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69
668화
로그아웃한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건 몇몇 특수한 상황에서만 가능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하는 경우.
예를 들면 감옥같이 속박을 당한 상태일 때가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젊백호 길드에게선 그 어디서도 속박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후후, 당연히 눈에 보이는 건 없어. 지금 저놈들은 내 스킬로 신체가 제압된 상태거든.”
“응?”
“로그아웃하더라도 껍데기는 남아 오직 내 명령에만 따르는 소환수가 되어 버린 상태지. 물론 접속한 상태여도 마찬가지야. 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패널티를 입게 되거든.”
네크로맨서 클래스인 마가리타가 지닌 미친 스킬.
[] [대상을 자신의 사역마로 만듭니다.] [플레이어가 대상일 경우, 대상은 당신의 말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저항 시, 을 통해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로그아웃하더라도 캐릭터는 남아 있으며, 당신의 명령에 복종합니다.] [*경고 : 대상의 인벤토리에는 접근이 불가합니다.]마가리타의 말에 재호는 입이 떡 벌어졌다.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이 있다고?”
“맞아. 사기적이지 하지만…….”
이 스킬은 마가리타 역시 지금 처음 써 본 것일 정도로 사용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사용 조건을 보면 사실상 쓰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총 열 시간 동안 대상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암시를 걸어야 해. 누적이 되긴 하지만 한 시간 내에 동작이 틀릴 땐 해당 시간은 초기화가 되지. 망할. 말이 열 시간이지…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조건인지 알겠어?”
“그… 그렇긴 하네.”
재호가 생각하기에도 그건 불가능한 조건처럼 보였다.
그런데 최근 며칠을 돌이켜 보니… 마가리타와 젊백호 길드가 했던 이상한 짓들이 떠올랐다.
“설마……?”
“흐흐… 맞아. 녀석들에게 발레를 시키며 자연스럽게 암시를 걸었지. 참나, 설마 이 쓰레기 같은 스킬을 실제로 써 볼 날이 올 줄이야.”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마가리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제한 시간은 없는 거야?”
“뭐, 이걸 유지할수록 내 악명이 계속 증가하는 패널티가 있긴 하지만 그건 별로 신경 안 쓰고. 만약 쟤들이 죽어도 풀려나게 되지.”
정녕 탈출하고 싶으면 작정하고 명령을 거부하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쟤들은 왜 그렇게 안 하고 저러고 있어?”
“죽으려니 레벨 다운이 아깝기도 하고, 막상 해 보니 이게 생각보다 달달하다는 걸 깨달은 거지. 이것이야말로 ‘진짜’ 자동 사냥이니까.”
“…설마 로그아웃 상태에서도 경험치를 먹어?!”
충격적인 사실에 재호는 다시금 입이 벌어졌…….
“그게 무슨 소리지?”
“헉?!”
그때, 암살자처럼 순식간에 나타나 불쑥 끼어드는 빅썬더.
아무리 최근 그가 초심을 잃었다는 비아냥을 듣지만, 랭킹 1위이자 레벨업에 집착하는 건 여전했다.
그러니 로그아웃 후에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한 건 당연했다.
“오! 빅썬더! 너도 관심이 있어? 나랑 계약할래?”
암시를 은근슬쩍 계약으로 바꿔 말하는 마가리타.
빅썬더는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는 느낌이었으나, 재호가 그를 말렸다.
“그만둬. 이건 악마의 유혹이야!”
모든 걸 마가리타에게 맡겨야 하거늘, 로그아웃한 사이에 그녀가 빅썬더를 데리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사람과는 싸우지 않는 빅썬더의 결심 따위, 마가리타는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릴 가능성이 컸다.
아니, 100% 그럴 것이다.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애들은 믿는 거 아냐. 관심 끄고 절로 가.”
“하하… 섭섭하네.”
마가리타의 말은 가볍게 무시한 뒤, 재호는 박연호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가리타가 젊백호 길드원들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면 어쨌든 돌발 상황이 터질 가능성은 극히 낮았으니 말이다.
