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6
65화
[세계 최강 길드를 자처하던 불곰 길드. 심장이 꿰뚫리다!]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현장!] [불곰국에선 대체 무슨 일이?] [“알시아를 닮은 엘프를 봤어요!” 잇따르는 증언들.] [레벨 980의 역대급 몬스터! 초대형 퀘스트의 전조인가?]전 세계에서 불곰국의 소식을 앞다투어 전했다.
초토화된 도시 내는 물론, 권위와 영광의 상징인 왕성 아래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모습까지.
불곰 길드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초대형 사건.
더군다나 성벽을 무너트리고 멀어지는 골렘을 추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왕실 금고로 내려온 크로킹은 경악한 표정으로 폐허를 살폈다.
왕가의 핏줄이 아니면 열 수 없다는 걸 알고, 왕자를 어떻게든 구워삶아 열려고 했던 왕실 금고가 박살이 나 있었다.
헌데 안에 있어야 할 보물이 하나도 없었다.
“이, 이 안에 있어야 하잖아! 보물들 다 어디 갔어?!!!! 이 안에 있던 것들 다 어디 갔냐고?!!!”
크로킹의 분노 어린 시선이 살아남은 랭커들을 향했다.
“낸들 어떻게 아냐? 갑자기 골렘이 튀어나와서 주먹을 휘둘러대는데 그런 거 볼 새가 어디 있어?”
“이 자식들아!! 너희가 그러고도 랭커야?!! 전 재산 털리는데 구경만 하고 있었다고?!”
“그럼 넌 길마란 놈이 저 위에 처박혀서 소리만 지르고 다른 건 뭐했냐?”
“뭐?! 이 개……!!”
“진정해, 크로킹!!”
부길마가 크로킹을 말리고 나섰다.
“어쩌면 여기에 처음부터 보물이 없었던 걸지도 모르잖아.”
“그걸 말이라고 해?! 그랬으면 그 왕자 새끼가 이걸 안 열어 주고 버틸 이유가…….”
그 순간,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부릅뜬 크로킹.
“설마…….”
“그래.”
부길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거긴 금고가 아니라 그 괴물이 봉인된 장소였던 걸지도 몰라. 탈출이 여의치 않으니 결국 그걸 이용했던 거겠지.”
크로킹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현실적으로 플레이어가 소유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어. 확실해! 그건 애초에 이데란 왕실이 소유하고 있던 괴물이야.”
자칫 풀려났다간 국가가 붕괴할 위험이 있기에 가두어 둔 것이리라.
“그 괴물은 결국 어디로 사라졌지?”
“슈아르 산림 방향으로 갔다던데 그 이후로 흔적이 끊겼어.”
“그 덩치를 놓친다고?”
“추적대 말로는 갑자기 사라졌다던데.”
“……하. 뭐 하나 제대로 하는 놈이 없구먼.”
울컥―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길드원들이 다시 울컥했지만 부길마는 눈짓으로 그들을 말렸다.
어차피 더 신경 긁어 봐야 우리한텐 도움이 될 것 하나 없다는 무언의 신호.
저벅저벅
부글부글 끓는 길드원들은 뒤로한 채 크로킹은 폐허가 된 금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말 보물은 하나도 없던 거 맞나?’
벽면에 남아 있는 화려한 장식과 같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들.
무언가를 봉인하기 위한 장소라기엔 남은 흔적들이 너무 안 어울렸다.
구르르르―
“?”
그때, 갑자기 성 전체가 잘게 떨리더니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같은 알림이 떠올랐다.
[이데란 왕국의 수호신 가 소동에 잠에서 깨어납니다.]그리고 유일하게 금고 안에 서 있던 크로킹에겐 추가로 알림이 떴으니.
[자신의 보물이 사라진 것을 알아챈 가 크게 분노합니다.] [가 당신을 금고털이범이라 오해합니다.]“???”
―네놈은 뭐지?
머릿속으로 직접 들려오는 상대의 목소리!
[위대한 고대의 존재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무기력 상태에 빠집니다.] [약화 상태에…….] […….]고작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상태 이상 효과가 쏟아졌다.
―대답하라.
‘크, 크윽……. 부, 불곰국의 국왕 크로킹이다……!’
―불곰국? 처음 듣는 곳이군. 헌데 불곰국 국왕이 왜 이데란 왕성에 있는 것이지?
‘…….’
크로킹은 고민했다.
시스템이 말하길, 이 목소리의 주인은 이데란의 수호신이었다.
그런 존재에게 이데란은 망하고 자신이 새로운 주인이 됐다고 하면 절대 좋은 소리 듣지 못할 테니…….
―아,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인간 하나가 찾아왔었지. 조금 시끄럽다 싶더니 결국 멸망한 것인가?
“……?”
