만 있게 해 달라고 했지만, 이런 건 아니었다.
여긴 위험하기로 유명한…….
“쯧쯧, 이 답답한 인간들아.”
그때,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의 버팔로가 혀를 차며 끼어들었다.
“응? 누구세요?”
“…나 몰라?”
“네…….”
“뭐, 그럴 수 있지. 잘 기억해 둬라. 난 고잉헬 호의 갑판장 버팔로다.”
“아… 예…….”
부선장, 또는 항해사라고 했으면 좀 대단하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갑판장이라고 하니 뭔가 애매한 느낌.
“너희들 알시아 영상 봤어 안 봤어?”
“어… 많이 봤죠. 근데 죄송하지만, 그쪽은 기억이 잘…….”
그들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는 아무리 갱생되었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쓰레기.
꼭 알 필요는 없…….
“아니, 알시아랑 따라다니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못 봤냐고.”
아무래도 이들이 제대로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것 같으니 일깨워 주고자 이렇게 나선 것.
“오히려 너희들은 운이 더럽게 좋은 거야. 알시아랑 같이 위스트넌을 왔으니까.”
“그게 무슨 개소리…….”
“헉?!”
그 순간, 버팔로의 이야기를 이해한 한 사람이 험한 말을 뱉으려던 이의 어깨를 콱 움켜줬다.
“악! 왜 그래?!”
“머, 멈춰! 욕은 하지 마! 저 사람의 말이 사실이니까!”
“그쪽은 또 무슨…….”
“생각해 봐! 알시아 님이 굳이 뭐하러 이 먼 곳까지 왔겠어?!”
“그야… 어?”
그러게?
왜 왔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설마…….”
“퀘스트?!!”
재호가 이곳까지 왔다는 건 분명 큰 사건이 터진다는 뜻이었다.
남들은 어떻게든 재호와의 퀘스트를 한 번이라도 함께하기 위해 필사적이거늘, 자신들은 그 기회를 얻지 않았는가!
그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
“음! 이제야 이해했군.”
그들의 바뀐 눈동자를 본 버팔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알시아 님이 우리를 끼워 주실까?”
보통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퀘스트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걸 극도로 꺼렸다.
특히 규모나 중요도가 크고 높을수록 말이다.
위스트넌까지 올 정도라면 분명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자신들에게도 기회를 나누어 줄지…….
하지만 그건 그들의 괜한 걱정이었다.
재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일에 사람들이 난입하는 걸 막은 적이 없었다.
아니, 독식 자체가 불가능한 스케일의 퀘스트가 대다수였다.
게다가 지금의 재호는 조용히 움직이는 것 자체도 불가능했기에 더더욱 불가능한 일.
소문에는 재호의 현재 위치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판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흥분한 나머지 상황을 냉정히 파악하지 못하는 그들.
버팔로는 그 어설픈 모습에 악마의 미소를 지었다.
“말했잖아? 나 갑판장 버팔로야. 나, 그리고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를 따라오면 자연스럽게 한입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저, 정말입니까?!”
“크흡… 감사합니다!”
그들은 기뻐하며 버팔로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크크- 봤냐? 성공했다.’
버팔로는 저 뒤에 선 길드원들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사실은 그저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를 대신해 잡일 및 고기 방패로 써먹기 위해서란 걸,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 *
“알시아! 와! 실제로 보는 건 진짜 오랜만이야!”
고잉헬 호가 정박한 해안으로 나타난 다키스트.
“…너 게임 중독이야. 실제로 보는 게 오랜만이라니…….”
재호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현실에서 다키스트를 본 건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것이다.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다키스트는 뒤에 선 다른 두 사람을 위해 잠시 옆으로 비켜났다.
“알시아 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번엔 진짜로 오랜만에 만나는 베어고릴즈가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왜? 우리가 그렇게 반갑게 인사하고 하던 사이는 아니잖아.”
역시 오랜만에 보는 골드투스가 퉁명스레 말했다.
“다들 건강해 보이네. 뭐, 게임이니 건강이 나쁠 것도 없긴 하지만.”
다만 하나 신경이 쓰이는 건…….
“수인들도 상당히 문명화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그런데 너희들은 왜 그렇게 비문명화 되었어……?”
재호는 정체불명의 동물 털들로 짠 이상한 옷들을 입은 채, 야성미를 풍기는 세 사람을 보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