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68
67화
뉴월드 시범 리그를 준비하느라 활활 타오르며 바쁜 MK 게임단.
그런 와중에 발생한 불곰국 침공 사태는 기름통을 들이부은 거나 다름없었다.
아직 MK 쪽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는 하지 않았으나, 대부분이 알시아를 영입한 것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모든 방송, 뉴월드 매체들이 MK에게 접촉을 해 왔다.
정말로 불곰국을 공격한 게 알시아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에 나온 사람은 분명 알시아와 닮은 모습이긴 했다.
뾰족한 귀와 커다란 코만 아니라면.
변장을 했을 거라는 게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었지만 결국 확실한 건 없었으니.
“저 맞는데요?”
“……그, 그런가요?”
팀 홍보물 제작과 영입 공식 발표를 위해 MK 본사를 찾은 재호.
이미 한번 만났던 영입팀장 두표와 마주앉은 자리에서 재호는 쿨하게 인정했다.
“이, 일부로 정체를 숨기려고 변장한 거 아니었습니까?”
“그랬으면 가면을 뒤집어썼겠죠. 안 그래도 오늘 오는 길에 몇 명이 물어보기에 답해줬어요.”
이젠 길거리에서 용기를 내어 인사를 해 오는 사람들이 간간히 있었다.
“……저흰 당연히 파장을 고려해서 숨긴 줄 알았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애초에 불곰국으로 향할 당시, 재호는 자신이 변장하는 게 아니라 티나를 변장시키려고 했었으니까.
결과적으로 재호가 변장을 한 건 옳은 선택이 되긴 했다.
불곰국 내에는 증오심이 느껴질 정도로 재호의 얼굴로 도배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불곰국까지는 왜 갔던 겁니까?”
“그쪽에서 꽃집 직원을 납치했거든요.”
“……!!”
두표는 등이 축축하게 젖었다.
‘그런 이유로 도시를 박살내 버린 건가……?!’
불곰국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왕성은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 탓에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이었고, 성벽까지 직선 경로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파괴되어 버렸다.
전문가들이 추측하기로, 그 모든 걸 복구하는 데 들어갈 비용이 한화로 최소 20억은 들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세계 최대 규모의 길드인 만큼 어렵지 않게 충당할 수 있겠지만 부담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 초유의 사태가 결국, 꽃집 직원을 건드린 탓이라니…….
주륵―
두표의 턱을 따라 흐른 땀 한 방울.
‘무섭다.’
하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두근거렸다.
뉴월드 내에서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파괴력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사람이 몇이나 있었던가?
한국엔 뛰어난 실력의 플레이어들이 많았지만 과거처럼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
높은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진 탓이었다.
모두가 뛰어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이는 착시 현상.
게다가 개개인의 퀘스트나 성장에나 집중하지, 크게 관련이 없는 다른 사건에는 굳이 끼어들려는 자들이 없었다.
잘못 발을 담갔다 코 꿰여 돈도 시간도, 경험치도 날리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딱 좋았으니.
그런 와중에 재호가 연달아 보여준 화려한 쇼는 가히 넘사벽이었다.
어떻게 이 모든 걸 100레벨 초반의 유저가 보여 준단 말인가?
그리고…….
‘그런 사람이 MK의 선수라니……!!’
두표는 희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많은 게임단들이 재호를 노리고 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실제 재호의 거주지를 파악한 게임단들도 제법 많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용기를 낸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모두가 재호의 포스에 겁먹고 망설일 때, 자신만은 앞으로 나선 것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 현재였고.
직접 만난 재호는 이미지처럼 그렇게 난폭한 사람도 아니었고, 오히려 매너 좋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아, 물론 무서운 건 사실이었다.
“흠흠, 어쨌든 그것과 관련해선 오늘 일정을 마치고 마케팅 부서와 이야기를 좀 나누실 수 있겠습니까?”
“너무 늦지만 않으면요.”
“물론입니다. 어차피 황재호 씨는 단체 촬영은 없거든요. 단독 촬영하고 추후에 합성을 할 계획입니다.”
계약 당시, 1순위는 무조건 꽃집이라고 해 놓았기 때문에 MK 쪽에서 해 줄 수밖에 없는 배려였다.
이야기를 마친 뒤, 유니폼을 전해 받은 재호.
게임단스러운 도트 디자인의 티셔츠였으나, 재호가 그것을 입는 순간 느낌이 바뀌었다.
마치 계체량을 앞둔 격투기 선수와 같은 느낌.
“흠흠……. 오, 옷이 좀 작은 걸까?”
“……저거 XXL예요.”
직원의 말에 두표는 흠칫했다.
“그, 그런데 왜 저렇게 작지?”
“그야…… 저런 근육질 몸이니까……. 사실 게임 내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도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어요.”
“확실히 게임하는 사람의 피지컬이 아니긴 하지…….”
