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39
638화
박연호는 재호와 다른 일행에게도 퀘스트를 공유해 주었다.
[*퀘스트*] [크로우 대부족의 수인들은 신경 쓰지 않던 그저 오래된 장소.이곳에 얽힌 흥미로운 설화가 있지만, 특별한 것은 조금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별 볼 일 없던 동굴을 조사하던 당신은 감추어져 있던 먼 과거의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록이자 봉인.
이 일견 대단해 보였지만, 위스트넌에겐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잠들어 있던 괴물들을 깨워 버렸기 때문입니다.
현재 수인들은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괴물들에 당황한 상태로, 이 사태의 범인이 당신이란 것이 밝혀진다면 결코 무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퀘스트 목표 : 봉인에서 풀려난 존재들의 재봉인.] [보상 : 없음] [실패 시, 위스트넌의 공적이 됩니다.]
“?!”
“이… 이거 뭐야?”
퀘스트를 확인한 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퀘스트인데… 보상이 없어?”
쉽게 말하면 이걸 책임지지 못하면 그냥 무조건 죽는다는 소리였다.
박연호 역시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제대로 코 꿰인 거죠.”
아니, 애초에 이걸 퀘스트라고 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보상이 짰던 키노나 서루발 용왕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잠깐! 설마 이 퀘스트에 우릴 끌어들여서 책임을 돌리려는 거 아냐?’
이 무서운 퀘스트 내용을 보면 그런 의심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음, 혹시 이 퀘스트에서 말하는 과거의 기록이란 건 뭘 말하는 겁니까?”
하지만 의심이 가득한 재호와 달리, 베어고릴즈는 퀘스트 내용에 진지하게 접근했다.
“이 퀘스트만 보아선 말씀하셨던 제천대성에 대한 것은 알기가 어렵습니다만…….”
재호에게 귓속말로 제천대성을 언급했었던 박연호.
그런데 퀘스트 내용만으론 전혀 알 수 없었다.
“아, 그건 해당 던전 내부의 벽화에서 발견한 정보입니다. 다만 그… 미리 사과를 드리겠습…….”
“알시아 님! 역시 사기꾼이었어요!”
‘사과’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급발진을 밟는 티나.
“예?! 그게 아닙니다!”
갑자기 전투 분위기로 흘러가자 박연호가 크게 당황하며 손을 저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정수리를 덮은 얼마 없는 머리카락이 거세게 휘날릴 정도.
그 모습에 재호는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아무래도 한국 아버지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박연호의 외모 탓인 듯싶었다.
물론 우람도 한국 아버지이긴 했지만…….
‘특히 저 반쯤 벗겨진 머리카락이 너무 현실적이야…….’
그렇다 보니 마음이 더 불편했다.
왜 인게임에서까지 굳이 저런 스타일을 고수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흠흠, 일단 진정해 티나.”
…라고 말하는 재호는 남들이 볼세라 꺼냈던 모종삽을 얼른 집어넣었다.
“휴… 감사합니다.”
이마의 땀을 훔치며 박연호가 민망한 미소 지었다.
사실 백호 길드 길마라는 위치를 생각하면 조금 유난스러워 보이는 행동.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계산된 과잉 액션이었다.
재호가 아주 예의 바른 청년이며 정이 많다는 걸… 아마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여린(?) 마음을 두드리기 위한 절묘한 연기였다.
‘…진짜 연기인가?’
그런데 문득 자신에게 그런 의심이 들었다.
물론 감성을 자극하는 연기를 의도하긴 했지만… 그의 몸이 떨렸던 건 되짚어 보니 진짜 같았던 것.
‘인정할 수밖에 없군. 생각보다 더 위압감이 엄청나.’
마주 선 재호에게서 느껴지는 압박은 상상 초월이었다.
인간 자체가 강하다!
정말 그 표현이 어울리는 비주얼.
만약 아무것도 모른 채 재호를 봤다면 그저 무섭게만 생긴 근육 돼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저 거대한 덩치로 보여주는 미친 듯한 피지컬은 독보적이란 것을…….