―예정된 수순이었지. 그들은 안일함에 물들어 영원할 거라 믿은 영광에 취했었으니.
다행히 오기크는 이데란이 망했다는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안도했으나…… 사실 더 심각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크로킹은 몰랐지만, 오기크는 수호신이자 ‘드래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내게 바친 보물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거지?
‘보, 보물이라니?’
―네가 서 있는 그곳은 내 보물들이 있던 곳이다.
‘봉인…… 아니, 이데란 왕실 금고가 아니라?!’
―그렇다. 뭐, 가끔씩 그들이 빌려가긴 했으나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었지. 하지만 보아하니…… 모두 털린 모양이군. 내가 굳이 나서는 건 귀찮으니 기회를 주겠다.
‘기회라니…….’
―간단한 일이다. 새로운 국가의 왕으로서, 사라진 보물들을 다시 채워 놓아라.
‘……뭐?’
―그렇다면 이번 사태는 눈감아 주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도 피해자인데 왜 도둑놈한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내게 따지는 거냐?!’
―그러면 도둑놈을 잡아 오던가.
수호신이라기엔 너무나 무책임하고 막장스러운 태도.
―그것도 싫으면 뭐? 이 몸이 직접 나서?
쿠르르르르―
마구 뒤흔들리며 성벽 전체에 균열이 생겨나자 크로킹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 알았다! 그렇게 하면 되잖아!!!’
―흠. 진작 그럴 것이지. 인간은 꼭 행동으로 보여야 듣는 종족이란 말이야.
“크흑…….”
크로킹은 울고 싶어졌다.
대체 왜 이렇게 꼬여 버린 것인지.
* * *
골렘은 덩치만큼이나 큰 보폭으로 이동했기에 단숨에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한계는 찾아왔다.
슈아르 산림에 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골렘은 제한 시간이 다해 소환이 해제되었고, 들어간 재료의 절반이 반납되었다.
……재호의 인벤토리로.
[인벤토리 용량 한계를 초과하였습니다!] [무작위 아이템들이 바닥에 쏟아집니다.]콰르르르르―!!!!
산처럼 쏟아지는 아이템들은 자칫 주변 사람을 압사시킬 정도였다.
“절반이라고 해도 감당 안 될 양이긴 하네.
“거기 있는 것들을 몽땅 때려 넣었었으니…….”
완식은 어처구니없단 표정으로 말했다.
“너 항상 이런 식으로 게임 했었냐?”
“그럴 리가. 평소엔 얌전히 꽃집만 했다고.”
재호는 힐끔 고개를 돌려 피스오 왕자를 바라봤다.
“오오오! 무, 무사했구나……!”
텅텅 비어 버린 금고에 넋이 나갔던 그는 골렘이 사라지며 쏟아진 보물들 덕분에 다시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이거 이제 어쩌냐?”
완식은 보물에 턱 걸터앉은 채 물었다.
“이대로 버려 놓고 갈 수도 없잖아.”
“당연하지. 누구 좋으라고…….”
하지만 다 챙겨가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어디 숨겨놓을 수만 있으면…….”
“알시아님! 이건 어떨까요?”
재호를 부른 티나가 의견을 제시했다.
“이곳의 오크들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그들이라면 적당한 장소를 알지 않을까요?”
―……쟤 처음 봤을 때부터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괜찮은 거냐? 몬스터한테 이 보물들을 맡기자고?
완식은 혹시나 들을까, 귓속말로 물었다.
괜히 엘프한테 찍히고 싶진 않았으니까.
“음……. 괜찮은 생각이야.”
“뭐?”
헌데 재호까지 동조하고 나서자 완식은 당황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봤다.
이 인간들이 뭔 미친 소리를 하는 거지?
하지만 그게 미친 소리가 아니라는 건 금방 확인이 가능했다.
불곰국으로 가는 길에 만났던(털었던) 오크 군락으로 찾아간 그들.
“취이―!!! 엘프들!! 저, 저리 꺼져라! 꺼져!!”
“그만큼 괴롭히고도 더 괴롭히려는 것이냐!!!”
오크들은 재호와 티나를 보자마자 병적으로 발작했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이 불쌍한 오크들이 드래곤의 끄나풀이란 오해를 받아가며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 전혀 몰랐으니…….
“자자, 오늘은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냐. 부탁할 게 있어서 온 거야.”
재호는 오크들을 달래며 말했다.
“취이이!!!! 우린 드래곤 모른다!!”
선두에 있던 오크 족장은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척―
말로 설명하려는 재호의 노력이 무색하게, 티나는 칼을 꺼내 족장을 겨누었다.
“알시아님이 말로 할 때 들어.”
“취이이…….”
“…….”
협박에 금세 얌전해진 그는 무기를 내렸다.
애초에 전투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라기보단 보호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던 것.
무기를 들고 있는 게 자살행위라면 내릴 수밖에.
