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38
637화
야수왕이 부재중이란 건 소식은 다행이었다.
젊백호 길드 쪽에서 크로우 대부족의 도움을 받으려면 야수왕의 허락이 꼭 필요했으니,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게 준 것이다.
“야수왕이라…….”
야수왕에 대해 다키스트에게 간단하게 듣긴 했다.
정말 간단하게…….
위스트넌의 지배자.
제일 셈.
외형은 하마.
하마 수인이라고 들었을 때, 재호는 크게 당황했다.
야수왕이라고 하면 보통 사자나 호랑이 등, 대표 야수들을 먼저 떠올리는 걸 결코 편견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물론 지상 최강의 동물이 누구냐 하면 늘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이 하마이긴 했다.
어쩌면 현실의 강함이 뉴월드에서도 충분히 반영된 모양이었다.
“아니, 근데 인간적으로 그동안 위스트넌에 머무른 것치고는 너무 정보가 빈약하지 않아?”
재호는 답답함에 다키스트를 향해 불쑥 말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아는 게 없다고 해도 될 수준이지 않은가?
“어, 어쩔 수 없어! 우리가 크로우 대부족 내에서 활동을 한 시기는 그리 길지 않아서. 셋이서 뭘 해 보려고 해도 뭐가 되겠어!”
다키스트는 억울해하며 말했다.
“뭐, 그럴 수 있지.”
재호는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거짓말은 왜 했었어?”
“거짓말……?”
“내부자 있다며?”
“그으-랬지?”
그래서 다키스트 일행도 백호 길드가 쪼개진 걸 미리 알 수 있었다.
“근데 또뜨 위치를 확인해 달라니까 왜 모른 척했던 거야?”
“내가… 그랬던가……?”
“그랬지.”
다키스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어… 하하……. 그게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내부자에게 위험한 일을 맡길 순 없잖아. 수인들 하고 충돌할 위험이 엄청 높을 텐데…….”
“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을 무작정 희생시킬 순 없는 노릇.
-응? 넌 누구보다 희생시키길 잘하던 녀석 아니었나?
-날 제물로 내던진 적도 몇 번이나 있었던 것 같은데…….
꼰대와 징징이의 참견은 이번에도 깔끔하게 무시.
“그럼 그 내부자는 누구야? 플레이어?”
“수인이야.”
“수인?”
재호는 의외라는 듯 대답했다.
크로우 대부족 내에 있는 수인이라면 흔히들 육식종으로 분류하는 존재들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이들이 크로우 대부족 방침과 대적하는 다키스트 일행을 돕는다고?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 말입니다. 모두가 크로우 대부족의 정치 방향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이번에는 새로 합류한 베어고릴즈가 설명해 주었다.
박연호가 언급한 던전과 제천대성에 대해 듣더니 꼭 함께 가 보고 싶다고 부탁한 베어고릴즈.
최고의 탐험가인 베어고릴즈가 있다면 던전 검증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크로우 대부족 내에도 반대파가 많습니다.”
베어고릴즈는 다키스트와 다르게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크로우 대부족의 적은 아닙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그곳은 철저히 약육강식의 세계. 자신을 지킬 힘만 있으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 점이 단순히 수인들을 육식종, 초식종의 이분법으로 나누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현 야수왕이 하마가 될 수도 있죠.”
“아… 그런데 하마가 초식인가요 육식인가요?”
문득 든 의문.
하마가 사람을 많이 죽인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지만, 주식은 별로 궁금해 본 적이 없었다.
“주식은 풀이지만 육식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라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뭘 먹는지는 중요치 않죠. 하마 수인이 야수왕이 될 수 있었던 건 결국 가장 강하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극도로 위험한 존재가 야수왕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 못지않은 강자들인 3대장이 있다고 알려져 있죠.”
“3대장?”
“예. 하지만 그들은 야수왕보다 더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크로우 대부족과 가장 친한 백호 길드 쪽에선 뭔가 아는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외부 활동이 거의 없어 저희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결국 정리하자면 다키스트 일행에게 우호적인 내부자는 현 크로우 대부족의 방침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잡아 온 수인을 빼돌리는 걸 도와줄 정도는 아니다.
그것은 결국 크로우 대부족 최강자의 결정에 도전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겠네요.”
베어고릴즈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
“너 왜 자꾸 사람 차별해!! 내가 말할 땐 사사건건 의심하더니!”
억울함이 가득한 다키스트의 외침에 반응이 돌아온 건 재호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었다.
“솔직히 다키스트는 좀…….”
“쟤가 유니크 클래스라는 게 믿어지지 않아.”
갑판 위에서 어슬렁거리던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원들의 중얼거림.
그리고 그 이야기에 정체불명의 사람들-아트리우스의 난민들-이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이이익!!”
완전히 바보 취급당한다는 생각에 다키스트가 이를 빠득빠득 갈자 옆에 있던 골드투스가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받아들여. 어차피 넌 그런 캐릭터니까.”
“뭐라고?!”
물론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위로와 함께 말이다.
드르르- 쿠웅-
그 이후, 한참을 달린 고잉헬 호는 높은 갈대가 자라난 벌판에서 멈추었다.
높은 갈대라고 말했지만, 그 정도가 좀 지나쳤다.
고잉헬 호의 갑판까지 덮을 정도로 높았으며, 갈대 위로 돛대가 겨우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일반적인 돛대가 아닌 거대 심연등불초 돛대인 탓에 제법 주변 풍경과 어울렸다.
아마 누군가 지나가도 크게 의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고잉헬 호는 긴장감이 흘렀다.
“여기 습격받기에 딱 좋아 보이지 않냐?”