게다가 조금 전, 여차하면 자신의 목을 뚫어 버릴 준비를 했던 것도 놓치지 않았다.
얼굴(?), 인성(?) 완벽.
몸도, 실력도 완벽.
그런 괴물을 마주하고 있으니 몸을 떠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박연호 씨?”
그때, 말없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그를 재호가 불러 깨웠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다른… 생각……?”
움찔움찔-
보이지 않는 목줄에 잡히기라도 한 듯, 티나가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몸을 들썩였다.
이 상황에서 다른 생각이라고 하면 뻔하지 않은가?
“흠흠……. 이, 일단 모든 걸 말씀 드리겠습니다.”
티나의 눈빛에 미간이 뚫리기 전에 박연호가 얼른 설명했다.
“아까 사과를 드린 이유는… 사실 제천대성이라고 정확히 언급된 기록은 없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을 고백하자 이젠 티나의 전신이 45도 앞으로 기울어졌다.
마치 무중력 댄스처럼 기울인 채로 버티는 모습은 절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역시 소문대로 미친…….
“제가 제천대성이라고 이야기한 건 앞서 말한 던전 내 벽화 때문입니다.”
“벽화에?”
“예. 그 벽화의 모든 걸 해석할 순 없었지만, 하나는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죠. 모든 수인이 머리를 조아린 원숭이 수인이 그려진 것을…….”
그걸 백호 길드 내에서는 ‘제천대성’이라고 가칭을 붙였다.
“…….”
왜 박연호가 제천대성이라고 이야기한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수인들을 지배하는 원숭이 수인.
아마 자신이었어도 제천대성 손오공을 생각했을 테니까.
재호는 베어고릴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모은 위스트넌의 자료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좀 기다리면 대답을 들을 수 있겠네.’
다시 박연호를 쳐다보며 재호는 이번엔 던전에 봉인되어 있었다는 정체불명의 괴물에 관해 물었다.
“결국 몬스터들이긴 합니다. 그런데 대륙에선 볼 수 없던 기괴한 형태들이 많은데, 굳이 따지면 마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과 닮아 보이더군요. 종은 요괴.”
“요괴?”
“악마와 닮았지만 다릅니다. 다른 종족인 것 같더군요.”
요괴로도 정확히 명시되는 몬스터는 재호도 본 적이 없긴 했다.
“그래서 제천대성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더 의심이 드는 겁니다. 아니면 모티브를 가져온 존재일 수도 있고…….”
“어쨌든 그런 몬스터들의 출처를 수인들은 모르고 있다는 거군요.”
“그렇죠. 이제야 제 진심을 아시겠습니까? 이걸 밝히는 건 백호 길드 입장에서도 굉장한 모험입니다.”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연호는 정말로 재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비밀스러운 퀘스트를 밝히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수인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백호 길드가 지금까지 쌓아 온 공든 탑이 단번에 무너질지도 몰랐다.
“아직 수인들은 이 요괴들이 바깥세상에서 왔다고 믿고 있으니 다행이죠.”
“수인의 땅 봉인이 풀린 탓이군요.”
쉽게 해석되었다.
베어고릴즈가 수인의 땅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을 풀었고,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났으니 이변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게 당연한 일.
“이 사태를 잘 해결한다면 엘리시아 화원도 크로우 대부족과의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계획하고 있는 야수왕을 만나기도 더 쉬워질 테고 말입니다.”
“뭐…….”
그렇긴 한데.
‘사실 댄스 선생님을 데리러 온 거라고 이야기를 해야겠지?’
박연호가 이 정도로 솔직하게 말하는데, 재호가 계속 거짓말을 하기엔…….
“그… 박연호 씨.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기회를 보다 재호는 슬쩍 운을 띄웠다.
“사실 전 야수왕을 만나려는 게 아닙니다.”
“예? 그럼……?”
“수인 한 명을 찾으러 왔는데, 지금 크로우 대부족 내에 끌려간 상태라서 말입니다. 그 수인을 데려가야 합니다.”