지켜보는 관계자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재호는 메이크업을 마쳤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긴 머리.
그렇지 않아도 살벌한 외모를 마케팅 목적에 따라 더 강렬하게 화장을 시켜 놓으니 위압감이 폭발하고 있었다.
“저…… 저건 좀 심한 거 아닌가?”
그러거나 말거나, 재호는 프로필 촬영을 시작했다.
* * *
“두표 형, 저희 왔어요.”
한참 촬영 중일 때, 촬영장으로 나타난 한 남자.
“어?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두표가 알은체하며 맞이한 그는 바로 MK의 1군이라고 할 수 있는 T1팀의 주장 이수민이었다.
이수민(쉐이크)
명실상부 MK의 메인 선수이자 국내외에서도 손꼽히는 랭커 플레이어.
대회조차 하나의 콘텐츠라고 말하며 계약서에 사인한 즐겜 유저였으나, 동시에 엄청난 승부욕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소문이 자자한 알시아가 오늘 온다고 하니 궁금해서요.”
그리 말하며 씩 웃는 상대의 모습에 두표는 아차 싶었다.
‘이 녀석 기어이 기 싸움을 하겠단 거구나.’
재호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선수들의 불만이 전혀 없을 순 없었다.
주전 선수도 아닌 재호를 팀의 메인 모델로 쓰는 것이 그들 입장에선 충분히 짜증이 날 만한 일이었으니.
그중에서도 수민이 특히나 예민했다.
팀내 에이스인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대표로 자리 잡았으니…….
그 때문에 재호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이전부터 보이던 상황이었다.
“수민이 너 제발 살살…….”
“수고하셨습니다!”
마침 촬영 종료를 알리는 스텝의 외침이 들려왔다.
“헉? 벌써 끝입니까?!”
두표가 놀란 표정으로 촬영감독에게 물었다.
“뭐…… 그렇게 됐네.”
“설마 무서워서 빨리 끝냈다거나…….”
“음? 그, 그런 거 아냐!”
촬영감독은 깜짝 놀라서 손사래 쳤다.
“그 뭐냐……. 마스크도 그리 나쁘지 않고 비율이나 몸매도 좋고…… 뭣보다 모델로서 아우라가 좋아. 그냥 찍어도 화보라는 말 있잖아. 그런 경우지.”
“아…… 그래요?”
슬그머니 결과물을 들여다본 두표는 오금이 찌르르 울었다.
‘무, 무섭다……!’
정말 제대로 찍혀 있었다.
두표가 바라고 MK의 모두가 기대하던 바로 그 ‘마왕 알시아’의 모습이!
“두표 형?”
“음? 아, 그, 그래. 황재호 씨를 보려고 왔다고?”
정신을 차린 두표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재호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재호가 외모보단 훨씬 친절하다는 걸 깨달은 모양인지, 스텝들이 용기를 내 사인과 기념 촬영을 요청하고 있었다.
‘확실히…… 타고난 아우라가 스타긴 하네. 수민이를 영입했을 때도 직원들이 이 정도로 열렬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었는데.’
무서워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 더 많은 팬서비스 요청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
“음…… 조금 기다리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방해하면 원망 받을 것 같으니.”
“……뭐, 그러죠.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여유작작한 태도로 뒤쪽의 빈 의자에 자리를 잡은 수민.
그런 그를 보는 두표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기분이 좀 상한 것 같은데…….’
저 자존심 강한 탑플레이어가…… 과연 재호 앞에서도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 * *
재호는 난생처음 받아보는 뜨거운 관심에 반쯤 넋이 나가 버렸다.
사람들의 표정엔 분명 두려움이 실려 있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용기를 내 다가오고 있었으니.
‘야! MK랑 계약한 이상, 사인 정도는 하나 만들어 놓으라고! 나중에 버벅대지 말고!’
라고 완식이 충고를 해 준 게 다행이었다.
덕분에 매끄럽게 돌발 사인회를 넘길 수 있었으니.
“황재호 씨, 여기!”
어느 정도 정리되자 두표가 멀리서 재호를 향해 손짓했다.
“이쪽은 이수민. 우리 MK T1의…….”
두표는 수민을 재호에게 소개해 주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민은 의자에 그대로 앉은 채, 재호를 쳐다보지 않고 있었다.
“수민아? 뭐해?”
두표는 당황한 얼굴로 그를 불렀다.
승부욕 강한 타입이란 건 알지만, 이런 식의 유치한 기싸움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
덜덜덜―
“?!”
하지만 이내 이유를 알아냈다.
미세하게 떨리는 수민의 전신.
멀리서 볼 땐 큰 체감이 없던 재호의 아우라를 코앞에서 마주하자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긴……. 지금처럼 풀메이크업한 모습은 처음 본 사람이 감당하기엔 벅차긴 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인사를 시켜 달래서 불렀더니 이렇게 세워두기만 하니…….
