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37
636화
예상보다 강한 재호 일행의 전투력.
그건 분명 예상 범위 밖이었으니, 어쩌면 정보가 일부 와전된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습격을 받았다는 젊백호 길드원들의 규모나 파티 구성을 구체적으로 확인은 안 되었다.
게다가 선원 외의 제삼의 플레이어 세력도 있다는 이야기가 추가로 들어오자 박연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머릿수로 압박한 모양이군.’
구성원의 수준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이끄는 이가 재호라고 한다면 그 이상의 전투력을 내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으리라.
‘그건 그렇고… 이 정도로 겁이 없을 줄은 몰랐군.’
설마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 줄이야.
그것도 이렇게 빠르게 말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기습 공격이었다.
‘알시아를 노릴 기회인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백호 길드 역시 재호와 엘리시아 화원과는 우호적인 관계라고 하긴 어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엘리시아 화원과 경쟁하지만, 전면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던 박연호.
이전에 말했듯, 같은 한국인으로서 재호와 싸우는 건 굉장한 부담이었다.
재호는 거의 성역과도 같은 존재였고, 괜히 다퉈 봐야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컸다.
젊백호 길드로 나간 이들은 그걸 두고 지레 겁먹은 것이라거나, 유난 떤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연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엔 무시할 수 없는 다른 근거가 또 있었다.
‘지금까지 알시아의 적들이 죄다 나쁜 놈들이었다는 게 문제지.’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재호는 단 한 번도 선량한 사람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 적이 없었다.
놀랍게도(?) 말이다.
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자들이거나 또는 악당 NPC들.
그게 아니라면 상대가 먼저 선빵을 날린 경우.
만약 백호 길드가 재호와 싸우기로 한다면 ‘선빵을 날린 경우’에 해당하였다.
그리고 이 사태가 퍼지면 사람들에겐 색안경이 씌워질 것이다.
-백호 길드가 알시아를 공격했다고?
-모르지. 근데 뭐 보나 마나 열등감에 미쳐 버린 거 아닐까?
-애초에 알시아한테 처맞은 놈 중에 정신 멀쩡한 놈이 있었나?
-리얼. 알시아한테 맞은 놈들은 죄다 그럴 만한 놈들이었잖아.
-분명 백호 놈들이 뭔가 잘못했겠지.
이런 반응이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아무리 백호 길드의 일원들이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하더라도, 재호를 건드리는 순간부터 지옥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젊백호 길드의 혈기 왕성한 이들이야 그런 것에 두려움이 없겠지만, 백호 길드에 남은 올드맨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 중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나, 대기업의 임원들도 있었다.
즉, 혹여나 재호를 공격한 것으로 현실의 일에 피해가 오는 것을 조심해야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기는 뉴월드라지만… 그래도 반백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게임 때문에 회사에 문제를 일으키면 어디 창피해서 얼굴이나 들 수 있겠는가?
‘…역시 기회군.’
박연호는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단, 앞서 말한 ‘기회’와 지금의 ‘기회’는 의미가 전혀 달랐다.
‘알시아와 한번 접촉해 봐야겠어.’
협력할지 말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위스트넌에 온 김에 대화 정도는 한번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까지 백호 길드가 견지하던 입장과는 달랐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가 쥐고 있던 위스트넌 장악력을 애들에게 빼앗겨 버렸으니, 허허.’
애초에 수인들과 성향이 더 어울리던 젊백호 길드 쪽에서 백호 길드의 많은 것을 빼앗아 가 버린 것이다.
박연호는 젊백호 길드를 미워하지 않았다.
거기 있는 전 길드원들을 그는 여전히 좋아했다.
하지만…….
‘투귀야.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서로 경쟁자가 아니겠니?’
그리고 원래 백호 길드의 것을 되찾을 것이다.
젊백호 길드의 힘과 열정은 분명 백호 길드의 남은 이들이 보여 주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때, 이 게임, 저 게임 다니며 늘 한국 1위를 차지하는 최강 길드를 키워 낸 박연호의 노련함은 어느 때보다 번뜩이고 있었다.
* * *
-반갑습니다. 백호 길드의 박연호입니다.
정중한 박연호의 첫인사.
같은 한국인인데다 나이 차이를 생각하면 박연호가 말을 놓아도 이상하진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뉴월드에서 재호는 명실상부 최강자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며, 더군다나 지금은 먼저 호감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본판이 젠틀한 사람인 건 확실했다.
“알시아입니다.”
재호도 일단 차분하게 인사했다.
백호 길드, 그리고 박연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다키스트와 골드투스에게 들은 상태.
-갑자기 이렇게 귓속말을 드려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네, 뭐…….”
재호는 부정하지 않았다.
백호 길드와 젊백호 길드가 쪼개어진 건 다키스트에게 들었다.
완벽히 확인된 건 아니지만, 그녀의 내부 정보통을 통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드는 의문.
“왜 내부 인맥 없냐는 물음에 거짓말한 거야?”
갑자기 떠오른 의심에 재호의 고개가 다키스트 쪽으로 휙 돌아갔다.
“으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 아냐.”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박연호가 재호를 찾은 꿍꿍이를 파악해야 했으니까.
-조금 전, 우리 길드 소속이었던 친구들과 충돌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의외로 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알시아 씨가 무슨 목적으로 위스트넌에 온 것인지는 굳이 묻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쯤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것 같은데, 우리 백호 길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
너무 직설적으로 훅 들어오는 이야기에 재호는 얼굴을 굳혔다.