* * *
재호는 오크 족장을 데리고 보물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취헉?! 이, 이건……?”
말 그대로 산을 이룬 보물을 본 족장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여기서 평생 산적질을 한 그도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양!
“이, 이게 다 뭐냐?!”
“우리가 가져온 건데…… 이게 당장 처리가 좀 곤란해서 말이야. 그래서 어디 보관을 좀 했으면 싶거든.”
“취이? 혹시 우리 쪽에 보관을 하려는 것이냐?!”
“그런 셈이지. 근데 이 정도의 양을 보관할 만한 장소가 있나?”
“취익! 우리 전사들의 보금자리 자체가 최고로 안전한 곳이라 할 수 있지!”
“……너희 티나 한 명한테 탈탈 털렸잖아.”
“취이…….”
아무리 티나가 강하다곤 하지만 단 한 명의 엘프에게 숭덩숭덩 썰려 나간 건 문제가 있었다.
“애초에 오크는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종족이야. 랭커들이라면 얼마든지 털어 버릴 수 있어.”
완식 역시 추가로 진실을 알려 주었다.
“결국 불곰 쪽에서 작정하고 나서면 도로 털릴 수도 있다는 뜻이잖아. 우린 확실히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해.”
“취흠…….”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진 족장.
“안전한 보관을 목적으로 한다면 적당한 장소가 있긴 하다. 슈아르 은행!”
“뭐? 은행?”
너무 뜬금없는 은행의 언급에 재호는 당황했다.
“그렇다. 이곳 슈아르 산림 일대를 관리하는 은행이다. 그래 봐야 고객이라곤 우리 오크들이 전부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당히 신선한 사실이었다.
게다가 플레이어한텐 엄연히 몬스터로 분류되는 오크가 이용하는 은행이라니.
“취익―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곳은 고블린 은행이다.”
“고블린 은행? 신기하네. 근데 그게 왜 문제인데?”
전혀 이해하지 못한 재호.
“하아……. 이 멍청한 자식.”
완식은 두드리며 답답해했다.
“고블린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어떤 종족인지 바로 알 수 있는데 그걸 모르냐?”
게임을 시작한 이래로 말도 안 되는 초대형 사건들을 치고 다닌 놈이 고블린의 습성조차 모르고 있으니…….
“그야 고블린을 한 번도 못 봤으니까.”
“……뭐? 어떻게 지금까지 게임을 한 놈이 고블린을 한 번도 못 만날 수가 있어?!”
“그렇게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하냐? 못 본 걸 못 봤다고 하지.”
“고블린들은 엄청난 탐욕가들이에요.”
티나가 대신 나서 설명을 해 주었다.
“금이라고 하면 아주 환장을 하는 족속들이죠.”
“취이― 동시에 뛰어난 기계공학 장인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보물을 안전하기 지치기 위해 무시무시한 기계 장치들을 사용하지.”
“흠, 그냥 들었을 땐 나쁠 것 없는데 뭐가 문제라는 거야?”
“고블린들은 천성적으로 남을 기만하고 등치는 종족이다. 그들에게 맡기는 건 아주 안전하겠지만, 동시에 뒤통수 맞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뜻. 우리들도 몇 번이고 사기를 당했었다.”
“……그게 어째서 은행이야?”
“어쨌든 안전하게 보관은 해 주긴 하지 않으냐! 그저 돌려받지 못한다 뿐이지.”
“이 뭐 ㅂ…….”
차마 끝까지 말을 하진 못한 재호.
물건은 맡기되 뜯길 가능성은 있다?
대체 그걸 은행으로 부르는 머저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취이― 하지만 너희들은 괜찮을 거다.”
“……수상한데. 우리 뒤통수치려는 거 아냐? 사실 고블린이랑 한통속이라거나.”
“췩?!! 미, 미쳤다고 내가 그러겠나! 그렇게 죽도록 얻어맞았는데?!”
족장이 펄쩍 뛰며 기겁했다.
“내가 괜찮다고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고블린들이 빼돌린다고 하더라도, 두들겨 패서 빼앗으면 그만이지 않으냐.”
“?!”
제법 일리 있는 말.
“……대체 오는 동안 뭔 짓을 하면서 온 거냐? 미치광이처럼 죄다 두들겨 패면서 온 거야?”
뒤에서 지켜보던 완식의 말이 재호의 양심을 쿡쿡 찔렀다.
“흠흠, 그럼 그 고블린 은행인지 뭔지 하는 곳에 가 보자. 그쪽이랑 이야기를 좀 나눠 봐야겠어.”
“취이― 이쪽이다.”
“아, 가기 전에 너희 부족원들한테 여기 좀 지켜달라고 해 줄 수 있나?”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오크 전사들을 불러 경계를 세운 뒤, 족장은 재호 일행을 산림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