“그러게……. 무슨 갈대가 나무만큼이나 자란 거야?”
“밖에서 누가 불이라도 질러 버리면 꼼짝없이 당하겠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불안한 이야기들.
재호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이 장소를 택한 건 박연호였고, 만약 기습을 노리고 이 장소를 택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았으나…….
재호는 반대로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노골적인 장소로 불러 기습 공격을 할까?’
만약 재호가 찝찝해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일.
즉, 기습하기에 너무 완벽한 장소라서 별 일 없겠거니 싶었다.
“맞습니다. 백호 길마는 그렇게 바보는 아닙니다.”
베어고릴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보통 배짱이 아닌 이상, 알시아 님을 건드리진 않을 테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백호 길드에서 떨어져 나온 젊백호 길드.
그리고 그 젊백호 길드에서 재호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것에서 백호 길드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한 던전 말입니다. 그거 미끼가 아니라 진짜일 가능성이 큽니다.”
베어고릴즈는 박연호가 말했던 던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희가 이곳에서 단순히 구호 활동만 하고 있던 건 아니었죠. 특히 저는 탐험가이지 않습니까? 수인의 땅을 가둬 두었던,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장벽을 조사하다 보니 수인들의 전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심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 이상 실마리는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소수 인원인 그들이 위스트넌을 효과적으로 조사하기엔 무리였던 것이다.
그러다 결국 이어지는 신화의 흔적을 찾아냈지만… 이미 한발 늦은 상태였다.
해당 장소는 크로우 대부족이 영향력 아래에 있었고, 또한 그곳을 백호 길드가 독점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다키스트가 계속 말하던 게 그겁니까?”
“음? 다키스트 님이 뭐라고 이야기했던 겁니까?”
“뭐 별건 아니고…….”
오랜 원정 생활에 다키스트가 미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정신이 나간 듯, 자주 그런 소리를 하곤 했다.
“하하,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백호 길드의 난입으로 ‘조금’이 아니게 되어 버렸지만 말이죠.”
다키스트의 복귀가 생각보다 늦어지는 것엔 그런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역시 알시아 님입니다. 겨우 그 정도 이야기만 듣고도 백호 길드를 상대로 이 거래를 성사시키니 말입니다.”
“예?”
“알시아 님만 있으면 온갖 역경과 난관이 다 풀리는군요.”
“???”
“아마 백호 길드는 백날 도전해도 그 던전의 비밀을 풀 수 없을 겁니다. 저와 알시아 님이 없다면 말입니다. 흐흐-”
“…….”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해명할 필요는 없었다.
“알시아 님!”
그리고 마침 선두 갑판 앞에 있던 티나가 재호를 부르기에 다가가자, 저 앞에서 한 사람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위가 살짝 벗겨진 머리.
그리고 다소 무거워 보이는 황금 뿔테 안경.
하지만 그 매칭 안 되는 스타일보다 더 놀라운 건 상대가 입고 있는 갑옷이었다.
어떻게 걷고 있는 건지 의심이 될 정도로 커다란 갑옷.
특히 거의 몸통만 한 어깨 견갑은 존재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가운데 놓인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작아 보일 정도.
“박연호 길마가 맞습니다.”
그를 알아본 베어고릴즈가 재호에게 작게 말해 주었다.
백호 길드 길마 박연호.
그는 놀랍게도 혼자서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재호는 고잉헬 호에서 내려 박연호와 마주 섰다.
그리고 옆에는 날카로운 표정의 티나가 호위처럼 섰으며, 그 뒤로 다키스트와 골드투스, 베어고릴즈가 함께 섰다.
“허허, 난 혼자 왔는데 알시아 씨는 친구들이 많군요.”
박연호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서로 싸우려는 의도가 없다면 머릿수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재호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지요. 그래서 다행입니다. 어쨌든 알시아 씨도 저를 한번 만나 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말입니다.”
그리 말한 박연호는 인벤토리에서 작은 종이를 한 장 꺼내 재호에게 내밀었다.
“그럼 정식으로 소개해 드리지요. 백호 길드의 박연호입니다. 모자란 실력이지만 현재 길드마스터의 자리도 맡고 있습니다.”
“……?”
그가 내민 걸 받고 보니 어처구니없게도 명함이었다.
[백호 길드 길마 박연호] [닉네임 : 붉은노을] [귓속말 코드 : *******] […….]게임에서 처음 받아 보는 명함.
받았으니 재호도 뭔가 줘야 할 것 같은데, 당연하게도 명함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사실 알시아 씨가 저를 만나 줄지 반신반의했었던 게 사실이라 말입니다.”
“뭐…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맞는 말입니다. 하하!”
시원하게 웃은 박연호는 이내 재호 뒤에 선 이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직접 마주한 적은 없지만, 길드원들과는 종종 충돌한 적이 있던 사이.
“이전의 불편한 감정은 잠시 잊고 함께 열심히 해 봅시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지만, 재호는 은근슬쩍 넘어가지 않았다.
“아직 한다고 하진 않았는데요.”
확인한 건 상대의 신분과 명함뿐.
가장 중요한 게 남아 있었다.
“퀘스트를 확인해야죠.”
그걸 확인하기 전엔 박연호를 100% 믿을 수 없었다.
“흠… 뒤에 있는 다른 분들에게도 공유합니까?”
조금 곤란하다는 듯 물었지만, 재호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스트넌에 대해서는 저보다 훨씬 잘 알고 있는 동료들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이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할 계획입니다.”
재호의 말에 박연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더니 결국 받아들였다.
어차피 재호가 위스트넌에 대해 아는 모든 정보도 결국 저들에게서 나온 것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