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67
666화
수색의 목적은 하나였다.
디노스 섬 내부에서 어떠한 것이든 인위적인 흔적을 찾는 것.
누군가는 ‘고작?’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가 어떤 스노우볼을 굴려줄지 몰랐다.
물론 스노우볼을 굴리는 사람은 베어고릴즈일 테고.
입장을 위한 담보 레벨은 최소치인 1을 걸어 전투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헤어지기 직전.
“확실히 했어?”
재호는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를 향해 다시 한번 물었다.
“당연하지! 우릴 뭐로 보고!”
순간 그들을 뭐로 보고 있는지 재호는 퍼뜩 생각이 정리되진 않았지만, 아마 사람보다 다리가 많은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이미 전과가 있었으니…….
“걱정하지 마, 알시아. 우리도 바보는 아니야.”
그때, 버팔로가 듬직한 모습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이미 몇 번이나 이 엿 같은 길드원 놈들을 믿으면 안 된단 걸 경험했으니까. 그 사실을 우린 누구보다 잘 알아.”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만 있는 파티인데 역배를 건다?
“그런 미친 짓을 하는 놈은 절대 없지.”
“…뭐, 일단은 알았어.”
묘하게 설득력 있는 이야기에 재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꼭 이렇게 찢어져서 가야 하냐? 그냥 다 같이 가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
“그러면 오히려 마이너스야.”
보통 우르르 몰려다니면 더 안전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디노스 섬에서 반복 사냥을 해 본 재호는 생각이 달랐다.
저 짙은 안개 속에선 숫자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서서히 좁혀 오는 살벌한 위협에 패닉 상황이 되면 많은 숫자가 오히려 서로의 발목을 잡기만 할 것이다.
디노스 섬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촉부리 펭귄만 봐도 숫자가 답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각각의 개체를 떼어 놓고 본다면 그저 특별한 패턴 없는 레벨 깡패 펭귄이지만, 그들이 모이는 순간 완전히 달라졌다.
사실상 무리 자체를 하나의 몬스터라고 봐야 할 정도.
그 영리한 녀석들은 마치 한 몸이라도 된 듯,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유기적인 전투를 보여 주곤 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았으니…….
뭐,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르르 몰려가며 몽땅 때려 부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디노스 섬이 그리 만만한 곳이 절대 아니지.’
도박섬답게 비유하자면 몰빵 보다는 분산 투자가 안전한 법.
그래서 재호는 네 개의 파티로 나눈 것이다.
섬 내의 몬스터 규모를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이상, 시야는 분산시키는 게 좋다.
괜히 합을 맞춰 보지 않은 사람들과 우르르 섞여 봐야 역효과가 날 테니까.
“그래? 뭐… 그럼 어쩔 수 없긴 하지. 그런데… 혹시 그쪽 파티에 몸빵 안 필요하냐? 아니, 뭐. 아무래도 나만한 A급 탱커가 어디 있겠냐? 뭐, 찐아도 훌륭한 탱커지만, 하나 더 있는 것도……”
“…….”
재호는 고개를 돌려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원들의 표정을 살폈다.
“흠흠.”
“크흠-”
다들 안색이 어두운 걸 보니…….
‘다리 네 개도 후하네. 최소 여섯 개.’
이 와중에 역배에 건 정신 나간 녀석들이 여기 있었다.
* * *
계획은 변함이 없었다.
말했던 대로 파티가 나뉘었고, 비장한 분위기인 다른 사람들과 달리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쪽은 초상집 분위기로 떠났다.
“쟤들 왜 저래?”
테일러는 전 동료들의 풀 죽은 모습을 보며 물었지만, 재호는 굳이 알려 주지 않았다.
괜히 사실을 이야기해서 다른 사람들까지 불안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우리도 출발하자.”
제한 시간은 다섯 시간.
다행히 재호 파티는 담보 레벨을 1로 설정한 ‘인간’ 파티라는 걸 확인했다.
그들은 역시나 큰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섬을 주파했다.
특히 돋보이는 건 역시나 재호, 티나, 빅썬더, 그리고 테일러.
그들이 선두로 길을 안내했고, 그 뒤로 일성 플라워즈 멤버들이 힘을 보태었다.
안개는 점점 진해졌고, 이제 슬슬 칼침도치의 영역으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넘길 거지?”
테일러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넘긴다고?”
