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48
647화
수인들의 열렬한 박수를 뒤로한 채 재호는 다시 야수왕전으로 돌아왔다.
-알시아 씨! 저도 데려가 주면 안 됩니까?! 야! 알시아!!
재호를 향한 박연호의 간절한 외침이 있긴 했지만, 재호는 못 들은 척했다.
애초에 힙뇨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서 이 좋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았다.
“후우! 이제야 한숨 좀 돌리겠군!”
오직 야수왕의 허락을 받은 자만이 들어올 수 있는 야수림.
그곳의 화려한 왕좌에 힙뇨가 털썩 앉자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엄이 넘실거렸다.
그가 이 땅의 지배자라는 것이 똑똑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재호 또한 맞은편에 놓인 제법 화려한 의자에 마주 앉아 조금은 나른해진 듯한 힙뇨를 쳐다봤다.
“뇨호호……. 참 피곤하구나. 안 그래?”
한바탕 몸을 굴려 댄 건 자신인데 힙뇨가 왜 피곤하다는 것인지.
“이제 앞으로 어쩌려는 거야?”
재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일단 힙뇨의 장난질 같은 짓에 어울려 줬으니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차례.
“알시아 씨. 당신은 형제가 됐어.”
일방적으로 씌운 감투지만.
“형제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
“그야 당연히 모르지.”
아마 단순히 형과 동생의 관계를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형제는 아주 특별한 것이지. 그리고 내 형제는 오직 셋뿐이야.”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재호는 문득 떠올랐다.
“삼대장?”
“그렇지.”
“그럼 이제 사대장이 되는 건가?”
“뇨홍홍- 그건 무리야.”
그야 그럴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인 재호에게 그만한 직위를 주는 건 어려운 일일 테니까.
그렇기에 이 형제라는 것이 일종의 명예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재호가 완벽히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당신이 합류해도 여전히 삼대장이거든. 이미 하나는 오래전부터 부재중이라서.”
“…….”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이유였다.
“근데 말이야……. 너무 뜬금없다는 생각 안 들어?”
사실 삼대장이고 사대장이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난 오늘 위스트넌에 왔어.”
그리고 몰래 또뜨를 빼돌리려다-물론 그 사실을 힙뇨는 모른다. 아마도- 걸렸고, 어영부영하다 보니 이렇게 된 상황.
재호가 형제 자격을 얻을만한 일을 아무것도 없었다.
즉,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
그 누구도 재호에게 이 정도로 파격적인 대우를 해 준 적은 없었다.
“내가 당신에게 지나친 배려를 해 주는 게 두려운 모양이야.”
“뭐…….”
두렵다?
어떻게 생각하면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모든 건 등가교환이지 않겠는가?
대체 힙뇨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이상, 계속 불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당신, 그리고 엘리시아 화원에 관심을 가진 건 오직 하나의 이유야.”
기다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그는 말을 이었다.
“김투귀 씨의 이야기에서 난 알게 되었지. 당신이 코멘을 알고 있다고.”
“…누구?”
재호는 당황하며 물었다.
재호가 이름을 알고 있는 수인이라곤 맘브가 전부.
다른 수인들의 이름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코멘의 외모에 대한 설명을 듣자 누구를 말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아주 멋진 세 번째 손을 가지고 있었지. 물론 정확히 말하면 코지만.”
“아-”
바로 우람과 함께 있던 코끼리 수인.
재호의 기억이 맞다면 그는 우람과 함께 다니는 수인 중, 가장 강하다고 했었다.
그리고 초식종 수인으로 분류되는 약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위스트넌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들었었고 말이다.
‘그 수인이… 삼대장 중 한 명이었다고? 그런데 아버지한테 큰형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재호는 다른 것보다 우람과 코멘의 관계에 충격을 받았다.
“흠흠… 어쨌든 그게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이야? 날 형제로 만들 만큼?”
재호는 침착함을 되찾으며 물었다.
“말했었지. 김투귀 씨의 대책 없는 전쟁 놀음에 장단을 맞춰 준 건 당신과 관련이 있는 수인 때문이라고.”
“그랬었지. 그런데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내가 수인들을 다스린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야.”
그리고 재호는 그들의 근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오늘 접속을 종료하면 우람에게 따로 물어볼 예정이긴 하지만…….
“뇨홍홍- 하지만 정황을 보면 그들과 좋은 관계인 건 분명해 보이는데 말이야. 그렇지 않아?”