물론 박연호는 이 기묘한 상황을 좋아해야 하는 게 맞는지 찝찝해했지만…….
그렇게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다른 파티에서도 내부 진입까지 제법 소득이 있었고, 재호 파티도 새로운 기록을 계속 세우며 더 깊은 곳까지 진입했다.
“이거… 생각보다 경험치도 많이 얻어서 쏠쏠하네?”
완식의 혼잣말에 대부분 사람도 공감했다.
단, 이게 효율이 좋다고 할 순 없었다.
레벨을 강제로 낮추고 고레벨 몬스터를 잡는 것으로 이득을 보는 구조인데, 원래 레벨과 1레벨 차이로 입장했기 때문이었다.
난이도는 레벨업을 목적으로 왔을 때보다 훨씬 쉽지만, 경험치 획득량이 처참했다.
어디까지나 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것치곤 나쁘지 않다는 것일 뿐.
여전히 정상 레벨로 레벨링을 할 것이라면 마계를 가는 게 훨씬 좋았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은근슬쩍 레벨 다운해서 한탕 할 생각은 하지 말고.”
“…쳇.”
재호의 경고에 완식은 낮게 혀를 찼다.
그렇게 섬 중심을 향해 깊숙이 진입한 재호 일행.
마침내 뭔가 수상한 것을 발견했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벽.
벽면에는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웅장한 조각이 되어 있었는데, 그와 비슷한 걸 다키스트와 골드투스는 질리도록 보았었다.
“이거 위스트넌의 장벽 아냐?”
“그러게. 되게 비슷하게 생겼는데?”
두 사람의 말에 재호는 반색하며 물었다.
“그럼 들어가는 법도 알겠네?”
“어… 그건 아냐. 작동법을 알아야 하는데, 우린 그냥 베어고릴즈가 시키는 대로만 했었거든.”
다키스트는 옛날 기억을 떠올리곤 몸서리쳤다.
골드투스와 함께 가파른 벽에 매달려선 온갖 꼴불견을 떨어 가며 봉인을 풀지 않았던가?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아니, 꼭 그게 아니더라도 이 장벽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베어고릴즈가 와야 했다.
여기 있는 사람 중, 이런 걸 할 만한 지능캐는 없었으니…….
“야! 우릴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테일러는 발끈했지만, 누구보다 그런 말을 하면 안 될 사람이 테일러라고 모두가 똑같이 생각한 건 비밀이었다.
아무튼 그게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멍청이란 뜻이 아니었다.
그저 특화된 분야가 완전 다를 뿐.
“흠, 그럼 일단 베어고릴즈 씨한테 한번 연락해 보고 결정하자.”
어차피 슬슬 디노스 섬 퇴장 시간도 되어 가니 당장 결과를 보긴 어렵기도 했고 말이다.
‘베어고릴즈 씨도 선원으로 등록한 게 다행이네.’
그의 도움이 급히 필요하다면 배로 돌아가 바로 호출하면 간단한 일.
하지만 돌아가 귓속말을 보내자 생각보다 싱겁게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아! 그곳에도 장벽이 있었습니까? 만약 위스트넌의 것과 같다면… 그건 더는 마법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평범한 돌벽일 수도 있습니다. 위스트넌이 그렇거든요.
위스트넌 내 수인의 땅을 봉인하고 있던 거대 장벽.
그 장벽의 봉인을 해제하는 순간, 그것은 힘을 잃고 평범한 돌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디노스 섬과 위스트넌은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많았기에 역시나 같은 상태일지도 모른다고 베어고릴즈는 추측했다.
-만약 소용이 없다면 제가 넘어가 보겠습니다.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었다.
쾅-!!!
다시 섬으로 진입해 폭탄을 사용하자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무너져 내리는 장벽.
마치 간신히 버티고 있던 모래성처럼 잘게 바스러지며 흘러내렸다.
“요란 떨었던 것치곤… 너무 허무하네.”
