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41
640화
끔찍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박연호는 식자재 창고라는 곳이 재호가 상상하는 정육점…이나 도축장… 같은 곳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냥 감옥이나 다름없습니다. 뭐, 그렇기엔 지나치게 좋은 환경이지만…….”
“좋다고요?”
“예. 꽤 살 만한… 헉?!”
불현듯 박연호는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 이야기가 얼마나 무서운 소리인지 깨달았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에게 어떻게 들렸을지…….
‘어느새 내 사고방식도 크로우 대부족에게 물든 건가?’
결국 잡아먹으려고 가둬 두는 곳이거늘!
“아,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식자재 창고의 위치가 조선소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는 게 문제죠.”
“??”
재호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식자재 창고 위치가 아무리 이상하다고 한들, 그곳에서 대체 왜 야수왕과 마주친단 말인가?
“끄응… 이게 설명하기가 참……. 거기 이름은 식자재 창고지만 실제론 하나의 거주 구역이라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그들이 탈출할 수 없도록 방비가 되어 있는 동시에,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죠. 심지어 가운데로는 강도 지나갑니다.”
“으음…….”
설명을 들어도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이미 ‘식자재 창고’라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단어를 들었기 때문.
“아무튼 그렇다는 겁니다. 하마 수인인 야수왕은 그 강을 통해 조선소로 왕래하니 말입니다.”
“결국 야수왕이 크로우 대부족으로 돌아올 때, 무조건 그곳을 지나가긴 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굳이 따지면 마주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긴 하지만…….”
“그럼 일단 가 보죠. 적어도 또뜨의 생사 정도는 확인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계획을 세우더라도 내부 구조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으니.”
재호의 말에 박연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박연호 씨는 거길 들어갈 수 있습니까?”
“예. 저희는 그곳의 수인들을 잡아 오곤 했기에 출입하는 데 별문제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맞은편에 보이는 괴상한 배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저건 여기 두고 가는 게 좋겠죠. 뭐… 여기만큼 숨기기에 좋은 곳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물론이죠.”
재호도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애초에 그를 따라 크로우 대부족으로 진입하는 건 오직 재호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 * *
박연호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대로, 그는 백호 길드원을 통해 또뜨가 식자재 창고에 확실히 잡혀 왔다는 걸 확인했다.
저벅-저벅-
수많은 수인으로 북적이는 크로우 대부족.
박연호는 굳은 얼굴로 대로를 가로질렀다.
수인들 사이를 대놓고 걷고 있었지만, 수인 중 누구도 그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이미 백호 길드가 수인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어이! 털갈이 중인 인간! 표정이 왜 그렇게 썩어 있어?”
“크크- 털이 안 나는 모양이지? 인간은 참 불편하겠군!”
종종 그를 알아보고 농을 걸어오는 수인들이 있을 정도.
“허허- 인간은 원래 시간이 흐르면 머리의 털은 없어지는 거라네.”
익숙한 듯 대답해 주며 박연호는 도시 중심부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느슨한 경계가 이루어지는 식자재 창고의 입구 중 하나.
하지만 그 안에 잡혀 온 수인들은 아무리 경계가 허술해도 탈출할 수 없었다.
나와 봐야 주변에 쫙 깔린 것이 크로우 대부족의 수인들이었으니까.
“음? 넌 백호 대장 아니냐?”
출입문을 지키고 있던 악어 수인이 박연호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아, 딜락. 잘 지냈어?”
“뭐, 늘 똑같이.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야? 혼자 온 거 보니 납품하러 온 건 아닌 것 같고.”
백호 길드도 수인들을 잡아 데려오곤 했기에 이쪽 근무자들과는 특히 잘 아는 사이였다.
“혹시 이 안에 있는 수인 하나를 좀 만났으면 하는데 되겠어?”
“뭐, 어려운 거 없지. 그런데 말이야. 너희 새끼들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깜짝 놀랄 갑작스러운 욕설.
하지만 박연호는 그가 말하는 ‘새끼’가 백호 길드의 젊은 길드원들-지금은 젊백호 길드-을 뜻한다는 걸 알았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뭐… 너희 사이에 분란이 있어서 갈라진 건 알아. 하지만 넌 어른이니 녀석들에게 충고를 좀 해 줄 수 있지 않겠어?”
“충고?
박연호는 딜락에게 되물었다.
“그 녀석들 너무 버르장머리 없다고 들었거든. 야수왕전 주변엔 소문이 쫙 퍼졌어.”
야수왕전을 찾아와 재호 일행을 잡는 데 힘을 보태어 달라 요청했던 젊백호 길드.
하지만 현재 야수왕이 부재중이었기에 당연히 크로우 대부족 쪽에선 결정권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런데 감히 어른들 앞에서 바닥을 발로 차고 신경질을 부렸다지 뭐야. 아무리 인간의 예법이 우리 수인과 다르다지만,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싶군.”
“…….”
사실 누구보다 수인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 박연호는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이 있었다.
“젊은 친구들이 말이야. 야수왕전의 어르신들이 녀석들보다 몇 백 배는 더 오래 사신 분들인데! 쯧쯧,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는 건지 원.”
수인들은 약육강식에 따르지만, 여기서 말하는 ‘강(强)’에는 나이도 포함이 된다는 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철저한 위계질서가 있는 문화이거늘, 강자가 나이까지 많다면 그 존경심은 훨씬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하찮은 인간들이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신경질을 부려 대니 수인들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
“허허…….”
박연호는 힘없이 웃음을 흘렸다.
백호 길드는 늘 그런 걸 조심하라며 길드원들에게 교육했었다.
그리고 야수왕전을 방문하는 건 전적으로 자신과 몇몇 간부들이 도맡아 했었고 말이다.
