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56
655화
절벽 틈새로 보이는 좁은 통로.
길이가 약 10미터에 폭은 성인이 겨우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답답했다.
당연히 재호의 체격으론 쉽게 통과하는 게 불가능했다.
“으으…….”
온몸을 구겨 넣으며 간신히 나아갔고, 이러다 중간에 끼면 어떻게 되나 걱정도 되었다.
‘수인들이 여길 발견할 수 없었던 이유를 알겠네.’
평균적으로 사람보다 덩치가 큰 수인들은 이 안으로 들어오는 게 불가능했다.
애초에 그냥 보았을 때도 통로라기보단 절벽에 생긴 균열이라고 생각밖에 안 들기도 할 테니까.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입구만 이렇지, 내부는 꽤 넓으니 조금만 힘내시죠!”
특유의 커다란 갑옷을 벗은 채 이동하던 박연호가 말했다.
“대체 여긴 어떻게 찾은 겁니까?”
“하하, 뭐든 수상쩍어 보이는 건 다 건드려 보고 있었죠. 그러다 얻어걸렸습니다. 끄응- 여기 조심하십시오. 젊백호 애들이 이 안쪽을 부숴 놓은 탓에 길이 조금 좁아지니.”
그의 말대로 끝에 다다르니 숨도 못 쉴 정도로 좁아졌다.
꽉 끼는 몸뚱이 탓에 절로 생겨나는 공포감.
어지간한 건 무서워하지 않는 재호지만, 이런 느낌은 정말 별로였다.
“끄으으……. 후아-!”
마지막 고비를 간신히 빠져나온 재호가 입을 벌리고 크게 심호흡했…….
“푸흡- 푸푸-”
목구멍으로 들이닥치는 털들.
재호는 얼른 보여 주기식으로 입고 있던 코트를 벗었다.
[에 입장했습니다.]입장 알림음이 뜨며 이곳이 특수한 장소라는 걸 시스템이 알려 주었다.
“이거 다시 나가는 게 가능하긴 하죠?”
재호는 자신이 지나온 통로를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뭐, 일단 집어넣기만 하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재호와 박연호는 바로 뒤따라오던 이들이 쉽게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티나에 이어 베어고릴즈, 다키스트, 골드투스…….
그리고 버팔로와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마 투핀까지.
그리고 백호 길드원 몇 명이 들어오는 것으로 조사 인원 전원이 도착했다.
“이쪽입니다. 저 앞이니 금방 도착할 겁니다.”
박연호를 따라 이동하며 재호는 주변을 가만히 살폈다.
박연호가 말했던 것처럼 내부는 제법 넓었다.
다만 횃불에만 의지하기엔 내부가 너무 어두웠다.
[] [등급 : 고급] [위대한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마법구입니다.이것을 지닌 당신은 그 어떤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 : 어둠 속에서도 주변을 환히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호는 를 꺼내 내부를 환히 살폈다.
여기저기 벽이 무너져 내려 언뜻 보기엔 자연 동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위쪽을 보면 또 달랐다.
잘 닦아 놓은 대리석처럼 매끄러운 면이 보였으니 말이다.
‘젊백호 애들이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다는 게 이건가 보네.’
다만 방식이 너무 옹졸했다.
완전히 부셔 놓은 것도 아니고 부수다 만 느낌이 많이 들었다.
‘어지간히 급했나 보군. 아니면 완전히 무너져서 갇힐까 봐 제대로 못 부순 건가?’
하지만 아마 자신이 그 입장이었다고 마구 힘을 쓰기엔 불안했을 것이다.
통로부터가 저 모양이니까.
“흐음… 호오…….”
베어고릴즈는 가장 뒤에서 웬 안경을 낀 채, 요상한 소리를 벽 자세히 살피며 걸었다.
그 탓에 다른 사람들보다 걸음이 한참 느렸지만, 누구도 그의 행동을 신경 쓰지 않았다.
베어고릴즈는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 전문가였으며, 그의 조사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먼저 동굴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한 나머지 일행.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경이로운 풍경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산 안의 산.