“아, 세이커 선수.”
“?!!”
“흡?”
헌데 재호가 먼저 그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그래도 명색이 MK 소속인데 다른 선수들 이름이랑 얼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 외워 놔!’
이 역시 완식의 잔소리 덕분이었다.
다만…….
“흠흠……. 쉐, 쉐이크 선수예요.”
두표가 슬쩍 정정해 주었다.
“아. 크흠…….”
재호는 무안함에 헛기침을 했으나 당사자인 수민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부러 긴장을 풀어주려고…….’
자신이 너무 긴장해 있단 걸 알아채곤 그런 것이리라.
하긴 저 정도로 살벌한 외모면 그 정도 서비스는 해 줘야 당연한 것 아닐까?
공포에 마비된 뇌 오작동이었다.
어쨌든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는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바, 반갑……워요. 이수민이에요. T1팀의 팀장이기도 하죠.”
“워낙 유명한 분이라 저도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황재호라고 합니다.”
두 사람의 인사가 무사히 끝나자 두표가 얼른 끼어들었다.
“하하, 황재호 씨가 온다는 소식에 일부러 일찍 왔다고 하더군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재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저, 저야말로…….”
“……?”
뭐가 고맙다는 걸까?
재호는 의문이 들었으나 그냥 넘어갔다.
“오늘 다른 사람들도 촬영을 한다고 했죠?”
“네. 아마 한 시간쯤 더 있으면 다른 팀원들이 올 것 같은데…….”
“음……. 혹시나 시간이 맞으면 볼 수도 있겠네요. 마케팅부와 이야기는 지금 바로 하는 건가요?”
“아, 아마 지금 바로 가도 될 겁니다. 잔뜩 벼르고 있었으니. 수민아?”
“네? 아……. 가셔도 돼요. 전 캡슐실로 가서 퀘스트나 좀 할게요.”
허겁지겁 작별 인사를 한 수민은 빠르게 사라졌다.
“생각보다 매너 좋은 사람이네요.”
“네?”
재호의 말에 두표가 고개를 갸웃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엔 별로 좋은 이야기가 없더라고요. 살짝 긴장했는데 별 탈 없이 끝나서 다행이에요.”
“…….”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지 두표는 의문이 들었다.
그 얼굴과 덩치로 하기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으니까.
* * *
마케팅부와의 만남 역시 크게 어려운 자리는 아니었다.
재호는 불곰국에서 있었던 사건의 정황을 알려주었고, 마케팅부에선 보도 자료를 작성했다.
그리고 마침내 MK 게임단은 재호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동시에 함께 배포된 불곰국 사태의 진실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인과응보.
불곰 길드가 그간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해 온 추접한 짓들이 어디 한두 개였나?
이번 역시 납치 감금이라는 치졸한 수를 쓴 불곰 길드였고, 알시아라는 플레이어는 단신으로 세계 최대 길드의 심장부를 부셔 버렸다.
―이 정도면 알시아가 프로리그도 씹어 먹는 거 아니냐?
└그런데 그 골렘이 알시아 소환수란 보장이 없잖아.
└그거 절대 플레이어가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님. 아무리 불곰 길드가 싫다고 해도, 거기 있는 랭커들은 무시할 수준이 아님.
└ㅇㅈ. 아는 사람이 불곰 길드에 있는데 랭커들이 골렘한테 떼로 덤볐는데 개박살 났다고 함.
└뭐냐? 너 인종차별자냐?
└너네 기사 똑바로 안 보냐? 그 골렘 알시아가 자기 꺼 아니라고 말했잖아.
―야, 그럼 그 개무섭게 생긴 엘프는 황재호가 맞았던 거임?
└ㅇㅇ MK가 맞다고 발표함.
└ㅈㄴ무섭네……. 도대체 혼자 적진 한가운데에 쳐들어가는 배짱은 어디서 나옴?
└혼자 아님. 엘프도 같이 감.
└그거나 그거나.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도 엘프가 오버파워라는 건 증명됐네.
―테일러는 엘리시아에서 탈출했다던데 불곰국에 없었나?
└알시아한테 잡혀 죽었다 함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사실 테일러 죽이러 온 거 아니냐?
인터넷은 후끈 달아올랐다.
강력한 무력의 엘프 군단에 이어 거대 골렘까지 논란이 되었으나, 재호가 직접 본인의 소환수가 아니라고 말하며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야! 나 지금 엘리시아로 돌아가는 알시아 봄!!! 근데 골렘 가지고 있음!!
└미친?
└아, 나도 봄! 근데 영상이나 사진으로 본 것보단 좀 작아 보이던데?
└근데 생긴 게 똑같음.
재호가 골렘을 가지고 있는 게 사람들에게 포착되며 다시 불타올랐다.
하지만 MK의 발표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불곰국에서 깽판 치던 골렘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두 번 다시 볼 일 없을 녀석이기도 했고…….