젊백호 길마 김투귀도 그 사실을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재호와의 충돌은 처음으로 발생한 돌발사건.
그리고 수인들의 일방적 관계에 대해 김투귀는 처음으로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아이디에서부터 느껴질 정도로 호전적인 김투귀는 그 순간의 짜증을 참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노골적인 감정 표현을 했고, 그게 수인들 사이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모양.
‘투귀야… 아무래도 네가 실수를 크게 한 모양이다.’
단순히 평판이 깎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야수왕전 바깥에서 박연호에게 직접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모자라, 그 불만을 백호 길드 쪽에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호감도가 우리 쪽으로 다시 기우는 모양이야.’
백호 길드가 위스트넌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전방에서 노력한 사람과, 쌓아 놓은 걸 날름한 사람의 경험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백호 길드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인 젊백호 길드지만, 박연호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아무래도 젊백호 애들이 치기 어리다 보니 그런 실수를 저지른 모양이야.”
“쯧! 실수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게 있고 아닌 게 있지. 그리고 이건 명백히 후자야.”
“뭐, 잘못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야. 백번 맞는 말이지. 안 그래도 그 혈기 왕성한 녀석들이 백호 길드에서 나간다고 했을 때, 이런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했었어.”
“후… 맞아. 그때만 해도 이 시원시원한 친구들이 맘에 들었는데……. 우리의 착각이었어. 아무리 인간의 짧은 수명이라고 해도 어른과 아이의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거늘, 우리가 그걸 몰랐네.”
수인의 수명을 기준으로 보면 박연호나 김투귀나 그게 그거였지만, 그럼에도 차이가 있음을 수인들이 이제야 깨달은 모양.
“뭐, 우린 언제나 자네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갔으면 한다네. 그러니 백호 길드가 다시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길 원한다고 이야기 좀 전해 달라고.”
“당연하지! 꼭 전해 주지. 자, 들어가 보게.”
전혀 생각도 못 한 소득을 올린 후, 박연호는 식자재 창고 구역으로 진입했다.
안쪽은 박연호가 말했던 것처럼, 식자재 창고라는 표현과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상당한 규모의 탁 트인 초원과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제법 넓은 강.
그 주변으로 지어진 여러 채의 건물들까지.
창고가 아니라 하나의 시골 마을 같았고, 꽤 많은 숫자의 수인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준 것은 별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요리 재료의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점을 인지하고 다시 이 광경을 본다면…….
‘상당히 기괴하지.’
물론 박연호는 이미 익숙해져 버려 그런 감상을 딱히 느끼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봐. 혹시 또뜨라는 수인을 알고 있나?”
박연호는 근처에 있던 한 수인을 잡고 물었다.
“…….”
그를 바라보는 좋지 않은 눈빛.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곳에 있는 대다수 수인은 백호 길드, 그리고 젊백호 길드에게 잡혀 온 자들이니까.
스윽-
그래도 상대는 딱히 저항할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고갯짓하며 박연호에게 대답해주었다.
그건 어쩌면… 그가 요리 재료를 찾기 위해 온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괜히 반항하다 먼저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 *
수인이 알려 준 장소로 향한 박연호는 금방 또뜨를 발견했다.
아니, 정확히는 누가 또뜨인지 알 순 없었다.
그저 비버로 보이는 한 무리의 수인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고… 이것들은 먹을 것도 없는 우리를 왜 잡아 온 건지…….”
“이 무식한 것들은 어떻게 동족을 먹을 생각을 하는 건지.”
“에휴… 왜 그랬을까? 그냥 평소처럼 잠자코 처박혀 있었으면 지금쯤 이 빌어먹을 땅을 떠났을 텐데!”
박연호가 다가온지도 모르고 한탄을 늘어놓는 그들.
“너 때문이잖아! 신나서 바람 쐬러 가자는 소리만 안 했으면!!”
“아니, 애초에 여기에 인간이 나타나지 않았어야 해! 저 게으른 짐승들은 굳이 직접 사냥하겠다고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맞아. 크로우에 붙은 인간들이 우릴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게 문제야!”
심각한 내용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비버 수인들은 왠지 조금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미 모든 걸 내려놓았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그래도… 좋은 인간들도 있잖아. 베어고릴즈랑 골드투스…….”
“맞아. 힘없는 우리를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해 줬었지…….”
“죽기 전에 베어고릴즈랑 골드투스를 볼 수 있으면…….”
묘하게 언급되지 않는 다키스트.
만약 그녀가 알면 서글플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죽음을 앞둔 처지라 하더라도 그녀의 컨셉을 지켜 주기 위해 열심히 했다.
“흠흠.”
박연호는 여전히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비버 수인들을 향해 인기척을 냈다.
“응?”
“인간?”
그들 중에 박연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들을 잡은 건 젊백호 길드원들이기 때문.
“뭐냐?”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안에 태연히 돌아다니는 걸 보면 크로우 대부족 쪽 인간이라는 뜻.
“인간이 혼자 여길 거리는 걸 보면 죽고 싶다는 뜻이지?”
둥글둥글하던 비버 수인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커다란 앞니가 번뜩이며 당장이라도 박연호를 물어뜯을 듯이 으르렁거렸지만…….
“혹시 또뜨라는 이름의 수인 있습니까?”
박연호는 일단 정중하게 물었다.
“흥, 그딴 촌스러운 이름은 뭐야?”
“그런 냄새 나는 이름은 모른다.”
비버 수인들은 콧방귀 뀌며 말했다.
“딱 듣기에도 엄청나게 못생겼을 것 같은 이름이군.”
“내가 그런 이름이었으면 당장 절벽에…….”
“닥쳐, 이 자식들아!! 보자보자 하니까……!!!”
그 순간, 그들 사이에 있던 한 비버 수인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리고 박연호는 그가 또뜨임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