절벽 틈으로 들어왔더니 내부에 또 다른 절벽이 떡 버티고 있었다.
높이를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의 매끄러운 벽면.
마치 그곳이 캔버스라도 되는 듯, 벽 전체에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대단…하네요…….”
그 압도적인 웅장함에 재호는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예?”
박연호는 당황하며 재호를 돌아봤다.
“뭐가 보입니까?”
“보이냐고요?”
“온통 깜깜해서 제대로 보이는 게 없지 않습니까?”
“…아!”
재호는 자신의 손에 들린 그에게 건네주었다.
“허…허억?!!”
이어 박연호는 이 장소에 처음 와 본 사람처럼 숨을 헉 들이켰다.
“마, 맙소사… 이, 이 정도였다고?”
“…설마 제대로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게… 저희는 이런 아이템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박연호는 절벽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답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주변을 둘러보니 재호 일행은 물론, 백호 길드의 사람들도 박연호가 왜 저러는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딱 한 명, 다키스트만 예외였다.
를 준 게 키노였으니, 그녀 휘하의 장로인 다키스트 또한 같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던…….
“악! 너 뭐야?!”
“치사하게 너만 보냐? 알시아는 양보도 해 주잖아.”
“아, 꺼져! 나도 아직 덜 봤다고!”
안구를 빼앗으려는 골드투스와 뺏기지 않으려는 다키스트의 말싸움.
재호는 그 한심한 상황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확실히 안구 없이 보려니 그냥 새카맣게만 보였다.
낮은 곳의 벽화는 횃불 덕에 대충이나마 보였지만, 문제는 상당 부분 훼손되어 있다는 것.
그것 역시 젊백호 길드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저 높은 곳으로도 희미하게나마 벽화들이 보이긴 했다.
특히 중간중간 희미한 조명 같은 것이 빛을 내고 있었는데, 재호는 그게 무엇인지 바로 알아보았다.
“발광종유화네.”
이 장소 또한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기 때문인지, 제법 많은 발광종유화가 자라나 있었다.
‘그렇다면…….’
재호는 없이도 모든 이들이 벽화를 볼 수 있도록 만들고자 스킬을 사용했다.
[] [신목의 권능이 당신에게 축복을 내려 10초간, 모든 클래스 스킬의 효율이 1,058%로 증가합니다.] [] [대상 꽃의 성장에 버프를 받습니다.] [대상 꽃의 정령이 꽃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와 병충해에 면역이 됩니다.] [] [대상 식물의 성장 속도를 증가시킵니다.] [일주일간, 대상 식물의 건강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합니다. (중첩 사용 시, 시간 갱신)]파아앗-
재호에게서 시작된 따뜻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동굴 전체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빛을 머금었지만, 어둠을 헤치지 않았으며, 자연스럽게 녹아든 그것이 동굴 곳곳에 핀 발광종유화를 보듬었다.
사아아-
발광종유화는 좀 더 커졌고, 더욱 밝은 빛을 뿜어냈다.
사실 더 파격적인 효율을 내기엔 이 더 좋았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효과에 한정되어 있었고, 대상이 되는 꽃들에도 상당한 부담이 가해졌다.
이곳에서 얼마나 길게 연구하게 될지 모르는데, 현재의 급한 마음에 그런 선택을 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사아아-
동굴 전체가 은은한 빛으로 가득 차자 어둠은 걷혔고, 그 놀라운 광경에 사람들은 새삼 재호를 새로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외모가 저래도 꽃집 사장은 꽃집 사장이구나…….
‘…가 아니라 대체 어디 꽃집 사장이 이래?!’
꽃집을 하는 사람이라기엔 지나친 능력이었다.
“아아악! 내 눈!!”
한편, 그 와중에 분위기 깨는 다키스트의 외침까지…….
이들이 정녕… 세계 최고의 게임단 일성 플라워즈란 말인가?
* * *
재호의 기적과도 같은 스킬 효과 덕분에 내부는 훨씬 쾌적한 환경이 되었다.
뒤늦게 합류한 베어고릴즈도 경이로운 절벽 벽화에 눈을 뒤집고 살피기 시작했다.