오히려 경계심만 키우는 박연호의 이야기.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저희 역시 알시아 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움이라면?”
-백호 길드가 위스트넌에서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
재호는 백호 길드와 젊백호 길드 사이가 무척 나쁜 것 아닌가 잠시 의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이야기를 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젊백호 길드를 조져 줬으면 하는 겁니까?”
-흠, 표현이 조금 거친 것 같군요. 하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음… 혹시 저쪽에서 늙은이들이라고 놀리고 나가기라도 했어요?”
그들의 관계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저 말속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녀석들과 백호 길드의 사이는 아주 좋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뭐, 이젠 경쟁 상대가 되었으니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는 법이죠. 하필 저희의 젊은 전력들이 젊백호 쪽으로 가는 바람에 우리가 많이 약해진 건 사실이니까. 외부의 힘을 빌리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백호 길드가 위스트넌에 제법 공을 들였다는 건 다키스트 일행에게 미리 들었었다.
그런데 젊백호 길드로 길드원이 빠지며 주도권을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다만 문제는…….’
저 말을 믿어도 되냐는 것.
어쩌면 젊백호 길드와 짜고 재호를 함정에 빠트리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물론 제 말을 순순히 믿을 수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시죠. 저 역시 알시아 씨를 믿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러니 서로 속이고 이용하면 해결되는 일이지 않은가?
-…그런 말이 아닌 거 같은데…….
징징이가 작게 중얼거렸지만 못 들은 척하고.
“계획이 있습니까?”
재호는 박연호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를 속여 먹을까 고민하면서…….
-크로우 대부족으로 이송 중이던 수인들을 구출했다더군요. 뭐, 알시아 씨의 사람인 다키스트가 평소에 하던 일이니 이상할 건 없지만……. 알시아 씨가 겨우 봉사 정신으로 그런 일을 한 건 아닐 테죠. 혹시 찾는 수인이 있습니까?
굉장히 날카로운 분석력이었다.
하지만 속이고 속이는 사이가 되기로 한 이상, 재호는 순순히 밝힐 생각이 없었다.
-아니, 그런 의미로 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고.
이번엔 꼰대도 재호를 타박했지만, 역시나 귓구멍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야수왕을 만나고 싶습니다.”
“?”
“???”
냅다 지르는 재호의 말에 다키스트와 골드투스의 눈이 튀어나올듯 커졌다.
아니, 대체 무슨 대화를 하고 있기에 갑자기 저딴 소리가 나온단 말인가?
-야, 야수왕을……?
심지어 박연호 역시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야수왕은 무슨 이유로 만나려는 건지 알 수 있습니까?
“글쎄요. 그것까진 말씀을 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재호는 딱 잘라 말했다.
당연히 이유 따위는 없으니까!
-으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박연호는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평소의 그라면 재호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의심도 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왠지 재호라면 정말로 야수왕을 만나러 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든 것이다.
“백호 길드는 어떻습니까? 제가 저에게 어떤 도움을 원하죠?”
상대의 당황한 기색을 읽은 재호는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거짓말에 그 어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상대도 거짓말을 할 테니까.
-위스트넌에서 발견한 비밀 던전이 있습니다. 상당한 난이도 탓에 아직 클리어하지 못한 상황인데, 혹시 함께해 볼 생각은 없습니까?
“…네? 던전이요?”
던전 좋지.
함정으로 만들기에…….
-원하신다면 우선 만나 퀘스트에 대해 공유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퀘스트 공유까지 이루어진다면 박연호의 말은 진실에 가까워진다.
물론 그것조차 함정일 수 있겠지만, 단순히 그걸 위해 소중한 퀘스트를 공유하진 않을 터.
“…아! 그렇지.”
하지만 재호는 빠르게 이 제안의 허점을 발견해 냈다.
“분명 처음엔 위스트넌 내에서의 주도권을 되찾는 걸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던전 공략을 이야기한다?
-그렇습니다. 이 던전이 바로 그것과 관련이 있으니 말입니다.
“?”
-알시아 씨를 더 확실히 끌어들이기 위해 이야기를 드리자면…….
이 이야기는 자신도 조금 고민되는지, 박연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곤 곧 결심을 내리고 말했다.
-위스트넌의 사라진 전설에 대한 비밀이 잠들어 있는 던전입니다.
[제천대성]박연호에게서 나온 한마디.
그걸 듣는 순간, 재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가?
‘아, 제천대성은 못 참지.’
한국인이라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매력적인 단어였다.
수많은 콘텐츠에서 늘 멋지게 다루어지는 존재가 바로 제천대성이지 않은가?
* * *
구조한 수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재호는 고잉헬 호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위스트넌 내륙으로 배를 이끌고 진입했다.
박연호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젊백호 쪽에서 좀전의 기습에 반격하기 위해 일을 꾸미고 있진 않은가 싶었으나, 다행히 그 건에 대해선 박연호가 확인해 주었다.
-젊백호 애들은 처음엔 야수왕 쪽에 직접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더군요.
“왜요?”
-뭐, 야수왕이 현재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더군요. 하지만 돌아오면 꼭 만나게 해 드리겠습니다. 어쨌든 백호 길드도 야수왕과 만날 정도의 권한은 남아 있으니까요.
“으음… 야수왕이 없다고요?”
위스트넌 최강의 지배자가 부재중이었다.
-원래 야수왕은 그러곤 합니다. 말없이 훌쩍 사라졌다가 며칠 지난 뒤에 나타나곤 하죠.
박연호는 그렇게 말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