완식은 알아듣지 못하고 물었다.
“그냥 안 잡고 지나가는 거야.”
칼침도치.
처음 만났을 당시, 한 시간 넘게 머리 위의 좀비기생화를 모종삽으로 찔러 겨우 잡았던 강력한 몬스터.
그리고 이후 방문에서 몇 번 더 칼침도치를 상대해 본 후에 결론을 내렸다.
[이건 잡을 게 아니다.]노력 대비 얻는 경험치나 부산물이 너무 별로였다.
엄청난 노력을 들여 잡기엔 과하게 떨어지는 효율.
그렇다고 이다음으로 넘어가려면 만나지 않을 수도 없었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잡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는 게 전략이 되었다.
“그게 가능해? 그냥 피해서 달리는 건가?”
다른 파티원들은 방법에 대해 궁금해했다.
생각해 보니 빅썬더 브이튜브의 디노스 섬 영상에서도 칼침도치는 그냥 피하라는 말만 있지 않았던가?
“방법이야 있지.”
생각보다 민첩한 칼침도치를 따돌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그들에겐 숙련된 방법이 있었다.
단, 이걸 4인 기준으로만 해 봤었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좀 번거롭지만 두 팀으로 나눠서 왕복하자.”
잠시 고민하던 재호는 안전하게 가기로 했다.
인원수를 적당히 나누어 1파티, 2파티로 분류했다.
1파티는 티나, 테일러, 빅썬더, 우현, 골드투스.
2파티는 완식, 진아, 사만다, 다키스트, 레드.
“응? 넌?”
그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은 재호의 이름에 다키스트가 물었다.
“난 가이드야. 먼저 한 팀을 보낸 다음에 돌아와서 두 번째 팀을 데려갈 거야.”
“대체 뭔 방법이기에 네가 꼭 필요한 거냐?”
완식은 묘한 불안감에 물었지만, 재호는 걱정 말라며 손을 흔들어 준 뒤에 먼저 출발했다.
그리고 약 3분 뒤, 칼침도치의 영역에 확실히 진입했다.
쉬쉬쉭-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소리.
소리의 출처가 칼침도치 머리 위에 달린 좀비기생화의 촉수 줄기라는 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꽈드드드-
거대하게 자라난 각종 식생이 어지럽게 얽히며 그들을 노리는 좀비기생화의 움직임을 막았다.
촉수 줄기에 대한 대응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예전과 달리 재호의 스킬 레벨도 상당히 오른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은 건 칼침도치의 본체에서 뿌려 대는 날카로운 가시들.
촉수 줄기 사이로 파고드는 공격은 재호 일행을 노렸고, 파티원들은 익숙하게 포지션을 잡았다.
다름 아닌 재호 뒤에 숨듯이 줄지어 서는 것.
아니, 실제로 숨은 것이었다.
테일러, 티나, 빅썬더 순으로 서로의 허리를 잡고 허리를 숙였다.
“어어?”
“뭐야?”
조금은… 우스워 보이는 모습에 당황한 우현과 골드투스.
“내 허리를 잡고 서면 된다.”
가장 뒤에 섰던 빅썬더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 그러면 된다고요?”
“이게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더 떠들 시간은 없었다.
스사사삭-
그들을 향해 날아오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가시들.
파티원들을 등 뒤로 숨긴 채 홀로 공격에 노출된 재호!
하지만 망설임 없이 작전을 시작했다.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없음] [방어도 : 250] [드워프 장인의 무한한 담금질과 한 땀 한 땀 구부려 만든 앞치마입니다.일에 집중한 당신은 그 어떤 부상도 입지 않을 겁니다.] [ : 전투용을 제외한 모든 날붙이는 이 앞치마를 뚫을 수 없습니다.] [ : 연속 착용 시간당, 무게에 영향을 받는 모든 능력치가 1%씩 누적됩니다. 착용 해제 시, 5분간 누적된 모든 능력치가 적용됩니다. (극히 낮은 확률로 버프 두 배 적용)]
늘 입고 다니는 흉한 앞치마.
포인트는 옵션으로, 칼침도치의 가시 공격을 이 옵션을 통해 막을 수 있다는 걸 디노스 섬 첫 방문 때 확인했었다.
이유는 칼침도치의 가시의 원래 목적이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사방으로 마구 발사하는 건 좀비기생화로 인해 변이된 탓이었다.