“…….”
나쁘진 않다.
아니, 굳이 따지면 좋은 편이긴 했다.
직접 교류를 하진 않았지만, 그들은 단체로 아나볼릭 교단에 가입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다만 재호가 힙뇨에게 시원스레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이들이 만약 힙뇨의 목적이 그들과의 싸움이라면?
힙뇨가 계속 보여 주는 집착에 가까운 미래 준비가 위스트넌으로 돌아온 수인과의 전쟁을 위한 것이라면?
재호의 입장은 아주 난처해질 것이다.
“뇨호홍- 아까도 느꼈지만, 당신은 그들을 지켜 주고 싶어 하는 것 같네.”
재호의 내적 고민을 힙뇨도 느낀 모양.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인들을 지켜주고 싶은 게 아니라 우람이 문제였다.
만약 힙뇨가 그들과의 전투를 원할 경우, 아버지를 상대로 주먹질을 해 대는 패륜아가 되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럴 경우, 그냥 우람과 손을 잡고 힙뇨의 뒤통수를 갈겨 버리는 선택지도 있다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워 버린 재호…….
“뭐, 코멘과 각별한 사이인 건 알겠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당신의 그 각별함을 나도 느꼈기 때문에 형제의 자리를 제안한 것이니까.”
이어 힙뇨에게선 좀 더 진지하고 자세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알시아 당신이 우리와 코멘의 관계를 다시 예전처럼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
“예전처럼?”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예전엔 좋았었다는 뜻.
“그랬었지. 하지만 코멘과 우리 사이엔 좁힐 수 없을 정도로 큰 견해차가 있었고, 결국은 세상으로부터 격리당하기 전에 탈출했지.”
“음?”
그런데 이야기를 들은 재호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격리당했다고?”
베어고릴즈는 수인들의 땅을 봉인한 거대 장벽은 절대자,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가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힙뇨의 이야기가 어쩌면 그 추측이 사실임을 증명해 주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격리당하기 전에 탈출이라는 건…….’
크로우 대부족으로부터 탈출한 게 아니라 이 땅에 갇히기 전에 탈출했다.
그 차이는 매우 컸다.
“그 견해차라는 건 위스트넌을 떠나냐, 남느냐에 대한 것이었어?”
“그랬었지.”
단순히 잡아먹히는 수인들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지점에서도 초식종과 육식종이라는 이분법은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게 증명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안타까운 일이지만… 피식자의 처지인 수인들에게 전해져 오는 전설이 어쩌면 전설로 끝날지도 몰랐다.
먼 과거, 이곳을 탈출한 수인들이 자신들을 구해 주기 위해 돌아온다던 것.
그건 그저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한 약자의 실낱같은 희망이었을지도…….
‘아버지가 받은 퀘스트가 왜 그런 내용이었는지도 알겠네.’
[*퀘스트*] [고향을 떠나 넓은 바다의 외딴 섬들로 뿔뿔이 흩어진 수인들.당신은 그들 중 한 무리와 만나 우정을 쌓았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고향에서 도망친 수인들은 다시 돌아가 본래의 삶을 되찾는 것은 물론, 노예가 되어 학대받고 있을 동포들을 해방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힘이 한참 모자랐으며, 아직 바다에 흩어진 동포들도 많습니다.
그들을 모아 고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여기서 말하는 노예는 봉인되었던 수인들 전부를 의미한다고 보는 게 더 그럴싸했다.
재호가 계속 느끼던, 묘하게 어긋난 의문이 제법 맞춰진 것이다.
“대체 뭐랑 싸우려는 거야?”
자신을 형제로 만들어 버리면서까지 코멘을 데려오려고 한다.
그리고 힙뇨는 계속해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모든 것을 크로우 대부족의 전투력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생태계를 조성할 정도였으니까.
그 모든 게 모종의 적과 싸우기 위한 준비라는 걸 이젠 확신할 수 있었다.
“뇨호호…….”
스윽-
힙뇨의 고개가 사방으로 뻥 뚫린 커다란 창으로 향했다.
그의 시선은 먼 하늘을 향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재호는 그쪽에 뭐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힙뇨의 혼잣말 같은 중얼거림.
“나는 느껴져. 여기서 멀지 않은 바다 건너, 그곳에 잠들어 있는 끔찍하고 저주스러운 존재를.”
“…….”