완식이 다키스트를 힐끔 쳐다보며 중얼거리자 그녀는 발끈했다.
“아니! 어쨌든 위스트넌에 있던 거랑 같은 건 맞단 뜻이잖아!”
“하지만 그 호들갑이 아니었으면 진작 터뜨려 봤을지도 모르지. 괜히 여기까지 들락날락하느라 생고생만 하고.”
“…….”
크게 틀린 말이 아니긴 했다.
사실 평소였다면 일단 부수려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키스트의 주장 탓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근데 왜 나한테만 그러냐……. 골드투스도 있었는데.”
“음…….”
왠지 놀리는 맛이 있다곤 차마 말하지 못하는 완식.
“멍청아. 어차피 우리 시간도 다 되어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아!”
골드투스의 핀잔에 다키스트는 그럼 그렇지란 얼굴로 다시 완식을 쏘아봤다.
그들이 늘 그렇듯, 시답잖은 소리로 투덕거리는 사이, 재호는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프라임, 백호 길드에게 길을 찾았으니 합류 신호를 보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건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
그런데 그들의 인원수가 예상보다 너무 적었다.
“음? 어떻게 된 거야?”
“개자식아. 우리는 너랑 다르다고.”
버팔로가 이를 갈며 대답했다.
“무턱대고 여기로 오라고 하면 우리가 멀쩡히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냐?”
“왜? 어차피 오는 길은 우리가 다 뚫어 놨는데.”
“…어?”
그 순간, 자신들의 멍청함을 깨달은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
자신들이 있던 곳에서 무리하게 직선으로 뚫고 오다 보니 벌어진 사망자가 다수 나와 버린 것이다.
그냥 돌아가서 재호 파티가 지나온 길로 왔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테지만…….
“그리고 너희는 거의 그대로네. 줄어든 건 전부 다른 난민 플레이어들이고.”
“어… 흠흠…….”
“휘휘-”
그들은 딴청을 피우며 시선을 회피했다.
잠시 후, 다른 길드들도 도착했다.
다행히 그들은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와 다르게 영리한(?) 방법으로 합류했는데, 그럼에도 전력이 줄어든 건 역시 마찬가지.
“엥? 조종하던 사람들 어디 갔어?”
다름 아닌 마가리타가 조종하던 젊백호 길드원이 반 토막 나 있었던 것이다.
“나도 아까워……. 이 멍청한 녀석들이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접속해서 헛짓거리 하는 바람에 이 꼴이 난 거라고. 어떻게 인공지능보다 상황 판단을 못 하냐.”
마가리타는 환멸 가득한 표정으로 젊백호 길드를 노려봤다.
“…….”
“휘이-”
방금 시베리아 바다호랑이에게서 본 것과 정확히 똑같은 행동을 하는 젊백호 길드.
“뭐, 어차피 쟤들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어쨌든 그렇게 모인 전력.
저벅-저벅-
재호는 무너진 장벽을 향해 다가섰다.
벽이 무너졌지만, 자욱한 안개는 여전했기에 안쪽이 전혀 안 보이긴 마찬가지.
“좋아.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 다들 뒤따라와.”
재호는 크게 심호흡한 뒤, 무너진 장벽을 넘었다.
화아아-
유난히 자욱한 안개가 재호를 덮쳤고,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끈적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아주 일순간.
가장 먼저 변화를 감지한 건 후각이었다.
재호의 코로 느껴지는 황홀한 향기들.
곧 눈앞이 확 밝아지더니 눈앞으로 탁 열린 평야가 나타났다.
“헉!”
저절로 나오는 탄성.
디노스 섬에 진입한 뒤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따스한 햇볕과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꽃동산이 나타났다!
“아… 망할.”
그리고 뒤따라 넘어온 완식이 펼쳐진 풍경을 확인하곤 짜증을 냈다.
“또 꽃밭이야?”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진도가 확 느려질 거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재호 일행이 정체불명의 꽃동산에 도착한 그 순간, 제작사 월드와이드는 다시금 비상소집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