즉, 본래 용도 기준에 따라 옵션이 발동되었던 것.
그리고 역시 같은 옵션을 가지고 있는 세트 아이템.
[] [등급 : 전설] [방어도 : 195] [앞치마와 함께 만들어진 안전 사슬 장갑입니다. 이것을 끼고 있는 한, 요리를 하다 손을 베이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 : 전투용을 제외한 모든 날붙이는 이 장갑을 뚫을 수 없습니다.] [ : 이 장갑을 끼고 있을 경우, 공격력이 20% 하락합니다.] [ : 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글러브의 쇠사슬을 끊을 시, 5분간 공격력이 1.5배 증가합니다. (5분 경과 후, 쇠사슬은 다시 연결됩니다.)]앞치마와 달리 패널티가 존재하는데다 양손이 쇠사슬로 이어지는 탓에 평소엔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엔 너무나 뛰어난 방어 아이템으로 변모했다.
샤샤샥-
재호는 뛰어난 동체 시력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가시들을 쳐 내기 시작했다.
따다당-!
말도 안 되는 방어법이자 재호라서 가능한 미친 방식.
하지만 이미 몇 번이나 해 본 것이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간혹 방어 실패를 하더라도 앞치마 덕분에 무력화되었고, 뒤쪽의 네 사람은 안전하게 걸음을 옮겼다.
서로 허리를 부여잡고 종종 게걸음으로 옮기는 모습은… 솔직히 조금 추했다.
게다가 이들의 면면을 생각한다면 적을 상대로 멋지게 싸웠으면 싸웠지, 누가 이런 졸렬한 모습을 기대했을까?
심지어 빅썬더가 먼저 이 부분은 영상으로 올리지 말자고 부탁했을 정도였다.
“근데 생각해 보니 다른 파티는 여기서 전멸 나는 거 아냐?”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에 테일러가 물었다.
“저거 다짜고짜 잡으려면 개고생하잖아. 그나마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놈들은 겪어봐서 괜찮을지 몰라도.”
그들은 한번 경험해 보았으니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낼 수도 있을지도 모를 일.
“백호와 프라임은 훌륭한 길드들이지.”
테일러가 그 의문에 답해주었다.
“게다가 담보 레벨도 거의 걸지 않았으니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다.”
“시베리아 바다호랑이는?”
“…….”
“??”
대답이 없는 빅썬더.
역시 빈말은 하지 않는 그다운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와서 너희들이 할 일을 까먹은 건 아니지? 잡담할 시간에 빨리 도와!”
재호는 뒤에서 떠드는 두 사람에게 소리쳤다.
아까부터 티나는 레이피어를 꺼내 이따금 재호가 놓친 가시들을 쳐 내고 있는데, 둘은 잡담만 하고 있으니 아니꼬울 수밖에.
이 지역을 벗어나려면 최소 10분은 가야 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재호가 완벽한 방어를 해내는 건 불가능한 일.
그러니 뒤에 숨은 이들도 마냥 놀고만 있어선 안 되었다.
“예? 도, 도우라고요?”
당황한 건 우현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현이 너랑 골드투스는 가만있어!”
어차피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를 테니까.
괜히 변수를 추가할 필요는 없었다.
파즈즈-
마법사인 빅썬더는 공방에서 두루두루 재호를 도와줄 수 있었다.
칼침도치 쪽을 향해 스킬을 날려 견제하거나 실드로 재호를 한 번씩 보호하는 등등.
한편 테일러는…….
“이래서 호출에 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 거야! 누구랑 다르게!”
자신감을 가득 담아 소리친 테일러.
그리곤 인벤토리를 개방했다.
“합! 회복 스크롤! 방어 스크롤!”
본인이 가진 본연의 능력은 하나도 없었다.
죄다 아이템을 이용한 보조.
파티플레이를 위한 시너지 스킬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는 암살자기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긴 했다.
근데… 왠지 지켜보고 있으니 코가 시큰해지는 건 왜일까?
“여기 회복 물약! 혹시 스태미나는 안 필요해?!”
이따금 포션도 재호의 입에 꽂아 주며 1파티의 서폿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테일러.
만약 이런 모습이 방송에 공개되었다면, 디노스 섬의 1등 파티에 테일러가 있었다는 걸 사람들이 좀 더 잘 기억했을지도 몰랐다.
과연 그게 좋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