“그럼 젊백호 길드와 충돌한 것도……?”
“맞습니다. 그들에게 잡혀갔다는 정보가 있어 구출하기 위해 싸웠던 겁니다.”
“…이런 젠장!”
“예?”
“아, 죄송합니다. 허허… 이거… 거참…….”
뭔가 난처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재호는 살짝 긴장했다.
“그런 거였습니까? 그건 별로 어려운 문제도 아닙니다. 저희도 초식종 수인을 잡는 일을 아직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쪽 관계자와 아는 사이라서 쉽게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긍정적인 이야기.
단, 그의 난처한 표정은 여전했으니…….
“젊백호 애들이 알시아 씨를 잡기 위해 크로우 대부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야수왕이 현재 부재중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죠.”
그 덕분에 젊백호 길드나 크로우 대부족 쪽에서 바로 대응에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사실 자세한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현재 야수왕이 자리를 비운 건 저희 때문이라서 말입니다.”
“예?”
“아, 물론 알시아 씨를 도우려고 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저희 계획의 일환이었습니다.”
젊백호 길드가 허탕을 치게 된 건 그들이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
“운이 좋았네요.”
결과적으론 재호에게 좋은 일.
다음 말을 듣기 전까진 말이다.
“엘리시아 화원과의 전쟁 준비를 저희가 도와주겠다고…….”
“??”
“무, 물론 진짜로 전쟁을 생각한 건 아닙니다. 적당히 시간을 끌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중요한 정보를 숨겼다고?
이미 재호의 머릿속에서 자신 역시 거짓말을 했었다는 건 사라졌다.
아니, 애초에 비교도 불가능한 것 아닌가?
자신은 그저 댄스 선생님을 찾는다는 걸 속였지만 박연호는…….
스으-
재호가 망설임 없이 모종삽을 뽑아 들었다.
좀 전과는 기세 자체가 다르다는 걸 박연호는 알아챘다.
“지, 진정……!”
“진정하세요! 알시아 님!”
“?!!”
“헉?”
그런데 의외로 재호의 앞을 막아선 건 티나.
경이로운 발목 힘으로 버티며 미사일 발사 준비 중이던 티나의 행동과는 어울리지 않는 침착함.
“저 인간은 제가 직접 향신료로 만들어 버린 뒤, 수인에게 줘 버릴 게요!”
“헙!”
티나의 살벌한 표현에 정신을 차린 재호.
“으르르-”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티나가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 진정해 티나! 아직 아냐! 들어야 할 이야기가 많아! 그러니 내가 팰게! 네가 패면 죽어!!”
재호는 티나를 막으며 뒤에 선 이들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자신이 팰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
“…….”
그리고 이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에 다키스트 일행은 별로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 * *
다행히 박연호는 죽지 않았다.
당장 박연호를 박살을 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재호는 알고 있었으니 적당한 선에서 끝을 냈다.
-…라고 하기엔 이미 걸레짝이 된 것 같은데?
재호 어깨에 앉은 징징이는 만신창이가 된 박연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저건 내가 아니라 티나 때문이야.’
웅장함을 자랑하던 박연호의 갑옷이 여기저기 부서져 처량해 보였다.
“흥!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알시아 님에게 감사한 줄 알아!”
티나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었다.
‘다른 엘프들이 들었어도 난리가 났을 거야.’
아마 만약 재호가 말리지 않았다면 박연호는 100% 죽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의 탱킹력이 조금만 떨어졌거나 말이다.
반격은 하지 않았으나, 방어 스킬을 최대한 쓰며 버틴 덕분에 지금 이 정도에서 멈췄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것치곤 너도 약점만 집요하게 노리던데?
휘-잉.
꼰대의 일침은 재호가 능숙하게 반대편 귀로 흘려보냈다.
“일단 좋습니다. 다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죠. 하지만 제가 좀 아니꼽게 반응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재호는 지금 분위기는 조금 전과 확실히 다르다는 걸 명시하며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