슬쩍 나침반을 꺼낸 재호.
그리고 힙뇨가 바라보는 방향이 남쪽이란 걸 확인하곤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쪽에 무엇이 있는지 재호는 알고 있었으니까.
“디노스 섬…….”
위스트넌 남쪽에 있는 그리 멀지 않은 정체불명의 거대 섬.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위스트넌과 디노스 섬이 지금 이 순간, 하나의 세계로 묶였다.
* * *
힙뇨와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재호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수인들은 디노스 섬의 ‘어떠한 존재’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수인의 땅을 가두었던 봉인은 실제로 조금 다른 목적이었다.
“우릴 가두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보호를 위해서야. 우리가 충분한 힘을 지닐 수 있을 때까지 말이지. 그리고 코멘은 그걸 반대했고 말이야.”
또한 우람이 받은 퀘스트를 언급하자 힙뇨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뇨홍홍. 코멘도 역시 바깥세상에서 노력하고 있었군. 맞아. 어찌 보면 끔찍한 학대이자 저주일지도 모르지. 먹히거나, 먹거나.”
다만 디노스 섬에 대해서는 힙뇨도 자세한 걸 알지 못했다.
“마치 안개에 가려진 것 같은 느낌이야. 분명 알고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떠올릴 수가 없어. 그저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결국 부딪혀 이겨 내야 할 상대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을 뿐.”
그 비슷한 현상을 재호는 본 적이 있었다.
‘천사와 악마들도 그랬지.’
그들은 장막이라고 부르는 바다 너머 세상에 대해선 기억을 봉인했다.
수인들 역시 그와 비슷한 현상으로 보였다.
“천사? 악마? 그게 뭐야?”
다만 수인들은 그 두 존재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곳의 봉인이 풀려난 이상, 그들은 생존을 건 전쟁이 머지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김투귀에게 재호와 다른 수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곤 급해졌던 것이다.
가 본 적 없는 바다를 넘어가서라도 아주 오래전, 크로우 대부족을 떠난 자신의 형제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마침 재호가 위스트넌으로 왔고, 힙뇨는 재호에게 호감을 얻고자 했다.
재호가 긴장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일이 잘 풀린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 와중에 의도치 않게 김투귀가 힙뇨를 위한 그럴싸한 판도 깔아 줬으니 금상첨화.
“그런데 그 이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했어도 되지 않아?”
백호 길드는 제법 실력 있는 길드라고 했다.
그들이라면 힙뇨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을 게 분명했다.
“뇨홍홍- 그들은 기회주의자니까.”
“음?”
다소 생소한 답변.
“당신이라면 어떻게든 우리를 이용하기만 하려고 안달이 난 자들을 믿을 수 있을까?”
“…….”
하긴, 플레이어들은 그런 쪽으론 좀 노골적인 편이니까.
그리고 재호는 늘 그랬지만, NPC 상대로 쉽게 호감을 얻곤 했다.
호감도와 관련된 여러 칭호를 가지고 있는 덕분에 특히나 더.
“당신이 알시아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를 거야. 사실 지금도 한번 꽉 안아 주고 싶지만, 가까스로 참고 있달까?”
“…마음만 받을게.”
별로 달갑지 않은 호의였다.
‘위스트넌엔 볼일이 없어 오질 않았는데……. 왠지 진작 왔으면 크로우 대부족하고도 좋은 관계가 되었을지 모르겠네.’
지금 힙뇨의 반응을 보니 조금 후회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뭐… 어느 정도 설명은 다 들은 거 같고, 하나 궁금한 게 있어. 대체 너희는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온 거야?”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수인들은 대악마나 드래곤들처럼 어마어마하게 긴 세월을 살아온 것 같았다.
“뇨홍홍- 글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모르겠네. 하지만 늘 최선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단련을 하고 있지.”
전혀 납득되지 않는 설명.
아무튼 오래 살았다는 건 확실했다.
그렇게 힙뇨와의 대화 일단락된 후, 재호는 게임을 종료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코멘과 함께 있는 우람과 이 일에 대해 직접 논의해 보아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타이밍 좋게 재호의 접속 종료를 막는 다키스트의 다급한 귓속말.
-야! 큰일 났어!!
“응?”
이쪽 상황이 너무 급변한 탓에 잠시 잊고 있었던 고잉헬 호 쪽.
-젊백호 놈들이 나타났어!!
다키스트는 생각도 못 한 소식을 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