“후… 저희가 본 것들은 정말 새 발의 피였군요.”
박연호는 혀를 내두르며 초거대 벽화를 찬찬히 살폈다.
이전까지 그들이 확인한 건 약 10미터 정도 높이까지.
그런데 실은 그 위로 족히 300m는 더 높은 곳까지 벽화들이 새겨져 있으니 허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저 위에 더 있다는 건 알았지만… 현실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었으니 말입니다.”
벽을 타고 올라갈 수는 있었지만, 이 거대한 벽화를 벽에 딱 붙어서 확인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젊백호 애들도 저 위에 있는 것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급하게 부셔 놓은 벽화들도 전부 아래쪽인 걸 보면…….”
박연호는 그렇게 말했지만, 재호는 영 찝찝했다.
“왜 젊백호 길드가 벽화를 부쉈을까요?”
젊백호는 이곳을 부숴 놓고 간밤에 디노스 섬으로 떠났다.
지금까지 별다른 발견을 못 하던 백호 길드와 젊백호 길드.
대체 이곳에서 무엇을 발견했기에 그런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인가?
지금 다른 이들도 그것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피는 중이었지만,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 상황.
[]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이럴 때마다 그 값을 톡톡히 해 주었던 칭호도 무응답.
“아, 그나저나 요괴들은 어디서 나타난 겁니까?”
재호는 문득 궁금해져 박연호에게 물었다.
“아, 이쪽입니다. 뭐, 특별한 장소는 아니고… 그냥 이 벽화와 바닥의 틈이 있습니다.”
“틈?”
박연호는 절벽 바로 앞, 지면과 맞닿은 곳을 따라 길게 이어진 미세한 틈을 가리켰다.
“…여기요?”
손바닥을 겨우 넣을 수 있을 만한 미세한 틈이었다.
“예. 지금은 무너져 내린 돌 탓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이 절벽을 따라 쭉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 사이로 연기처럼 스멀스멀 나타났죠.”
“연기…….”
확실히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되었다.
이 정도 틈이라면 벌레들 정도만 겨우 다닐 수 있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아래에 봉인이 되어 있었다면, 다른 공간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저희도 그걸 조사하곤 있었는데… 사실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한테 뜬 퀘스트는…….”
성공해도 보상이 없으며, 실패하면 영원히 수인들과는 척지게 되는 지옥의 퀘스트.
“혹시나 이 아래를 파 보았다가 어마어마한 걸 깨울 수도 있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었죠.”
충분히 이해되는 이야기였다.
“뭐, 어쩔 수 없…….”
재호도 받아들이고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어?”
문득 소름 돋는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젊백호 길드는 아래쪽을 중점적으로 성의 없이 벽화를 훼손해 놓았다.
게다가 여기까지 오는 통로 쪽도 마찬가지.
일견 보기엔 단순히 벽화를 훼손하고 그들의 통행을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았지만…….
“이게 혹시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 해 놓은 거라면?”
재호의 중얼거림에 박연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야 당연히 뭔가 숨기려고 이래 놓지 않았겠습니까?”
“정확히는 자신들이 발견할 걸 덮기 위해 굳이 돌들을 부숴 놓은 거죠!”
재호의 눈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대중없이 파괴된 절벽 아래쪽 벽화.
거기서 떨어져 내린 돌덩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지만, 재호는 그것에서 인위적인 연출을 발견해 냈다.
“저 돌덩이들이 놓인 위치를 보세요. 만약 단순히 벽화를 훼손하려고 마구잡이로 부쉈다면, 왜 여기 아래엔 떨어진 돌이 없을까요? 분명 위쪽엔 파괴해 놓은 흔적이 있는데 말이죠.”
“…어?”
그 말에 박연호도 이상함을 느꼈다.
“즉, 젊백호 길드는 벽화로 눈을 돌려 놓은 뒤, 부순 돌들을 이용해 뭔가를 숨긴 겁니다.”
재호는 절벽 앞을 빠르게 가로지르며 무너진 잔해와 부서진 절벽을 비교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상쩍은 위치를 특정해 냈다.
바로 위에 부서진 흔적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쌓인 돌무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